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게구름 두둥실 떠가는 내고향 모악산
< 모악산정에서 바라본 고향벌 >
2006년 8월6일
딱히 갈곳이 없을때 다른일이 있어 시간이 없을때
일년에 서너번 고향산에 오릅니다. 무심하고 무정한 사람이죠
아침 출근길에 빤히 보이는 모악산정
아내와 같이 가면서 매일같이 그 모악산정을 바라보며
오늘의 날씨를 점치곤 합니다
모악산정 마루금과 안테나가 확연하게 보이는 날은 쾌청한 날씨입니다.
모악산이 아예 자취를 감춘날은 비나 눈이 오는 날이구요
원래 그렇다구요 괜한 말을 했나요..ㅎㅎ
들끊는 산객이 많다고, 등로가 황폐해져 걷는 맛이 없다고
여러가지 핑계를 대면서 자주 들지 못하는 그곳을
봄 산행 이후 오랜만에 스며듭니다.
사람들 산과 바다로 피서 떠나 한가할 줄 알았는데
중인리 주차장은 차들로 만원입니다.
미숫가루 얼린물에 가게에서 파는
빵2개 귤 5개가 오늘의 식량입니다
물론 물도 두어통 들어있습니다.
저번 지리산 산행후 땀냄새에 쩔어버린 배낭을 빨았습니다
냄새도 좋고 고슬고슬한게 가볍게 느껴집니다.
아침에 출발직전 카메라를 앞에 놓고 고심했습니다
가져갈까 말까 별로 찍을것도 없는데..날씨도 그렇고
에잇! 그냥 놓고가자
사실 카메라가 없으면 산행이 허전합니다
같은 풍경이래도 앵글로 바라보는 풍경이 훨 낳더군요
가까히 댕겨 자세히 보기 때문에 그런가 봅니다.
그러나 모악산을 향하다 보니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가는길에 사무실을 들려 일반디카(똑딱이)를 가져 갑니다.
점심이 가까워질 무렵이니 태양이 불타오르기 직전이죠
산자락에 들기까지 노출된 마을길을 걷는동안
작열하는 햇살이 장난이 아닙니다. 살이 익는것 같습니다
금곡사 길을 버리고 좌측 계곡길로 향합니다
여름산행은 어찌 되든 계곡산행을 해야 합니다
유수가 품는 냉기가 더위를 덜어주거든요
매서운 햇살을 피해 겨우 산 숲에 스며들지만
설상가상 후끈 달아오른 숲은 습도가 높아 완전 찜통입니다
워매 죽이네
숨을 내쉬고 나서 들여마시면 뜨듯한 공기가 입안에 가득 들어옵니다
아직 계곡은 좌측 멀리 있습니다
계곡에 들면 괜찮아 질거야
하지만 아이구 계곡풍경이 과관입니다
피서를 나온 사람들과 산객들이 짬뽕이 되어
웃통을 벗고 어떤이는 팬티바람입니다
젠장 이거이 뭐랑가
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그렇다고 싸움도 못하는 내가 나설 수도 없구요
설령 나선다 해도 한두명 이라야 뭐라 말을 하죠
암튼 계곡을 따라 좀 좋다 싶은곳에는
어김없이 반 노출 차림의 유산객들이 차지하고서
고기를 굽고 닭을 삶고 시셋말로 지지고 볶고 난리입니다.
꾹 참고 그냥 오르자 못 본척..
계곡을 거슬러 오르려던 마음을 돌이켜
등로를 따라 맥없이 올라갑니다.
< 무명폭 >
모악산이 숨겨놓은 무명폭입니다
그동안 등로에서 살짝 비켜나 숲속에 숨어있어
사람손이 덜 탄 곳입니다 그러나 이번에 가보니 엉망입니다
물놀이를 하기위해 폭포하단 소를 다 뒤집어 놓고
주변으로 돌을 쌓아 자연적인 모습을 완전히 바꿔 놓았습니다.
계곡상류는 좀 괜찮겠지...
웬걸 이번엔 배낭을 맨 산객들이 팬티바람입니다.
애써 고갤 돌리며
넘 더워서 그러겠지...
