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40에 해발 3,100m의 고지인 타시라바트(Tash Rabat) 유르트마을에 도착
한 필자는 주인으로부터 5인실인 유르트에 배정을 받아 짐을 풀었다. 함께 여
행을 하고 있는 이선생과 같은 방에 들었고, 나머지 3명은 유럽의 독일인이다.
재빨리 짐을 풀고 저녁밥을 먹을 수 있는 예정시간을 알아보니 20:00 라고 한
다. 조금 전 유르트 마을에 도착했을 때 입구에서 초원승마트레킹을 주선하는
사람이 있었다.

▲ 키르기스의 타시라바트계곡(Tash Rabat Valley)의 초원(草原)과 산세(山勢)

▲ 타시라바트계곡(Tash Rabat Valley)에서 흘러내리는 맑은 물

▲ 타시라바트계곡(Tash Rabat Valley)의 해질무렵에 마을에 비치는 황혼

▲ 타시라바트계곡에는 크고 작은 유르트마을이 여러 곳에 있다.
아직도 완전히 해가 떨어지기까지는 1시간이상이 남아있다. 이런 아까운 시
간을 놓칠 필자가 아니다. 같이 여행하는 이선생에게 말을 타고 초원트레킹을
가자고 말하니, 피곤하기도 하고 말에서 떨어지면 어쩌느냐고 하면서 가기 싫
은 기색이다. 시간도 많지 않고 기회도 자주 있는 것이 아니라고 졸랐더니, 할
수 없이 같이 따라 나선다. 둘이서 말 두 필을 예약하고 초원을 나섰다.

▲ 타시라바트 유르트마을 밖에 승마용 말을 몰고와 계곡을 트레킹할 수 있다.

▲ 타시라바트 언덕위 풀이 잘 자라는 곳에 여러 마리의 말이 풀을 뜯고 있다.

▲ 필자가 투숙한 숙소는 타시라바트계곡에서 가장 아랫쪽에 있는 유르트촌이다.

▲ 타시라바트계곡(Tash Rabat Valley)의 개울은 넓은 시내를 이루고 있는 곳도 있다
이런 곳에서 외국인을 상대로 빌려주는 말은 순하고 잘 훈련되어 있어서, 천
천히 걸어서 트레킹하기가 아주 수월하고 기분이 좋다. 그리고 초원에서는 실
수로 말에서 떨어져도 다칠 염려가 없으며, 또 말 타는 원칙만 잘 지키면 말에
서 떨어지는 일이 없다. 평지 초원을 거쳐서 조금 언덕진 곳을 말을 타고 거닐
어보는, 그 감정을 어찌 말로써 표현할 수 있을까만, 석양에 물든 언덕을 약간
의 긴장 속에 지나면서 몇 컷의 사진도 찍었다.

▲ 말을 타고 언덕을 올라갔더니 산세는 험해지면서 눈과 구름이 보이고 긴장된다.

▲ 타시라바트계곡(Tash Rabat Valley) 유르트마을에는 말을 많이 기른다.

▲ 타시라바트(Tash Rabat) 유르트마을의 해가 지는 모습
한 40분 동안 말을 타고 초원을 누비고, 언덕에도 올라가보았던 트레킹을 끝
내고, 유르트로 돌아와서 몸을 씻고 옷을 갈아입었다. 그런데 물이 몹시 차갑
다. 역시 해발 3,100m의 고원지대라는 것을 느낄 수 있고, 바람도 세차다. 오
늘 저녁 식사와 내일 아침 조반의 식사비로 US $7을 따로 내라고 하여 지불
하였다.

▲ 타시라바트계곡(Tash Rabat Valley)의 또 다른 모습.

▲ 타시라바트(Tash Rabat) 유르트마을의 해가 지는 모습

▲ 타시라바트(Tash Rabat) 유르트마을의 해가 지는 모습.

