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리산 정상을 오르는 수많은 코스 중에서 경남 함양군 마천(馬川)면 강청리(백무동)를 거치는 사람은 산행 외적인 행복 한 가지를 누릴 수 있다. ‘느티나무산장’을 찾아 주인 문호성(文浩成)씨를 만나 지리산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지리산이 얼마나 아름다운 산인지, 지리산에서 사는 삶이 얼마나 값진 삶인지를 느끼게 된다. 느티나무산장에서 계곡의 물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황홀한 시간을 엮을 수 있는데 이 분을 만나고 이 분의 삶을 알게 됨은 금상첨화, 얼마나 큰 행운인지 금방 알게 된다.
산장 주인 문호성씨는 항초심(恒初心) 32년 동안 이곳에서 살고 있다. 보통의 경우 대도시로 나가 도시사람이 되는데 문호성씨의 경우는 판이하다. 그는 대도시로 유학, 공부를 하고 깊은 산속 지리산 사람으로 살기 위해 귀향했다. 그리고 탄탄한 직장, 농협에서 일했지만 자신이 가야 할 인생은 안일한 직장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지리산을 찾는 사람들에게 편안한 휴식처를 만들어야겠다는 그의 소망은 결국 오늘의 성공시대를 열게 되었다는 것이다. 허름한 주거지에서 오직 산사랑 사람사랑 일념으로 손님들을 맞으며 일군 그의 오늘은 그를 알고 있는 오랜 산꾼들에게는 참으로 소중한 귀감이 되고 있다.
지금의 반듯한 ‘느티나무산장’은 함양에서는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유일한 굿스테이다. 이것은 우연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 결코 아니며 4반세기 동안의 각고의 결실이다. 이러한 결실을 맺는 벅찬 과정에서도 그는 고향을 위해 마천면 애향회를 조직, 지리산 주능선 북쪽의 중요한 사료들을 놓치지 않고 찾아내어 소중한 향토사를 정리했다. 함양군 군의회 의원으로 선출되어 공직생활도 했었지만 그것 또한 ‘마이 웨이’가 아니었음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마천산악회장으로 ‘지리산속 가락국 역사탐방로’조성사업에 도전하겠다는 강한 뜻을 내비쳤다. 산꾼들이 먹고 잘 수 있는 식당과 숙박시설을 마련해 놓았다. 식당은 착하디 착한 부인 조귀자(曺貴子) 여사가 맡아서 운영하고 있다.
메뉴 산채비빔밥 6,000원. 토종돼지삼겹살 1만원. 토종닭백숙, 송어회 각 4만원
전화번호 [느티나무산장] 055-962-5345
찾아가는 길 경남 함양군 마천면 강청리(백무동) 169-3
칠선휴게소
강정요리 옻닭백숙에 복분자술
가락국(駕洛國-金官伽倻. 427~562)의 제10대 구형왕(仇衡王)은 521년(신라 법흥왕 8년)에 즉위, 재위 42년 만인 562년(신라 진흥왕 23년) 신라군의 공격을 받고 항복함으로써 가락국 최후의 왕으로 기록이 되었다. 경남 함양군 마천면 추성리, 지리산 칠선계곡에는 멸망한 가락국의 사적들이 남아 있다. ‘대궐터’, ‘국골(國谷)’ 등의 지명이 이 사적들의 흔적이고 능선 너머 산청 땅에는 돌무덤으로 된 구형왕릉이 있다.