지난번 폭우가 남긴 흔적이 여기저기 보입니다
유석들이 널부러져 있고 등로도 휩쓸려 간곳이 많습니다
혼자 오신 여자분이 내려오면서 길을 찾지 못해 쩔쩔맵니다
8부능선 쯤 도착하면 윙 하고 기계음이 들립니다
모악산정에 있는 통신기지국 식수 조달을 위해
이곳에 물탱크를 설치하고 모터를 가동하기 때문이죠
블랙이 이곳에서 다시 내려가자고 합니다
기력이 떨어져 올라갈 수 없다고 따라오지 않습니다.
아니 지리산 그 먼길을 잘 도 올라가는 사람이..
산이란게 높든 낮든 정상까지 오르기 위한 과정은 비슷하고
힘에 겨운건 마찬가지 입니다
당일날의 몸 컨디션이 산행 즐거움을 좌지우지 할뿐..
< 펌프장 부근 >
< 헬기장에서 >
숨이 턱까지 차 비틀거리며 주능선에 올라섭니다
산정에도 바람한점 없고 차오른 숨이 헐떡거려
쓰러질 것 같은 고통에 잠시 나무를 부여잡습니다
박무탓에 시계는 흐려도 모처럼 파란 하늘을 봅니다
뭉게 구름이 무럭무럭 피어오르고
전주시경도 선명하지 않으나 흐릿하게는 보입니다
매봉가는길 조망바위에 앉아 뭉게구름과
그 아래 펼쳐진 고향산야를 굽어봅니다
제 생각에도 내고향 전주의 풍수는 기막히게 좋은것 같습니다
북,서 방향은 너른 호남평야가 펼쳐저
지평선 넘어로 떨어지는 석양을 바라볼 수 있으며
동쪽과 남쪽은 고봉준령들이 우후죽순처럼 솟아올라
맑은 물과 바람을 가져다 줍니다.
< 금산사 조망 >
< 주능선 사면에 핀 원추리 >
< 진안방면 산군 >
< 모악정상 >
< 전주시 평화동과 삼천동 모습입니다 >
< 요녀석 찍다가 등에 침 맞았습니다 >
< 매봉가는 주능선 >
< 조망대 암봉 >
저들만의 시간을 가지려 함이었는지..
산정을 장악한 이방인이 맘에 들지 않했는지..
큼직한 땡벌에 등짝을 쏘이고서야 정신차려 산정을 내려옵니다
매봉가는 능선길은 비단처럼 고와서 마치 구름위를 걷는 기분입니다
급한마음 버리고서 부드러운 능선길을 야금야금 즈려밟습니다
어릴적 모처럼 돈이 생겨 아이스께끼 하나 사서 손에들면
사각사각 베어먹지 못하고 쭉쭉 빨아먹다가
결국 더운날씨에 분리된 막대기에서 뚝 떨어져 땅바닥을 구르는
아이스께끼를 보게 됩니다
줄어드는게 너무도 아쉬워 아끼며 아끼며 먹던 아이스께끼
모악산정 주능선길도 그리 아껴가며 걷고 싶은 길 입니다
좋은 길은 아무리 멀고 길어도 금세 끝나는것 같습니다
어느세 주능선길은 끝이나고 우측 사면으로 내리는 염불암길을 맞이합니다
오랜만에 온 길 새로히 설치된 목조계단이 우릴 놀래킵니다
< 주능선에서 염불암 내림길 >
염불암에 내려서니 보살님들이 불러 세웁니다
식사 전이면 국수를 먹고 가랍니다
그러고 보니 암자 앞에 커다란 플랭카드가 걸려 있습니다
"염불암에서 국수를 무료 제공합니다"
딱 한그릇 남아있는 국수를 우리가 헤치웁니다
솔직히 처음에 먹을까 말까 고민했습니다
내려가서 시원한 콩국수 생각이 간절했거든요
오후 2시를 넘어서고 있는 시간이라
국수가닥이 우동가락 같습니다
그래도 산사에서 자비롭게 베푼 양식이라고
후루룩 소릴내며 맛이게 먹는 시늉을 하고
겨우 한그릇을 비웁니다.
주차장을 얼마남기지 않은 곳에서
소낙비를 만나고
잠깐 소나무 밑에 들어가 큰 비를 피한뒤
차에 타는 순간
다시금 퍼붓기 시작하는 소낙비
타이밍을 절묘하게 맟춘탓에 무사히 집으로 향합니다.
늘 그자리에서 반가운 모습으로 반겨주는 내고향 모악산정
제겐 너무도 소중한 고향산입니다.
< 염불암에 핀 노랑상사화 >
- 감사합니다 -
아름다운 산을 찾아서..
첫댓글 사진이 예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