[여인의 향기-6]
“자 이제 다시 한번 이소희의 이야기와 신지영의 이야기를 종합하여 생각을 정리해 봅시다”
답답해 하며 줄 담배만 계속 피우던 최 경감이 말문을 열었다. 안에서는 보이지않는 유리가 벽으로 가려진 한쪽 방에는 신지영이 그리고 다른 한쪽 방에는 이소희가 아무것도 올려져 있지 않은 빈 책상을 앞에 두고 철재의자에 앉아있었다. 최 경감과 제임스는 맥칸없이 그 둘을 번갈아 바라보며 고민에 빠졌다.
이소희를 검거했으니 이 사건은 쉽게 해결되리라 생각하였었다. 탐욕적인 성관계에 대한 욕망을 무리하게 실현하는 과정에서 혈압이 높아졌고 어떤 약물이 성적 흥분에 영향하여 상승 작용을 하며 그로 인한 호흡곤란과 심장마비를 일으켜 돌연사하게 하였다. 그렇다면 모텔로 와서 성관계를 하게된 것까지는 조사하고 추적하였다. 별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소희가 왜? 두사람이 모텔로 들어간 것을 알고도 뒤따라 들어가 벡스를 주었는가? 벡스에는무슨 성분이 들어있었는가? 단순한 치정과 질투의 결과로 발생한 살인인가? 지금은 단지 신지영이 차안에서 마셨다는 음료수에 흥분제가 들어 있었음이 틀림없는 것을 제외하고는 확실한 것이없었다.
제임스는 최 경감이 다시 이소희와 마주앉아 진술을 듣고 있는 사이 아직도 고개를 숙이고 울고있는 신지영을 바라보고는 돌아서서 범인수배 전단지로 얼룩져 있는 반대편 벽을 보며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하였다.
신지영은 범인이 아니다. 수사나 추리에는 결정적 증거가 있지 않은 한 확정해서는안될 것이지만, 이 점은 믿어도 되었다. 그렇다면 누가 살해할 의도를 가지고 어떤 방법으로 극약을 먹게하여 살해했는가? 이소희가 아니라면 이소희와 박희철의 애정행각과 성관계 전 습관을 잘 알고 있는…
제임스 그는 여기까지 추리하다가 깜작 놀랐다. 그리고 그는 최 경감 책상위의 메모지에 메모를 하였다.
‘잠깐 워커힐 호텔에 다녀 오겠습니다. 휴대폰은 가지고 갑니다.’
수사본부의 정면에는 넘어가는 저녁의 마지막 햇살이 깔리기 시작하였으며 불어오는 바람에 스산하게 낙엽이 뒹굴고 있었다.
제임스가 수사본부에 다시 도착하였을 때는 어느 듯 해는 서쪽으로 넘어가고 어두워 지기 시작하였다. 최 경감이 사용하고 있는 방의 문을 열고 들어가니 신지영이 최경감과 함께 있었고 이소희와 신지영이 있던 취조실 방에는 다른 여자가 취조형사를 바라보며 흥분하여 소리를 지르며 따지듯 말하고 있었다.
“저기 있는 여자가 박희철의 아내 박미선 맞습니까?”
“예. 전화를 받고 즉시 형사를 보내 시골로 떠 날 준비를 하고 있던 박미선을 검거하여 연행해 왔습니다. 들어 온지 10분 되었습니다. 지금 김 형사가 함께 있는데, 왜 자기를 연행하여 이리로 데려왔느냐고 이유부터 말하라고 따지고 있습니다. 양순해 보이지만 보통 여자가 아닙니다. 자. 이제 제임스 당신은 왜 저 여자를 연행하라 하였는지 말 해 주셔야 합니다. 이렇게 한 것이 실수가 아니길 바랍니다.”
“최 경감님. 그 전에, 감식반에서 연락 온 것 있습니까? 모두를 말씀해 주십시요. 신지영의 혐의를 벗기고 추정한 범인을 확정하여야 합니다. 도와주십시요”
신지영은 흐트러진 몰골로 지쳐 의자에 기대어 있다가 제임스의 그 말에 깜짝 놀라며 구세주인양 흐린 눈으로 제임스를 쳐다보았다. 그 크고 맑은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하였다. 제임스가 너무 진지하게 말하였으므로 최 경감은 토론토에서 받았던 도움을 갚는다는 생각도 들고 뭔가 실마리를 찾아 가지고 온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쉽게 해결하고는 후련한 마음으로 퇴근하여 빨리 집으로가서 차거운 물에 샤워를 하고 시원한 수박이나 먹으며 토요일밤 커메디를 보면서 맘껏 웃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게 나자 온 몸이 경끼가 다 나는 것 같았다. 지영은 그사이 쇼파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또 졸고 있었다. 감당 못할 피곤이 엄습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다가는 제임스를 다시 쳐다보며 뭔가를 간구하였다.
그녀의 얼굴은 마스카라와 눈물이 뒤섞여 뺨을 타고 흘러 내릴 때 손바닥으로 닦아서 인지 얼굴이 검게 얼룩져 광부와 같은모습을 하고 있었다. 측은해 보였다. 제임스는 그제서야 들고와서 책상에 놓아두었던 두개의 종이봉투에서 스시와 미소를 꺼냈다.
