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얼마 전까지 일흔살 나이를 가리키는 말로 고희(古稀)라는 말을 많이 쓰고, 여기서
파생하여 만들어진 희년(稀年)、희수(稀壽)라는 말도 흔히들 사용하였다. 그러면
이 고희(古稀)라는 말의 원뜻은 무엇으로 어떻게 사용되었으며, 근래에 와서 잘 사
용하지 않는 이유를 살펴본다.
고희(古稀)란 70세를 뜻하는 말로 당(唐)나라의 시성(詩聖) 두보(杜甫 : 712~770)의
시(詩) 《곡강(曲江)》이란 두 편의 시(詩) 중에서 둘째 시에 쓰여져 있는 말이다. 여
기에 나오는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의 준말이다. 그래서 이 <고희(古稀)>
란 말은 상대의 나이 일흔을 축하하는 말로 흔히들 쓰는데, 근래에는 이 <고희(古稀)>
란 말을 별로 좋지 않게 생각하는 경향이 높다.
곡강(曲江)은 중국 장안(長安) 근처에 있는 구불구불한 연못으로 당(唐)나라의 현종
(玄宗)이 양귀비(楊貴妃)와 놀던 곳이다. 이곳에서 두보(杜甫)는 벼슬을 하면서 듣고
본 관료들의 부패에 실망하고, 술만 마시며 살 때에 쓴 시가 칠언율시(七言律詩)《곡
강이수(曲江二首)》이며, 그 둘째시(其二)의 제4구절에 人生七十古來稀란 말이 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은데 이를 번역하고 한자어에 관하여 해설을 붙여 보았다.
《曲江》曲江二首 其二 / 杜甫
朝回日日典春衣 (조회일일전춘의)
每日江頭盡醉歸 (매일강두진취귀)
酒債尋常行處有 (주채심상행처유)
人生七十古來稀 (인생칠십고래희)
穿花蛺蝶深深見 (천화협접심심견)
點水蜻蜓款款飛 (점수청정관관비)
傳語風光共流轉 (전어풍광공류전)
暫時相賞莫相違 (잠시상상막상위)
조정에서 나오면서 날마다 봄옷을 저당 잡혀
매일 강가에서 술에 만취해 집에 돌아온다네.
얼마 안 되는 외상 술값은 가는 곳마다 있기 마련
인생살이 칠십 살기는 예로부터 드문 일인지라.
꽃 속 깊숙한 곳을 나다니는 나비가 보이고,
강물 위를 스치는 잠자리는 유유히 날고 있네.
전해오는 말과 아름다운 풍광 모든 것이 흘러가는 거라
잠깐 봄 경치를 함께 즐기면서, 서로 헤어지지 말자꾸나.
<번역자 : 두류봉>
◀한자어와 구절풀이▶
♠ 朝 <아침-조>月+ 8 = 12 ①아침. 시작./ 朝令暮改(조령모개)./ 正月一日爲歲之朝
(정월일일위세지조) : 정월초하루는 새해의 시작이다. ②뵙다. 찾아보다. 모이다.
/ 江漢朝宗于海(강한조종우해) ; 제후가 봄에 천자를 뵙는것을 조(朝)라 하고, 여
름에 뵙는것을 종(宗)이라 하였는데, 조종(朝宗)은 제후가 천자를 뵙는것을 통틀
어서 말한다. 그래서 이 말은 장강(長江)과 한수(漢水)가 바다에서 만난다는 뜻이
다. ③조정. 관청.
♠ 典<법-전>八 + 6 = 8 ①법. 법도. 예의.②책. 서적. ③가르침. 도(道). 예의. ④맡
다. 주관하다. ⑤전당잡다. 저당 잡히다.
♣ 중국고전연구집 -【杜甫詞語解釋】에는 典(전)=典當(전당)이라고 해석해 두었다.
즉 “전당잡다、저당 잡히다”의 뜻이다.
