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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들의 아우성
영계체험을 위해 빛방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나는 화상통신 공간으로 이동해서 샤르비네와 통신을 시도했다. 화상통신 공간도 빛방과 비슷한 구조였고 화상통신이 연결되면 가상공간으로 변하여 상대방과 가상현실의 상태에서 실제와 같은 감각으로 손을 맞잡고 대화가 가능했다.
화상통신 빛방에 들어가 4차원 가상공간 통신프로그램을 작동시키고 샤르비네에게 무선신호를 보냈더니 금세 샤르비네의 음성이 가상 공간에서 울렸다.
"샤르앙, 무슨 일?"
"샤르비네, 지금 학업중인가요?"
"지금 자유시간이에요. 일심동체 얼굴이 보고 싶어 통신했나요?" “그래요. 목소리도 듣고 싶지만 얼굴도 보고 싶소. 얼굴을 마주보면서 대화를 나누고 싶소. 지금 빨리 빛방으로 들어오시오."
"알았어요. 샤르앙, 잠시만 기다려요. 금세 빛방으로 이동할 테니.”
잠시 후 빛방의 가상공간에 샤르비네의 모습이 나타났다. 화상통신은 상대방이 서로 빛방의 가상공간에 진입했을 때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대화를 나눌 수 있었고 어느 한쪽이라도 빛방에 들어와 있지 않으면 목소리의 통화만 가능했다.
샤르비네가 그쪽의 빛방으로 들어오자 가상공간에 샤르비네와 나의 모습이 같은 공간에 나타났고 둘은 서로 포옹을 하면서 잠시의 이별이었지만 보고 싶었던 감정을 애틋하게 표현했다.
화상통신 가상공간에서 만났지만 샤르비네와 내가 서로 가상현실의 현상으로 포옹할 때 체온이 느껴졌고, 체향이 느껴졌으며, 숨 쉴 때 입김도 그대로 전달되어 왔다. 실제로 만나서 몸을 맞대는 느낌이나 가상공간에서 가상현실의 현상으로 몸을 맞대는 느낌이나 다른 점이 없었다.
화상통신 가상공간에 진입하자마자 샤르비네는 나와 포옹하면서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학교 수업중에도 샤르앙 생각이 나서 혼났어요. 잠시라도 이렇게 가상공간에서 만나 얼굴을 보니 너무 행복해요."
나도 샤르비네의 긴 생머리를 손으로 쓰다듬어 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샤르비네 만큼이나 샤르앙도 잠시라도 떨어져 있으면 일심동체 얼굴이 생각나서 보고 싶다오. 이렇게 화상통신 빛방으로 불러내서 학업에 지장을 주지 않을지 걱정되오."
샤르비네는 약간 애교 띤 표정을 지으면서 이렇게 대꾸했다.
"그런 걱정 말아요. 샤르앙, 어차피 지금은 자유시간이고 자유시간에 샤르앙을 생각하며 그리워하고 있었을 테니까요.”
나는 샤르비네의 말에 대꾸는 하지 않고 그냥 웃기만 했다.
샤르비네가 다시 말을 꺼냈다.
"여긴 4차원 문화원 빛방인가 본데 무슨 일로 저를 볼 생각을 했어요?"
"맞아요. 난 지금 4차원 문화원의 빛방에서 샤르비네와 화상통신을 하고 있소. 사실은 조금 전에 빛방에서 천주와 밀담을 나누고 앞으로 내가 지구에서 해야 할 역할들을 의논한 후 가상공간 프로그램을 종료하고 빛방에서 나와서 휴게실에서 휴식을 취하는 중이었소."
“그래서 무슨 특별한 일이라도 있나요? 가상공간에서 천주와 만난 프로그램 내용은 나중에 저장해 두었다가 제게 보여 주면 될 거고... 그냥 잠시 시간이 나서 당신의 일심동체 얼굴이 보고 싶었을 뿐인가요?"
"글쎄... 샤르비네가 그렇게 질문하니까 특별한 일도 없으면서 화상통신 빛방에 불러 냈다는 생각도 들기는 하오. 사실 나는 지금 다시 영계를 체험하기 위해서 빛방에 들어가려던 참이었소. 휴게실에서 만난 러우 신선의 조언을 듣고 그런 결심을 했소. 지구 인류들의 사후세계를 방문해서 그 영혼들이 머물고 있는 현상을 이해하고 싶기 때문이오."
"지구 인류들의 사후세계를 체험할 계획을 세우다니…. 무언가 특별한 의미가 있는 체험을 결정했군요. 그런 특별한 결정을 한 동기가 있나요? 샤르앙이 아직 저와는 지구 인류들의 사후세계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 본 기억이 없는 줄로 아는데..."
"휴게실에서 만난 신선대중들과 담소를 나누다가 앞으로 내가 지구에서 펼쳐갈 선업(仙)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중의 한러우 신선께서 나에게 영계체험을 부탁하셨소. 그러면 앞으로 내가 지구에서 선업을 펼치는데 도움이 될 거라고 하시면서…. 나도 러우 신선님의 조언이 맞다고 생각해서 지금 다시 빛방에 들어가 지구
144 - 4차원 문명세계의 메시지
인류들의 영혼들이 머물고 있는 사후세계를 방문하고 직접 체험해 볼 계획을 세웠던 것이오. 이런 계획은 아직 샤르비네와 의논해 본 일도 없고 순간적으로 결정한 일이라서 내가 무슨 판단을 잘한 건지 못한 건지 상담이라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소."
“샤르앙이 앞으로 지구에서 선업을 펼치는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서 지구 인류들의 영혼들이 머물고 있는 사후세계를 방문할 계획을 세웠다는 의미잖아요?"
“그렇소. 앞으로 지구에서 선업을 펼치는 일은 샤르비네의 분신도 동참할 일이라서 지구 인류의 사후세계를 방문하는 일은 혼자 결정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소. 어차피 지구에서 펼쳐 갈 선업의 내용 중에는 지구 인류들의 영혼을 불러 신선봉안식을 치러야 하고 그런 의식은 샤르비네 분신도 함께 동참할 내용들이니까 말이오."
“그렇군요. 샤르앙, 저는 샤르앙의 결정을 환영해요. 빛방의 가상공간에서 펼쳐지는 가상현실의 내용이긴 하지만 지구 인류들이 사후세계에 머물면서 그 영혼들이 펼치고 살아가는 현상을 직접 목격하고 체험한다면 앞으로 샤르앙이 지구에서 선업을 펼치는데 소중한 방향지표가 될 것으로 확신해요. 샤르앙의 판단은 잘된 결정이라고 생각하니 지금 바로 빛방에 들어가서 좋은 체험을 하도록 하세요. 그리고 체험한 내용을 잘 저장해 두었다가 나중에 저도 구경할 수 있도록 부탁해요."
“샤르비네 생각도 그렇다니 다행이오. 아무튼 나는 지금 가상공간빛방으로 들어가서 지구 인류들의 영혼들이 머물고 있는 사후세계를 방문해서 좋은 체험과 경험을 하도록 하겠소. 화상통신에 응해 줘서 고맙고 또 바른 결정을 도와줘서 고맙소."
이런 대화를 마치고 샤르비네와 나는 화상통신 가상공간에서 포옹을 하고 가볍게 입을 맞춘 후 통신을 종료했다. 화산통신 빛방에서 나온나는 다시 지구 인류의 사후세계를 방문할 수 있는 빛방으로 들어가 가상공간 프로그램을 작동시키고 처음 겪는 체험을 시작했다.
지구 인류의 사후세계 체험은 처음이라서 가상공간 사이버 안내자의 도움이 필요했다.
"사이버 안내자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내가 빛방에 들어가 가상공간 프로그램을 작동시키고 이렇게 외치자 낯익은 사이버 안내자의 모습이 눈 앞에 나타났다.
“현실의 존재여 말하시오. 당신에게 필요한 도움을 드리겠소.”
선량하고 친절한 모습으로 나타난 사이버 안내자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지구 인류의 영혼들이 머물고 있는 사후세계를 방문하고자 합니다. 처음 겪는 세상이라서 사이버 안내자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도와주시겠습니까?"
친절한 사이버 안내자를 향해 나는 다시 부탁했다.
“그런 일이라면 걱정 마시오. 좋은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지구 인류의 사후세계로 친절하게 안내해 드리겠소.” 사이버 안내자는 시원스럽게 대답했다.
사이버 안내자를 따라 간 지구 영혼들의 사후세계는 뭔가 암울한 기운이 감도는 공간이었다. 사후세계는 현실세계의 다양한 경계처럼 여기저기 무질서한 공간들이 다양하게 형성되어 있었다.
혼돈의 공간, 삭막한 공간, 무거운 공간, 어두운 공간.... 그리고 가끔씩 특권층의 영역처럼 밝고 화려한 공간이 존재하기도 했다. 그러나 보편적으로 무질서하고 암울한 분위기가 대세의 기류를 이루고 있는 세상이 지구 영혼들이 머무는 사후세계 모습이었다.
