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년필(萬年筆, Fountain Pen) 이야기
펜 안에 잉크를 저장하는 잉크통이 들어있는 필기도구. 그 기원은 고대 이집트에서도 발견되며 현대식 만년필은 1884년 미국의 루이스 워터맨이 모세관 현상을 이용한 만년필을 발명하며 등장했다. 닙(Nib)을 통해 펜대에 잉크를 주입하며, 모세관 현상을 이용하여 잉크가 흘러나와 글을 쓸 수 있게 된다.
유럽과 중국등의 경우 지금까지도 초등학생이 만년필을 사용할 정도로 여전히 만년필은 중요한 필기구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곳에서는 만년필이 저렴한 것부터 비싼 것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스쿨 펜으로 대표되는 저렴한 학생용 만년필이 거의 들어오지 않고 있으며 외국에 비해 카트리지 등 소모품 가격이 매우 비싼 편에 속해 사용자가 그리 많지 않다. 이는 볼펜이 대중화된 이후 더욱 뚜렷하게 드러났다. 남은 소비자의 상당수는 그 필기감과 멋스러움 때문에 계속 찾는 사람들이다. 그 외에도 잉크 점성이 낮아 볼펜 똥이 나오지 않는다거나 낮은 필압으로 필기가 가능하다는 장점 때문에 이용하는 이들도 있다. 사실 볼펜이라는 물건이 잘 만들지 않으면 상당히 조악할 수 밖에 없는 물건이라 저가형 펜을 쓰면 손이 아프면서 필기는 잘 되지 않기 때문에, 고가의 필기구를 계속 사기 힘든데 필기는 많이 하는 직종은 만년필을 선호하기도 한다.
잉크 탱크의 잉크가 모세관 현상에 의해 피드로 내려오고 필기 시 펜에 가해지는 압력으로 슬릿이 살짝 벌어지고, 이 과정에서 피드의 잉크 채널에 차오른 잉크가 슬릿을 타고 흘러 닙 끝부분에 닿는다. 닙 끝부분의 잉크가 종이와의 모세관 현상으로 종이로 이동하며 글씨가 써지는 것.
1. Feed body : 피드 전체를 이루고 있는 바디. 피드 바디는 펜에 따라 여러가지 모양이 있고 재질도 다양하나. 사진의 피드는 일반적이면서도 대표적인 플라스틱 사출 몰드 피드이다. 빈티지 피드는 하드러버가 많고 하드러버는 친수성이라는 장점이 있어 많이 사용되었으나 현재는 플라스틱에 친수성 코팅 혹은 표면을 거칠게 처리하여 친수성을 가지도록 만든다. 일부 저가형 만년필(모나미 올리카, 빠이롯드 푸치, Vpen, 다이소 만년필 등)은 피드가 사인펜마냥 섬유 재질로 된 ‘펠트피드’도 있으니 주의. 펠트피드 재질의 경우 피드가 수성펜 팁처럼 되어 있고, 필기감이 사각사각거리지 않고 물컹물컹 거린다.
1. Feed tube : 피드 튜브는 만년필의 잉크 저장 공간에 삽입되어 피드 잉크 채널을 통해 잉크를 피드로 운반한다. 피드 디자인에 따라 피드 안쪽에 메인 잉크채널과 이어진 잉크 저장 공간이 있어 이 부분으로 잉크를 공급하기도 한다.
1. Feed tube ink channels : 피드 튜브 위에 난 미세한 잉크 채널로 메인 잉크 채널 쪽을 향하는 잉크 채널을 가지고 있는데 이 잉크 채널은 모세관 현상에 의해 만년필의 잉크 저장 공간에서 피드로 잉크를 공급한다. 피드 디자인에 따라 채널이 없는 경우가 있는데 그 경우 피드 튜브를 따라 피드 내부에서 메인 잉크 채널로 잉크를 공급하는 경우다.
1. Combs : 피드의 콤은 잉크가 메인 잉크 채널보다 넘치는 비정상적인 상황(기압이 바뀌는 등)에서 넘치는 잉크가 종이에 떨어지지 않도록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콤은 피드 전체에 분포한다.
1. Main ink channel : 메인 잉크 채널은 잉크를 모세관 현상에 의해 잉크를 닙의 슬릿으로 배달해준다. 보통은 하나이나 두개나 세개까지 있을 수 있다. 모세관 현상은 관이 넓으면 약해지기 때문에 잉크 흐름을 높이면서도 잉크가 불필요하게 흐르지 않게 하기 위해 한 채널을 넓게 파는 대신 얇은 채널을 여러 개 파는 것이다. 이 부분이 막히면 펜이 나오지 않으며 반대로 막힌 곳을 파내면 잉크 흐름을 풍부하게 쓸 수 있다.
만년필은 볼을 굴리는 볼펜이나 흑연을 마모시켜 글씨를 쓰는 연필보다 손의 피로감이 훨씬 적다. 손목에 힘을 빼고 써도 글이 술술 써진다. 즉, 사실은 돈 많은 정치인, CEO 등 높으신 분들보다는 글을 많이 쓰는 작가나 고시생들에게 필요한 물건이 만년필이라 할 수 있다.
만년필의 매력은 다름 아닌 나만의 필기감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몇 년 이상 오래 꾸준히 사용함(필기)에 따라 닙(펜촉)이 사용자의 필압에 맞게 닙 끝이 사용자의 필기 습관에 길들여지며 '나만의 만년필'이 만들어지는 애착과 희열을 느낀다는 것이다.
닙이라는 것은 몇 십 년은 버티게 만들어진 물건이라 사포 위에 쓰지 않는 한 한두번 사용하는것으로 필기감이 바뀌진 않는다. 즉, 누구에게 한두번 빌려줘도 필기감은 바뀌지 않는다. 그래도 거절하기 힘든 누군가가 빌려달라고 요구할 때 이 핑계를 대면 대부분 포기한다. 자기 손때를 묻혀가며 꾸준히 사용하고, 수시로 세척하는 등 세세히 관리해 가는 애착이 곧 만년필의 본질적인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자기 이름 석자는 품질 좋은 필기구로 써야 한다는 인식이 적지 않은데, 이러한 애착에 근거한 가치부여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서명용 만년필을 고급으로 장만하는 경향이 있으며, 보통 높으신 분들이 그러하다. 예를 들어 삼성의 이병철 회장이 썼다는 것으로 알려진 프랑스제 워터맨 만년필은 약 230만원. 정상급 인사가 공식석상이나 중요한 문서에 서명할 때는 만년필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일 만큼 품위의 상징으로 통한다. 이 때문에 2018년 9월 평양 선언문 서명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네임펜으로 서명하는 모습이 소소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서명용으로 사용하는 경우, 내수성이 강해 잘 번지지 않는 문서 보존용 잉크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퍼머넌트(Permanent)’, ‘피그먼트(Pigment)’, ‘아이언 갤(Iron Gall)’ 등의 태그가 붙은 것이 바로 이러한 잉크인데, 이러한 잉크를 사용하는 경우 펜 관리에 노력을 더욱 기울여야 한다.
만년필도 한 번 마니아의 길에 빠져들면 음향기기, DSLR, 자전거, 스팀 등의 취미와 더불어 중생들로 하여금 지름신의 가혹한 시험으로 몰릴 위험이 있으니 주의하자. 펜 한 자루에 수십만 원은 그냥 날아가고, 수백~수천만 원짜리도 덜컥 구입하게 되는 개미지옥이다. 게다가 질 좋은 종이와 잉크까지 갖춰져야 하기 때문에 부가 비용이 상당히 든다. 뭐, 본인이 즐겁고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가심비적으로 상관없는 문제이다. 그리고 굳이 비싼 만년필이 아닌 1~2자루의 어지간한 만년필도 얼마든지 애착을 줄 수 있으며, 관리만 잘해주면 반평생 이상 쓸 수 있다.