마천산악회(회장 문호성) 회원들은 이 사적지들을 정리, ‘지리산속 가락국 역사탐방로’를 조성해 많은 사람들이 찾도록 하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었다. 문호성 회장과 이 사적지에서 지척의 거리에 위치한 ‘칠선휴게소’의 허상옥 대표는 이 탐방로 조성에 강한 의욕을 갖고 있는 분이다. 마천산악회의 등반대장이기도 한 이 곳 토박이인 허상옥씨(50)는 골수 산꾼으로 이미 전국 각지의 많은 산꾼들과 돈후한 우정을 쌓아 왔고 산행 안내역도 즐겨 맡아 오고 있는 사람이다. 우리 일행이 칠선휴게소를 찾았던 날도 궂은 비를 맞으며 외지에서 온 산꾼들을 비선담까지 안내하고 돌아온 바로 직후였다. 우리 일행이 식탁에 앉자 부인 양인숙씨는 얼른 옻닭백숙 상차림을 해 내었다. 우리 일행은 자연스럽게 변강쇠 이야기를 하게 되었고 “변강쇠는 지리산에서 무엇을 즐겨 먹었을까” 하는 데 화제가 모아졌다. 뭇 호색가들이 선망(?)하는 ‘남성’ 변강쇠의 그 힘은 어디에서부터 온 것일까? 결코 먹거리와 무관하지는 않았을 것이며 ‘지리산에서 나는 모든 먹거리는 강정(强精)에 효험이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한바탕 즐겁게 웃었다. 허상옥씨는 자신의 집 ‘칠선휴게소’에서 차려내는 옻닭백숙이야말로 최고의 강정요리라고 자임했다. 옻닭요리는 사람의 오장육부를 튼튼하게 하는 식품이라 ‘남근(男根)’까지 힘차게 만들 것임에야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치 않을 것이라며 좌중을 즐겁게 했다. 그러면서 옻닭을 끓이는 ‘마천옻’은 전국적으로 최상의 옻으로 알려져 있고, 바로 마천의 아버지 세대에서는 마천옻 한 봇짐 메고 나가면 큰 돈을 벌어서 돌아오기도 했다는 실화를 들려 주었다.
마천옻이 산간지역인 강원도를 위시, 바다 건너 제주도까지 팔려 나갔다니 그 명성은 알 만했다. 그리고 식탁에 올라 온 술은 ‘주몽’과 ‘황진이’였다. ‘주몽’은 16도짜리 복분자술이고 ‘황진이’는 13도짜리 청주다. 전에는 ‘강쇠’를 내어 놓았는데 지금은 강쇠를 주조하던 같은 회사에서 강쇠를 업그레이드한 ‘황진이’를 내어 놓고 있다고 했다. 칠선계곡 물소리는 우렁찬데 변강쇠에 강정의 술인 복분자술 ‘주몽’과 ‘강쇠’, ‘황진이’라. 삼박자 사박자가 척척 맞아 들어가며 우리 일행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졌다. 자연보호마천면협의회 회장 출신인 허상옥씨는 매우 엉뚱(?)하게도 “변강쇠는 철저한 자연보호운동가였다”는 발언을 했다. 의아해하는 우리 일행에게 “변강쇠는 땔감으로 살아 있는 나무를 해칠 수 없었기에 ‘죽은 나무’로 자기에게는 쓸모가 없는 장승들을 뽑아다가 땔감을 했었다”는 그럴듯한 설명을 해주었다. 그러면서 “변강쇠는 참으로 억울한 죽음을 당했다”는 주장으로 일행을 한바탕 더 크게 웃게 만들었다.
메뉴 산채비빔밥 6,000원. 옻닭 4만원.
전화번호 [칠선휴게소] 055-962-5494
찾아가는 길 경남 함양군 마천면 추성리 490
칠선산장식당
칠선계곡 지리산 산채나물천국
지리산 칠선계곡은 설악산 천불동계곡, 한라산 탐라계곡과 함께 한국의 3대 계곡의 하나다. 그만큼 칠선계곡은 깊고 아름답다. 적설기에는 해외고산등반대의 훈련장소로도 적격이다. 함양과 마천을 잇는 1084번 지방도로를 따라 엄천이 흐르고 칠선계곡으로 꺾어 들어가는 길 엄천에는 자동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만한 좁은 다리가 놓여 있다. 이 다리에서 칠선계곡으로 들어가는 길로 2km 남짓 달리다 보면 벽송사와 칠선계곡으로 갈리는 추성삼거리가 나오고 칠선계곡 바로 위쪽이 버스 정류장이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바로 오르면 칠선계곡 코스이고, 왼쪽 가파른 언덕길로 오르면 하봉, 중봉, 상봉(천왕봉)으로 오르는 코스다.