나는 사이버 안내자의 도움을 받으며 비교적 자유스럽게 무질서한 사후세계의 영역을 넘나들며 지구 영혼들이 살아가는 다양한 모습을 살펴볼 수 있었다.
사후세계의 영역을 넘나들 때마다 여기저기서 영혼들의 아우성이 들려왔다. 짜증난 목소리, 불만의 목소리, 흥분하거나 애타는 목소리 등등이 섞여서 아우성처럼 혼란스럽게 영혼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기가 도대체 어디야? 내 영혼이 낙원에 이를 것으로 믿었는데 이런 세상은 예상하지도 못했어. 나를 빨리 낙원에 이르도록 도와달란 말야!"
“내 영혼을 인도할 천사는 어딨지?"
"구세주는 어딨지?"
"극락이 도대체 어디야?"
"여보세요! 여보세요! 누가 날 밝은 곳으로 안내할 인도자는 없나요?"
"아! 답답해."
"뭐가 뭔지 모르겠어!"
그뿐만 아니라 이런 절규의 목소리들도 들려왔다.
"아, 원통해!"
"아, 억울해!"
“꼭 복수하고 말거야!"
“두고 봐.... 두고 봐... 두고 봐....”
영혼들의 아우성은 듣고 있는 마음만으로도 고통이 밀려 왔다. 영혼들의 아우성을 듣고만 있어도 공포심이 밀려 오고 사후세계에 대한 절망감이 마음속에 가득 채워졌다. 살아 있는 자들이 죽음을 두려워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살아 있는 자들은 아직 사후세계를 방문한 적이 없어도 영혼의 본능이 삭막하고 어두운 사후세계 분위기를 싫어하기 때문에 죽음이 두려워질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영혼들의 아우성을 들으며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을 때 한 각성의 영혼이 나타나 이렇게 말했다.
"고민하는 영혼이여, 무엇을 도울까? 살아 있는 몸으로 사후세계를 방문한 목적이 무엇인지 내게 말하라. 그러면 도움을 얻으리라."
각성의 영혼은 다행히도 인상이 좋았다. 너그러운 표정과 밝은 빛의 의상이 어두웠던 기분을 저절로 밝게 했다.
나는 그 각성의 영혼에게 말했다.
“어두운 영혼들의 모습만 바라보다가 밝고 환한 모습의 영혼을 바라보니 기분이 좋습니다. 제가 장차 인간세상에서 펼칠 일이 있어 사후세계를 방문했으니 현자께서 도와주십시오."
각성의 영혼은 이렇게 대답했다.
“이미 알고 있으니 무엇이나 말하라."
"사후세계의 진실을 세상에 알리고자 합니다. 그리하면 살아 있는 자들의 생각이 바뀌게 될 것입니다. 사후세계의 영혼들에겐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승과 저승의 단절된 벽을 허물고 싶습니다. 샤르별 선경세상은 산 자와 죽은 영혼들이 합심하여 음양합덕의 조화 속에서 태평성대를 누리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샤르별에서 이루어지는 일이 지구에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있겠습니까?"
"사후세계의 영혼들이 네 말을 들으면 절망감을 버리고 희망을 얻게 될 것이다. 영혼들의 세상에서도 희망의 메시지를 원한다. 희망의 메시지가 사후세계 영혼들에게 전해지면 절망감으로 방황하는 영혼들에게 큰 기쁨이 되리라. 이제 때가 되었으니 네 뜻을 펼쳐라. 나는 각성의 영혼이니 그 때를 안다. 그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현자께서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제 마음이 든든해집니다. 사후세계여행을 마칠 때까지 저를 잘 인도해 주십시오."
“그 점은 염려마라. 무엇이나 도울 일이 있으면 도우리라."
이렇게 각성의 영혼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이에도 여기저기서 소란한 영혼들의 아우성이 들려왔다. 그 사이 사이버 안내자의 모습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보이지 않았다. 각성의 영혼이 친절하게 대해 주어서 사이버 안내자가 사라졌어도 불안하지는 않았다.
영혼들의 아우성을 들으며 각성의 영혼에게 말했다.
"현자님, 영혼들의 세계가 생각보다 혼란스럽군요. 현실세계에서 살고 있을 때는 사후세계가 조용하고 정적이 감도는 세상으로만 상상하고 있었는데...”
각성의 영혼은 이렇게 대답했다.
“억울한 영혼들의 하소연이란다."
“세상에서 육신의 몸을 입고 살 때에 억울함을 많이 당하고 살았던 영혼들의 하소연이란 뜻인가요?"
"억울한 일을 당하기도 하고, 거짓 선지자들에게 속기도 하고, 세상을 잘못 판단해서 살다가 사후세계를 찾아왔을 때 비로소 그 잘못을 깨닫고 후회하는 원망이기도 하고 그 억울한 내용들은 다양하단다. 억울한 영혼들은 세상에 대해서 한을 품게 되고 한을 품은 영혼들은 원혼이 되어 세상을 향해 복수하기도 한단다. 그래서 살아 있는 세상과 사후세계가 함께 소란스럽고 복잡하단다. 얽히고설킨 인과응보의 결과이겠지."
"원혼들이 세상을 향해 복수를 하고, 그래서 인간세상이 영혼들의 아우성 만큼이나 소란스럽고 혼잡하다는 말씀이군요?"
"그렇고말고... <악연과 악연으로 이어지는 이승과 저승의 질긴 인과응보의 굴레이고 말고. 세상이 시끄럽고 혼란스럽고 여기저기서 이상 야릇한 일들이 되풀이되어 일어나는 현상은 모두 원혼들이 세상을 향해 복수를 하기 때문이란다. 원혼들은 인간들의 마음을 조종해서 서로 시기하게 만들고 불협화음을 낳게 만들고 투쟁심을 불러일으키거나 이기적 욕망을 불타게 하는 등 나쁜 마음을 일으켜서 세상을 혼란하게 만들어서 복수심을 즐기고 있단다>
“사후세계에 머물고 있는 영혼들이 살아 있는 인간의 마음을 조종해서 세상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는 말은 처음 듣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사후세계의 원혼들이 인간들의 주변에서 서성이며 복수심을 불태우고 있는 한 세상의 안정과 평화는 깃들기 어렵겠군요?”
"그렇단다. 원혼들이 인간세상에서 활개를 치고 복수심을 불태우는 동안 그리고 복수심에 불타는 원혼들이 인간의 마음을 흔들어 놓을 때, 인간들은 스스로의 마음을 가눌 방도조차 없이 화인(印) 맞은 괴수처럼 날뛰게 된단다. 그래서 <지구에는 날이 갈수록 짐승보다 못한 인간들이 발광을 하며 인류사회를 혼란으로 치닫게 하기 위해 혈안이 될 것이다. 그럴수록 원혼들의 한은 깊어지고 이승과 저승이 혼돈에 빠질 것이다>
"현자님, 당신께서 들려주는 말씀은 참으로 듣기만 해도 소름이 끼치는 것 같아요. 그러면 현자께서는 원혼들의 광분을 막을 방법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원혼들의 광분을 막아야 이승과 저승으로 이어지는 악연의 고리가 끊기고 이승과 저승이 함께 태평성대를 누리지 않겠어요?"
“그 방법을 찾으려고 네가 이곳을 찾아오지 않았느냐?"
"현자께서는 저보다 사후세계의 현실을 직시하고 원혼들의 한을 달래 줄 묘안을 알고 계실 줄 믿습니다.”
“해원(解寃)이다!"
"해원(解이라구요?"
“억울함과 복수심에 불타는 원혼들을 달래 주고 해원시켜 주면 저승과 이승으로 이어진 악연의 고리는 해결될 것이다. 그러면 산 자의 세상과 죽은 자의 세상이 함께 태평성대를 누리고 악연의 인과응보는 멈춰지게 될 것이다."
“결국 원혼들의 해원이 인과응보의 악연을 풀게 되는 열쇠군요?"
“그렇다! 억울하고 복수심에 불타는 원혼들이 인류를 향해 광분를 멈추게 하기 위해서는 그들을 달래 주고 해원(解寃)시켜 주는 일이 유일한 해결방안이다. 지구 인류의 역사 이래 지구에는 많은 종교가 등장하고 영혼의 지도자라고 하는 선지자나 구세주라는 이름들은 많이 출현했지만, 한 번도 억울한 영혼들을 위해 달래거나 관심을 갖고 인도해주는 의식을 치러준 적이 없었다. 이제 억울한 영혼들의 원성이 구천하늘에 사무쳐 누군가 앞장서서 억울한 영혼들의 원성을 들어주고 원한을 풀어 주지 않는다면 그 불행은 고스란히 살아 있는 존재들에게 무서운 재앙이 되어 다가오게 될 것이다. 장차 지구는 진멸지경의 불행을 눈앞에서 목격하게 될 것이니. 그 불행의 가장 결정적인 동기가 원혼들의 인간세상에 대한 복수극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고 있는 자가 지구상에 많지는 않으리라."