학생층에서도 사용하는 사람이 가끔 있다. 중년층 이상의 경우, 학생 시절에 만년필을 쓴 경우가 제법 많다. 특히 파커. 이게 가능해진 것은 1980~90년대 이후 만년필 제조사들이 선보인 저가형 만년필이 많기 때문이다. 허나 진지하게 필기구로 쓸 생각이라면 그다지 크게 추천되지는 않는다. 문서에 정리된 장단점만 봐도 단점이 압도적으로 많다. 물론 후술하겠지만, 글씨 쓸 일이 많은 사람이면 적당한 저가형만 찾아도 보통의 중성펜이나 수성펜보다는 싸게 먹힌다.
지금은 웬만한 브랜드에 저가형 모델이 두어 개씩은 꼭 끼어 있다. 가끔은 1~2만원 미만의 초저가형이 출시되기도 하는데, 국내에 들어오는 제품들은 유명 브랜드에 한정되어 싼 가격에 만년필을 사용해 보기는 어렵다. 국내에 수입되는 초저가형을 써보고 싶으면 Platinum이라는 일본 회사에서 나온 프레피(Preppy)라는 만년필을 사보자. 약 2,000원에서 4000원 선이다. 기본은 카트리지지만, 플래티넘의 다른 만년필용 컨버터 와도 호환된다. 중국제 만년필 중 영웅이나 진하오 제품은 2~3천원대 제품도 존재한다. 여기서 나오는 저가 제품군들은 웬만한 유명 브랜드의 저가보다 더 훌륭한 가성비를 보여줄 정도. 조금 과장하면 2달러 정도 하는 진하오 599를 길들일 경우 4만원대의 라미 사파리랑 크게 필감 차이를 못 느낄 수도 있다. 알리익스프레스 등에서 주문하면 배송료도 들지 않는다.저가 제품의 상품평을 보면 유럽 쪽에서 학생용 만년필로 많이 주문하는 듯. 추천할만한 모델은 후디드 닙 제품의 경우 영웅은 616, 007, 329 정도가 무난하며, 진하오 911이나 바오어 100 제품은 비슷한 형태의 펜이면서도 에어로매트릭 컨버터가 아닌 일반 공용 컨버터를 사용하고 약간 더 비싼만큼 품질이 더 안정적이다. 일반 닙 제품의 경우는 사파리 카피 제품들이 중국 내에서도 이베이를 비롯한 오픈마켓에서도 인기 제품이다. 대표적으로는 영웅 359나 1515, 진하오 599와 599A, 이렌 359등이 인기가 많다. 누가 봐도 서명용으로 밖에 안보이는 M닙의 시가형태 제품들은 무게가 무거워 학생 필기로는 적절하지 않다. 굵기도 하고.
다이소에서 fountain pen이라는 이름으로 검정, 파랑, 빨강, 초록 등등의 다양한 잉크 색을 가진 '천원'짜리 만년필이 팔리고 있다. 본체+카트리지 2개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이 만년필 옆에 크기가 새끼손가락보다 작고 10개로 묶어 파는 검정/파랑 카트리지가 있다면 절대 사지 말 것. 그 카트리지는 구형 만년필 카트리지다. 구형과 신형 만년필은 카트리지 규격이 다르기 때문에 구형 카트리지는 신형 만년필에 끼워지지 않는다. 구형 카트리지는 국제 규격이고 신형 카트리지는 파커 규격이다.
다이소 만년필의 필기감은 모나미 올리카 만년필과 같이 두꺼운 굵기의 펜이나 모나미 올리카만큼 잉크가 줄줄 새는 느낌은 덜 든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1년 동안 사용하지 않고 방치해도 펜촉에서 잉크가 마르지 않는다.
2018년 다이소에서 고급형 만년필이 추가되었는데, 가격은 2000원. 기본형 F닙 버전과 몸통이 반투명하고 후디드 닙 형태의 EF닙 버전이 있다. 컨버터와 F닙, EF닙이 포함되어 있는 세트는 3000원이다. 라미 사파리를 카피해서 만든 진하오 599A 모델의 짝퉁이다. 진하오 OEM이라고 보기에는 품질이 너무 조악하니, 해외 직구하고 물건 올 때까지 기다리지는 못하겠고 만년필을 한 번 써보고는 싶다는 사람이 아니라면 구매는 추천하지 않는다. 차라리 오픈마켓에서 진하오 Shark를 구매하는 걸 추천. 중국산 만년필 중에 거의 유일하게 진하오의 제품은 정식으로 수입되고 있고, 진하오 993은 Shark라는 이름으로 정식 수입되어 판매되고 있고, 가격도 합리적인 수준이다. 만년필을 써본 적이 없는 사람이 구매 후에 잉크 충전이나 피딩에 불만을 얘기하는 경우가 자주 보이는데, 대개는 자체 품질의 문제보다는 만년필 사용법을 몰라서 그런 경우.
그 윗 단계로는 세필이라 글씨가 잘 번지지 않으며 노트 필기나 교과서필기에 적합한 Sailor의 하이에이스/에이스 네오 시리즈가 학생층을 중심으로 인기가 많다. 2-3만원 정도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어 크게 부담이 되지는 않는 편. 비슷한 가격대의 Parker의 벡터 만년필과 조터 만년필, 그리고 디자이너용 실무용 만년필인 로트링의 '아트펜'도 입문용 만년필로 좋다. 단 아트펜의 경우 펜촉의 내구성이 세일러에 비해서는 떨어진다는 평이 있고 글씨도 다소 굵게 나온다. 1만원~2만원의 가격으로는 Sailor의 클리어캔디와 Pilot의 카쿠노가 있다. 귀엽고 앙증맞은 디자인으로 여성층에서 인기가 많다. 부담없는 가격대의 금촉을 찾는다면 OHTO사의 만년필이 있다.
예전에는 라미 사파리가 4~5만원대로 꽤 비쌌었으나 가격이 많이 하락해 지금은 2만원대 중반선에 오픈마켓에서 구할 수 있다. 중고나라에서 파는 제품은 가품일 가능성이 있다고 하니 주의 괜찮은 디자인과 필기감으로 입문용으로 가장 무난한 만년필이다. 중국제 만년필들도 5만원 아래쪽으로 좋은 물건들이 많지만 중국 직구를 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따라온다. 파카61의 카피인 영웅100, 파카75의 카피인 영웅200이라든가... 또한 영웅의 최신 모델들은 파카 현행을 카피하는 디자인으로도 유명하다. 10~14k 금 닙을 쓰는 게 대부분. 2016년에 나온 저렴한 1만원대 데몬 피스톤 필러인 영생 698이라든가 등등.
이 윗 계단으로는 3-6만원 대인 Parker IM, Frontier, Urban 그리고 7-9만원대인 Sailor의 프로피트 영이 있다. 외국에서도 가격 대비 성능이 높은 만년필로 이름 높다.
