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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First Present for You
허윤경, “이제는 우승을 선물하고 싶다”
프로 데뷔 3년째인 허윤경이 주목을 받고 있다.
시즌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10월 중순 현재 우승 없이 상금 랭킹 1위를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2위만 네 번 차지한 그녀가 생애 첫 승을 거두고 유종의 미를 거둘지, 아니면 ‘무관의 상금 랭킹 1위’라는 진풍경을 연출할지, 이 ‘핫 플레이어’에게 시선이 쏠리고 있다.
글_고형승
요즘 골프 팬 사이에서 갑론을박 甲論乙駁이 일고 있다. 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 KLPGT가 올해 4개 대회를 남겨둔 시점에서 우승 없이 상금 랭킹 1위를 달리고 있는 허윤경의 행보에 대해서다. 그녀가 올해 아주 자주, 중계 카메라에 비치더니, 결국 하반기 굵직한 4개 대회에서 모두 2위에 오르며 우승자를 제치고 당당히 상금 랭킹 1위를 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승 없는 상금 랭킹 1위’에 대해 팬은 ‘할 수 있다’와 ‘없다’ 사이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엘리트 골퍼의 고비
허윤경은 서초초등학교 4학년 때 골프클럽을 처음 잡았다. 골프 선수를 목표로 시작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워낙 스포츠를 좋아했던 그녀에게 골프는 새로운 매력으로 다가왔다. 친구들이 수학여행이다, 졸업여행이다 추억을 쌓아가는 모습을 멀찍이서 바라봐야 했지만, 오히려 대회에 참가하며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닐 수 있다는 것을 위안 삼았다. 이후 서문여중을 거쳐 대원외고에 진학했고 국가상비군과 국가대표를 지내는 등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상비군 때는 잘 몰랐지만, 국가대표 때는 뭔가 달랐어요. 자긍심이 더 생겼다고 해야 할까요? 해외 대회에도 많이 참가를 하면서 경험을 쌓고 친구들을 만났던 것은 지금까지의 골프 인생에 있어서 가장 좋았던 기억이에요. 서툰 영어로 대화를 하고 깔깔거리며 웃었던 기억은 아직도 즐거운 추억이에요. 현재 미국에서 투어 생활을 하고 있는 미야자토 미카와는 그때 친하게 됐어요. 지금도 SNS로 서로의 안부를 묻고 댓글을 달고 있어요.”
2009년 한국LPGA 준 회원이 된 허윤경은 그 해 드림투어(2부투어)에 참가했다. 그녀는 15개 대회 중 12차전까지 상금 랭킹 3위를 달리고 있었다. 당시 2위였던 조윤지와의 차이는 불과 9만원, 1위를 달리고 있었던 남지민과도 200여 만원 차이였기 때문에 남은 3개 대회만 잘 치른다면 3위까지 받는 이듬해 1부투어 전 경기 출전권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녀는 발목이 잡히고 말았다. 13차전에서 실격했다. 허윤경은 1라운드 도중 퍼터를 교체하는 실수를 했다.
“지금도 그때의 일을 떠올리기 싫어요. 그 실격이 15차전까지 영향을 미쳤고, 결국 상금 랭킹 4위로 마감을 했어요. 3위와는 30여 만원 차이였죠. 결국 시드 순위전에 출전해야 하는 상황이 됐죠. 대회를 마치고 4위라는 것을 알았을 때는 골프가 정말 하기 싫었어요. 1주일동안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울기만 했던 것 같아요. 골프클럽을 잡지 않고 한참 방황을 했었죠. 그러다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시드 순위전을 치렀어요. 결과는 좋았죠. 11위로 1부투어 시드권을 확보했어요. 나중에 알았던 사실이지만, 그때의 실수로 인해 겪었던 일이 저에게는 큰 보약이 됐어요. 마음가짐이 그전과는 많이 바뀌었던 순간이기도 해요. 자존심과 자부심은 다른 것이라는 것을 알게 해준 중요한 사건입니다.”