"현자께서는 매우 중요한 말씀을 제게 전해 주고 계십니다. 그러면 가장 먼저 해원을 시켜 주어야 할 원혼들의 이름을 알 수 있나요?"
"사후세계에서 가장 통렬하게 해원을 기다리는 원혼들의 이름은 어미 뱃속에서 낙태되고 살해된 복살령(腹), 남에게 강제로 죽임을 당한 타살령(殺들이다. 이외에도 억울한 원혼들은 굶어 죽은 아사령이 있고, 병으로 죽은 병사(病死)이 있고, 전쟁으로 죽은 전사령(戰死)도 있지만 이 중에서 가장 기막힌 처지의 원혼은 어미 뱃속에서 세상에 나오기도 전에 강제로 낙태를 당하고 죽임을 당한 복살령들일 것이다. 이 복살령들이 인류세계를 향해 가장 복수심이 불타고 화인 맞은 짐승들처럼 광분하며 그 분노가 구천을 뒤덮고 있으니 하늘과 땅도 광분하는 복살령들의 한을 풀지 못하는 상태가 사후세계의 현실이다.”
"복살어미 뱃속에 새생명으로 잉태되었다가 어미가 낳이기 싫어서 강제로 낙태 당하고 살해된 영혼들이란 뜻이군요? 그래서 세상에 태어나 보지도 못하고 무참히 살해된 탓에 억울하고 한이 되어 화인(印) 맞은 짐승처럼 원혼(魂)으로 구천을 떠돌면서 인간들에게 화풀이를 하고, 그래서 인간세상이 혼란스럽고 병겁과 재앙이 그치지 않는다는 말씀인가요?"
"그렇다. 지구 인류들이 살아가는 인간세상이 날이 갈수록 혼란스러워지고 온갖 재앙과 병겁이 그치지 않으며 인간들의 마음이 흉폭해지는 근본 원인이 구천에서 떠도는 원혼들의 한풀이 때문이며 그 중에서도 가장 광분하는 원혼은 복살령들이다. 이 복살령들의 원한을 해원시켜 주어야 지구 인류들이 살아가는 세상이 참 평화가 찾아오고 태평성대가 이뤄질 것이다.”
“그러면 현자께서는 복살령들의 원혼을 달래 줄 묘책을 알고 있습니까?"
"내 말을 듣느니보다 복살령들을 직접 만나 억울한 호소를 들어보고 무엇으로 달래야 할지 알아보는 것이 더 현명한 처사가 될 것이다. 복살령뿐만 아니라 아사령, 병사령, 전사령의 원혼들이 다 불쌍한 처지이니 그러한 원혼들을 만나보면 해원시킬 수 있는 묘책이 나오리라."
“어떤 방법으로 그들 원혼들을 직접 만나 해원의 묘책을 얻을 수 있"습니까?"
“먼저 영계수호신과 의논을 나눠야 할 것이다."
"영계수호신을 만나게 해주십시오.”
"나를 따라 오너라.”
각성의 영혼이 나를 데리고 찾아간 곳은 영계관리청이었다. 영계관리청을 방문한 각성의 영혼이 잠깐 어떤 방으로 들어가서 누군가와 의논을 하더니 관복을 입은 영계관리자가 함께 내 앞에 나타났다.
각성의 영혼이 영계관리자에게 말했다.
“이 자가 현실세계에서 영계를 방문하여 원혼들을 달래 줄 묘책을 찾고자 하오. 수호신께서 잘 인도해 주시오."
인상이 좋아 보이는 수호신은 대답대신 만족한 웃음을 지어 보이면서 나의 위아래만 훑어봤다.
그리고 각성의 영혼에게 말했다.
"현자는 걱정 말고 돌아가시오. 방문객은 내가 맡아 대접하겠소."각성의 영혼이 돌아가고 영계수호신은 나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인간세상에서 찾아온 손님이라고 했던가?"
"그렇습니다. 저는 지구에서 태어나고 지구에서 살고 있는 현실의 존재로서 지금은 샤르별을 방문하여 선경세상을 구경하고 신선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살펴보면서 지구에서 선업을 펼칠 계획을 품고 있습니다."
“그 정도 내용은 사이버 안내자를 통해서 이미 통보를 받았다네. 그럼 방문객의 이름은 뭐라고 부르는가?"
"백마선이라 불러주십시오. 전생에 백마를 타고 다니던 신선이었기에 현실의 세계에서 붙이고 있는 이름입니다. 샤르별에서는 샤르앙이라 불리기도 하고, 지구에서 본래의 이름이 있기는 하지만 전생의 이름인 백마선이라 불릴 때가 가장 기분이 좋습니다. 잃어버린 제 자신을 찾는 기분이 들기 때문입니다."
"백마선이라…. 그러면 평소에 호탕한 기질을 소유하고 있겠구만?""호탕하다기 보단 무모한 성격과 호기심을 참지 못하는 성격이 있습니다.”
“무모하고 호기심 많은 성격이라?"
“그렇습니다. 수호신님."
“하하하, 참 재밌는 현실세계의 친구로다. 아무튼 무모하고 호기심 많은 현실세계의 친구여! 그래, 내가 이곳 영계에서 친구를 위해 도와줄 일이 무언지 말해 보라."
"영계에는 원혼들이 살고 있고 그 원혼들의 복수심 때문에 인간세상의 혼란과 재앙과 병겁이 그치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특히 복살령들의 원한이 구천에 사무쳐 하늘도 땅도 복살령들의 원한을 달래 줄방법이 없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직접 복살령들을 만나서 해원해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고 싶습니다. 제가 앞으로 세상에서 펼칠 일들이 선업이며, 그중에서 원혼들을 해원시켜 주고 죽은 영혼들을 모두 신선으로 봉안해서 사후선경세상에서 편안하게 살게 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그래서 복살령들을 가장 먼저 해원시켜 주고 다시는 구천을 떠돌며 화인 맞은 짐승처럼 복수심에 불타지 않고 살아가게 만들고 싶습니다. 복살령들을 한 번 만나게 해주십시오."
"복살령들의 해원이라... 만시지탄이로다! 지구에는 그동안 구세주도 찾아왔고 선지성현들도 찾아왔건만 복살령의 원통함을 들어주지 못하더니 백마선의 무모함이 우주역사를 바꾸려나? 옳도다! 백마선의 결정이 옳다. 복살령의 원혼을 달래 주면 인간세상 태평성대는 저절로 올 것이로다. 그러면 지금 바로 복살령의 영계로 백마선을 인도하리라."
영계수호신을 따라갔더니 혼란스럽고 캄캄한 세상에 이르렀고 그곳에 불화살 같은 빛들이 수없이 공중을 날아다니며 화난 목소리로 미친듯 떠들어 대는 장면들이 목격되었다. 미친 듯 고함을 지르고 누군가를 원망하고 분에 못 이겨 악을 쓰는 불화살 같은 빛들은 공중을 날아다니다가 땅으로 내려와 뒹굴기도 하고 어디론가 쏜살같이 달려가기도 하고 무언가와 충돌하기도 하면서 좌충우돌 혼란한 모습들이었다.
그러한 장면을 멀거니 바라보고 있는 나에게 영계수호신이 말했다.
"저들이 바로 백마선이 만나고 싶은 복살령들이다. 분에 못 견디고 악에 받쳐 광분하며 살고 있는 원혼들의 모습이고, 아직 하늘과 땅도 복살령들을 달래고 위로할 방법이 없어 노심초사하는 바이다."
"그러면 제가 복살령들을 만나 해원할 방법을 찾겠습니다.""그러면 복살령을 부르리라."
이 말이 끝나고 영계수호신이 사자들에게 전갈을 보내더니 순식간에 불화살처럼 공중으로 날아다니던 복살령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복살령들의 모습은 영계의 다른 영혼들에 비해 험상궂은 모습들이었다. 팔다리가 제대로 붙어 있지 않은 영혼도 있고, 얼굴모습이 일그러져 있는 영혼도 있고, 형체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기형적으로 생긴 영혼들도 많았다.
복살령들의 눈빛은 분노의 핏기가 서려 있고 금세라도 누군가와 시비를 붙어서 행패를 부릴 것만 같은 표정들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분노의 눈빛으로 이글거리는 복살령들을 향해 영계수호신이 외쳤다.
"여기 손님은 인간세상에서 우리들 영계를 방문한 백마선이다. 백마선이 여러 복살령을 만나고자 한 뜻은 억울함을 들어서 해원을 시키고자 함이니 대표를 내세워 좋은 방도를 찾도록 하라.”
영계수호신의 설명을 들은 복살령들은 자기들끼리 뭔가를 수군거리며 의논하더니 대표로 뽑힌 복살령을 앞으로 내세웠다.
대표 복살령이 내게 말했다.