이 삼거리, 칠선계곡의 심포니를 들으며 하얀 물빛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곳에 식탁을 펼쳐 놓은 집이 ‘칠선산장식당’이다. 변강쇠가 즐겨 먹었을 법한 각종 산나물들로 산채비빔밥과 산채정식을 차려낸다. 석이버섯, 석이나물, 참나물, 곰취, 미역취, 고사리, 취나물, 산뽕닢, 오갈피순, 다래순, 곤드레, 금랑화, 엘레지, 산갓대 등 가히 산나물의 백화점이라 할 만큼 그 종류가 참으로 다양하다. 이 나물들은 산장주인 선시영(宣時永·50)씨가 직접 채취한 것들이다.
메뉴 산채비빔밥 6,000원. 산채정식(4인 기준) 1인당 1만원
전화번호 [칠선산장식당] 055-962-5630
찾아가는 길 경남 함양군 마천면 추성리 299-1
늘봄가든
한방과 서양의 컬러푸드 결합 이색 오곡밥
함양을 가는 사람들은 귀한 시간을 내어 ‘상림’을 둘러보게 된다. 천연기념물 제154호로 지정된 상림은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림으로 일년 사계, 계절 따라 색다른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숲이다. 상림 속에 조성된 오솔길은 연인끼리, 가족끼리 추억 쌓기에 좋은 명소로 대단한 인기라 주변에는 자연스럽게 맛을 즐길 수 있는 이름 높은 업소들이 늘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상림에서 멀지 않은 곳, 넓은 공간에 자리 잡고 있는 ‘늘봄가든’은 절기음식인 오곡밥을 차려내는 별난 음식점이다. 다른 지역에서는 좀처럼 찾아 보기 힘든 음식점으로 우리 고유의 음식에 서양의 컬러푸드를 결합시켜 차려내는 음식이 매우 이채롭다. 더욱이 한방까지 가미시킨 음식이라 외지에서 이 집을 찾는 손님들이 줄을 잇고 있다는 것이다. 상림 탐방에 들어가기 전, ‘늘봄가든’의 넓은 주차공간에다 차를 세워 두고 상림을 탐방하고 난 다음, 식사를 하기 위해 이곳으로 돌아와서 식사를 하는 손님들이 많다고 한다.
업주 김원곤(48)씨의 선친 김정식씨는 유명한 한의사로 함양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는데 아들은 음식장만에 선친의 한방을 도입시키고 있다는 설명이다. 17년의 전통에 전국 각지 언론매체에 널리 소개된 집이라 식탁 차지가 어려울 경우를 감안, 미리 예약을 하고 찾아가는 것이 좋겠다. 주 메뉴인 오곡정식에는 한방수육에 각종 나물과 더덕구이가 따라 나온다. 식탁 120석.
메뉴 오곡정식 8,000원. 1만원(특). 초벌 삼겹살(180g), 갈비(200g) 각 8,000원.
전화번호 [늘봄가든] 055-962-6996
찾아가는 길 경남 함양군 함양읍 교산리 946. 상림숲 동쪽 300m 거리
금농 & 보나세라
함양의 긍지 최고의 맛집 찻집
상림에서 큰길 하나 건너편 교산리에 있는 ‘금농’은 함양의 긍지, 최고 웰빙 맛집으로 부상하고 있는 식당이다. 외지에서 함양을 찾는 손님들이 금농에 들른 뒤 남긴 방명록을 보면 이 업소의 인기도를 금방 알 수 있다. 특히 많은 사람들로부터 듬뿍 사랑을 받는 여러 연예인이 다녀간 흔적들이 남아 있다. 안주인 권정숙씨는 매우 자랑스럽다며 더 잘해야 한다고 다짐하는데 함양 일대에서는 상냥하고 아름다운 여인으로 크게 소문이 나 있었다.
금농 뒤편 건물은 금농에서 함께 운영하는 찻집 ‘보나세라’다. 보나세라(Buona Sera)는 영어 ‘Good Afternoon’의 이탈리아어다. 통나무 3층 건물인 ‘이탈리아식 전통카페 보나세라’의 북쪽 창밖으로는 상림이 한눈에 들어오고 괘관산 긴 주능선이 상림의 병풍인 양 펼쳐져 보인다.
금농
메뉴 생선구이 쌈밥돌솥 8,000원. 아낙꽃게찜(아구, 낙지,꽃게) 3만원. 솔송주 1만원.