다음 계단으로 넘어가고 싶다면 10만원대의 만년필이 될 것이다. 만년필을 쓰는 고시생들이 압도적으로 많이 쓰는 Pelikan M150, M200은 무난하며, Parker의 뉴 소네트2, Sailor의 세일러 프로페셔널 기어 슬림 , Pilot의 커스텀 74, Platinum사의 #3776 센츄리 등 일본 3사의 모델은 10만원대에 금촉을 장착하고 있고 매우 가는 세필이기 때문에 평가가 좋다. 이 중 일제인 커스텀 74와 #3776 센츄리의 경우 관세 한도를 넘지 않는 2자루를 한번에 직구하면 배송비를 포함해도 자루당 9만원 정도의 가격으로 14K 금 촉을 사용할 수 있다!
취향에 맞는 필감, 디자인 등 쓰는 재미는 사람에 따라 다르므로 좋은 만년필이 무엇인가에 대한 정답은 없지만 실용성이 뛰어난 펜을 몇가지 꼽아볼 수는 있겠다. 파카51은 아마 큰 이견이 없을 것이고 단종된 51을 대신할 Lamy 2000을 비롯한 후드형 제품들이 있다. Pilot의 Capless는 그 이름처럼 뚜껑 없이 펜촉 반대편을 눌러 닙을 출입하는 방식으로 카트리지와 함께 사용하면 거의 볼펜에 가까운 수준으로 활용할 수 있다. 다만 편리하고 실용적인 것만이 만년필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의식적인 번거로움이나 심미적인 요소에서 즐거움을 얻는 취미의 성격에 더 무게를 두는 사람이 많다는 점도 알아두자.
조금 다른 선택으로 이베이 등을 통해 파카51이나 쉐퍼 라이프타임등의 빈티지 만년필을 구하는 방법도 있다. 현재에는 볼 수 없는 다양한 특색의 만년필을 구해서 써보는 것도 매력적이므로 도전해 볼만 하다. 다만 이 경우는 어느정도 만년필에 조예가 있어야 하며, 싸게 나오는 매물은 어딘가 하자가 하나씩 있다고 보면된다. 적어도 주변에 만년필을 다룰 줄 아는 고수가 있거나, 본인이 고수여야 눈독 들일만한 영역. 주로 이베이를 통해 들여오는데 그 악랄함이 중고나라 저리 가라인 셀러가 많다보니 함부로 손댈 영역은 아니다. 멀쩡한 줄 알았더니 크랙이 나 있거나, 팁 분할이 개판이거나, 피드가 아예 없거나(!), 다른 펜들을 조립해 만든 정체불명의 펜이라거나 하는 경우는 관련 커뮤니티에선 너무 흔한 케이스라 가십거리도 안 될 정도. 모 커뮤니티에서는 이베이에서 펜을 구입하는 것은 전문가 입장에서도 사실상 도박을 감수하는 것으로 본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표면적인 것이 불과하다. 만년필의 특성상 각 국가별, 각 메이커별로 워낙 다양한 특성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펜촉의 굵기뿐만 아니라 펜 그립 부분의 두께, 돌려서 여는가 당겨서 여는가, 사용한 소재, 들어가는 잉크의 양, 유지보수가 쉬운 정도, 디자인의 개성 등 많은 특성이 메이커와 모델마다 다르기 때문에 소위 말하는 '추천 모델' 등은 참고사항 정도로 알아두는 것이 좋고,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당사자가 본인의 취향 및 예산 등을 고려하여 천천히 알아본 뒤 오프라인 매장에서 시필을 해 보는 등의 수고를 아끼지 않는 것이 만년필 선택의 최선이다. 어느정도까지는 가격에 비례해서 성능이 나오지만, 어느 수준 이상 되면 정말 개개인의 취향의 영역이기 때문에 무조건 고가의 만년필이 최고로 잘 맞는 것은 아니다.
단, 어느 정도 여유가 된다면 스틸 촉보다는 금 촉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나중에 판매할 때나 바꿀 경우 더 유리하다. 이것은 품질에서 별 차이가 나지 않다고 가정할 때도 사람들은 귀금속인 금을 사용하였다는 것에 가치를 크게 두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더불어 이후 중고로 내놓을 의사가 있다면 각인은 금물이다. 각인이 들어가는 순간 가치가 최소 30퍼센트는 하락한다고 보아야 한다. 특히 한글 이름 각인은 반값에 내놓아도 팔리지 않을 확률을 감수해야 한다.
어지간한 만년필 브랜드는 각기 출시된 잉크가 있으며 만년필 본체의 자사 잉크가 아니라도 서로 호환이 가능하다. 단 제조사의 제품 개발은 자사 잉크로 시행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같은 제조사의 잉크와 본체가 최상의 궁합인 것은 당연.
당연한 이야기지만 캘리그래피전용 유성 잉크나 펄이 들어간 잉크, 증권용 잉크, 제도용 잉크 등은 만년필에 사용할 수 없다. 간혹 사용 가능하게 나온 제품도 있지만 되도록 쓰지 마라. 얼마 못 가 피드가 막혀 만년필을 망가뜨릴 것이다. 꼭 만년필용 잉크를 사용하도록 하자. 정 쓰기가 뭣한걸 사버렸다면 근처 문구점에서 딥펜을 구하던가 아니면 잉크젯 프린터에 때려박는 방법도 있다.
같은 블랙 잉크라도 점도와 그 톤이 아주 미묘하게 다를 수 있다. 블루 계열로 빠지는 블랙이 있는가 하면 퍼플 계열로 빠지는 블랙도 있다. 아주 진한 블랙은 Sailor사의 극흑과 Aurora사의 블랙 잉크가 유명하다. 입문용 잉크로서는 Parker사의 큉크와 Pelikan사의 4001, Sheaffer사의 스크립 등이 거론된다. 특히 펠리칸 잉크의 가성비는 꽤 막강하기로 유명한데, 라미와 같이 여타 이름 좀 들어봤을만한 브랜드의 잉크는 30ml에 최소 6~7천으로 시작하지만 펠리칸 4001은 62.5ml에 8천원 내외로 판매되고 있다. 게다가 안정성은 오히려 타 잉크를 압도하는 경우도 있으니 말 다 한 셈. 특히 블루가 안정적이기로 유명하다. 단, 여기서 안정성이란 펜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지, 혹은 내수성이 얼마나 되는지 등을 고려한 것을 의미한다. 여러 가지 색깔로 멋을 부리려면 제이허빈의 잉크들이 인기가 많다. 이쪽은 항상 무독성 천연 소재와 오랜 역사를 강조하는 브랜드로, 30ml에 10,000~20,000원 사이. 파이롯트 이로시주쿠 시리즈도 스테디셀러에 속한다. 색상의 수를 생각하면 종류만 100가지가 넘어가는 디아민 잉크가 압도적이다. 종류가 많아서인지 색상별로 병은 동일하고 뚜껑에만 색상을 스티커로 부착해놓은 심플함을 자랑한다. 여러 색을 체험하기엔 제이허빈이나 이로시즈쿠보다 이쪽이 저렴하다.
잉크와 잉크를 섞어 새로운 색을 조색하는 '잉금술'(잉크+연금술)을 시행하는 유저도 종종 있는 듯 하다. 하지만 이 행위는 잉크의 안정성을 떨어트려 피드를 상하게 할 우려가 있으니 어지간하면 단일 색을 구입해 쓰도록 하자. 단 플래티넘사의 믹스 프리 잉크와 모나미사의 DIY잉크 키트는 예외. 이쪽은 아예 혼합해서 쓰라고 나온 물건이다. 물론 믹스 프리 잉크 자체가 비싼 축에 속한다는 점은 감안하고.
