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박 7일의 베트남 여행 중 베트남에서 지내는 마지막 날이다.
새벽 3시 비행기라 밤까지 긴 하루를 지내기로 한다.
아침을 호텔에서 먹고 렌트카로 하노이로 돌아온다.
고속도로는 직선으로 들판과 간석지를 지난다.
맹그로브 나무인가는 물 속에 박혀 푸르름을 뽐내고 있다.
사파 다녀오면서 본 벼가 심어진 푸른 논들에 비해 이쪽 주변은 개발이 한창이다.
하노이로 가까워질수록 건축 중인 크레인이 숲을 이루고 있는 곳도 있다.
경제발전 속도가 빠르다니 이 순간을 보는 것이 더 소중하다는 생각도 든다.
저 파란 논의 구부러져 미끄러운 논둑을 거대한 트렉터나 비행기로
기업농업을 하려는 이들이 금방 생길 수도 있을 것 같다.
농촌 인구를 도시로 내 보내고 농토를 크게 만들어 기계화 기업화하는 것이 돈버는 데
경제성장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 이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베트남의 농촌이 그러지 않기를 바란다.
농촌이 가족의 공동체를 지키고 마을을 유지하며 살다가 그것이 어느 순간
국가나 자본의 폭력에 무너지는 걸 나의 짧은 삶에서 보았다.
나 역시 변방의 공무원이라고 하면서 농촌 사람들과 어울려 그들과 함께
지내오지 못했다.
차는 중간에 한번 쉬어준다. 휴게소 화장실 앞의 꽃은 화려하다.
김회장은 꽃에 코를 댄다.
처음 온날과 마찬가지로 하노이의 주요 관광지는 조선과 미국의 수뇌회담으로 통제된다.
우린 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나 역사의 현장에 함께하길 응원한다.
우린 다시 롯데마트부터 들러 베트남 특산품 중심의 선물을 산다.
그러고는 민수가 조사 예약한 하노이에서 꼭 들러보아야 할 식당이라는 곳으로 간다.
나무가 우거진 사이에 뜰에도 탁자가 가득한 사이를 지나 우린 2층으로 안내된다.
어디나 사람이 많고 어디나 젊은이가 많은 것이 활력이 느껴진다.
전라도 바닷가에 살며 가끔 광주에 가는 나로서는 이런 활력을 본 적이 없다.
한국이 경제발전에 성공했다지만 촌놈 마라톤하는 것처럼 금방 조루하여
쓰러지지 않을까 거창한 걱정을 한다.
밥을 여유있게 먹고 나와도 딱히 할 일이 없다.
호안 끼엠 호수 주변의 옥산사를 구경한다.
그 전에 베트남 민속극인 수상인형극 표를 사 두고 문을 지나 작은 섬같은
옥산사 사당을 돌아다니며 3시가 되기까지 기다린다.
열대지방의 나무와 꽃들을 보고, 중국인이 와서 쓴 시들을 새겨놓은 기둥도 본다.
사당 안에는 황금색으로 새긴 글씨현판이 여럿이고 용감한 관우같은 장군이
큰 무기를 들고 있다.
난 기둥의 시를 수첩에 적으며 시간을 보내는데 어느 것이 처음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