사실 프로라면 자신감은 물론,
기다릴 줄 아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기 자신을 믿고 기회를 기다리는 것이 중요해요.
2위만 4번, 2인자는 아니야
우여곡절 끝에 1부투어에 입성한 루키 허윤경은 프로 데뷔 2번째 대회만에 팬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제주에서 열렸던 롯데마트여자오픈에서 김보배와 연장을 치렀지만 연장 2홀만에 졌다. 그녀는 자신의 이름 세 글자를 알릴 수 있었던 대회로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그 이후 허윤경이라는 이름이 언론과 골프 팬 사이에서 오르내리지 못했다. 데뷔 첫 해에 상금 랭킹 18위, 이듬해는 30위로 나쁘지 않았지만, 대회마다 우승자가 바뀌는 혼전 속에 ‘우승’이 아니라면 명함을 내밀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런 분위기는 올해도 마찬가지였지만 하반기부터는 상황이 변했다. 하반기 두 번째 대회였던 넵스마스터피스에서 톱10 진입에 성공하더니, 총상금 12억원의 한화금융클래식에서 1타 차 단독 2위에 올랐고, 이후 열렸던 2개 대회에서 연달아 2위에 오르면서 상금 랭킹을 끌어올렸다.
시즌 3번째 메이저 대회였던 하이트진로챔피언십에서는 확실한 ‘우승’ 기회를 잡는 듯했지만 결국 연장 접전에서 패해 다시 2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하이트진로에서의 선전으로 허윤경은 상금 랭킹 3위에서 1위로 뛰어오를 수 있었다. 최근 열렸던 5개 대회 중 2위만 4번을 기록한 그녀의 우승에 대한 갈증이 그 누구보다 심할 것 같았다.
“사실 프로라면 자신감은 물론, 기다릴 줄 아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기 자신을 믿고 기회를 기다리는 것이 중요해요. 샷이 아무리 좋아도 퍼트가 따라주지 않으면 스코어를 줄일 수 없죠. 하지만 어느 순간 떨어진 퍼트로 인해 그 흐름을 타서 스코어를 줄일 수 있어요. 우승도 마찬가지예요. 언젠가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기다린다면 어느 순간 우승이 따라올 것으로 믿어요.”
이제는 우승을 선물하고 싶다
허윤경은 하반기 성적이 좋아질 수 있었던 원인에 대해 크게 두 가지를 꼽았다. 먼저 멘탈의 재정비다. 그녀는 멘탈이 강하다고 자부해왔었다. 하지만 프로 데뷔 첫해 국가대표 출신이기 때문에 받았던 스포트라이트가 다소 부담스러웠다고 밝혔다.
“그때는 아무것도 이룬 것도 없었고, 신인 선수로서 아무것도 아닌데 마음만 붕 떠있었어요. 다시 내려오기까지는 한참이 걸렸죠. 그 이후에는 ‘친구들은 우승을 다 하는데 왜 나만 못하는 걸까?’라는 생각에 또 욕심을 많이 부렸어요. 올해부터는 제 자신을 많이 내려놨던 것 같아요. 그리고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실력과 마인드가 갖춰진다면 우승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30위, 20위, 10위, 이렇게 천천히 올라가는 것을 목표로 잡았었죠.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 최근에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두 번째로 꼽았던 것은 그녀의 신무기다. 하반기부터 드라이버를 프로기아 PRGR 에그세븐 egg7(로프트 9도)으로 교체하면서 비거리도 늘었고 성적도 수직 상승을 했다.
“우승을 위한 조건이 있다면 마인드(마음가짐), 체력, 기술 이렇게 3박자가 잘 맞아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중에서 마인드와 체력은 스스로 노력을 통해 구현이 될 수 있지만 기술은 장비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어요. 따라서 클럽의 중요성과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죠. 평소 가장 자신 있었던 것이 드라이버 샷이었어요. 정확도가 높은 편이었죠. 반면 가장 자신이 없었던 것은 그린 주변에서의 어프로치 샷이었어요. 그런데 드라이버를 바꾸기 전까지는 드라이버 샷도 자신 있게 구사를 하지 못했어요. 결국 드라이버 샷과 어프로치 샷 모두가 완벽하지 못했으니 당연히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던 것이죠. 클럽을 교체한 이후부터는 자신 있게 샷을 구사할 수 있게 됐어요.”