잉크 본연의 단일 색과는 별개로 획 외곽에 '테'가 도는 잉크들이 있다. 대개 해당 잉크의 보색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얇은 EF, F촉에서는 확인하기가 쉽지 않고 굵은 획이나 캘리그래피용 촉에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다. 디아민의 마제스틱 블루,임페리얼 블루(적테), 빌베리(금테), 파이롯트 이로시즈쿠 홍엽(금테), 송로, 월야(적테), 세일러 젠틀 사계절 토키와마츠(적테), 오쿠야마(녹~황색테) 등이 대표적이다. 흔하디 흔한 잉크인 파카 큉크 블루도 남색에 대비되는 적테가 선명한 편이다.
잉크의 안정성은 늘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오나, 안료형/아이언겔등의 보존용 잉크를 제외하면 대체로 펜을 망가뜨릴 정도로 심각한 잉크는 없다고 보면 된다. 잉크계에서 명성이 있는 제조사의 잉크는 염료형이기만 한다면 대체로 아무거나 집어도 큰 문제는 없는 편. 다만 안정성이 좋다 해도 착색이 심한 경우도 있으니 착색은 알아보고 사야 한다. 데몬스트레이션 만년필을 쓰거나 애초에 재판매를 생각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착색을 고민할 필요는 없지만.
만년필 잉크가 대체로 가는피드를 손상시키지 않기위해서 염료 잉크(이러한 이유로 펄이 들어가지 않은 중국산 잉크(알리발 영웅,피카소,duke등등)도 안전하다. 염료 녹이는데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것도 아니니 말이다. )거나 혹은 안료라도 초미세입자를 사용하기때문에 프린터같은데 사용해도 작동은 정상적으로...... 잘 되기는 한다. 다만 반대로 프린터 잉크를 만년필에 넣는 건 절대로 해선 안된다! 입자야 더 미세하겠지만 자연스러운 공기압으로 내려가는 환경을 상정해 만든 만년필 잉크와 달리 노즐의 힘으로 강제로 분사되고 출력되자마자 빨리 말라야 하는 환경을 상정해 만들어져서 점도도 더 높고 마르는 속도도 훨씬 더 빠르기 때문에 넣은 직후에는 잘 써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피드 전체에 마른 채로 들러붙어버려서 꽉 막히게 만든다.
만년필의 잉크를 쓸 수 있는 볼펜도 있는데 제이허빈 등에서 생산하고 있다.
만년필의 사용은 종이의 영향을 많이 받으며, 종이의 질에 따라 필기감이 크게 좌우된다. 필기감은 개인 취향에 따라 다른지라, 펜 커뮤니티에는 자신에게 가장 이상적인 필기감의 종이를 찾기 위한 여정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다. 가령 '똥종이' 라고 부르는 회색 재생지(갱지)는 만년필과 극악의 상성이다. 잉크가 번져 제대로 된 필기가 어려울 뿐더러 종이 섬유가 닙에 끼어 만년필의 수명을 단축시킨다. 만년필과 천년 만년 함께하려면 좋은 종이를 사용하는 정성이 필요하다.
만년필 유저들이 추천하는 노트 브랜드는 '로디아', '복면 사과 까르네', '미도리', '라이프', '클레르퐁텐' 등이다. 양질의 종이를 사용하다 보니 가격 메리트는 없다. 몰스킨의 경우는 만년필 유저들 사이에서 '몰(상식)스킨' 이라며 까인다. 디자인은 예쁘지만 번짐이 심하고 가면 갈수록 질이 떨어지고 있다는 평이 많다. 가격과 성능을 모두 생각한다면 모닝글로리의 노트도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A4의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80gsm 이상을 권한다. A4 용지의 브랜드는 밀크 용지와 더블에이가 곧잘 추천되고 있다. 밀크지는 금색 포장의 밀크 프리미엄이 가장 평가가 좋다. 밀크용지는 만년필 특유의 사각거리는 필감을 느껴보고 싶을 때, 더블에이는 부드럽게 쓰고 싶을 때 사용하면 된다. 다만 펜의 제동력은 각자 취향이 있으므로 골라 쓰면 된다. 번짐 저항은 밀크 프리미엄이 더블에이보다 더 양호하다. 또한 더블에이는 앞면과 뒷면에 따라서도 번짐에 다소 차이가 있다. 모닝글로리에서 나온 80gsm 고품질 복사지도 평이 괜찮긴 하지만, 밀크 프리미엄과 동일한 제품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테가 잘 뜨는 종이를 원한다면 두성종이사의 인더페이퍼에서, 비세븐지를 추천한다. 200장 이상 주문하면 A4크기 B5크기 등 특정 종이 규격대로 절단해서 약 900장 정도를 받을 수 있다. 종이 옆에 적힌 무게가 클 수록 두꺼우며 100g대 근처가 적당하다. 다만 비세븐지는 유분을 잘 먹어 유분이 닿은 부분은 잉크가 흐리게 나올 수 있다. 같은 회사의 매쉬멜로우지도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편.
종이 질감이 뛰어난 것으로는 컬러복사기 전용지가 있다. 후지제록스에서 나오는 160gsm 컬러 전용지는 살짝 노란 기가 도는 보기 좋은 미색에 대단히 뛰어난 질감을 가지고 있는데, 250매 한 권에 22,500원으로 가격이 사악하다.(배송비 더하면 한 장에 100원 꼴) 동사에서는 90,120,160gsm 짜리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도 팔고 있으니 골라서 쓰자.
잉크의 발색이 뛰어난 종이로는 토모에리버의 명성이 높다. 테도 잘 뜨는 편.
저렴한 가격으로 명성이 높은 것은 단연 모닝 글로리의 노트. 다만 제품군이 넓은 편이고, 같은 제품 안에서도 편차가 있다.
의외로 알파문구사의 핸디패드(흰색)도 부드러운 필기감을 자랑한다. 단지 코팅이 되어 있는 앞면 한정.
하지만 아무리 좋은 종이를 쓴다 한들, 물(습기) 앞에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좋은 종이를 쓰는 것 만큼이나 습기를 덜 먹도록 잘 보관하는 것도 중요하다.
간혹 머메이드지라고 불리는 울퉁불퉁한 종이 위에 쓰는 사람도 있는데, 필기감 문단에 상기되어있는 “사포 위에만 쓰지 않는다면”에 정확히 부합하는 사례이므로 절대 쓰지 말자. 머메이드지 위에 단 수십자라도 썼다면 바로 닙의 정렬이 틀어지고 잉크의 흐름이 영 나빠지게 되어 공방에 맡겨야한다.
펜 파우치
말 그대로 만년필 파우치. 지퍼로 열리는 것, 돌돌 마는 것, 펜을 하나만 수납하는 가죽형 파우치 등의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당연히 필통도 좋다. 오히려 낙하 등으로 인한 충격에서의 보호에서는 잘 만들어진 필통이 파우치를 능가한다.
룬룬과 같이 펜의 클립을 이용해 개별로 수납할 수 있는 펜 홀더가 있는 제품이 좋다. 필통 속에서 펜이 굴러다니다 보면 서로 부딪혀 상처를 입히거나 심할 경우 크랙이 갈 수도 있다. 꼭 그렇지 않더라도 만년필 뚜껑을 열었을 때 넘쳐 흐른 잉크와 더러워진 손을 보면서 욕이 나올 것이다. 다만 룬룬 필통의 펜홀더는 매우 거친 재질로, 배럴 광을 죽이며 흠집을 낼 가능성이 크다. 잘 알아보고 구입하자.
최근엔 중국산 브랜드인 KACO의 펜파우치도 유명하다. 왠만한 만년필 메이커의 가죽 펜파우치보다 훨씬 저렴하면서도 생활방수기능이나 펜이 맞닿는걸 방지하는 덮개 등 있을건 다 있다. 10구 파우치는 2만원, 20구 파우치는 3만원대에서 구매가 가능하다.