"나는 태초의 복살령이다. 지구에서 인류역사 태초로 어미 뱃속에서 어미에게 버림받은 복살령이다. 내 어미는 뱃속에서 꿈틀거리는 새생명을 향해 억지로 사살시킬 목적으로 독초를 마셨고 그 독초의 기운으로 세상을 구경하지도 못하고 겨우 팔다리가 생기기 시작한 내 영혼은 억울한 살해를 당하여 지금까지 분노와 억울함을 참지 못하며 인간세상을 향해 복수를 하며 살아왔다. 지금까지 지구에는 많은 선지성현들이 왔다갔지만 우리 복살령들의 억울함을 위로하지 않았다. 만약에 백마신선이 우리 복살령들을 위로하고 우리 원혼들을 해원시켜 준다면 인간세상을 복수하기 위해 구천하늘을 뒤덮고 있는 복살령들의 원한이 풀리고, 원한이 풀린 기운으로 백마선을 도울 것이다. 백마선은 어떤 도력으로 우리들 억울한 복살령들의 한을 풀 것인가?"
“태초 복살령의 말씀을 듣고 나니 제 가슴이 너무 아려옵니다. 당신들의 영혼이 세상을 찾아올 때는 큰 뜻을 품고 왔겠지만 어미된 자들의 악한 마음이 세상에 빛조차 구경하지 못한 새생명을 향해 몹쓸 짓을 가하여 살해시키고 원혼으로 살게 했다니 그 어떤 미사여구로 복살령들의 한을 위로할 수 있겠습니까? 저는 앞으로 인간세상에서 선업을 펼쳐 영계의 영혼들을 신선으로 봉안코자 하며 그리하여 억울한 원혼들을 해원시키고자 합니다. 복살령들에게 가장 먼저 신선봉안식을 올려드리고 복살령들을 위로하고 해원시켜 다시는 원한에 사무친 영으로 살지 않도록 선경세상으로 인도해 드리겠습니다. 제청을 거절하지 마십시오."
내 말을 듣고 복살령의 대표가 자기들끼리 뭔가를 숙의하고 토론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백마 신선의 청을 듣고 우리 복살령들이 모두 감동하고 속히 신선으로 봉안되어 선경세상에서 살기를 열망한다. 과연 백마선은 우리 복살령들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는가?"
“반드시 약속을 지키겠습니다. 제 약속은 복살령 여러분과의 약속이면서 하늘과의 약속이기도 합니다. 지구의 인간세상에는 장차 큰 빛천주가 임하여 인간세상을 선경세상으로 개벽시킬 하늘공사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저는 천주의 일을 도와 인간세상을 선경세상으로 만들고, 살아 있는 영혼들에게 모두 신선의 직을 서품하여 죽더라도 신선이 되어 선경에서 살게 하는 것이 제가 펼쳐갈 선업의 목적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천주와 약속을 지키는 맘으로 복살령들과의 약속을 꼭 지켜드리겠습니다. 그러므로 복살령들도 앞으로 신선으로 봉안된 후 억울함을 풀고 신선이 되어 선경세상에서 영생불멸하십시오."
“좋다. 우리 불쌍한 복살령들에게 신선봉안식을 치러만 준다면 하늘과 땅이 인정하는 신선이 되어 선경세상의 태평성대를 누리고 영생불멸하는 삶을 살게 될 것이다. 그러면 우리 원혼들은 더 이상 인간세상을 향해 복수할 일도 없을 것이요 원통해 할 일도 없을 것이다. 속히 우리 원혼들을 해원하여 선경에서 편히 쉴 수 있도록 백마선이 도와다오. 그러면 두고두고 은혜를 갚으며 천억의 복살령들이 백마선의 호위신명이 될 것이다.”
"복살령이여! 염려하지 마십시오. 반드시 약속을 지켜서 당신들 원혼을 해원시켜 드리고 선경에서 신선으로 태평성대를 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때 복살령들의 절규에 가까운 외침들이 들려왔다.
"백마선, 고맙소! 백마선, 고맙소! 이제 우리 억울한 원혼들도 한을 풀고 밝은 세상에서 신선으로 살게 되었소. 천 년, 만년, 억만 년이 흘러도 백마선의 은혜를 갚으며 백마선의 호위신명으로 살아가겠소. 백마선, 만세! 우리의 영웅, 만만세!“
나는 복살령들의 외침을 들으며 슬프고 아린 생각들을 가슴 깊은 곳에서 지울 수 없었다. 어미에게 버림받고 살해된 가여운 생명체들이 그 동안 원혼으로 살아가며 겪었을 마음고생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미에게 살해된 복살령들의 숫자는 천억이 넘는 숫자라고 했다. 인류역사가 생긴 이래 천억이 넘는 새생명들이 어미 뱃속에서 잉태하여 세상의 빛도 구경하지 못한 채 속수무책으로 살해되었을 원혼들의 아픔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너지는 심정이었다.
천억이 넘는 복살령들의 원혼이 인간들의 마음과 충돌을 일으키며 세상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온갖 재앙과 병겁이 그치지 못하게 하고 있으니 그러한 불행을 막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신선봉안식으로 복살령들을 선경세상으로 인도해야겠다는 결심을 굳히지 않을 수 없었다.
복살령들을 만나게 한 후 영계수호신이 말했다.
“나를 따라오라. 백마선에게 보일 것이 있다.”
영계수호신을 따라간 곳은 세망루(世望樓)였다. 영계에서 인간세상을 감시하기 위해 마련된 장소였다.
세망루(世望樓)에 오르니 인간세상을 캄캄하게 뒤덮고 있는 검은 구름이 보였다.
"검은 먹구름이 보이느냐?"
영계수혼신은 나에게 물었다.
나는 "보입니다.”라고 대답했다.
“복살령들의 원한이 먹구름이 되어 인간세상을 뒤덮고 있는 모습이다. 복살령의 숫자는 천억이요, 천억의 원혼들이 인간세상을 뒤덮고 억울함을 호소하고 복수심에 불타며 한을 달래지 못해 화인 맞은 짐승처럼 날뛰니 그 어두운 기운이 먹구름이 되어 인간세상을 뒤덮고 있는 모습이다."
“어미 뱃속에 잉태하여 세상에 태어나지도 못하고 억울하게 낙태되고 살해된 복살령의 숫자가 천억에 이른가요?"
"그렇다. 인류역사 태초의 어미부터 지금의 어미들까지 자신의 뱃속에 잉태된 새생명을 무참하게 도륙시킨 숫자가 천억에 이른다. 천억의 원혼이 인간세상과 구천에까지 떠돌며 복수의 한풀이가 그칠 날이 없다.”
“인간의 마음이 날이 갈수록 사악해지고 인간세상이 나날이 혼란에 빠지며 인간의 탈을 쓴 짐승들처럼 도륙과 폭력과 쟁탈이 그치지 않는 어두운 징조들이 모두 복살령들의 한풀이로 빚어지는 먹구름의 재앙이란 뜻인가요?"
“그렇다. 복살령들의 한풀이로 인간세상의 혼란이 가중되고 온갖 재앙과 병겁이 그치지 않는다. 복살령들의 한풀이는 인간세상과 영계의 질서까지 위협하여 하늘이 고심하는 상황이다. 복살령들의 원혼을 해원시키지 못하면 인간세상과 영계와 천상계의 질서까지 제자리를 잡을 수 없으니 이를 해결하기 위해 누군가 앞장서지 않으면 안 될 상황에 이르렀다. 백마선은 아마도 하늘의 부름으로 영계를 방문하게 되었을 것이다."
"장차 인간세상에 큰 빛으로 임할 천주의 부탁으로 영계를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지금 우주의 선경세상 샤르별을 방문하여 선업(仙業)을 수련하고 있으며, 장차 지구에서 천주와 함께 선업(仙業)을 펼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죽은 영혼들을 신선으로 봉안하고 살아 있는 인간들을 신선으로 서품하여 지구도 샤르별처럼 선경세상으로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이러한 선업은 장차 인간 세상에 큰 빛으로 임할 천주와 함께 펼칠 것입니다. 그래서 영계의 현실을 바로 알아야 올바른 선업을 펼칠 수 있기에 천주의 부탁을 받고 영계를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수호신의 친절한 안내를 받고 앞으로 인간 세상에서 펼쳐갈 선업의 방향을 바로 잡게 되었습니다."
"천주와 함께 인간세상에서 선업(業)을 펼치게 되었다니 영계에서도 들으면 반갑고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구나. 그래서 그런지 영계에서도 이미 백마선의 이름이 잔잔한 파동처럼 전달되고 있다."
“제 이야기가 영계에 퍼지고 있다구요?"
"그렇다. 장차 영계에 해원의 훈풍이 불 것이란 소식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인간세상과 마찬가지로 영계에도 선경세상이 이루어지고 신선놀음을 즐기며 살게 될 것이라고 희망에 들떠 있단다.” 이군요
“인간세상의 소문이 영계에도 퍼진다는 말씀?"