전화번호 [금농] 055-963-9399
찾아가는 길 함양읍 교산리, 상림 길 건너편
보나세라
메뉴 요구르트아이스크림, 커피, 전통차
전화번호 [보나세라 ] 055-963-8688
찾아가는 길 함양읍 교산리, 상림 길 건너편
원조 흥부골 남원추어탕
들깨맛 아니고 미꾸라지 맛이네
남원시 인월면 인월리는 함양땅 마천 백무동이나 남원땅 산내 뱀사골과 달궁마을로 들어가는 길목이다. 12번 88올림픽고속도로 지리산IC에서 ‘넘어지면 코가 닿는다’는 가까운 거리다.
이곳 인월버스터미널 바로 앞쪽에 있는 오성당한약방 백진종 원장은 현지 골수 산꾼으로 산악회 회장을 오랫동안 맡았던 분이다. <월간山> 20년 독자로 전국 각지의 많은 산꾼들과 끈끈한 인연이 닿아 있기도 하다. 생면부지의 산꾼이라도 그를 찾아가면 산행의 등대지기 역할을 해주고 있다. 요즘은 수많은 지리산둘레길 탐방객들이 자신을 찾아 주신다며 즐거워했다. 찾아 오시는 분들에게 “남원 추어탕 맛은 보셔야지요” 하면서 추어탕을 권유한다면서 추천해 준 업소가 ‘원조 흥부골 남원추어탕’이다.
‘남원추어탕’은 워낙 유명한 음식이라 긴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그런데 어느 날 업주 소재붕씨는 외지에서 온 등산복 차림의 한 여인이 “시상에!! 이 집 추어탕, 들깨맛이 아니네, 정말 미꾸라지 맛이네!!” 하는 말에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남원추어탕 식탁에는 들깻가루가 올라가지 않는다. 서울이나 다른 지역 추어탕 식탁에는 들깻가루가 올라 가는데 손님들은 추어탕에 이 들깻가루를 듬뿍 넣어서 먹게 되니 진짜 추어, 미꾸라지 맛은 몰랐었다는 뜻이다. 추어탕집이 밀집해 있는 남원시내로 가지 않고 지리산 나들목, 인월에서 진국 남원추어탕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즐거운 식도락으로 기억에 남는다.
메뉴 추어탕·추어만두 각 7,000원. 추어튀김 1만원. 현지생산 약주 황진이 7,000원. 주몽 1만원.
전화번호 [원조흥부골 남원 추어탕] 063-636-5687
찾아가는 길 인월버스터미널에서 함양 마천 남원 산내 방향 500m거리 오른쪽
[황진이 & 주몽] 주선급 술꾼들의 오미자술과 복분자술
“술 마신다고 다 술꾼인가 / ‘주몽’ 한잔 걸쳐보고 ‘황진이’에 취해 봐야 / 주선(酒仙)급 술꾼이지!”
천하의 명기(名妓) 황진이가 지리산 자락 남원 땅에서 ‘오미자 술’로 환생했다. 그러고는 술깨나 마신다고 뽐내는 사람들에게 한 수 읊어 준 시 구절이다.
‘주몽’과 ‘황진이’는 전라북도 남원시가 선정한 민속주다. 고구려 시조 동명왕(東明王)의 휘자(諱字)에서 따 온 주몽(朱蒙)은 복분자주이고 황진이(黃眞伊)는 지리산자락의 오미자와 산수유를 원료로 빚은 우리 고유의 민속주다.
‘주몽복분자술’은 주정(소주)을 섞지 않고 전통 발효방법에 따라 빚어 낸 100% 발효주로서 16도이며, 부드럽고 숙취가 없다. 복분자의 참 맛을 느낄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순수발효 복분자주’로 평가를 받으며 호주, 일본, 중국 등으로 수출해 세계인으로부터도 사랑받는 최고급의 복분자술로 발돋움을 하고 있다.
‘황진이’는 청정지역에서 생산된 질 좋은 쌀과 지리산 자락의 오미자와 산수유를 원료로 옛 선조의 전통기법으로 빚는다. 숙취가 없고 부드러운 청량감으로 남녀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술로 정평이 나 있다. 13도이며, 농림부주최 2007년 전통주품평회 ‘대상’, 국세청주최 제1회 대한민국 주류품평회 최고상 ‘금상’을 수상했고, 남북정상회담 ‘건배주’로 선정되기도 했었다. 전화 063-625-50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