국내 브랜드에서 찾는다면 오롬에서 다양한 가죽의 펜파우치를 판매하고 있다. 소프트한 타입의 펜파우치는 4~7만원대, 하드한 타입의 펜파우치는 10~15만원대에서 구매가 가능하다.
더 높은 가격대로는 만년필 제작사의 악세서리에 펜 파우치를 판매한다. 예를들어, 몽블랑의 경우 지갑과 비슷한 시리즈로 1구, 2구 펜 파우치를 판매하고, 펠리칸에는 6구, 12구 송아지 가죽으로 된 파우치를 제작해 판매한다. 물론 가격은 10만, 20만원 이상 생각해야 한다.
참고로 파우치나 필통에 여분의 공간이 있다면 펜 닦는 천을 넣고 다니자. 만년필은 필연적으로 잉크 때문에 물 먹을 가능성이 큰 필기구이다. 천은 어느 상황에서든 유용하게 쓰인다. 잉크가 넘쳐 흐르거나, 잉크 주입 후 더러워진 닙을 말끔하게 하는 상황에서 쓰인다. 다만 펜에 스크래치를 내지 않으면서 잉크를 잘 흡수하는 재질을 잘 고를 필요가 있다. 주로 안경닦이를 구하기가 쉽기에 애용하는 편이다.
사실 휴지가 짱이다
휴지를 쓴다면 가루 날리는 화장실 막휴지보다는 손 닦을 때 쓰는 페이퍼타올을 쓰자. 아니면 킴테크도 좋다. 애초에 킴테크는 먼지 안날리는 연구용으로 만들어진 제품이다.
세계의 만년필
판매량을 볼 때 서구권에서는 독일, 미국 브랜드가 다른 국가에 비해 높은 비중을 차지하며, 이탈리아, 영국, 프랑스도 한 몫 거들고 있다. 브랜드와 생산기업의 국가가 다른 경우도 제법 있어서, 사실상 독일, 미국 기업이 상당수를 차지. 한국에서는 몽블랑, 파커가 단연 인기를 얻고있다. 몽블랑은 전체적 가격대가 높고 명품 이미지로 인지도도 높기 때문이고, 파커는 한국 판매 개시가 상당히 오래되었고 20세기에는 파커의 히트작들이 한국을 포함해 전세계적으로 유명했기에 어르신들은 만년필하면 파커라 하실 정도로 대중성이 확보되었기 때문이다.
동양에서는 일본이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나이든 세대라면 누구나 아는 파이롯트를 필두로 가장 오래된 전통을 가진 세일러와 가성비 최고라는 평가를 듣는 플래티넘이 일본산 만년필 고산케라고 불리며 삼분지계를 하고 있다. 세 회사 모두 자체적으로 닙을 생산하고 규격을 정할 정도로 대단한 회사들이다. 가늘고 날카로우며 막힘 없이 이어지는 세필과 그에 맞는 전용 잉크 등 서구에서도 적지않은 인기를 끌며 유럽산 만년필 바로 다음 자리를 고수하는 중이다. 한동안 이 자리를 놓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한글 필기 목적으로 만년필을 구입하고자 할 때에는 일본산 만년필이 적절할 가능성이 높다. 한자 문화권인 아시아권과 알파벳 문화권인 유럽권의 만년필 닙 굵기 차이가 워낙 심하기 때문인데, 단적으로 독일제 라미 사파리의 가장 가는 닙인 ef닙이, 파일럿의 f닙보다 두껍게 나오는 수준이다. 큼지막한 글씨를 즐겨 쓰는 경우면 몰라도 노트 필기 등의 경우에는 유럽산 만년필을 사용할 경우 칸 안에서 글씨를 쓰고자 할 때 선들이 서로 뭉개져 버릴 가능성이 있다.
한중수교 이후 못 만드는 것이 없는 중국산 만년필도 한국에 등장했다. 사실 만년필 제조 업체가 만들어진 것은 1910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기술력은 생각보다 높은 편이지만, 한국에는 과거 저렴한 제품군이 밀수로 들어온 것 이외에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물론 상당수가 카피 모델이었고 여전히 몇몇 회사의 경우 고르지 못한 품질 관리 등으로 인해 잘 고를 경우 자랑하는 높은 가성비를 믿고 싼 맛에 쓰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닙 제조에서 유럽, 일본 등 유수의 기업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 실력을 자랑하는 것은 물론, 한국에 소개되지 않은 고가 제품군의 경우 품질 관리도 잘 되어 있고, 타 회사의 고급 라인업에 밀리지 않는 중국 특유의 예술 감각을 살린 디자인의 제품도 다수 출시되고 있다.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덕분에 유럽 등에서 호평을 받고 있으며 특유의 대범한 디자인 센스 덕분에 색다른 것을 찾는 사람에게도 좋은 답이 되고 있다. 참고로 일본의 경우 과거 저가 라인 업은 중국의 만년필이 수입되면서 전멸해 버렸다고 한다. 다만 고가 라인업은 유럽과 일본 제품에 비하면 큰 가격 경쟁력을 보이는 것도 아니고 소개도 잘 안 되어서, 저가 라인업에 비하면 많이 밀리고 있다.
최근 부상하고 있는 곳은 인도로 저렴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미국 사업가들에 의해 새롭게 떠오르는 중이다. 물론 품질에서는 아직 한계가 있지만, 의외로 만년필 사용 역사도 길고 관련 회사도 많기 때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대 만년필에서는 드문 아이드로퍼 방식의 제품부터, 저가 만년필에 피스톤 필러를 채용하기도 한다. 닙같은 경우 직접 제작하는 업체도 있고, 타 업체의 제품을 사용하는 곳도 있다.
한국의 경우 과거 다양한 회사에서 만년필을 제조하였지만, 현재는 거의 명맥이 끊어졌다고 봐야 한다. 아피스는 현재 주문 생산 외에는 생산이 없으며 한국 빠이롯드와 마이크로의 경우 과거 재고를 제외하면 구할 수 없다는게 아쉬울 뿐. 모나미에서는 한동안 만년필을 생산하지 않고 있었지만, 2016년 4월 12일 올리카 만년필과 2018년 2월 19일 153 네오 만년필을 출시하였다. 자바에서 계속 만년필이 제조되고 있지만 수입산에 밀릴 뿐 아니라 100% 자체 기술로 생산한 것이 아니기에 평가 절하되는 측면이 있다.
이런 이유로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다만 개인 취향+추억 보정등으로 과거 생산품들을 찾아 옛날 문방구를 순례하는 이들도 꽤나 많은 편. 간혹 가다 좋은 물건도 있고, 너무 극악이라 얘네가 왜 망했는지 알 것 같은 제품도 있는지라 구입에 앞서 리뷰를 찾아보고 가야한다.