“지영아~ 배고프지? 우선 이것으로 배를 좀 채워. 스시하고 된장국 미소야. 어서 먹어”
그 때 옆에서 뭔가를 지켜보고 있던 최 경감이 비꼬는 투의 말을 툭 던졌다.
“흠~ 여기 한사람 밖에는안 보입니까?”
“그럴리가 있습니까. 먼저 챙겼지만 두번째로 권합니다. 잡수시면서 몇 가지에 대하여 말씀해 주십시요. 이소희가 자백을 하였습니까?”
다른 봉지에서 스시와 미소국을 꺼집어 내어 최 경감 책상 앞에 놓으며 제임스는 뭔가 결심이라도 한 듯 정색을 하여 최 경감에게 물었다. 그러나 이소희를 지금까지 돌아가며 반복 질문을 하고 유도 심문을 하였지만 시종 흐느끼며 자기는 죽이고 싶다는 생각은 하였지만 죽이지 않았다고 하였다.
“크게 달라진 게 없습니다. 뭔가 잘 못 짚은 것이 아닌지…”
이소희는 형사가 가져다 준 저녁을 먹고 있었다. 최경감이 앉은 등뒤의 유리너머 다른 방에는 박미선이 숨을 몰아쉬며 화난 얼굴로 앉아 있었다. 지영은 허기져 있었다가 제임스가 준 스시와 미소국을 다 먹고는 물을 마시고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다가는 다시 약물에 중독되었고 깨어나 놀라운 상황들이 계속되고 있는데 피곤까지 겹쳐있던 중 포만감을 느끼고는 그 자리에서 다시 졸고 있었다 그러다가 다시 깨어나 흐느낌을 반복하고 있었다. 정신이들 때마다 도대체 이런 일이 어떻게 왜 그녀에게 일어났는지 정리하려 했으나 아직 이해가 되지 않았다. 혼란만 가중되어 답답하여 울고 또 울고 하였다. 최 경감은 이미 스시로 식사를 마치고 담배연기로 혼탁해진 방안임에도아랑곳없이 다시 담배에 불을 붙혔다. 지영이 멍한 눈으로 최 경감을 바라보며 작은 기침을 하였다. 말없이 책상 앞에 서서 유리창 너머의 박미선을 바라보던 제임스는 옆 창가로 가서 창문을 조금 열었다. 그 때 박미선의 외마디같은 발악이 터져 나왔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을 왜 이렇게 감금하고 있는거예요? 지금 저에게 혐의를 두고있는 이유와 그 증거를 보여주세요. 경찰이 이렇게 무고하고 결백한 사람을… 남편을 잃어 정신이 없는 사람을 괴롭혀도 되는건가요. 날 내 보내주세요. 어서. 그리고 변호사를 불러주세요”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발악하듯 앞에 앉은 형사에게 소리쳤다.
제임스는 담배불을 끄고 최 경감을 바라보았다. 최 경감 역시 담배불을 재털이에 비벼 끄고는 그를 바라보았다.
“함께 들어 가실까요? 아니면 혼자 들어가겠습니까?”
제임스의 자신에 찬 맑은 목소리가 뭔가 숨통을 터는 것 같았다.
“좋습니다. 함께 들어갑시다”
신지영은 두렵고 긴장되었으나 다시 살아난 연약한 마음으로 유리 벽 가까이에는 차마 서지 못하고 최 경감이 앉았던 의자에 기대어 방금 들어간 두사람과 박미선을 바라보았다.
최경감이 방을 나가며 유리 벽 건너 방에서 나는 소리를 들을 수 없도록 스위치를 꺼 버렸는지 조금 전까지 와는 달리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다.
아무것도 올려져 있지 않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박미선이 최경감을 마주보고 앉아 있었고 최경감은 지영에게 등을 돌린 채 앉았다. 제임스는 출입문이 있는 쪽의 테이블 곁에 팔짱을 끼고 서 있었다. 박미선이 차분한 얼굴로 호소하듯 말하는 것으로 보였다. 최 경감이가끔 테이블을 쳤고 잠시 후 최 경감이 테이블위에 둔 담배갑에서 꺼내어 물고 불을 붙여 박미선에게 권했다.
그러나 박미선은 손을 내밀어 담배갑에서 직접 담배를 꺼내어 불을 붙여 입으로 가져갔다.그때 그녀 뒷 편에 서있던 제임스가 주머니에서 반지 케이스같은 크기의 붉은색 종이 상자를 꺼냈다.
최 경감이 놀라서 고개를 들고 제임스를 보았고 박미선이 동시에 두손으로 머리를 감쌌다.다시 제임스가 주머니에서 일회용 주사기를 꺼냈다. 박미선이 고개를 들어 살기어린 눈으로 제임스를 바라보았다 하는 순간 머리를 테이블에 숙이고 울기 시작하였다. 옆방의 이소희는 볼펜으로 종이에뭔가를 쓰고 있었다.
지영이 집으로 돌아가는 열차 안에서 애절한 표정이 얼굴에 가득한 채 제임스에게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