“인간세상의 모든 소문은 그 내용이 희망적인 것이든 절망적인 것이든 삽시간에 사후세계에 전해진다. 특히 인간세상의 미래에 대해서 사후세계도 함께 큰 관심을 가진다. 인간세상이 망하면 사후세계도 망하고, 인간세상이 흥하면 사후세계도 흥하기 때문이다.”
“인간세상에서 벌어지는 일이 사후세계 영혼들에게도 관심이 많다니 처음 듣게 되는 소식입니다. 그러면 사후세계의 영혼들이 어떤 경로를 거쳐 인간세상의 소식을 전해 듣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세망루(世望樓)에서 인간세상을 바라보고 관찰한 이야기가 그대로 사후세계의 영혼들에게 전달된다.”
"수호신님, 그러면 제가 샤르별 선경세상을 여행하고 지금 겪고 있는 이야기들이 사후세계 영혼들에게 전달될 수 있습니까?"
“백마선이 지금 샤르별의 선경세상에서 활동하는 소식과 앞으로 지구에서 펼치고자 하는 일들까지 우리 사후세계 영혼들에게 전달된다.
그래서 사후세계 각성의 영혼들이 백마선의 소식을 전해 듣고 고무되고 있으며, 백마선의 이름이 각성의 영혼들에게 입에 오르내리고 있을 것이다. 백마선은 이미 복살령의 원혼들 앞에서 신선봉안과 해원을 약속했고, 다른 원혼들에게도 그 약속을 지켜줘야 할 것이다. 현실 세계의 인간들이 불로불사 선경세상을 기다리는 심정과 마찬가지로 사후세계의 영혼들도 신선으로 봉안 받고 해원되어 태평성대를 누리는 것이 소망이다."
"사후세계의 영혼들이 그만큼 간절하게 해원을 기다린다는 말씀이군요?"
"인간세상의 한풀이가 필요하듯 영계의 영혼들도 해원이 절실하다. 인간세상이 선경세상이 되면 영계도 선경세상이 이뤄질 것이다. 그러면 모든 영혼들이 해원을 하고 선경에서 다시 태어나 살게 되었으니 영계의 어떤 영혼이 그날을 기다리지 않겠느냐?"
"수호신의 말씀을 들으니 제가 앞으로 펼쳐 갈 선업에 대해서 더욱 막중한 사명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장차 인간세상에 천주의 큰 빛이 임하여 백마선의 선업이 빛을 보고 인간세상과 영계가 아울러 선경세상으로 변한다면 이제 더 이상 인간세상과 구천 하늘을 뒤덮고 있는 원혼들의 한 맺힌 먹구름은 걷히게 될 것이다. 영계의 영혼들은 그날을 학수고대할 것이니 백마선은 사명감을 가지고 선업을 펼쳐다오.”
"수호신의 말씀을 명심하여 제게 주어진 사명을 열심히 실천하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장차 인간세상에 펼칠 선업은 천주와 맺은 약속이기도 해서 하늘을 배신할 수 없기에 꼭 실천해야 할 목표이기도 합니다.""백마선의 이야기를 영계에 널리 전할 것이다. 그러면 한 맺힌 원혼들의 슬픔이 봄날의 햇살처럼 밝아질 것이다."
"제 말이 영계에 퍼져서 한 맺힌 영혼들의 희망이 될 수 있다면 보람이요 기쁨이 될 것입니다. 수호신께서 제 약속을 널리널리 사후세계영혼들에게 전달해 주십시오."
"영혼들에게 좋은 소식을 전하는 역할은 내가 맡을 터이니 백마선은 원혼들 앞에서 맹세한 약속을 끝까지 잘 실천하길 바란다."
"수호신의 당부말씀을 잊지 않겠습니다.“
세망루(望樓)에서 이런 대화를 마치고 영계수호신은 나를 데리고 영계의 어두운 모습들을 골고루 보여주었다.
영계의 어두운 모습들은 원혼들이 한숨짓고 살아가는 어두운 모습들이었다. 영계의 원들은 복살령뿐만 아니라 여러 계층의 원혼들이 있었다.
인간세상의 혼란과 재앙은 복살령들의 한풀이만 아니라 구천에 사무친 다른 원혼들의 한도 함께 먹구름으로 작용하기 때문이었다.
수호신은 영계에 머물고 있는 다양한 계층의 원혼들을 만나게 해 주었고, 나는 수호신의 도움으로 이들 다양한 계층의 원혼들과 마음에 쌓아 둔 이야기를 나누며 신선봉안 해원의식을 펼칠 각오를 새롭게 다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복살령을 제외한 다른 계층의 원혼들을 만나본 이야기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전사(戰死)의 원혼(魂)
전사령死)은 전쟁으로 죽은 원혼들의 이름이었다. 전쟁터에 군인으로 끌려갔다가 젊은 나이에 억울한 죽음을 당한 원혼들과, 죄 없는 민간인들이 적군에게 붙들려서 학살을 당하고 떼죽음을 당한 원혼들이었다. 그래서 전사령들의 모습은 아직도 온몸에 핏자국이 선명하고 눈빛은 살기로 번뜩였으며 얼굴표정은 일그러져 있었다.
전쟁통에 학살을 당한 원혼들 중에는 어린이와 아녀자와 노인에 이르기까지 남녀노소 구분이 없었다.
내 앞에 한 많은 모습의 전사(戰死靈)들이 나타나서 들려주는 하소연들은 구구절절 원통함이 서려 있었다.
"나는 홀어머니를 모시고 효도를 다하며 살던 15세 소년이었습니다. 전쟁이 터져서 군인으로 끌려가 총알받이가 되어 눈도 감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습니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어린 친구들도 똑같은 신세로 전쟁의 총알받이로 목숨을 잃고 구천을 떠도는 원혼이 되었습니다. 꼭 우리의 원혼을 해원시켜 선경세상에서 신선으로 살게 해 주십시오.”
"나는 농사를 짓던 시골청년이었는데 결혼 후 얼마 되지 않아 전쟁터에 끌려가 적군의 포로가 된 후 차가운 감옥에서 굶주리다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두고 온 가족과 사랑하는 아내를 생각하며 눈도 제대로 감지 못하고 한 많은 삶을 마감했습니다. 구천을 떠도는 나의 원혼을 해원시켜 편히 쉴 수 있도록 도와주시오."
전쟁터에 끌려갔다 죽은 어린 소년과 청년들의 원혼들은 이 외에도 수없이 내 앞에 몰려와서 억울함을 하소연했다.
"우리들은 무자비한 군인들에게 끌려가 살아 있는 몸으로 생체실험의 대상이 되어 살가죽이 벗겨지고 손가락 발가락이 잘려 나가고 사지를 하나하나 칼로 도려내는 고통을 당하며 비명도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죽임을 당했습니다. 죽어서도 이가 갈리고 분하여 한풀이를 다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서 우리들의 원혼들을 해원시켜 선경에서 편안한 휴식을 누릴 수 있도록 도와주시오.”
이는 전쟁통에 생체실험으로 죽은 원혼들이 떼로 몰려와서 내 앞에서 늘어놓은 하소연들이었다.
"우리들은 전쟁통에 온 마을의 주민들이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무자비한 군인들에게 생체로 구덩이에 매몰되어 학살을 당한 원혼들입니다. 잔인한 군인들은 우리 마을사람 모두를 한 구덩이에 몰아넣고 살아 있는 채로 흙으로 매몰했으며, 그때 죽어가는 우리 원혼들은 살려달라고 애원하고 몸부림치며 필사적으로 죽음에서 빠져 나오려 아우성쳤지만 다 허사였습니다. 우리들의 원혼은 아직 영계에서 머물곳을 정하지 못하고 한이 되어 구천을 떠도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부디 불쌍한 우리 원혼들을 해원시켜 편안한 휴식을 얻을 수 있도록 도와주시오.”
전쟁통에 마을 전체 주민이 학살되어 원혼으로 살아가는 전사령들이 내 앞에 집단으로 다가와서 늘어놓는 하소연들이었다.
이외에도 끝없이 이어지는 전사령들의 아픈 하소연을 다 듣고 있노라니 내 눈에서 슬픔의 눈물은 한없이 흘러내렸다.
인간들의 악한 욕심으로 벌어진 전쟁으로 인해서 얼마나 많은 억울한 생명들이 목숨을 잃고 그 원혼들이 아직도 편히 잠들지 못한 채 구천을 떠돌며 한을 풀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질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하소연하는 전사령들의 차가운 손을 하나하나 잡아 주며 약속했다.
“걱정마시오. 제가 열심히 선업을 펼쳐서 억울한 죽임을 당한 전사령들의 원혼을 해원시켜 신선의 영혼으로 선경세상에서 편히 쉴 수 있도록 도와주겠소. 이 백마선의 말을 꼭 믿고 신선으로 해원되는 그날을 기다려주시오."
그때 전사령들의 눈빛은 간절하게 빛나고 있었고 내 말의 약속을 믿고 돌아서는 전사령 원혼들의 뒷모습은 야위고 슬픈 빛으로 가득 물들어 있었다.