◐ 江頭盡醉歸(강두진취귀) : 江頭(강두)는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강머리’라고 해
석해야 하지만, 그냥 ‘강가’ 또는 ‘강녘’으로 해석하면 좋겠다. 물론 여기서는 곡
강(曲江)을 일컫는다. 두보(杜甫)는《곡강배정팔장남사음(曲江陪鄭八丈南史
飮)》이라는 다른 칠언율시(七言律詩)에서도 “작탁강두황류화(雀啄江頭黃柳
花)”<강가엔 참새가 누런 버들 꽃을 쪼고 있고…> 라는 표현으로 ‘강두(江頭)’
라는 시구(詩句)를 즐겨 썼다.
♠ 盡<다될-진> 皿 + 9 =14 : 다되다. 다하다./ 盡力(진력) : 있는 힘을 다함./ 盡忠
報國(진충보국) : 충성을 다하여 국가에 보답하다.
○ 盡醉(진취) : 술에 매우 취함.
♠ 歸 <돌아올-귀> 止 + 14 = 18 : 돌아오다. 돌아가다. 귀가하다.
◐ 酒債尋常行處有(주채심상행처유) : 酒는 酉+3=10으로 구성되어 酉변이다. 본래
‘술은 가을철에 익은 기장에 물을 타서 빚는다’는 의미로 물(水)과 술두루미(酉)
를 합하여 술이라는 글자를 만들었는데, 삼수(水)변이 아니고 닭유(酉)변에서
찾아야 한다. 《禮記》에 보면「故酒食者,所以合歡也(고주식자, 소이합환
야)」라고 하여, “술과 음식은 함께 모여 즐기는 것이라”고 하여, 즐거운 모임
에는 술의 필요성을 말하였다.
○ 酒債(주채)는 술빚을 말하는데, <술-주(酒)>에 <달아날-포(逋)>를 써서 酒逋(주
포)라고도 한다.
♠ 尋<찾을-심> 寸 + 9 = 12 : 찾다. 생각하다. 보통.
○ 尋常(심상) : 대수롭지 않음. 예사로움. 보통. 평범함.
◐ 人生七十古來稀(인생칠십고래희) : 사람이 일흔을 살기는 예로부터 드문 일이
다. 그런데 이 말이 현대에서는 맞지 않고, 人生七十有多病(나이 일흔이 되니
온갖 병이 다 오더라)라고 고쳐야 할 듯(?)<필자생각>
♠ 稀<드물-희> 禾+7=12 : 본래 벼는 더운 남방원산이라서 중국의 양자강이북에서
는 잘 자라지 않아, 묘판의 벼를 한떼기를 옮겨 심어도 한두 포기밖에 살지 못
하여 禾변에 希를 쓴 글자가 <드물-희>가 되었다고 한다.
: 드물다. (벼가)성기다. 적다. / 稀代(희대) ; 세상에 드묾. / 稀少(희소) : 드물
고 적음. / 稀罕(희한): 매우 드물어 좀처럼 볼 수 없음. 진귀함.
◐ 穿花蛺蝶深深見 (천화협접심심견) : ‘꽃 속 깊숙한 곳을 나다니는 나비가 보이
고’
♠ 穿<뚫을-천> 穴 + 4 = 9 ①(구멍을) 뚫다. 통(과)하다. (옷을)입다. ②구멍./ 穿
孔(천공) : 구멍. 구멍을 뚫음. / 穿耳(천이): 귀고리를 하기 위해 귀 바퀴에 구
멍을 뚫음.
○ 穿花(천화) : 꽃 사이를 지나다님.
♠ 蛺<나비-협>虫+7=13、蝶<나비-접>虫+9=15 / “나비”를 뜻하는 말이 한자로<나
비-접(蝶)>인데, 한 글자만 사용하기도 하지만 대개 蛺蝶(협접)이나 蝴蝶(호접)
과 같이 두 글자로 어울려 쓴다. 그러나 <나비-협(蛺)><나비-호(蝴)>라는 한자
는 한 음절로는 사용하지 않고 반드시 蛺蝶(협접)이나 蝴蝶(호접)의 구성글자로
만 사용한다.
♣ 중국의 시어(詩語)해설집에는 “蛺蝶(협접) = 蝴蝶(호접)”이라고 기술되어 있다.
