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웹툰불매’ 관련 글 4만개 넘어
성추행·성매매 묘사 등 여성혐오 논란 지속
네이버웹툰 이세계 퐁퐁남 소개글. ⓒ네이버웹툰 캡처
웹툰 ‘이세계 퐁퐁남’을 시작으로 네이버 웹툰이 여성혐오적 내용을 실은 웹툰을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며 소비자 불매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또다시 불거진 ‘여성혐오 논란’을 계기로 플랫폼 책임론이 대두되고 있다. 투고자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등 대형 플랫폼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불매의 시작은 지난달 25일 신작 발굴 공모전인 ‘지상최대공모전’ 1차 심사에서 네이버웹툰이 여성혐오적 내용이 담긴 웹툰 ‘이세계 퐁퐁남’을 통과시키면서다. '퐁퐁남'은 연애 경험이 많은 여성과 결혼한 경제력 있고 순진한 남성을 조롱하는 신조어다. 해당 작품은 현재 2차 심사를 앞두고 있다. 2차 심사를 통과할 경우 정식 연재된다.
해당 작품이 1차 심사를 통과한 후 네이버웹툰이 여성혐오에 동조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고 지난 16일 온라인을 중심으로 ‘#네이버웹툰불매’ 해시태그가 등장하며 불매운동이 본격화됐다. 22일 오후 1시 기준 해당 해시태그를 단 글이 4만개 넘게 X(구 트위터)에 넘게 게시됐다.
단순히 ‘이세계 퐁퐁남’ 때문에 불매 운동이 이렇게 확산한 것은 아니다. 불매 운동에 참여한 독자들은 이전 ‘집게손가락’이나 페미니즘 사상검증에는 적극적으로 대응했던 네이버웹툰의 여성혐오에 미온적인 태도를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복학왕’ ‘헬퍼2:켈베로스’ 등 수차례 논란에도
“네이버 웹툰, 문제적 웹툰 방치” 비판 쏟아져
(왼쪽부터) 웹툰 퀘스트지상주의의 한 장면. 현재는 문제가 된 대사는 “라노벨에서 본 것 같아”로 수정됐다. 웹툰 ‘프리드로우’의 한 장면. 이야기 전개에 불필요하게 여성을 성적 대상화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네이버웹툰 캡쳐
네이버웹툰 이용자인 학원강사 배모(27)씨는 “평소 네이버웹툰을 자주 봤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네이버웹툰은 물론 네이버 관련 앱들을 모두 삭제했다”며 ”네이버는 다른 플랫폼에 접근성이 높아 초등학생들도 자주 본다. 그런 대형 플랫폼에서 여성혐오적인 웹툰을 여과 없이 올리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그간 네이버웹툰에 불법인 성인만화 사이트 ‘히토미’가 웹툰에 대놓고 언급되거나, 성희롱·성추행하는 장면이 그대로 나오기도 했다고 배 씨는 지적했다. 이어 그는 “네이버는 대형 플랫폼으로서 제대로 된 답변과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웹툰·웹소설 ‘화산귀환’의 팬이라고 밝힌 네이버웹툰 이용자 유모(24)씨는 “여성혐오적 표현과 남초 사이트에서 사용된 밈은 검열하지 않는데, 집게손가락과 같은 페미니즘에 대한 검열은 네이버가 지속해왔다”고 지적했다. 웹소설이 원작인 화산귀환에서 주인공 ‘청명’은 집게손가락을 취하는 장면이 있는데, 웹툰화되면서 집게손가락이 아닌 양손으로 크기를 가늠하는 장면으로 수정됐다.
웹소설이 원작인 화산귀환에서 주인공 ‘청명’은 집게손가락을 취하는 장면이 있는데, 웹툰화되면서 집게손가락이 아닌 양손으로 크기를 가늠하는 장면으로 수정됐다. ⓒ네이버웹툰 캡쳐
유씨는 최근 올린 사과문에 대해서도 화를 냈다. 그는 “불매 관련해서 여성소비자를 우롱하는 마케팅 트윗을 올렸고, 사과문에도 퐁퐁남이나 여성혐오적인 웹툰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여전히 문제의 본질을 모른 척하고 있다”며 “적절한 인권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저녁 네이버웹툰은 사과문을 게재하며 “불매 운동 밈을 사용한 게시물이 게재된 경위를 말씀드린다”며 “광고 캠페인 운영상의 실수”였다고 해명했다.
웹툰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웹툰작가연합은 22일 SNS를 통해 이번 사태에 대해 네이버에 요구안을 담은 성명을 공개했다. 성명에는 “웹툰 작가를 대상으로 한 차별적인 검열에 대해 해명하고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여 공개한다”고 했다.
성상민 만화평론가는 “네이버가 여성혐오 작품을 방치했다는 비판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사실 퐁퐁남같은 경우는 정식 연재는 아닌데, 과거에는 정식 연재 작품인 헬퍼, 복학왕, 참교육 같은 작품들이 문제가 있었다. 이번 불매는 그런 불만이 쌓여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점프루키 가이드라인 “차별, 혐오발언 금지”
노골적인 인종차별 묘사로 비판 받은 네이버 웹툰 ‘참교육’(Get Schooled)이 북미 서비스를 중단했다. 최신화인 125화에서 아프리카계 혼혈 남학생을 학교폭력 가해자로, 한국인 학생들을 피해자로 그리면서 ‘깜둥이’, ‘원숭이’ 등 인종차별 표현과 비속어를 사용했다. ⓒ네이버웹툰
지난해 9월 네이버웹툰에서 연재 중이던 작품 ‘참교육’도 인종차별적 표현과 흑인을 비하하는 영어 단어가 나와 거센 비판을 받고, 북미에서 서비스하던 참교육의 모든 회차를 내렸다. 2020년에는 '헬퍼2: 킬베로스'에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장면 및 여성혐오적 표현으로 인해 결국 연재가 중단됐다.
성 평론가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갖춰야 한다”며 “예를 들어 출판사에서 들어오는 원고를 다 출간해주지는 않는다. 네이버웹툰도 우리나라 웹툰 산업의 최대 플랫폼으로써 책임을 갖고 그런 편집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차별을 선동하거나, 조장하는 표현 △혐오 발언(헤이트 스피치)에 해당된다고 판단되는 표현 △특정 인종 민족을 멸시하는 표현 등을 금지하고 있다. ⓒ점프루키 사이트 캡처
한편, ‘원피스’,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귀멸의 칼날’ 등 메가히트작들을 배출했던 일본의 ‘소년 점프’는 만화 투고 사이트 ’점프루키’(ジャンプルーキー)를 운영 중이다. 점프루키는 투고자들에게 이용가이드라인을 권고 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차별을 선동하거나, 조장하는 표현 △혐오 발언(헤이트 스피치)에 해당된다고 판단되는 표현 △특정 인종 민족을 멸시하는 표현 등을 금지하고 있다. 금지 사항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편집부가 종합적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불매운동은 실제 영향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앱 분석 서비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말까지 네이버웹툰 일간 활성 이용자 수(DAU)는 450만~480만 명대를 오갔다. 그러나 불매운동이 확산한 10월 초부터 430만~440만 명 수준으로 떨어졌고, 12일에는 420만 명대까지 내려갔다.
여성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