허윤경은 그동안 자신을 믿고 응원해줬던 가족과 코치, 친구, 그리고 팬을 위해 ‘올해 안에는 반드시 우승을 선물하고 싶다’며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우승을 한 후 ‘저 1승 했어요!’라고 크게 한번 소리 질러보고 싶단다. 그녀가 가장 우승을 하고 싶어했던 대회는 올해 연장전에서 패한 하이트진로챔피언십이었다. 비록 우승은 다음으로 미뤄졌지만, 그녀는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팬에게 줄 더 큰 선물을 준비하고 있다.
Focus Interview
<골프 다이제스트> : 그동안 받아봤던 최고의 선물은?
허윤경 : 팬 클럽. 첫 팬이 생겼던 것이 내 생애 최고의 선물이다. 현재 팬 클럽은 270여 명 정도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의류 스폰서인 팬텀에서는 팬 클럽 단체 티셔츠도 만들어주었다. 팬이라기보다는 이제 가족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앞으로 받고 싶은 선물은? 메이저 대회에서의 우승.
스스로에게 선물을 준다면? 편한 사람들과 계획 없이 여행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평소에도 외롭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사실 편안하게 여행을 다녀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롤 모델은? 어니 엘스. 부드러운 스윙이 어렸을 때부터 좋아 보였다. 안정되고 행복한 가정을 꾸려서 사회봉사도 하는 모습이 보기가 좋다. 어렸을 때부터 영향을 많이 받았던 것 같다.
성격? 내성적이고 쑥스러움이 많은 편이다. 처음엔 모르는 사람과 친해지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편이고 차갑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조금 친해지면 ‘허당이다’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자존심은 그렇게 강하지 않지만 고집은 센 편이다. 뭘 하나 해야 하거나 이뤄야 하면 그것은 어떻게든 해야 한다. 욕심도 많은 편이다.
장단점? 이건 장점이 될 수도 있고, 단점이 될 수도 있는데 잘 참는 편이다. 속으로 많이 삭히는 편이다. 사람들과의 관계이기도 하고 골프에 있어서도 그렇고 그냥 잘 받아 넘기는 것 같다. 하지만 쌓아놓는 편은 아니다.
골프 선수도 연예인과 다름 없다고 생각해본 적이 있나? 몇 년 전이었다면 아니라고 했을 텐데, 요즘에는 그렇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연예인은 얼굴이나 자신의 탤런트를 홍보해서 연예인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골프 선수 역시 골프 실력과 스타성을 필요로 하는데, 어느 정도 비슷한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단지 그 안의 깊이가 다를 뿐이지 골프 선수도 팬이 있고 실력을 보여주는 거고, 방송을 통해 노출이 되고, 언론에 공개가 된다는 점에서 비슷한 면이 많다고 생각한다.
여가 시간에는 주로 무엇을 하나? 많이 주어지지는 않지만 대회 끝나고 편한 친구들과 수다 떠는 것을 좋아한다.
취미는? 셀카 찍기. 예쁜 장소나 맛있는 거 먹으러 가서 사진 찍는 걸 좋아한다. 사진을 찍으면 20장 넘게 찍어야 1장 건질까 말까다.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은가? 팬에게 한결 같은 선수로 남았으면 좋겠다. 처음이나 잘됐을 때나 안됐을 때나 변함없는 그런 사람 말이다. 그리고 주변에 행복 바이러스를 주는 사람.
위기의 순간에 떠올리는 말? 아주 소중한 것을 얻기 위해 지금 소중한 것을 버려야 한다.