아사령의 원혼
아사령(死)은 굶주림으로 죽은 원혼의 이름이었다.
아사령의 원혼들은 초췌하고 힘이 없는 모습이었으며 입에서는 여전히 "배고파... 배고파..." 하는 말들이 떠나지 않고 있었다.
속담에 <잘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좋다>라고 했지만 굶주리다 죽은 영혼들은 죽어서도 허기져서 살아가는 모습이 가련해 보였다.
아사(死)들은 내 앞에서 하소연들을 늘어놓으며 굶지 않고 사는 세상에서 풍요함을 누리며 살 수 있도록 해원시켜 달라고 애걸했다.
"우리는 흉년으로 먹지 못해 한 식구 열두 명이 모두 굶어 죽은 원혼들입니다. 식량이 떨어져 풀뿌리를 캐어다 겨우 목숨을 부지하다가 독초뿌리를 삶아 먹고 온 가족이 몰사했습니다. 우리 가족이 굶어 죽을 때 옆집 부잣집에서는 매일 고깃국 끓이는 냄새와 생선 굽는 냄새가 풍겨 와서 허기진 배를 더욱 움켜잡으며 굶주림의 고통을 견디지 못했습니다. 생전에 고깃국 한 번 배불리 먹어보는 것이 소원이었으나 그 소원을 풀지 못하고 끝내 눈을 감았습니다. 평생 동안 가난과 굶주림으로만 살다가 끝내는 독초 뿌리를 삶아 먹고 목숨을 거둔 우리 가족의 원혼들은 죽어서도 실컷 배불리 먹어보는 것이 소원입니다. 백마선, 제발 부탁이니 굶어 죽은 우리가족 아사령들의 원한을 풀어주시오.”
"나는 어려서 부모 잃고 거지로 떠돌다가 굶어 죽은 아사령이오. 아무리 추운 겨울에도 다리 밑에서 거죽대기 하나로 몸을 가리고 밤을 새웠고, 너무 배가 고파 뱃가죽이 등에 붙을 때는 개가 먹는 죽이라도 실컷 배불리 먹어보는 것이 소원이었소. 내 신세는 생전에 부잣집 개만도 못하여 개가 먹는 개밥도 배부르게 먹어보지 못했고, 추운 겨울엄동설한을 견디지 못해 굶어 죽고 말았다오. 원통한 내 영혼은 죽어서도 배고픈 한을 못 풀고 거지귀신으로 인간세상을 떠돈다오. 백마선, 제발 부탁이오. 거지귀신이 되어 인간 세상을 떠도는 불쌍한 아사령들을 거두어 해원시켜 주시오.”
이 외에도 수많은 거지귀신의 원혼들이 내 앞에 나타나서 굶주림의 원한을 해원시켜달라고 아우성이었다. 나는 그 거지귀신의 원혼들에게 이렇게 달랬다.
"나는 그대들을 신선으로 봉안하여 거지귀신의 신세를 면하게 하겠소. 신선으로 봉안되면 어두운 인간세상을 맴돌며 굶주림을 하소연할 필요도 없고 춥고 헐벗음을 당하지도 않을 것이오. 신선으로 봉안되어 선경세상에 이르리니 그곳은 춥지도 않고 배고프지도 않으며 풍요와 즐거움이 넘치는 세상이오. 그러면 그대들의 원혼은 해원하지 않겠소?"
내 말을 들은 거지귀신 원혼들은 이렇게 합동으로 외쳤다.
"신선이면 해원이오! 신선이면 해원이오! 어서 우리를 신선으로 봉안하여 선경세상에서 굶주리지 않고 춥지 않은 태평성대를 누리며 살게 해주오."
내 말이 아사령들의 입에서 입으로 순식간에 퍼져 나갔는지 어느새까마귀 떼처럼 새카맣게 수많은 아사령의 원혼들이 몰려들며 나를 에워싸고 힘없는 목소리로 독백처럼 외치기 시작했다.
“인간세상에는 하느님도 찾아오고 구세주도 찾아오고 선지성현들도 찾아온다더니 굶어죽은 아사령들을 돌아보는 이 누구였단 말인가? 헐벗고 굶주린 아사령들은 살아서도 천대요 죽어서도 천대로다. 백마선이 누구길래 천대받는 아사령을 신선으로 봉안하여 선경세상에 머물며 태평성대 누리게 한단 말인가? 꿈속에서 듣는 말인가? 뜬소문으로 들리는 말인가? 백마선의 말이 사실이라면 지금 당신의 입으로 다시 말하시오."
나는 다시 새카맣게 몰려든 아사령들을 향해 다짐하며 약속했다.
“굶어죽은 아사령들이여! 내 말을 들으시오. 이제 머지않아 그대들을 신선으로 봉안하여 선경에서 머물도록 할 것이니 앞으로는 헐벗고굶주림을 다시 겪지 않을 것이오. 아직도 내 말을 듣지 못한 아사들에게 널리널리 전하시오. 아사령들이 신선으로 봉안되어 선경에서 풍요와 태평성대를 누리며 살 것이라고 모두에게 전하시오. 그리하면 인간세상과 구천을 맴도는 아사령들이 해원되어 하늘과 땅의 어두운 먹구름이 사라질 것이오.”
내 말을 들은 아사령 군중들은 자기들끼리 이렇게 웅성거렸다.
"와! 이게 무슨 소리여? 우리 아사령 거지귀신들이 신선으로 봉안되고 선경에서 살게 된다는 소식이 뭔 소식이여? 백마선 이름만 들었더니 진짜 대단한 일을 꾸미고 있나 보네?"
"백마선, 당신이 약속한대로 우리 아사령의 원혼들을 해원시켜 준다면 우리 아사령들은 더 이상 거지귀신으로 구천을 떠돌며 배고픔을 호소하지 않고 편안한 휴식을 취할 것이오. 이제 우리 아사령들도 춥고 배고픔을 하소연하며 원혼으로 떠돌고 싶지 않소. 당신의 약속을 꼭 잊지 말고 지켜주시오.”
아사령들의 애원은 간절하고 심금을 울리지 않을 수 없었다. 춥고 배고픈 거지귀신 원혼으로 세상을 떠돌지 않게 해원시켜 달라고 울부짖는 아사령들의 절규가 오랫동안 귓가에서 떠나지 않고 맴돌았다.
병사령의 원혼
병사령(病死靈)의 원혼들도 어느 원혼들 못지않은 아픈 사연들을 간직하고 있었다. 특히 젊은 목숨으로 요절된 병사령들의 아픈 사연을 구구절절 듣고 있노라면 가슴이 아릴 만큼 슬프고 애절했다. 나이가 들도록 살만큼 살다가 병을 얻어 죽음을 맞이한 병사령들은 크게 억울함을 품은 원혼으로 살고 있지 않았지만, 한참 꿈을 펼치며 살아갈 젊은 나이에 속수무책의 질환을 앓다가 세상을 등진 병사령들은 한을 품은 채 인간세상과 구천을 떠돌며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하는 모습들이었다. 병사령들의 어깨는 꺾어진 날개처럼 축 늘어져 있고 눈빛은 초점을 잃고 있었으며 걸어 다니는 발걸음의 모습은 힘이 없어 금방이라도 바람에 쏠려 갈 것 같았다.
꿈을 놓고 저승을 찾아온 젊은 병사령들은 아직도 안정된 영계생활을 누리지 못하고 인간세상에서 방황하며 꺾어진 꿈을 다시 주우려는 미련을 버리지 못한 채 초점 잃은 눈빛으로 인간세상을 기웃거리고 있었다.
꿈이 꺾인 젊은 병사령(病死)들이 즐겨 활보하는 장소들은 인간세상의 젊은 청춘들이 외롭게 머물고 있는 장소들이었다. 특히 무기력하고 활동성이 떨어진 젊은이들 곁을 배회하면서 병사령의 원혼이 무기력한 젊은이의 맘속에 기생하며 전염병처럼 무기력증을 전파시키고 있었다.
날이 갈수록 인간세상의 젊은이들이 꿈을 포기하며 무기력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원인을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나날이 생존경쟁이 치열해지는 세상에서 더욱 삶의 열기를 표출하며 열심히 살아도 가능성의 확신을 갖기 어려운 젊은이들이 병사령들의 무기력증에 감염되어 의욕을 상실해 가는 모습은 인류의 장래를 생각할 때 걱정되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인간세상의 젊은이들에게 무기력증 감염을 유발시키는 병사령들을 불러 모아 설득하고 상담을 했다.
"병사령들이 인간세상에서 살 때 꿈을 펼치지 못하고 젊은 나이에 병사(死)의 아픔을 겪게 된 슬픔은 이해할 수 있으나 그러한 원한을 인간세상에서 복수하는 것은 정의로운 판단이랄 수 없을 것이오. 병사령들은 이제 더 이상 인간세상의 젊은이들에게 무기력증을 감염시키지 말고 영혼 본연의 자리로 돌아와 편안한 휴식을 취하도록 하시오."병사령들은 나에게 이렇게 항의했다.
