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와 나는 오랫동안 주식을 해왔다. 항상 주식매매를 한 것은 아니지만 아무튼 30년 가까이 이 바닥 주위를 맴돌았다.
후배와 내가 자주 매매를 했던 종목은 주로 주가 2000~3000원 정도의 것들, 그 당시 이 가격대에 속했던 종목들은 순천당제약, 대화제약, 디지틀조선, SK증권, ... 이런 것들이었다.
후배의 경우 대화제약에 1억 가까이 몰빵하여, 거의 2년을 부여잡고 버티다가 근근히 본전이 되자 '어맛, 뜨거라!' 하며 미련없이 전량 매도를 했는데, 이후 대화제약은 10배 이상 올랐다.
어디 이 뿐이랴? 비슷한 경험을 부지기수로 하면서 어찌어찌 오늘까지 살아남았다.
이후 각종 금융상품들이 쏟아지면서 비교적 시간 뺏기지 않으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ELS와 DLS다. 지수중심의 ELS를 주로 한 후배는 전승을, 종목중심의 ELS를 주로 한 나는 반타작을 했다.
그러다 좀 더 안정적이라고 생각한 DLS에 수천만원을 투자했다. 유가의 흐름을 잘 안다고 생각했고, 만일 유가가 낙인이 된다면 그때에는 유가를 사두면(유가를 추종하는 상품을 사두면) 낙인을 만회할 수 있으니, 절대로 실패할 수 없는 것이라 판단하고 득의만만하게 출발했다. 그런데...
60불 근처의 유가가 40불대로 내려앉으며 가입한 DLS가 순식간에 모두 낙인이 되어버렸다. 그 다음의 과정은 당연히 유가추종 ETN를 사두는 것이었고, 유가가 30불이 깨지자 우리는 남아있는 금액을 모두 털어 유가 레버리지 ETN에 집어넣었다. 처음에 손실이 크게 났지만 곧 손실을 만회하고, DLS 잠재적 손실분까지 만회할 수 있는 가격대가 되자 나는 미련없이 전량 매도하여 약 2000만원의 수익을 냈다. (이중 1500만원은 DLS잠재적 손실분이다. 손실을 50%라고 상정한 것이다.).
유가추종ETN을 하면서 후배와 긴밀하게 연락하며 공동보조를 취해왔고, 후배도 이날 전량매도 주문을 걸어두고 업무를 봤는데, 주문을 걸어둔 가격까지 갔다가 바로 내려오는 바람에 한 주도 매도가 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이후 이 상품의 가격은 오늘 현재가격으로 정확하게 1/10 토막이 났다. 유가가 40불대로 회복이 되었는데도 말이다. 어리석게도 이 상품의 성질, 정확하게는 레버리지나 인버스2X의 성질을 잘 모르고 시작했다는 것이 불찰이었다. 참 희한한 상품이었다. 레버리지가 1/10 토막이 났다면 인버스2X는 10배가 되어야 하는 것이 보통의 상식아닌가? 이 상품은 레버리지 뿐 아니라 인버스2X도 똑같이 녹아버렸다.
만일 그때 후배가 나처럼 얼마만이라도 낮게 매도주문을 걸었더라면 오늘 그의 주식인생 스토리는 많이 달라져 있을 것이다. 나보다는 훨씬 과감한 승부를 좋아하는 그는 4월이후의 상승장에서 크게 수익을 냈을 것이다.
주식을 하면서 '그때 그랬더라면...', 이런 일이 어디 한두번 이었던가? 하지만 이번의 판단미스는 그 여파가 너무 크다.
첫댓글 그때 그랬더라면...
참 공감 가는 말입니다
성공투자하십시요
파란만장한 주식 여정이시네요 저는 에르빈님께서 설명하신 상품들을 잘은 모르지만
저의 막내오빠도 10년 이상 주식 선물을 매매하고 있답니다. 헤어나지를 못하시는것 같아
늘 안타까운 맘 뿐인에 오빠는 그것을 끊을수가 없다합니다.
에르빈님께서는 ㅅ간이 걸려도 손실을 다 만회하셨으니 다행입니다.
주식이나 특히 선물은 너무나 무서운 것 같아요~~~
마음 아픈 글입니다.
가슴에 새기고 갑니다.
공감이 가는 글이네요
성투하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