그 외에도 목재를 외장으로 사용한 만년필을 국내의 몇몇 공방에서 만들어 수제 만년필이라는 이름으로 판매하고 있지만, 이러한 공방들은 자체적인 만년필 설계 제작 능력이나 특성을 조정하는 능력을 갖고 있지 않고, 이미 만년필로써의 기능과 형태를 갖추고 있어 조립만 하면 되는 저가형 수입산 만년필 키트를 구입하여 그 위에 나무를 규격에 맞춰 깎아 덧씌워 장식한 뒤 국산이라며 재판매하고 있을 뿐이기에 자신들이 주장하듯이 수제라든지, 만년필 제작소라고 칭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비유하자면 마트에서 파는 유부초밥 세트를 사서 만든 유부초밥을 수제 고급 초밥이라고 판매하고 있는 꼴이니 수제, 주문제작 등의 과대광고에 현혹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
구매법
수입 회사에 따라 상당히 중간 이익을 많이 가로채는 경우가 많으므로 직구를 추천한다. 4만원 정도에 구할 수 있는 사파리를 이베이에서는 20달러 가량으로 구할 수 있다. 이는 다른 만년필에도 해당하므로 직구를 한다면 만년필을 최대 절반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 라미 사파리의 경우 최근(2017년) 온라인 쇼핑몰에서 2만원 초~중반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다만 직구했을 때 배송비와 기다리는 시간을 생각하면 그냥 국내에서 사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특히 A/S 서비스와 보증서비스, 사은품을 비롯하여 국내샵에서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각인서비스 등등을 따져보면 해외에서 사는 것 보다 국내에서 사는 게 이득인 경우도 허다하다.
다만, 만년필이라는 물건은 편차가 크므로 최대한 살펴보고 사는 것이 적절하다. 오프라인 펜샵에서는 시필까지 해볼 수 있으므로, 세일 기간을 노리는 것도 좋다.
국내의 경우 오프라인에서는 정식 매장을 거쳐서 구입, 남대문 시장의 선문사가 유명하다. 구입 전엔 무조건 시필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메이저 제조사라도 불량품은 은근히 많기 때문에 나중에 다시 교환하러 와야 하는 수가 있다.
빈티지 만년필은 주로 이베이나 네이버의 중고나라 및 문방삼우, 다음의 펜후드 에서 거래된다. 앞의 둘은 펜의 상태를 보장할 수 없는 편이지만 상대적으로 그만큼 저렴한 경우가 많다. 후자의 경우 자체적으로 필터링을 거치는 풍조가 있으므로 펜의 상태는 상대적으로 더 좋은 편.
직구의 경우 영미권이나 유럽권의 유명 브랜드는 상대적으로 국내 매물도 많아 구하기 쉽지만 중화권, 인도권 등의 만년필은 알리 익스프레스 등의 직구 사이트를 물색하는 편이 낫다.
기회가 많지 않긴 하지만 다음의 펜후드에서 1년에 두번 시행하는 펜쇼에서 구하는 방법도 있다. 직접 펜을 보고 마음에 드는 펜을 생각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할 수가 있다. 펜 뿐만 아니라 잉크, 노트, 파우치, 연필 등 다양한 문구류를 접할 수 있고, 일본의 펜동호회인 와구나에서도 참가하기 때문에 일본펜도 접할 수가 있다.
전반적으로 단점이 많고 범용성이 떨어진다. 주변 문방구만 가봐도 볼펜은 어디서나 파는 반면, 만년필은 가게 사장이 필기구에 관심이 크지 않다면 보기 힘들다. 그리고 학생들이 볼펜을 많이 쓰는지 만년필을 많이 쓰는지만 봐도 만년필은 기계식 시계마냥 사치품으로 여겨지기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게다가, 관리도 간편한 만년필의 좋은 대체제인 시그노 같은 수성 혹은 젤 펜때문에 사실상 매니아층이 아니고서는 잘 쓰지는 않는다. 그러나 사용하기 적합한 상황이라면 그 어떤 펜 보다도 좋은 필기감을 자랑한다.
• 멋있다. 장점으로 분류하기 애매하다고 볼 수 있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 만년필에 입문하는 사람들이 입문하는 이유 중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 멋 때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무시할 수 없다. 실용만을 장점으로 취급하려는 사람들도 있지만, 멋과 심미적 기능도 엄연히 물건을 선택하는데 중요한 요소다. 특히 비즈니스에서 싸인하는 용도로 쓴다면 비즈니스 상대에게 자신의 지위나 센스를 과시하는 용도로도 사용 가능한 악세서리이기도 하다. 특히 금으로 만든 펜촉은 펜으로서는 범접할 수 없는 간지를 더해준다.
• 필체 교정에 도움을 준다. 실제로 만년필을 쓰게 된 이유 중에는 필체 교정을 위해서라는 이유도 많다. 볼펜과는 달리 힘을 줘서 누를 필요가 없는 반면에 펜 끝을 바른 자세로 종이에 갖다 대지 않으면 잉크가 잘 흐르지 않기 때문에, 필기 자세를 교정하는 데는 만년필만한 필기구가 없다.
• 잘 관리하면 대부분의 펜보다 수명이 길다. 물론 수명이라는 것은 팁이 마모되기까지의 기간이므로 사용량에 따라 평생 펜이 아니라 몇 년짜리 펜이 될수도 있다. 대다수의 경우 하루에 몇십 페이지를 쓰는 경우는 드무니까 반영구적 사용이 가능하겠지만. 만년필의 수명에 따라 돈도 절약할 수 있지만 펜 가격과 잉크 비용에 따라 큰 차이가 난다.
• 자기 자신만의 만년필이라는 차별화가 가능하고 펜보다 더 애착이 가는 필기구이다. 일단 브랜드나 닙의 종류에 따라서 닙의 생김새나 문양 등이 다를수 있다는 점이 펜보다 더 차별화가 가능한 첫번째 요소이고, 두번째로는 사용할수록 자기 자신이 쓰는 필기 자세에 따라 닙이 미세하게 휘고 깎여나가면서 갈수록 부드러워지기 때문에 쓰면 쓸수록 자기만의 만년필이 되어간다는 말이 있다. 일단 닙부터가 비싸기 때문에 펜대도 덩달아 가격대 급수가 올라가고, 관리만 잘하면 수명이 길다보니 고급스러운 재질의 펜대나 주문 제작해서 만들어지는 펜대가 볼펜보다 훨씬 많다는 것도 이런 만년필의 차별화에 한몫한다.
• 만년필 한 종류를 쓰면서 선택 가능한 잉크 선택권이 펜보다 넓다. 특히 브랜드 선택권 면에서는 비교가 안된다. 보통 펜은 잉크 교환이 가능한 고가의 펜이더라도, 같은 펜 제조사에서 만든 펜심만 쓰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른 브랜드의 펜심과 호환이 되는 경우라도, 펜심에 촉이 이미 붙어서 나오는 관계로, 심을 바꾸는 순간 필기감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지만, 만년필은 그런 문제 없다. 아무런 제약 없이 원하는 잉크를 골라잡는 것은 만년필 애호가들만의 특권이다. 잉크병이 아닌 카트리지 방식의 만년필을 쓰더라도 카트리지 잉크는 표준 규격이 있어서 꽤나 호환성이 좋은 편이며, 표준 규격이 아닌 카트리지들도 껴보면 호환이 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그뿐만이 아니라 카트리지 방식과 컨버터 방식이 둘다 호환되는 만년필들도 굉장히 많다. 어딜 봐도 잉크 호환성 면에선 만년필이 압도적이다.
• 필기감이 좋다. 필기감이라는 요소는 사람마다 충분히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이고, 만년필 펜 촉 상태가 많이 안 좋으면 이야기는 180도 달라지지만, 일반적으로 펜으로는 만년필의 필기감을 따라갈 수 없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만년필은 볼펜과는 달리 볼을 굴릴 필요가 없으므로 종이를 강하게 누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나 잘 연마된 촉이나 잘 관리된 만년필 촉의 필기감은 만년필 애호가들이 볼펜 대신 만년필을 추구하는 큰 차이 중 하나이다. 여기에 잉크가 다소 잘 나오는 편이라면 더 매끄럽게 미끄러진다. 볼펜에서도 제트스트림 같은 펜은 정말 잘 미끄러지는 편이지만, 이런 경우에도 볼이 너무 잘 미끄러지는 덕분에 제동이 잘 안 걸린다는 지적을 받는 반면, 볼이 미끄러지는 게 아닌 만년필 쓸 때 그런 문제는 없다. 그리고 제트스트림은 특정 브랜드의 펜인만큼 제품 선택권부터 좁다. 특히 고가펜에서는 펜 선택권이 엄청 좁아질 것이다.
