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운명(運命)-03*
"아! 나는 2층에 가서 잠자리를 준비하겠습니다."
나는 얼른 자리를 피해 주었다. 이층은 전기담요가 깔려있는 더블 침대 하나와 탁자 그리고 책이 몇권 들어있는 책꼿이와 권총과 망원 조준경이 붙어있는 장총과 대검과 긴칼 그리고 총알을 담은 설함이 있다. 침대 오른쪽 벽에는 거실과 같이 가로 2미터 세로 1미터 넓이의 이중 유리창이 있고 누워서도 제임스만 바다가 보인다. 내가 디자인하고 일꾼들과 같이 지었다. 나는 눈덮힌 바다를 바라보며 추위를 걱정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어맛. 아저씨!"
나는 놀라 달려 내려갔다. 다시 놀랐다. 김혜정이 벗은 채 거실에 나와 한쪽을 보며 놀라고 있었다.
"왜 그래요? 왜?"
내가 놀라 소리치자 그녀가 한 손을 욕조 옆 구석을 가리켰다.
"하하하~ 스커어럴(squirrel=청설모)입니다. 추울때 가끔 이곳에 들어와 같이 살고 있습니다. 놀랐군요. 이제 괜찮아요"
"어맛. 아저씨! 제가 벗고 있잖아요. 어떡해."
우리 둘 모두 난감하였다. 나는 눈길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라 당황하였다.
"아저씨. 얼른 제 빽 던지세요."
나는 얼른 그녀의 빽쌕을 가져다 주었다.
"아저씨. 제가 던지라고했잖아요. 가까이 오면 어떻해요."
참 애먹이고 있었다.
"예. 눈 감았습니다. 얼른 챙겨 입으시고…"
"그런데, 아저씨. 키가 왜 그렇게 커요? 얼마인데요?"
왠 갑자기 키 이야기람. 나는 눈을 뜨고 그녀를 봤다. 그때 그녀가 까치발을 하고 손바닥을 머리위로 올려 키를 가늠하였다.
"전에는 188 센티입니다. 됐어요? 또 물어 볼 것 있습니까?"
나는 말을 마치고 뒤로 가서 온풍기를 켜서 뒤쪽 벽 옆에 두고 다시 컴퓨터로 돌아와서 의자에 앉아 앞에 만들어 둔 유리창을 통해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얼른 옷 입으십시오."
"천천히 입을래요. 아저씨가다 봤잖아요. 자요! 또 보세요."
김혜정은 도발적인 몸짓으로 내 앞으로 와서 한바뀌 빙 돌았다. 내 눈길도 따라 돌았다.
"ㅎㅎㅎ 아저씨. 제 몸매 어때요?"
"아주 아름다워요. 이제됐습니다. 어서 옷입고 이리와서 앉아 보십시요."
"아저씨. 정말 그렇지요. 잘 빠졌지요? 제가 생각해도 그래요. 그런데 아저씨가 그렇게 말해주니 너무 좋아요.
그런데, 아저씨. 제가 이렇게 말해도 아저씨는 저에게 존대말을 하지 마세요. 듣는 제가 불편하거든요. 그냥
혜정아. 하고 부르세요. 아셨지요? 그렇잖으면저. 옷 안입고 있을래요."
"춥지 않아요?"
"저봐요. 또 그러잖아요. 저는 안 추워요. 감기들거예요."
나는 일어나 담요를 가져와 그녀를 덮어주었다. 그녀의 키는 아마도 170센티에서 좀 넘을 것 같았다.
이제서야 제대로 보니 아주 아름다운 몸매와 이목구비를 제대로 갖춘 미녀였다. 나이는 20대 후반쯤 될것 같았다.
"아이고. 어쩌자고 이렇게 하는거야. 자. 이제 됐지?혜정아. 어서 옷 입고 이리와서 앉아. 그 사이 내가 커피 끓일테니."
"아하하~ 됐어요. 얼마나 좋아요. 저도 이제 제임스라고 부를래요. 제임스. 어서 따뜻한 커피주세요."
나는 끓고있는 커피포터의 물을 커피잔에 따르고 두 잔의 커피를 만들었다.
"혜정… 오케이. 혜정아. 아까 어느 분이 닥터라고 부르던데?"
"예. 좋아요. 그렇게 말하니 듣기 참 좋아요."
그녀는 커피잔을 들고 창가로 가서 어두운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실은 거울같은 그 어둠속에 자신을 모습을 비춰보고 있었으며 히끗 히끗 흰머리 카락이 많은 제임스의 옆 모습을 보고 있었다. 김혜정은 제임스의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웠다. 아마도 50대 후반 정도일것이다 라고 짐작하였다. 얼굴은 눈 코 귀 등 호감가는 잘 생긴 타입이며 아래 위 이빨들도 가지런해서 보기 좋았다. 일자로 바로 걷는 모습이나 허리를 숙였다. 펴는동작에서도 무리 없었다. 굵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아주 마음에 들었다.혜정은 제임스가 일어나 2층으로 올라가자 무기류 들이 올려져 있는 캐비닛위에 아무렇게 나 놓여진 작은 골드 카드를 발견하였다. 크레딧 카드 크기였는데 금으로 되어 있었다. 혜정은 제임스의 기척이 나자 탁자 옆 두개 중 하나의 나무 의자에 앉아 커피잔을 들고 한 모금 마시며 자리 정리를 마치고 내려 와 그녀의 이야기를 듣기 위하여 컴퓨터 테이블 앞, 그녀의 옆에 앉자, 함초롬하고 신선한 모습으로 수줍어 하며 다시 커피로 입을 축인 후 조그만 입을 열었다. 그녀의 손에는 골드카드가들려 있었다.