♠ 深<깊을-심>水+8 =11 : 깊다. (색깔이) 짙다. 진하다. (정이) 두텁다. 돈독하다.
(관계가) 밀접하다. 깊다./ 深은 형용사로, 深刻(심각), 深奥(심오), 深度(심도)
와 같은 단어를 형성한다. 그러나 深深과 같이 같은 형용사를 중복하여 겹쳐 쓰
면 “(그 정도가) 매우 깊다”란 말로 그 뜻이 강해진다.
◐ 點水蜻蜓款款飛 (점수청정관관비) :
강물 위를 스치는 잠자리는 유유히 날고 있네.
♠ 點<점-점>黑(12)+5=17 : 약간. 조금. 가볍게 스치다. 일일이 조사하다. 하나하나
대조하다. 지적하다. 가르치다. 일러 주다. 깨우쳐 주다. 귀띔하다.
○ 點水 : 물위를 가볍게 스치다.
♠ 蜻<귀뚜라미-청>虫+8=14 : ① ‘귀뚜라미’를 뜻하는 말로는 보통 蟋蟀(실솔)이나
蛐蛐(곡곡) 또는 蜻蛚(청렬)을 쓰고, ‘귀뚜라미가 울다、귀뚜라미울음소리’라는
말로는 蜻蛚鳴(청렬명)이라고 쓴다. ② 씽씽매미 蜻蜻. 蜓蚞. ③ 잠자리. 蜓<잠
자리-정 or 수궁-전>(虫+7=13)을 합하여 蜻蜓(청정)이라 쓴다.
♠ 款<정성-관>欠+8=12 : ① 양식. 스타일. 패턴. 디자인. ② (법령·규정·조약 등)
조항. 조목. ③ 금액. 비용. 경비. 돈.
○ 款款(관관) : ① 성실하다. 충실하다. ② 여유 있는 모양. 느긋한 모양. / 款款徐
行(관관서행) : 느긋하게 걷다. / 款款情懷(관관정회) : 호의 / 款款走來(관관주
래) : 느릿느릿 걸어오다./ 款款而飛(관관이비) : 천천히 날다.
♣ 중국고전연구집 -【杜甫詞語解釋】에는 款款=徐緩的樣子。라고 기술되어 있으니,
“느리게 움직이는 모습(徐缓的樣子)”이란 뜻이다.
◐ 傳語風光共流轉(전어풍광공류전) :
전해오는 말과 아름다운 풍광 모든 것이 흘러가는 거라
♠ 流<흐를-류>水+7=10 : 흐르다. 옮겨가다. 변하다.
○ 流轉(유전) ; ① 널리 전하여 퍼뜨리다. 이곳저곳으로 떠돌아다니다. ② 詩文이
나 노래가 거침없고 생동감이 있다. 자연스럽고 부드럽다. ③ 끊임없이 변하여
바뀌다. ④ 사람의 生死 따위가 계속 이어져 그치지 않다. ⑤ 빙빙 돌다. (상품
이나 자금이) 돌다. 유통되다. 운용되다. 회전되다.
♣ 중국고전연구집 -【杜甫詞語解釋】에는 流轉 = 輪流。라고 기술되어 있는데,
“차례로〔교대로·돌아가면서·번갈아가면서〕~하다(轮流)” 라는 뜻이다.
◐ 暫時相賞莫相違(잠시상상막상위) : 잠깐 (봄 경치를) 함께 즐기면서, 서로 헤어
지지 말자꾸나. 중국의 杜甫詩의 [詩文解釋]에는 須得片刻欣賞,莫誤時機。라
고 되어 있다. 须得片刻欣赏,莫误时机。이란 말은, “시기를 놓치지 말고, 서로
가 잠깐 머무르는 봄 경치를 즐기면서 기쁨을 나누자”는 뜻이다. 즉 모두 어울
려 잠시 머무르다 지나가는 우리 인생 상춘(賞春)의 즐거움을 누리자.
♠ 暫<잠시-잠>日+11=15 : 잠시. 잠깐. / [書經]暫遇姦宄(잠우간귀) : 짧은 혼란기
에 간악한 짓을 하다.
○ 暫時(잠시) ; 잠깐.