• 일부 닙과 일부 만년필의 Flex nib(잘 굽어지는 닙)은 선의 굵기를 필압에 따라 조절이 가능하다.명암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선의 굵기 변화이다. 닙이 잘 굽어지는 만년필로 글씨를 쓰다가 다소 세게 누르면 만년필의 끝부분과 슬릿이 살짝 벌어지면서 잉크가 나오는 길이 더 벌어지다보니 글씨의 굵기가 굵어지는 현상. 물론 세게 누르면 선이 굵어지는 것은 볼펜이나 딱딱한 닙으로도 어느정도 있는 현상이다. 하지만 Flex 닙의 경우엔 그런 선 굵기 변화가 확연히 차이난다. XF부터 BB까지 벌어지는 연성닙을 사용하면 자연스러운 굵기변화가 필체에 독특함을 더해준다. 다만 현대의 만년필에는 연성닙이 전혀 없으며, 실제로 일부 연성닙은 붓글씨 쓰듯이 잉크의 굵기가 세게 누르면 굵어진다. 이는 이러한 만년필만의 독특한 서체를 만든다. flex닙은 금으로 만든 닙 위주라 비싼 만년필들이 되기 십상이다. 이뿐만 아니라 flex닙을 제대로 쓰려면 서체에도 신경을 써야하므로, 비싼 닙 + 서체에 신경 써야 한다는 2중 콤보가 터진다. 여기까지 오면 닙의 연마도에도 신경 쓰게 되기 일쑤이므로 안 그래도 좁은 선택권 사이에서 연마도 잘되고 flex닙에서도 좋은 닙을 열심히 고르거나, 아니면 괜찮은 특성의 닙을 스스로 사포와 연마봉으로 갈아내는 경우가 많다. 이쯤 오면 만년필 매니아로 분류할만한 레벨. 더 나간다면 닙을 개조해서 숄더를 뒤로 밀어서 굽어지는 정도를 더 늘릴 수도 있고, Flex Writing이라고 하는 Flex 닙 전용 쓰는 법과 만년필 잡는 법도 익히는 경우도 있다. 또한 Flex 방식으로 글을 쓰게 될 경우엔 슬릿이 벌어질 때 잉크가 나오는 양이 많으므로 잉크 소모 속도가 일반 만년필보다도 한결 더 빠르며, 보다 많은 잉크가 나오므로 저질 종이에는 한결 더 쓰기 어렵게 된다.
• 잉크를 다 써도 잉크만 교체하면 되므로 새로 사야 하거나 심 자체를 교체해야 하는 일반적 유성볼펜 보다는 자원 효율이 좋다.또한 잉크가 떨어져도 간혹 흐리게나마 글씨가 조금은 더 써지는 경우도있다.
• 시중에 파는 중성펜이나 수성펜에 비하면 경제적인 면에서 우위에 있다. 유성펜은 워낙 잘 안 닳고, 가격도 중성펜과 수성펜에 비해 싸기 때문에 유성볼펜과 비교한다면 완전히 우위를 점하기 힘들다. 하지만 수성펜과 중성펜은 대체로 유성펜보다 비싸고, 잉크가 닳기는 만년필 잉크만큼 잘 닳는다. 경제적인 측면을 고려한다면 그 두가지의 펜을 쓰기보다는 만년필을 쓰는게 나을 수 도 있다.
단점
• 비싸다. 저렴한 만년필만 해도 평범한 볼펜 대여섯개 가격이고, 비싼 만년필은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다. 특히 필기구는 분실하기 쉬운데 고가의 필기구인 만년필을 분실했다고 생각하면... 다만 비싼만큼 존재감이 크기 때문에 오히려 분실률을 낮추기도 한다. 비싸면 비쌀수록 그 존재감은 뇌에 깊이 각인이 되기 때문에. 사람들이 볼펜이나 연필같은 필기구들을 쉽게 잃어버리는 이유는 그들이 다른것들로 쉽게 대처 가능하다는 이유도 있지만 낮은 가격 때문에 잃어버려도 손해가 적다고 인지하기 때문이다. 만년필이 필기감이 좋다고는 해도 볼펜 역시 잘 고르면 필기감이 좋은 펜들도 있으니 가격이 싼 볼펜에 더욱더 밀리는건 당연한 이야기다.
• 필압에 민감한 필기구다. 만년필은 볼펜 쓰듯이 꾹꾹 눌러쓰면 금방 슬릿이 벌어지고, 닙 양쪽의 높이가 안 맞는 단차가 생긴다. 필압을 줄이는 것은 만년필 입문자들이 알아야 할 주의사항 1,2위 안에 들어간다. 따라서 만년필에 자신의 손을 적응시켜야 할 필요가 있고, 이는 생각보다 까다롭다. 이에 더불어 다른 사람이 만년필을 시필할 경우 필압과 필각 차이로 인해 단차가 생기거나 슬릿이 벌어져서 잉크 흐름이 변해버리거나 필기감이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
• 고장이 나면 수리가 어렵다. 컨버터 등이 고장나면 볼펜 고치듯 갈아끼우면 되지만 닙이 휘면 답이 없다. 게다가 닙이 고장나서 교체하는 중에 유격이 생길 수 있다. 그리고 빈티지 같이 쌕을 갈아끼워줘야 하는 경우는 셸락까지 필요하니 답이 없다.
• 볼펜과는 달리 잉크의 소모가 심하다. 볼펜은 잉크가 다 떨어지려면 굉장히 많이 써야하지만, 만년필은 많이 쓰면 순식간에 떨어진다. 이런 것 때문에 잉크 값만 하더라도 볼펜보다 더 많이 든다. 물론 보급형 볼펜 중 제트스트림 같은 건 다 쓰기도 전에 고장난다는 느낌이 있기 때문에 만년필이 더 싸게 먹힐 수도 있지만, Bic 처럼 가성비 극상인 제품을 사용하던 사람이라면 만년필을 썼을 때 경제적 이익은 못 얻는다.
• 잉크 소모가 많다는 특성은 부가적인 문제점들을 더 유발시킨다. 잉크를 주입할 때마다 손에 묻기도 하고 잉크가 굳어 병 뚜껑을 따기 힘든 경우도 많다. 잉크 병을 휴대해야 할 필요성이 높은데 샤프심과는 달리 무겁기도 하고 만에 하나 잉크 병이 가방 속에서 열리기라도 하면... 지옥을 맛볼 수 있다. 다만 카트리지식 잉크를 쓰면 좀 낫긴 하다.
• 만년필의 구조 특성상 볼펜에 비해 잉크를 손이나 주변 물체에 묻히기 쉽다. 잉크 충전을 자주 해줘야 하는 것도 이에 일조하지만, 무엇보다 만년필은 볼펜과는 달리 닙의 끝 부분에서만 잉크가 나오는 게 아니다. 닙과 피드 주변은 어디서든 잉크가 나올 수 있다. 여기에 흔들거나 떨어트리거나 잉크 보충 직후에 만년필의 촉 부분으로 잉크를 옮기기 위해서 카트리지를 누르거나 컨버터 꼭대기를 조정하다가도 잉크가 방울져서 나오거나 하는 경우도 있다. 아무래도 볼펜과는 달리 대중적이지 않다 보니 만년필을 자주 써보지 않은 사람들이 만년필의 이러한 특성에 대해 잘 몰라서 이런 일이 벌어졌을 때 수시로 손에 묻거나 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펜 돌리기 또한 당연히 금물이다.
