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베컴(David Beckham). 설명이 필요 없는 당대 축구계 최고의 이슈메이커. 축구를 모르는,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도 친숙한 플레이어.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별들이 저마다의 맵시를 뽐내며 필드를 수놓고 있으나 비교를 거부하는 빛의 소유자. 맨체스터Utd.의 자존심이라는 엄청난 명예를 마다하고 서슴없이 다른 터전으로 자리를 옮긴 배포 큰 남자. 최고의 오른발 크로스와 축구종가 잉글랜드대표팀을 이끄는 카리스마. 그리고 외모가 경쟁력인 이들에게서도 부러운 시선을 받는 수려한 용모... 대략 떠오르는 이미지만으로도 빈칸이 채워지는 걸 보니 역시 스타는 스타다. 그런 베컴을 11월7일 스페인 마드리드 현지에서 직접 만날 수 있었다. 팬들은 물론이거니와 언론입장에서도 인터뷰 시도자체가 쉽지 않은 거물이기에 현지로 날아가는 내내 달뜬 기분이 제어되지 않았다. 충분히 그만한 가치를 지닌 인물이다. 국내언론에서 베컴 인터뷰가 성사됐던 기억, 없을 것이다.
▶임성일=글 text by Sung Il Lim / 이완복=사진 photograph by Wan bok Lee
David Beckham (Real Madrid)
친절한 베컴씨
인기가 많으면 항상 시기가 따르는 법이다. 사람의 심리가 이상케도 남 잘되는 것에는 후하게 마음을 열지 못한다. 무언가 긁어서 부스럼을 내고자 안달이다. 별 수 없는가보다. 실력으로나 용모로나 세계 축구계 최상위 클래스에 확고한 똬리를 틀고 있는 베컴이고 때문에 인기 못지않게 거부세력(?)도 상당하다. 가장 많이 제기된 것이 개인 사생활이 문란하다는 비난이다. 참으로 무책임하다. ‘도덕’이라는 잣대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 흔치않다.
반면 애교스런 비판도 있다. 카리스마 넘치는 외모에 비해 목소리가 가늘다는 지적이다. 이 정도는 정말 애교스럽다. 어찌나 완벽에 가까웠으면 하물며 목소리 굵기를 들먹이겠는가. 바로 앞에서 확인한 사실을 전달한다. 아쉬워 할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확실히 가는 톤이기는 하지만 못 들어줄 정도는 아니다. 그 정도면 준수하다. 보다 현실적인 상처내기란, 언제 어디서든 포커스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기에 다소 거만하지 않을까하는 막연한 추측이다. 개인적으로도 이것이 궁금했다. 그리고 가장 놀란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환한 웃음과 함께 “한국에서 오셨죠? 반갑습니다”로 시작된 그와의 만남은 시종일관 진지하고 따뜻했다. 괜한 호들갑이 아니라 기대 이상의 성실함에 탄복할 수밖에 없었다. 조금만 주가가 상승해도 어깨에 힘부터 들어가는 일부 선수들을 바라보며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던 터이기에 친절하고 또 친절했던 베컴의 첫 인상은 강하게 남을 수밖에 없었다.
레알은 강하다
“우리 멤버는 상당히 강합니다. 지금은 다소 부상선수가 있어서 팬들이 기대하는 만큼의 모습을 펼치지 못하고 있지만 분명 우리는 강하고 우리가 원하는 목표를 이룰 것 입니다.”
레알 마드리드에 대한 질문이었다. 클럽 자체의 이름값 그리고 속해있는 선수들의 면면으로 인해 어지간한 성적이면 칭찬보다는 비판이 많을 수밖에 없는 레알 마드리드다. 올 시즌도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에게 비판이 적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선수 개개인의 능력치가 곧바로 팀 전력으로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그렇다고 우리의 팀플레이에 문제가 있다는 말은 아니고요. 그만큼 팬들의 관심과 애정이 많다는 뜻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한 베컴은 “저는 저의 동료들을 믿고 마드리드의 팬들을 믿습니다. 그리고 내가 여기에 있다는 것이 정말 행복합니다”라고 멋진 웃음으로 대답을 마무리했다.