▲ 일몰시간의 타시라바트계곡의 산등성이 언덕의 풀잎이 더욱 빛나 보인다
20:00 유르트에서 불을 켜고 국제적인 식구가 모여 여럿이 둘러앉아 저녁
식사를 하였다. 저녁메뉴에는 “쇼르파”라고 하는 채소와 감자를 넣은 키르
기스 양고기수프, 샐러드, “리뾰쉬까”라고 부르는 란 종류의 빵, 차, 건포도,
사탕, 등이었다. 필자는 비교적 먹성이 좋고 국제적인 식객이라 아무 것이라
도 잘 먹지만, 그래도 역시 입에 맞고 맞지 않는 음식의 종류는 있다. 그러나
원체 피곤하고 배가 고파, 그냥 배부르게 잘 먹었다.

▲ 타시라바트의 유르트에서 저녁식사하기 전 차려놓은 식탁(어두워 사진이 희미하다)

▲ 키르기스음식 중에는 양고기를 2대쯤 넣고 채소와 감자를 넣어서 만든 스프가 맛있다
우리나라의 갈비탕에 밥을 말기 전 갈비탕국물 맛하고 비슷하지만 우리것보다 못하다

▲ 중앙아시아의 위구르, 카자흐, 키르기스, 우즈벡, 타지크, 투르크멘 터키 등에서
먹는 빵을 통틀어서 "란" 이라 하는데, 키르기스에서는 "리뾰쉬까" 라고 부른다.

▲ 키르기스의 호텔에서는 조금 고급스럽게 보이면서 다양한 "리뾰쉬까"를 내놓는다.

▲ 키르기스의 중급 이상의 식당에 가서 식사를 하면 이련 형태의 "리뾰쉬까" 가 나온다.

▲ 키르기스의 채소 샐러드는 올리브유와 치즈를 곁들여서 맛이 있고 고소하다
저녁을 먹고 나서 초지로 흘러내리는 개울가로 가서 양치질을 하고 유르트에
돌아왔다. 여름인데도 해발이 높은 고원지대라서 저녁에는 기온이 많이 떨어
진다. 각 유르트마다 난로를 피워주는데, 땔감은 말과 소 및 양들의 배설물을
말린 것이다. 땔감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배설물은 반드시 풀만 먹는 가축의 똥
만 가능하지, 잡식성인 사람이나 개의 배설물은 땔감으로 쓸 수 없다. 그것은
풀만 먹는 가축의 배설물은 바싹 잘 말라, 화력도 세고 타면서 연기가 나지 않
으며 머리가 아픈 탄산가스도 배출되지 않는다.

▲ 이쪽 계곡의 개울은 좁으면서 개울의 크기에 비해 많은 물이 흐른다.

▲ 어떤 곳에는 이렇게 가축의 배설물이 집중적으로 많이 있다.

▲ 마굿간에는 소나 말의 배설이 바닥에 쌓여서 주인이 쳐내고, 양우리에는 벽에 쌓아둔다
저녁을 먹고 한독(韓独) 두 나라 사람으로 구성된 같은 유르트에 투숙한 5사
람은 영어와 독일어를 섞어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하
였다. 유르트 안에는 바닥에는 습기나 물기를 방지하기 위한 비닐이 깔려있다.
침대에는 양털을 바닥에 깔고, 양모로 짠 '쉬르닥' 이라고 하는 양탄자를 깐데
다 그 위에 또 목화솜으로 만든 요를 깔아두었다. 그 위에 면화이불을 덥고 잠
자리에 든다. 그런데도 밖에서 찬바람이 불 때마다, 그 찬바람이 고스란히 유
르트 안으로 할퀴듯 들어와서 코끝이 찡할 정도로 매섭다. 유르트안에서도 저
녁부터 한기가 느껴졌다. 여름여행이지만, 배낭 바닥밑에 매달아온 침낭을 펴
고, 긴 바지와 점퍼 등 배낭 안에 들어있던 바람막이 옷을 모두 입고 침낭 안에
들어갔다. 난로는 가축의 배설물이 타면서 벌겋게 달아올라서 열을 발산하여,
유르트 안을 따뜻하게 데워주고 있었다. 21:30 경에 피곤하였던 하루를 마감
하고 스르르 잠이 들었다.