"우리는 시대를 잘못 태어나서 충분히 살 수 있는 목숨을 잃게 되었소. 아마도 우리들 병사령들이 지금 세상에 태어났다면 병을 고치지 못해 죽을 일은 없었을 것이오. 이는 하늘이 공평하지 못한 처사이니 지금의 젊은이라고 하여 시대를 잘 타고 태어난 혜택을 하늘로부터 누리는 것은 우리 병사령들이 마음 편하게 두고 볼 일이 아니오. 우리 병사령들이 세상을 살 때 청운의 꿈을 펼치지 못했으니 날개 꺾인 새처럼 어깨를 늘어뜨리고 눈빛의 초점을 잃고 다리에 힘이 풀린 채 무기력한 원혼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소. 지금 젊은이들도 우리 병사령의 원혼들처럼 눈빛의 초점을 잃고 어깨를 늘어뜨리며 꿈을 포기하고 사는 것이 공평한 하늘의 처사이오. 우리 병사령들은 아무 잘못이 없으니 나무랄 생각은 마시오."
나는 포기하지 않고 병사령들을 설득했다.
“인간세상의 젊은이들이 무기력하고 꿈을 포기한 채 살아간다면 인류의 미래는 어둡기만 하오. 인류의 미래가 어두워질 때 병사령들의 원한이 풀릴 것이란 보장은 없을 것이오. 이제 당신들의 원혼을 내가 해원시켜 드리겠소. 세상에서 이루지 못한 꿈보다 더 큰 꿈을 병사령들에게 선물하고 싶소."
내 말을 듣고 초점을 잃었던 병사령들의 눈빛이 처음으로 빛을 발했다. 그리고 이렇게 반문했다.
“백마선, 당신이 무슨 역할로 우리 병사령의 원혼들에게 세상의 꿈보다 큰 꿈을 선물할 수 있겠소?"
"병사령들을 신선으로 봉안해서 선경세상에서 태평성대를 누릴 수 있도록 선업(業)을 펼치겠소. 그러면 병사령의 원혼들은 모두 해원하고 영원무궁년 동안 선경세상에서 태평성대를 누릴 것이오. 어떻소?이 백마선의 제안을 받아들이겠소?"
이때 내 곁에 앉아서 묵묵히 내 말에 경청만 하고 있던 병사령의 대장이 이렇게 입을 열었다.
"백마선은 우리 병사령의 원혼들을 위해 신선봉안식을 올려 주고 선경세상에서 태평성대를 누리며 살게 하겠다고 제안했소?"
“그렇소. 나는 앞으로 인간세상에서 선업을 펼쳐 사후세계의 영혼들에게 신선봉안식을 올려 주고 해원시켜서 신선의 영이 되어 선경세상의 태평성대를 누리게 할 계획을 품고 있소. 그래서 영계를 미리 찾아 선업의 계획을 발표하고 영들의 이해와 협조를 부탁드리는 바이오. 이백마선의 선업에 협조해 주시오.”
“백마선이 앞으로 펼쳐 나갈 선업(仙)은 누구의 부탁을 받고 계획한 일이오?"
"나는 지금 지구에서 태어난 인간의 몸으로 선경세상 샤르별을 방문하여 신선으로 살아가는 선업을 훈련받고 있소. 샤르별에서 훈련받은 선업을 지구에서 펼칠 계획을 마음에 품게 되었고, 장차 지구에서 마지막 동반자로 역할을 담당할 동지들도 샤르별에서 얻게 되었소. 내가 지구에서 펼치고자 하는 선업은 천주의 도움으로 시작할 것이며, 지구의 선경세상은 이미 하늘이 약속한 천지공사이기도 하오."
“그렇다면 우리 병사령들은 백마선의 선업에 적극 협조하며 원혼들이 살아가는 영계에 두루두루 백마선의 선업을 알게 해서 원혼들이 신선으로 봉안되고 선경세상의 태평성대를 누리는데 앞장서 역할을 하겠소."
"나도 당신들에게 반드시 약속을 지키겠소. 백마선의 선업을 영계의 원혼들에게 널리 알려 하늘과 땅이 원하는 선업을 펼칠 수 있도록 도와주시오.”
“백마선의 약속을 믿고 이제 우리 병사령들도 영혼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 신선봉안의 그날을 기다리겠소."
이런 말을 마치고 병사령들은 모두 눈 앞에서 사라지고 여기저기서병사령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신선봉안식의 소식은 널리널리 영계의 원혼들에게 퍼져 가고 있었다.
이외에도 나는 영계의 원혼들을 두루두루 만나보았다. 원혼들은 누구도 정상적인 영계생활을 못하고 구천을 떠돌거나 인간세상의 영혼들에게 빌붙어서 인간세상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원인을 제공하고 있었다.
인간세상이 나날이 혼란스럽고 온갖 불협화음이 그치지 않는 이유를 원혼들의 세상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원혼들을 해원시키지 않고 인간세상의 태평성대와 평화는 보장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영계를 찾아가 원혼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실감하게 되었던 것이다.
4차원 가상공간의 영계에서 빠져 나온 나는 다시 가상공간의 프로그램을 세팅하여 천주가 머무는 공간으로 이동했다. 이전에 천주와 만났던 가상공간 프로그램에 접속해서 천주가 다스리는 천궁을 방문할 수 있었다.
천주는 미리 천궁 뜰의 천루(天樓)에서 수행신명들을 대동하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실 천주는 나를 기다리기 위해 천루에 머물러 있지 않았고 천궁전 장로신명들과 연회를 펼치고 끝마무리 자리였기 때문에 겸사겸사 나를 천루로 부른 것이었다.
천루는 천궁의 많은 중신들과 장로신명들이 모여서 하늘공사를 의논하거나 연회를 베풀 수 있을 만큼 넓었고, 내가 천루에 올랐을 때는 아직도 연회의 흥이 끝나지 않은 터라 악대들과 춤추는 천녀(天)들은 그대로 대기하고 있었다.
내가 천루에 올라 천주에게 대례를 올리자 천주는 가까이 오라고 손짓했다. 천주가 정해 준 자리에 앉기 전 연회에 참석한 장로신명들과 호위신명들을 향해 허리를 굽혀 인사를 했다.
내가 자리를 잡고 앉자 천주가 술 따르는 천녀를 시켜 내 앞의 빈잔에 천명주(明酒)를 따르게 했다. 다른 장로신명들과 수행신명들의 빈 잔에도 일제히 천명주가 채워졌다. 천주의 빈 잔에는 내가 직접 술병을 들고 천명주(天明酒)를 채웠다.
모든 술잔이 채워지자 천주와 신명들과 나는 일제히 술잔을 높이 들고 건배를 제창했다. 그때 악대들의 흥겨운 풍악이 연주되고 천녀 무희들은 나비처럼 춤을 추기 시작했다.
천명주를 마신 천주의 얼굴과 장로신명, 호위신명들의 얼굴과 내 얼굴에는 취기가 올랐고, 천명주의 술기운이 저절로 어깨를 들썩이며 흥이 나게 만들었다. 나도 흥겨운 감정을 견디지 못해 어깨를 들썩거리며 악대들의 풍악소리와 무희들의 춤에 맞춰 몸을 움직였다.
이때 천주가 나에게 "백마선의 노래를 듣고 싶구나!" 하고 제안했다. 나는 스스럼 없이 일어나 무대로 나가서 신선타령을 부르며 춤을 추었다.
"아리아리랑 신선아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신선아리랑 아라리가 났네~ 천지주인 모시고 어디서 살까 무릉도원 선경세상 신천지에 살겠네/아리아리랑 신선아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신선아리랑 아라리가 났네~ 신선~ 선녀~ 꽃밭에 놀고~ 벌~ 나비는 꽃을 희롱하누나~ 아리아리랑 신선아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신선아리랑 아라리가 났네~"
나의 신선타령은 낭랑하게 천궁 뜰 멀리까지 퍼져 갔고, 천주는 음미하듯 나의 노랫소리와 춤추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기분 좋은 천루 연회가 끝나고 나는 천주와 독대했다.
천주가 기분 좋은 표정을 지으며 내게 먼저 입을 열었다.
“이번에 무슨 일로 나를 보자 했느냐?"
이렇게 물었지만 천주는 이미 내가 무슨 일로 천궁을 방문했는지 알고 있는 표정 같았다.
“가상공간의 영계를 방문하고 바로 천궁으로 이동했습니다."
내가 대답하자 천주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다시 내가 말을 이어갔다.
“제가 앞으로 지구에서 천주님을 도와 선업을 펼치는데 도움을 얻고자하여 가상공간의 영계를 체험하게 되었습니다.”
천주는 "영계를 방문하고 앞으로 백마선이 펼칠 선업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느냐?"라고 물었다.
나는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영계의 원혼들이 오히려 신선봉안식을 환영하고 기다리는 표정이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이어서 천주와 나는 독대를 하며 여러 가지 밀담을 나누었다.