"저는 18살에 캐나다로 와서 UofT의 의과대학을 마쳤고 내과 전공의가 되어 라버레도의 주립병원에 근무하고 있어요. 10년만에 내과 전문의사가 되었고 비뇨기과 부분도 관여를 하는 보조 교수가 되어 그 병원에 근무한지 2년되었어요."
"그러면 지금 30살이고."
"ㅎㅎㅎ 제임스 아저씨~ 맞아요. 그런데, 실은 32이고 그리고 싱글이고요, 혼자 병원 가까운 곳의 2베드룸 콘도에 살고 있어요."
"그런데 서울에 계신 어머니가 걱정된다?"
"저가 그런데요 ㅎㅎㅎ. 제임스아저씨. 아저씨 정체가 뭐예요? 가족은 어디에 있고? 저기 총도 있고 이런 골드
카드도 가지고 있고… 제임스 아저씨. 아쿠. 나 좀봐. 제임스. 미안해요 왔다 갔다 해서. 그런데 이 카드는 뭐예요? 제임스 정체를 먼저 좀 말해주면 안될까요?"
김혜정은 크고 검은 맑은 눈동자의 눈을 크게 뜨며 나를 바라 보았다. '어서말해줘요' 하듯. 화장하지 않은 얼굴은 너무 아름다웠다. 참 이쁜 모습이구나 생각하였다.
"제임스! 뭘 생각해요. 깊이 생각 말고 대답해 줘요~"
그녀가 보챘다. 아마도 진실한 이야기를 원하고 있었다. 도리가 없었다.
"오케이. 저 총들은 사냥용이야. 이곳에 살려면 저 정도의 총들은 준비되고 잘 사용할 수 있어야 돼. 나는결혼이라는 것을 해 본 적이 없어. 혼자 살아왔어. 그리고이것은 10k gold card이고, 전에 내가 각국의 뱅크노트를 수집하며 세계 뱅크노트 협회에 평생회원으로 가입하여 받은 평생회원을 증명하는 골드카드이지. 내가 167번째이니 아주 빠른 편이었어."
"제임스. 잠깐만요. 그럼 제임스도 화폐수집을 하셨단 말이예요?"
"제임스도? 그러면 혜정이가 아는 누가 또 화폐수집을 한단 말이야?"
"예. 저의 어머니가 지독한 화폐 수집광이예요. 으흐흑~~~."
그녀의 갑작스런 울음에 듣는 내가 당혹스러웠다.
"김혜정. 왜 그래? 무슨 일이기에."
"으아아앙~~~ 제임스 아저씨가 아셔도 도와줄 수 없어요. 으흐흑. 어머니가 어떻게 되셨는가 봐요. 혼자 계신 어머니도 화폐수집에 미친 듯 열광하셔서 늘 걱정하였는데 이런 메일만 보내고는 3일째 연락이 없어요. 아저씨. 어떡해요 으흐흑~ 그래서 제가 급히 한국에 가는 거예요. 으흐흐흑~~~."
그제서야 잠시 잊었던 한국의 어머니가 생각나고 현재의 처지가 생각나서 울고 있었다. 나는일어나 그녀의 곁에 가서 안아주었다. 혜정은 일어나 내 가슴에 안겨 흐느끼고 있었다. 이 일을 어쩐다…
"혜정아. 다시 메일을 열어봐. 혹 연락이 와 있을지 모르니. 어서."
나는 그녀가 내 컴퓨터로 컴퓨팅을 하는 동안 밖으로 나가 담배를 피웠다. 날씨는 바람이 불지 않아 그렇게 추위를 느끼지는 못하였다.
"제임스 아저씨. 저 좀 도와주세요. 저는 한국에 아는 사람이 없어요. 아버지도 누군지 몰라요. 제가 어릴 때 돌아가셨어요. 그런데, 어머니가 불러요. 어머니는 요 며칠 사이 여러번 메일을 보냈어요. 그리고 마지막 전화로 '혹 연락이 끊기면, 경북 길곡의 장선희를 만나라' 하였어요. 지금도 아무런 연락이 없어요. 아저씨. 어떡해요. 저 좀 도와주세요. 제가 죽을 때까지 아니 죽어서도 아저씨 제임스만 사랑할께요. 목숨을 걸고 맹세해요. 아저씨. 도와주세요."
"혜정아. 사정은 이해하겠는데, 내가 어떻게 도울 수 있겠어. 나는 늙은 사람인데… 나도 한국은 잘 모르고… 다른 문제도 많아. 또한 이런 문제는 확인되면, 한국 경찰에 신고하는 게 좋아."
나는 혜정을 안고 집안으로 들어왔다. 우리는 의자에 앉아 말없이 다시 커피를 마셨다.
"아저씨. 집안에서 담배를 피셔도 되요. 저를 혼자 두지 말고 여기서 담배를 피워요. 무서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