• 잉크를 종이에 흡수시켜 사용하는 것은 손의 피로를 줄이기도 하지만 대신 많은 문제점을 일으킨다. 코팅된 종이에 사용하기 힘들며 종이의 질을 따져야 한다. 질 좋은 종이에 쓰면 문제가 없지만 보통의 노트나 다이어리 같은 경우 번지는 바람에 뒷면에 잉크가 비치는 경우가 다반사. 회색 갱지라면 펜 망칠까봐 펜을 갖다 대는 게 두려워질 정도다. 게다가 날씨가 습할 경우 종이가 잉크를 잘 흡수를 못해 헛발이 많이 난다. 물론 일반적인 실내 교실, 강의실 환경 등에선 필기에 무리가 갈 정도로 헛발이 나는 건 아니라지만.
• 잉크가 남아있더라도 빠르게 쓰다보면 나온 잉크 자리에 공기가 들어가지 않아서 잉크가 제 때 내려오지 않다 보니 잠시동안 잉크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잦다.
• 거꾸로 들고 쓰기 힘들다. 잉크가 잘 안 나오기 때문. 모세관 현상 때문에 하나도 못 쓸 정도로 안 나오지는 않는다. 종이가 잉크를 잘 빨아들이는 재질인 경우엔 특히 더 그렇다. 하지만 그렇다고 할지라도 잉크 마름 현상이 현저하게 빨리 찾아오는 것은 사실이라 거의 쓰기 힘들다.
• 가방이나 공책이 물에 젖을 경우 글자가 번져 아예 알아볼 수 없게 된다.
• 일반적으로 펜보다 뚜껑을 닫아야 할 필요성이 높다. 구조상 잉크가 새나오는 구조이기 때문에 잉크가 마르면 곤란하기 때문. 게다가 펜 촉은 충격에 매우 약하다.
• 뚜껑을 닫아서 보관하더라도 잉크가 안에서 서서히 마르기 때문에 잉크를 채워둔 상태로 장기간 방치하면 굳어서 잘 나오지 않거나 심한 경우는 아예 피드가 막혀버리기도 한다.
• 잉크를 바꿀 때에 세척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여러 잉크가 섞일 경우 펜에 어떤 악영향을 미칠지 예상할 수 없기 때문에, 번거롭더라도 타사의 잉크나 다른 색의 잉크로 교체할 땐 세척과 건조를 시행해줘야 할 필요가 있다.
• 펜이 잉크를 엄청나게 가린다. 만년필을 한자루만 쓴다면 상관 없지만 여러 자루를 쓸 경우 펜마다 흐름이 다르단 것을 파악하여 그에 맞는 잉크를 써야 한다. 가장 기본적인 파카 큉크와 펠리칸 4001 정도만 구비해서 돌려도 큰 문제는 없지만 같은 색인데 중복 투자가 들어가야 한다는 점이 꽤나 골치로 작용할 수도 있다.
• 왼손잡이에게 가혹한 필기구다. 글을 쓰는 뱡향이 반대라는 특성상, 당기면서 쓰는 오른손잡이보단 밀면서 쓰는 왼손잡이가 펜에 무리를 조금이나마 더 주는 편이고, 필압 조절도 어렵다. 또 펜에 따라선 팁이 살짝 돌려져 있는 경우도 보이는데 당연히 오른손잡이를 위한 것이지 왼손잡이를 위한 것이 아니다. 인체공학적 배럴의 펜은 사실상 사용하지 못한다고 보아야 한다. 만약 중고로 펜을 살 경우 오른손잡이가 편한 방향으로 편마모가 생긴 상태라면 왼손잡이는 다시 길들이느라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반대의 경우로, 왼손잡이가 쓰던 펜이라고 하면 구입을 꺼리는 구매자들도 간혹 있으니 그저 눈물... 다만 왼손잡이들은 오버 그립을 쓰거나 종이를 돌리고 오른손잡이의 각도에서 꺾어 쓰는 등의 독특한 그립법을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각도에 따라 오른손잡이에게도 크게 문제가 없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것은 오른손잡이 기준에서 본 것이고 왼손잡이들은 대체로 고통받는다.
• 잉크를 미리 채워놓지 않으면 비행기에서 쓸 수 없다. 기압차 때문에 잉크를 가득 채워놓지 않으면 잉크통 빈 공간의 공기가 팽창해 잉크 누수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 심각하게 떨어지는 범용성을 자랑한다. 간단하게 말해 볼펜보다 불편하다. 사실 이건 단점에 대한 목록 중 하나라기 보다는 단점 문단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이 말이 된다. 만년필은 사용 가능한 환경에서는 상당한 성능을 보여주지만 그 외에는 거의 사장된다 봐도 된다. 펜의 발전사는 이를 간단하게 보여주는데, 깃펜과 붓이 불편해서 만년필이 나왔고 만년필이 불편해서 볼펜이 나왔다. 당연히 사용 편의성 면에서 이길수가 없다.
9. 만년필의 세척
• 만년필은 1회성으로 사용하는 필기구가 아니라, 다회성으로 잉크를 충전하여 사용하는 필기구이므로 잉크를 바꿀 때마다, 또는 정기적으로 세척을 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세척이 너무 잦아도 펜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 세척을 안 해주게 될 경우엔 잉크가 잘못 마르면 막혀서 안 나올 수도 있으며, 오래 내버려두면 잉크 냄새가 나거나 부식이 일어날 수도 있다. 관리를 잘하면 펜보다 훨씬 수명이 길지만, 관리를 못하면 오히려 펜보다도 수명이 짧을 수도 있다. 다만 오래된 잉크 문제는 따뜻한 물에 담구고 세척 용액등을 이용해서 해결할수 있으며, 닙이 금으로 만들어진 경우에는 부식에 한결 더 강하다.
• 만년필 세척용 용액이 존재하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만년필의 세척에 별다른 세척용액 같은 것 없이 물로 천천히 시간을 들여서 세척하고 말리면 충분하다. 물론 그간 관리가 안 된 채로 연식이 오래된 빈티지 만년필을 사서 리스토어한다면 세척액을 쓰는 게 좀 더 속편하긴 하다.
• 카트리지&컨버터 방식의 만년필에 대한 세척법 위 링크에선 각 만년필용 카트리지를 잘라 준비해놓고 있다고 했지만, 라미 카트리지 하나만 써도 충분하다. 라미는 물론이요, 파커, 플래티그넘 등, 학생들이 학교에서 쓸수있는 만년필촉은 이거 하나로 충분하다. 라미는 원래 자기꺼니까, 파커는 미묘하게 들어맞고, 플래티그넘은 안들어가지만 누르면서 밀어주면 씻어낼 수 있다.
• 피스톤필러 방식의 만년필에 대한 세척법
• 세척할 때 닙을 분리한다거나의 분해 과정은 불필요하다. 오히려 펜에 무리를 주거니와 분해를 하지 않음으로써 발생되는 극미량의 잉크 섞임은 세척 자체를 깨끗이 하기만 한다면 문제를 일으킬 여지가 없다고 봐도 된다.
• 뚜껑을 여닫으면서 의외로 잉크가 묻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종종 세척해주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