최근에 가장 슬펐던 일과 기뻤던 일은? 슬펐던 일은 한화 대회에서 우승을 놓쳤던 것. 기뻤던 일은 성적이 좋지 않아 우울 모드였던 나에게 친한 친구가 갑자기 놀이공원 가자고 해서 놀이기구 탔던 일. 어린애마냥 재미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닮고 싶었던 인물? 오프라 윈프리. 어렸을 때 상처를 많이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다 이겨내고 지금은 화끈하고 씩씩한 사람이 됐다. 사람이라면 이런 저런 상처가 많이 있겠지만, 그런 것을 이겨나가는 모습을 보면 멋있어 보인다.
골프 선수로서 베스트 파트너는? 가족, 그리고 나의 선생님, 그리고 친구들.
허윤경에게 골프란? 한 편의 드라마 같다. 드라마를 보면 이런 저런 에피소드가 나오는데 골프도 마찬가지다. 눈물도 흘리고 좌절도 하고 행복도 느끼고 또 시청자나 갤러리는 이런 감정을 선수와 공유하지 않는가. 함께 보고 느끼는 것이 닮았다.
우승을 한다면 <골프 다이제스트> 독자나 팬을 위해 어떤 세리머니를 해줄 것인가? 공약을 해달라. 우승 퍼트를 남겨 놓고 그린 위로 이동하면서 카메라에 키스하기.
대상, 상금 랭킹 1위, 최저타수상, 인기상 등 많은 상 중에 어떤 것이 가장 욕심 나는가? 상금 랭킹 1위가 가장 탐나는 타이틀이다. 그 해 성적을 가장 잘 보여주는 타이틀이 아닐까 생각한다.
올해 연말에 열리는 대상시상식에서 춤을 춰야 한다면? 몸치라서 1대1 과외를 해주면 가능할 것 같긴 하다. 재미있을 것 같다. 아마도 내가 춤을 춘다면 정말 큰 웃음을 줄 수 있을 것이다.
10년 후? 골프를 하지 않는다면 결혼해서 평범하게 가정을 꾸리고 커피숍을 운영하고 있을 것 같다. 시간만 주어진다면 지금도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고 싶다.
꿈? 마지막 꿈은 혼자가 아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아이티와 같은 어려운 나라에 가서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 그런 것이 없다면 삶이 무의미해질 것 같다.
팬에게 한마디? 올해 안에 우승하는 모습을 꼭 보여드리고 싶다. 욕심이 과해서는 안 되겠지만 지금과 같은 마인드로 경기에 임한다면, 좋은 성적이 나올 것 같다.
CHECK MYSELF
허윤경이 스스로에게 점수를 매겼다.
스타성 87점 : 근래 들어 골프 팬이 알아보는 정도여서 인지도는 크게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참고하면 이 정도!
멘탈 90점 : 멘탈 트레이닝을 받은 지는 정말 오래됐다. 8년 정도 된 것 같다. 서울대학교 정청희, 권성호 교수님께 받고 있다. 멘탈은 자신 있다.
체력 80점 : 하체가 튼실한 편이다. 하지만 체력은 90점 이상이라 느낄 때까지 늘리고 싶다.
기술 85점 : 웨지 샷 거리를 남겼을 때 미스를 많이 하는 편이다.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해 많이 연습을 하고 있다.
마인드 80점 : 항상 웃으면서 임하자는 생각을 한다. 골프가 잘될 때든 안될 때든 그게 내 골프니까. 물론 잘 웃어질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지만.
미모 50점 : 다른 건 잘 모르겠고 ‘웃는 게 예쁘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내가 봐도 가끔 카메라에 찍힌 모습을 보면 웃는 게 예쁜 것 같다.
패션 70점 : 슬림해 보이게 입는다. 하체를 커버하기 위해 치마를 잘 입는 편이다. 주위에서 바지를 입는 것보다 날씬해 보인다고 해서 치마를 즐겨 입는다. 좋아하는 색상은 하늘색이다.
HEO YOON KYUNG
나이 22세 소속 현대스위스금융그룹
신장 171센티미터
이력 국가상비군(2007년), 국가대표(08년)
성적 한화금융클래식, 메트라이프·한국경제KLPGA챔피언십, KDB대우증권클래식, 하이트진로챔피언십 2위(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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