♠ 賞<상줄-상>貝+8=15 : ① 상을 주다. ② 기리다. 찬양하다. ③ 즐기다. 완상(玩
賞)하다./ [陶潛詩]奇文共欣賞(기문공흔상) : 기이한 문장을 함께 즐겨 감상하
다./ 賞春(상춘) : 봄의 경치를 구경하며 즐기다. ④ 주다. 증여하다. ⑤ 높이다.
숭상하다. ⑥권(장)하다. ⑦ 감식(鑑識)하다. 감상(鑑賞)하다.
○ 相賞(상상) ; 서로 즐기다. 함께 즐기다.
♠ 莫<없을-막>艸+7=11 : ① …않다. …못하다. ② …하지 마라. …해서는 안 된다.
③ 혹시〔설마〕 …란 말인가? 혹시〔설마〕 …인가? 설마 …는 아니겠지?
♠ 違<어길-위>辵+9=13 : 어기다. 거스르다. 다르다. 떠나다. 헤어지다. 이별하다.
떨어지다.
○ 相違 : ①서로 틀리거나 어긋나다 ②서로 떨어져 있다 ③서로 거스르다
------------------------------------------------------------------
◆ 건원원년(乾元元年) 758년 작자인 두보(杜甫 : 712-770)가 47세되던 해에 지
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756년 당(唐) 숙종(肅宗)이 즉위하여 처음 2년간은 연
호를 지덕(至德)이라 하였으나, 758년 건원(乾元)으로 바꾸었다. 인생칠십고
래희(人生七十古來稀)를 노래하던 두보(杜甫 : 712-770) 자신은 환갑도 못 살
고 58살에 죽었고, 두보(杜甫)와 가까이 지내면서 두보(杜甫)와 함께 “당나라
양대시성(唐代兩大詩聖)”으로 일컫던 11살 위인 이태백(李太白 : 701~762)은
61세에 이 세상을 떠났다. 마찬가지로 두보(杜甫)의 인생말기에 태어난 당(唐)
나라의 시인(詩人)이면서 대문장가(大文章家)인 한유(韓愈 : 768~824)는 56살
을 살다갔다.
지금처럼 의술이 발전하기 이전인 8세기경의 당나라시대(唐代)에는 두보(杜甫)나
이태백(李太白)이나 한유(韓愈)같은 사람들은 그래도 장수한 사람에 속했다. 우리
나라 조선시대 27대 왕들은 어의(御醫)를 거느리고 좋은 보약이나 음식을 다 먹을
수 있으면서도 예순을 넘긴 임금은 겨우 다섯 임금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의술
이 발달한 현대에는 고희(古稀)란 그 원뜻이 무색하게도 보통 80세 이상의 어른들
이 건강한 모습으로 활동하고 있어, 각 마을의 노인정에 가면 일흔은 넘어야 명부
에 끼일 수 있을 정도이면서 가장 막내노릇을 한다.
그래서 질병이나 사고로 죽은 사람들을 빼고 나면 한국인들은 대부분 일흔 이상을
살게 되는데, 고희(古稀)가 70을 뜻한다는 두보(杜甫)의 생각은 현대에 와서는 타
당한 말이 아니다. 만약 요즈음의 현실을 감안하여 꼭 고희라는 말을 쓰고 싶다면,
고희(古稀)를 90세로 바꿔서 ‘인생구십현재희(人生九十現在稀)’라 하여야 맞는 말
일 것이다. 한문학회에서도 이런 문제를 감안하여 70살을 뜻하면서 써오던 용어이
던 고희(古稀)라는 말을 권장하지 않는다.
〈안록산(安祿山)의 난〉(=安史之亂=天寶之亂)으로 피난길에서 양귀비(楊貴妃)와
양국충(楊國忠)은 죽고, 현종(玄宗)은 숙종(肅宗)에게 양위하였다. 인생칠십고래희
(人生七十古來稀)라는 구절이 있는 이《곡강이수(曲江二首)》의 시(詩)는 두보(杜
甫)가 숙종(肅宗) 시절에 좌습유(左拾遺)라는 벼슬을 하면서 지은 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