"영계의 원혼들이 신선봉안식을 기다리고 있었단 말이지?"
"네. 천주님, 신선봉안식을 치러서 선경세상에 머물게 하면 원혼들이 해원되어 지상의 먹구름은 걷히게 될 것이라고 영혼들이 입을 모아 이구동성으로 합창했습니다."
"백마 신선이 만나 본 영계의 원혼들은 어떤 영들이었더냐?"
"복살령, 아사령, 전사령, 병사령 등등의 원혼과 밝은 세상과 어두운 세상에서 살고 있는 다양한 계층의 영혼들이었습니다."
“그 다양한 계층의 영혼들이 모두 신선봉안식을 기다리고 해원을 기다리며 선경세상의 태평성대를 기다렸단 말이지?"
"네, 천주님, 제가 영계의 영혼들을 만나고 나서 신선봉안식은 늦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인류역사 이래 많은 영혼들이 세상을 다녀가면서 기쁨보다는 한을 품고 영계를 찾아오며, 한 많은 영혼들은 평안한 안식에 들지 못한 채 구천을 떠돌고 인간세상을 배회하고 살아갈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아마도 영계를 찾아간 영혼들이 살아 생전에 신선서품을 받고 신선으로 살다가 신선의 영혼으로 영계에 도착했다면 그 영들은 모두 선경에 머물고 신선놀음을 즐기며 살아가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한 원혼들 중에서도 복살령들의 원한은 구천에 사무치도록 컸으며 복살령들이 품고 있는 원한의 먹구름이 인간세상을 뒤덮고 있어서 인간세상의 모든 혼란이 복살령들의 원한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사실도 밝힐 수 있었습니다."
천주는 내 말을 들으면서 대답은 하지 않고 눈을 감은 채 무언가를 깊이 생각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깊은 한숨이 천주의 입에서 터져나왔다.
"대관절 인간세상의 어미 뱃속에 잉태된 생명의 영혼들은 누가 보내서 온 것입니까? 어미 뱃속에 잉태된 생명의 영혼들은 필시 인간세상에서 펼치고 돌아갈 일이 있어 찾아온 것입니다. 그러나 그 생명을 스스로 잉태시킨 어미의 의지에 의해 그 가여운 생명체는 세상을 찾아온 뜻을 펼치기는커녕 세상의 빛을 보지도 못하고 어미에게 살해되어 한 많은 원혼이 되고 복살령의 모습으로 구천을 떠돌며 영계에서 평안한 휴식을 취하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억울한 죽음을 맞이한 복살령들이 원혼이 되어 인간세상을 떠돌며 인간에게 복수를 하고 있으니 인간세상은 혼돈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과연 복살령들의 억울한 한풀이를 누가 책임지며 누가 멈추게 할 수 있겠습니까? 천주님은 이 점에 대하여 어떤 생각을 가지십니까?"
내 말을 듣고 있는 천주의 표정은 여전히 깊은 생각에 잠긴 채 입을 열지 않았다.
나는 답답한 생각이 들어 "천주님, 뭔가 말씀을 해주십시오." 하고 대답을 재촉했다.
천주는 이렇게 입을 열었다.
"어미 뱃속에 잉태된 생명이 그 어미에 의해 생명을 빼앗긴 복살령들의 원한은 크고 원통할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몸 속에 잉태한 생명을 없애는 어미는 처음부터 그러하고 싶어 그러지 못할 것이며, 그러한 어미를 찾아온 생명은 그럴 줄 알면서 찾아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면 그 복살령들의 원한은 누가 책임을 져야 합니까? 하늘입니까? 땅입니까? 아니면 생명을 세상에 탄생시키는 점지신명입니까?"
"누구의 책임도 아닌 업보(報)의 결과이다."
"천주님, 복살령들의 원한관계가 업보의 결과라고 하셨습니까?"
"그렇다. 백마 신선, 우주삼천대천세상 모든 삼라만상의 이치는 인과응보(因果應報)에 의해 풀려 간다. 삼라만상에 나타난 모든 결과는 반드시 원인에 의해서 이뤄진다. 인간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번뇌와 갈등과 얽히고설킨 일들이 인과응보의 업보 때문이다. 그러니 인간세상의 불행에 대해 누구를 원망하고 누구를 탓할 것이냐?"
“천주님, 아무리 세상 일들이 인과응보의 이치로 풀려지고 인간세상의 행불행이 업보의 결과라 할지라도, 이제 어떤 방법으로든 물고 물리는 불행의 고리는 끊어야하지 않겠습니까?"
“백마 신선의 말이 옳도다! 그리하여 천상계의 지존들이 땅으로 내려가 하늘공사를 마쳤으며, 천주는 장차 인간세상에 큰 빛으로 임하여 인과응보의 이치로부터 자유로운 후천세상을 펼치려는 것이다. 선천세상에서는 인과응보의 이치가 인간세상과 영혼의 세상을 지배했지만 후천세상에서는 상생(相生)의 이치로 하늘과 땅의 이치가 풀려갈 것이다."
“앞으로 도래할 후천세상은 인과응보의 이치로부터 자유로운 세상을 펼치기 위해 천주께서 큰 빛으로 인간세상에 임하신다는 말씀이군요?"
"그렇다. 백마 신선, 그러므로 너는 앞으로 내 일을 도와서 샤르별 선경세상에서 보고 느낀 바 대로 지구에서 선업(業)을 펼쳐라. 인간 세상에 신선문화를 널리 전파하고 인간에게 신선서품을 내리며 죽은 영혼들을 신선으로 봉안하라. 그리하여 산 자는 죽어도 신선이 되고 죽은 영혼들도 신선이 되어 해원(解寃)을 이룰 것이니, 이로써 인류역사 이래 얽히고설킨 인과응보의 고리가 끊어지고 업보의 물고 물리는 싸움이 종식되리라. 백마 신선이 인간세상에서 선업을 펼칠 때 천상계의 호위신명들이 모두 땅으로 내려와 도우리니 세상 사람들이 무모하다고 비웃어도 낙심하지 말아라. 인간의 불가능한 꿈은 하늘이 도우리니 하늘이 도우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으리라“
이 말을 마치고 천주는 나를 데리고 천주가 다스리는 33천 세상들을 두루 이동하여 보여 주며 이렇게 저렇게 사는 모습들을 체험하게 했다.
33천 세상들 중에 어떤 세상에서는 풍요와 부귀영화가 끝이 없고 어떤 세상에서는 불행과 저주와 혼란이 끝이 없었다. 모두 천주가 다스리는 세상이지만 살아가는 모습들은 극과 극이요. 천태만상의 서로 다른 이치대로 살아가고 있었다.
잘사는 세상은 하늘이 복을 내려 잘살고, 못사는 세상은 하늘이 재앙을 내려 못사는 것이 아니었다.
천주의 설명에 의하면 모든 세상의 이치가 인과응보 때문이며 업보의 결과가 그 삶의 결과라고 하니 불행하고 못사는 삶이라고 하늘을 원망할 일만도 아니었다.
다행히 천주가 장차 큰 빛으로 임하는 세상에는 인과응보의 고리가 끊기고 상생의 신천지가 열린다고 하니 그 세상을 기대하고 기다려보지 않을 수 없었다.
4차원 문명세계의 메시지 9 - 우주에 펼쳐진 다차원의 세계들
첫댓글 업보라~~!!
복살령을 안 시킨 사람이
과연 몇명이나 돨까?
우리 9형제 중 나뿐인데...
천억명이라...
업보를 깨기 위해
스스로 원한을 만들지 않도록
마음 다스려야 함이구나!!
오눌 이 글을 보게 된
나는 행복하여라!!
열린 마음으로 행사를 치룰 수 있는 마음 자세로 임하게 되었으니
기쁘고 기쁘도다.
감사합니다
넵 감사합니다 ~~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
구천을 떠도는 원혼들이 해원을 통해 인과응보로 부터 자유로운 후천세상에서
살수있는 길이 열린다고 하니 이보다 좋은 소식은 없을듯 합니다.
네 맞습니다 우주를 주관하시는 분들께서 멸망하려는 우주를 구하시고 우주를 선경세상으로 바꾸시려는 계획은 지금도 진행되고 있고 결국 빛의 승리로 우주는 개벽됩니다
감사합니다 ~~^^
고맙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
"선천세상에서는 인과응보의 이치가 인간세상과 영혼의 세상을 지배했지만
후천세상에서는 상생(相生)의 이치로 하늘과 땅의 이치가 풀려갈 것이다."
이 내용도 예전에 키미님이 한 말과 아주 흡사합니다.
지금까지의 까르마의 시대가 끝나고 새로운 천년세상이 온다고...
가끔씩 보면 13대 기사님이 한 말씀과 일맥상통할 때가 종종 있어요.
그래서 샤르앙님의 말씀들에 신뢰가 갑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33천 세계가 있다는 것도 같구요..
오늘도 아주 흥미롭고 유익한 공부 잘 배웠어요...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