문득 바로 전날 있었던 레알 사라고사와의 홈경기의 장면이 상기됐다. 1-0으로 승리를 거둔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을 이끌었던 베컴은 종료 후 가장 마지막까지 필드에 남아 환호하는 팬들을 향해 화답했다. 사방을 돌며 손뼉을 멈추지 않던 베컴. 어느덧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의 중심선수로 자리매김한 모습이다. 불과 몇 년 전만에도 그러한 모습은 잉글랜드 맨체스터Utd.의 홈구장 올드 트래포드에서 볼 수 있던 것이다.
여전히 맨유를 사랑한다
“난 여전히 맨체스터Utd.를, 올드 트래포드의 팬들을 사랑합니다. 그리고 진심으로 그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기를 희망합니다. 나에게 맨체스터Utd.는 소중한 곳입니다.”
스페인으로 향하는 중간에 잠시 런던을 경유하면서 현지 신문을 구입했는데 맨체스터Utd.의 기사가 크게 보도돼 있었다. 그중 캡틴 로이 킨의 팀 내 불화와 관련된 페이지가 눈에 띄었다. 국내에도 알려진, 동료들에 대한 독설을 내뿜었다는 바로 그 내용이다. 베컴은 일단, “내부사정을 잘 알지 못하면서 왈가왈부 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다분히 로이 킨을 옹호하는 입장의 뉘앙스를 풍겼다.
“내가 아는 한, 로이 킨은 최고입니다. 우선 선수로서 그만큼의 재능을 지닌 미드필더를 찾기 힘듭니다. 타고난 것은 물론이고 훈련과 실제 경기에서 보여 지는 그의 행동은 후배들의 귀감이 되죠”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무엇보다 높이 사는 것은 캡틴으로서의 능력입니다. 킨의 카리스마와 리더십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것”이라며 맨체스터Utd.에서 로이 킨의 입지를 중요하게 판단했다.
귀국 후 로이 킨과 맨체스터Utd.의 결별이 밝혀졌을 때 베컴이 ‘충격적’이라고 답했다는 외신보도와 일맥상통하다. 당시 자못 진지하게 의견을 밝히던 베컴의 표정이 떠올랐다. 감정을 뺀, 건조한 멘트일 수 있지만 외형적으로는 맨유의 건승을 기원했다.
자신과 맨유 톱스타의 상징이던 등번호 7번을 물려받은 후배를 언급하며 “C.호나우도는 그 셔츠를 입을 충분한 자격이 있는 선수입니다. 호나우도 뿐 아니라 젊고 재능 있는 선수들이 많이 포진돼있죠. 맨체스터Utd.는 최고의 클럽입니다”라며 오늘 ‘슈퍼스타 베컴’이 있기까지의 토대가 된 전클럽에 대한 칭찬에 인색하지 않았다.
박지성을 아시나요
원래 인터뷰를 준비하면서는 생각지 않았던 질문이다. 물었다가 난감한 답변이 돌아오면 질문한 사람이 머쓱할 것 같아서다. 하지만 맨체스터Utd.이야기가 적당한 수준까지 흘렀기에 내친걸음에 박지성에 대해 물어보았다.
“알고 있습니다.” 일단, 다행이다. “그를 잘 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Park’은 보고 들은 이야기가 있으니까요. 모를 수 없지요. 지난 시즌 아인트호벤과 함께 챔피언스리그 4강까지 오르지 않았습니까.” 생각해보면 괜스런 우려였다. 그렇다. 박지성은 이미 챔피언스리그 4강을 밟은 선수 아닌가. 친분이야 당연히 없겠으나 존재감은 어느덧 유명선수들의 머리 속에도 각인되고 있는 수준이다. 물론 현재 맨체스터Utd. 일원이라는 것이 적잖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말씀드렸듯 현재 맨체스터Utd.는 젊고 유능한 선수들이 많습니다. 구단의 방침이 그러한 것으로 보입니다. ‘Park’ 역시 그 중 한명이겠죠.” 참으로 많이 성장한 박지성이다.
운이 필요하다
자연스럽게 최대관심사인 월드컵에 대한 질문으로 연결했다. 각종 대회가 시작될 때마다 강력한 우승후보로 거론되는 잉글랜드 대표팀이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면 늘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보였다. 이번 지역예선도 마찬가지다. 조1위로 티켓을 거머쥐긴 했으나 썩 순탄한 길은 아니었다.
이를 지적하자 베컴 역시 “편하게 올라가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우려가 많다는 것도 압니다. 하지만 지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예선을 통과하고 내년 독일로 향하는 티켓을 따냈다는 것”이라며 짐짓 여유로운 답변을 했다. 어차피 관건은 본선이라는 말이다.
