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년간 포화기에 들어선 PC업계에서 변화를 살펴보고 있으면
"게이밍(GAMING)"이라는 키워드가 강하게 떠오릅니다. 남은 2015년은 물론 앞으로의 기술 변화와 흐름을 보기 위한 컴퓨텍스 2015에서도
게이밍의 강세는 여전했습니다. 행사장 여기저기를 둘러본 뒤, 곰곰히 생각을 되짚어도 별다른 키워드나 이슈보다 게이밍이 머리 속을 너무 강하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게이밍이 어때서?
사실 게이밍이란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닙니다. 일반적인 환경에서 그만큼
하드웨어의 성능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 그리 많지 않으니 말이죠. 최신 사양 혹은 고스펙의 다른 표현으로 생각해도 될 정도로 위상이 자리 잡혀가고
있습니다. 또한 유저가 아닌 업계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언제나 한걸음 나아가야 할 스펙 경쟁, 신제품의 컨셉과 게임의 궁합은 좋으니 선호가 아니라
필수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저도 소모품으로 활용하는 키보드와 마우스는 게이밍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제품들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적당한 가격선에 원하는 스펙을 손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죠. 사실 최근에는 게이밍이라는 이름이 붙지 않은 제품이 잘 없기도 합니다.
하지만 종종 생각을 해보면 게임이나 PC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비춰지고 느껴질까? 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그리고 컴퓨텍스 2015의 부스들을 찬찬히 다시한번 떠올려봅니다. 부스와 디스플레이는
화려하게 꾸며지고 게이밍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있습니다. 거의 모든 신제품들은 게이밍이라는 단어가 붙어있고 대동소이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PC 시장을 이끌 새로운 동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한껏 고인 댐의 물을 쏟아내듯 게이밍의 틈으로 쏟아내는 듯
느껴졌습니다.
편중된
방향성의 아쉬움
극강의 스펙과 기능을 눈에 가장 잘 보여주고 체감이 쉬운 것이 게임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어느순간부터 편중된 방향성으로 게이밍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의 거리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포화기와 정체기라는 현실적인 상황도 있지만 업계가 스스로 울타리를 만들고 구분지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제가 개인적으로 게이밍이라는 이름으로 편중되는 것을 아쉬워하는 이유는 "화려함"입니다.
동일 스펙의 제품을 수수하고 심플한 디자인으로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번쩍이는 LED 라이트와 게임에서나 유용할 보조 키들이 넘쳐나기 때문이죠.
쉽게 꽂아서 그냥 편리하게 키보드나 마우스의 기본적인 역할에 충실한 제품, 그립과 키감을 심플하게 느끼고 싶은데 화려함이 조금은 과하게 입혀져
있기도 합니다.
메인보드나 그래픽 카드의 경우도 화려한 게임의 화면과 반응성 등을 앞세워 무엇인가 복잡한
기능과 설정을 거치더라도 새로운 부품들을 찾아야할 듯 강요하는 느낌들이었습니다. 게임 이외의 니즈에 대해서는 거의 모든 부스에서 이야기를 꺼내는
곳이 없을 정도로 말이죠.
현재 PC업계의 상황과 부가가치를 만들어내기 위한 노력들이 어쩌면 오히려 더 확장될 수 있는 시장의
니즈를 죽이고 있지는 않을까요?
컴퓨텍스에서 만난 재미있는 제품들
저는 이번 컴퓨텍스를 돌면서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은 키보드와 마우스쪽을 좀 더 관심있게
살펴봤습니다. 위에서 이야기했던 편중된 흐름 속에서도 조금은 다른 니즈와 부합되거나 다른 시도들이 있을 수 있으니 말이죠.
처음으로 눈에 걸렸던 제품은 쿠커(COUGAR)사의 450K 키보드였습니다. 450K
키보드의 가장 큰 특징은 방수였습니다. 청소가 어려워 생각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지저분한 키보드의 특성상 물 청소를 편리하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거기다 Hybrid Mechanical이라고 표시는 했지만 멤브레인 방식을 채택해 단가에서도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방수가 되는 유사 제품이 있기는 하지만 키감에서 아쉬움을 많이 보였던 것에 비해
450K는 모르고 눌러보면 기계식 적축이나 흑축과 유사한 정도의 키감을 만들어주고 있었습니다.
다음으로는 로캣(ROCCAT)사의 게이밍 마우스 니스(NYTH)가 상당히 마음에
들더군요. 니스는 지금까지 마우스들이 무게나 DPI의 변경, 혹은 준비된 보조키들에 키를 매핑해서 사용하는 것에서 발전해 보조 키들을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MMO 게임의 다양한 키는 물론 일상에서 활용할 때는 모두 막아버릴 수 있는 선택권을 가질 수
있습니다.
거기다 마우스의 표면적을 관리하는 사이드도 자석을 활용해 손쉽게 교체가 가능하게
되어있습니다. 일반적인 작업에서는 좁은 마우스로 부담없는 그립을 만들어서 사용할 수 있고 게임등에서 묵직한 그립을 원할 때는 언제든지 교체만
하면 되는 것이죠.
또한 개인적으로 니스에 대한 긍정적인 측면은 화려함보다 땀이 많은 사용자들을 위해
재질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그래도 게이밍은 필요하다
글에서 전체적으로 "게이밍"이라는 단어에 대해 아쉬움을 표현하기는 했습니다.
컴퓨텍스에서도 다시한번 확인하고 체감한 부분이기 때문에 한번쯤은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PC업계의 입장과 현재 구매력이 높은
수요층을 생각해보면 게이밍은 한동안 지속될 키워드이고 필요한 키워드라고 생각됩니다.
현재 PC시장을 유지하며 발전과 변화를 모색하기 위해 "게이밍"은 버팀목이자 돌파구가 될
수 있으니 말이죠. 다만, 지나치게 편중되지 않기를 바라고 사용자 입장에서 좀 더 다양한 컨셉과 니즈를 채워줄 수 있는 제품들의 등장을 기대할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