▲ 같이 여행을 하게된 이선생 - 함께 투숙한 유르트 앞에서 한컷

▲ 같은 유르트에서 함께 투숙하게 된 독일인 3사람과 두류봉

▲ 한 유르트에서 옆자리에서 잠을 잔 독일인 군나(Gunnar)씨와 두류봉

▲ 필자가 투숙한 유르트 안에는 가운데 난로를 피우고 5개의 침대가 놓여있다
새벽 03:00 경 유르트의 침대에서 잠이 깼다. 새벽이 되어 유르트 안의 난롯
불이 꺼지고, 새벽기온이 급격히 내려가니 너무 추워서 잠을 더 잘 수가 없다.
유르트의 천막벽이 세찬 바람에 펄럭거리면서 차가운 기운이 천막 안으로 들
어와서, 아무리 침낭 안에 들어가 있으면서 잠을 자도 차가운 기분이다. 가랑
이가 긴 바지에 소매가 있는 웃옷을 입고 그 위에 점퍼를 입었어도 여름옷만
입고 자니까 새벽에는 추위가 강하게 엄습해 온다.

▲ 유르트 마을의 뒷산에는 산봉우리에 흰눈이 쌓여있어 여름에도 밤이면 춥다.

▲ 필자가 투숙한 유르트를 가까이서 촬영한 사진이다.

▲ 꼬마 여자아이가 고사리손으로 바케츠에 물을 담아와서 식기를 씻고 있다.
땔감인 가축의 배설물이 유르트 안에 조금 남아있다. 가지고 간 라이터로 배
낭 안에 있던 신문지를 태워 불쏘시개로 쓰면서 불을 붙이려고 노력해도 종이
만 타버리고, 불이 땔감에 옮겨붙지 않는다. 큰일이다. 이제 신문지는 한 장밖
에 남지않았다. 할 수 없이 천막 안에 걸어두어 말려두었던 런닝구 윗도리 내의
한 장과 신문지 한 장을 같이 불쏘시개로 썼더니 불이 땔감에 옮겨붙었다. 같은
유르트에 있는 이선생과 독일인 여행객들도 추워서 잠을 더 못자고, 깨어있다가
모두들 기뻐하면서 난로가로 모여들었다. 조금 후에는 유르트안이 훈훈해졌다.
몸도 어느 정도 더워졌다.

▲ 타시라바트 계곡에는 곳곳에 크고작은 유르트 마을이 있다.

▲ 마을 앞에 물통에서 양 한마리가 물을 마시고 있다.

▲ 마을을 멀리서 바라보면서 넓은 초지에 가슴이 툭 터인다.
새벽녘 04:00 가까이 되자, 일상생활 중 가장 중요한 일과의 하나인 배변을
보고 싶다. 플래시를 들고 화장지를 챙겨 화장실로 갔다. 그런데 화장실이 너
무 너무 지저분하다. 도저히 여기서는 일을 못 보겠다. 할 수 없이 그곳에서 나
와 모래밭을 찾았다. 본래 천막생활에서의 배변은 풀밭이 아닌 흙이나 모래를
파내고 일을 보고는 깨끗이 흙으로 덮는다. 사람의 인분은 풀밭을 오염시키고
잘 마르지도 않고, 땔감으로도 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너무나 날씨가 추
워서 궁둥이가 차갑고, 또 시리다. 하늘에는 밝은 달이 휘영청 떠있다.

▲ 같은 유르트에 투숙한 독일인 팀원들의 유르트에 가보았다.

▲ 다른 유르트에는 침대를 이런 식으로 배치한 곳도 있다.

▲ 한 목동이 말을 한떼 몰아서 계곡의 초지로 아침에 쫓아서 데리고 간다.
중요한 일과를 마치고 세면도구와 타월을 챙겨 개울가로 갔다. 컵으로 물
을 가득 떠서 양치질을 하고 입을 헹궜다. 정말 차갑다. 손으로 개울물을 떠
서 세수를 한다. 정신이 차려지고 온몸이 오싹하도록 추워진다. 타월로 손과
얼굴을 닦았다. 완전히 잠이 달아나고 아침을 맞을 준비를 했다. 유르트로 돌
아가서 소매긴 옷과 바지를 입고 등산화를 신고서 신발을 졸라 매었다. 에이
초원에서 아침운동이나 좀 하자.

▲ 유르트에서 자고나와 개울에서 양치질과 세수를 하였다.(세면도구백+컵+타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