안팎에서 현재 잉글랜드대표팀에 대한 호평이 많다. 베컴을 비롯해 루니, 오웬, 램파드, 제라드, 존 테리, 숄 캠벨 등 정상급 반열의 선수들이 스쿼드 곳곳을 채우고 있는 까닭이다. 베컴의 생각도 동일하다. “나를 제외하더라도 현재 잉글랜드대표팀의 선수구성은 굉장하다. 그들은 젊고 여전히 발전하고 있다. 내년이 정말 기대된다”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최종성과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고 신중한 전망을 내놓았다. 그리고 그것은 꽤나 솔직한 발언이었다.
“우리는 일단 최선을 다해 준비할 것이고 독일에서 또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어느 나라든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하며 “월드컵 본선에 오른 국가라면 모두 강하죠. 누구를 손쉽게 볼 수 없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정부분 ‘운’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실력이 우선 중요하겠지만, 정상까지 오르려면 ‘운’의 도움이 있어야 합니다”라는 의외의 대답이 나왔다.
이젠 베테랑에 가까운 베컴이다. 캡틴으로 출전한 A매치만도 50경기에 당도했다. (베컴은 인터뷰 이후인 11월12일 열린 아르헨티나와의 숙명의 평가전에서 커리어 50번째 주장완장을 단 A매치를 소화했다. 3-2 잉글랜드의 승리로 끝났다) 클럽에서도 올라야할 최고의 위치를 밟아본 그다. 이런 베컴이 월드컵 정상을 위해서는 운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만큼 힘든 여정이라는 말이다. 부러 패하고자하는 선수는 없을 것이다. 승리에 대한 갈망은 그들이 더 크다. 겉으로는 화려해보이지만, 많은 사람들의 기대와 시선을 등에 업은 국가대표 선수들의 고충이 조금은 이해가 된다.
괜찮은 남자
시간이 그리 넉넉지는 않았다. 이해한다. 떨어질 생각 없이 베컴 옆에 바싹 붙어있던, 매니저로 보이는 사람은 줄곧 시계를 바라보며 꽤나 조급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베컴은 시선을 고정한 채 “편하게 다른 것도 물어보라”며 배려한다. 외려 미안해서 붙잡기 힘든 상황이다. 소소한 질문에도 흔쾌히 답했고 성의 없는 단문도 없었다.
대부분의 대답 앞에 “제 생각에는...”이라는 전제를 붙였으니 거들먹거리는 모습도 찾을 수 없었다. 다소 난감한 질문에는 “음...”이라는 감탄사와 함께 이해해달라는 미소를 보냈으니 밉지 않았다. 상대가 데이비드 베컴이라는, 이 시대 최고의 축구선수였으나 마치 친분이 있는 선수와의 대화마냥 편했다. 참 괜찮은 사람이다. 베르나베우 경기장에서 베컴의 플레이를 보면서 한번 놀랐다. 잘하는 것은 둘째 치고 굉장히 왕성하게 뛰었다. 그리고 인터뷰 태도에 거듭 놀랐다. 앞에 소개한 이유들 때문이다. 이래서 겪어봐야한다.
진정 행복한 데이트였다. 한참이나 멀리 떨어진, 대한민국에서 날아온 언론과의 만남에 정성을 다해 마주하던 데이비드 베컴의 모습을 오래 기억할 것이다.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첫댓글 이 기사 봤는데........ 목소리부분은 조금.. 아량이 넓게 생각하신듯 기자님께서 ㅋㅋ 여튼 벡스 멋져 ㅋ
흠 좋은자료 감사합니다 ~^ ^
저도 이거 봤는데 ㅋㅋ 근데 중간에 베컴사진에서 눈이 좀 이상하게나옴 ㅋ
재밌다ㅋㅋ
왠지 박지성선수 알고있느것도 고마운 생각이 드네요...
브라보... 좋네요
웃지마 정든다
첫번쨰사진 멋있네요...
기자 개인의 주관을 지나치게 버무린...개인감상문같은 이런 어투의 기사는 왠지 정독하기가 싫은....-_-
멋잇어 멋잇어 역시 베컴
미국에서도 베컴 유명 한가요. ㅋ?/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유명하죠,, 축구선수중 가장유명합니다..
정말 젠틀맨인가봐... +ㅁ+ㅎㅎ
말그대로 영국신사 베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