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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08
씬1. 준희의 집 전경. 낮.
은수 : (E, 일상적으로) 나 나갈거야. 혼자 저녁 먹을 수 있지? 김치찌개 끓여놨으니까, 데워먹어.
씬2. 준희의 침실.
준희, 침대에 조금 고개 숙이고, 생각하는 얼굴로 앉아있고,
은수, 옷장을 열어 옷을 이것저것 꺼내 보며 혼잣말하듯 말하고 있다.
은수 : 까만 옷을 드라이 맡겼나? 너무 야한가? ...
준희 : (고개 돌려 은수 보는) 나가지마. 얘기 좀더 하자.
은수 : (짐짓 피하려, 옷가지 정리하며) 무슨 얘길 더해, 다했잖아. 바람 피우라니까.
준희 : 그렇게 말하지마.
은수 : (그말에 굳은 얼굴로 준희 보고) ......
준희 : (보다가, 차마 말못하고 외면하며) 그래. 더, 말하지 말자. 생각 더 할께. 그만하자.
은수 : 내가 맘 다치는게 겁나니?
준희 : (안보고) .....
은수 : (준희 놓치지 않고 보며, 장농벽에 기대) 내가 그 여자땜에 왜 다쳐? (사이) 민주 알지? 걔 신랑도 얼마전에 바람폈대,
근데 참고 기다리니까 석달만에 돌아왔다드라.
준희 : (보고) .......
은수 : (침대 한켠 앉아 옷가지들 마저 정리하며) 옷 갈아입기도 귀찮다. 이대로 그냥 입고 나가야겠다.
준희 : (안타깝게 보면)
은수 : (일하다, 고개 들어 준희 보며) 왜 사람을 그러고봐? 걱정마. 난 한 삼년은 넉끈히 기다릴 자신있어.
준희 : (은수 외면하고)
은수 : (그런 준희 가만 보다가) 너 나랑 벌써 살기 싫어진 거, 아니지?
내가 차라리 두사람 사이 방해하지 말고, 없어져 줬음... 좋겠니?
준희 : (고개 돌려 은수 아프게 보며, 작게 고개 저으며) 아니. 그건 절대, 아니야. 이 순간도, 넌, 내가 세상에서 가장 믿는... 친구야.
은수 : (눈가 그렁해진다) 정,말?
준희 : (은수가 안타깝다, 안심시키려는) 정말, 정말.
은수 : (너무 고맙다, 눈물이 나려하지만, 참고) 그럼, 됐어. (하며, 옷가지 정리 마저 하고)
준희 : (그런 은수 안타깝게 보고)
씬3. 현관.
은수, 신발을 신고 있고, 준희 그 옆에서 지켜보고 서 있다.
은수 : (신 신으며) 동진이 만나서, 차 한잔 마시고 얘기하고 그러면 늦을거야. 잊지말고, 밥 챙겨먹어.
준희 : 응.
은수 : (문 열고 나가려다가, 다시 돌아보고) 키쓰...안해주니?
준희 : (보면)
은수 : 하긴, 나도 오늘은 별로 안하고 싶다. 다녀올께. (하고 나가고)
준희 : (그런 은수 보고)
씬4. 은수의 차안.
은수, 차에 타, 안전뱉트하고 한숨을 쉰다. 눈가가 붉어져 온다. 이 앙다물고 차 시동 걸고 가고.
씬5. 거실.
준희, 은수와 밝게 찍은 사진첩을 보고 있다. 그 중 가장 밝게 웃는 은수 사진을 빼 들여다 본다. 은수가 안타깝다.
씬6. 동진네 편의점 안.
은수, 점원과 얘기하고 있다.
은수 : 언제 나갔어요?
점원 : 10분 됐는데...
은수 : (낙담해서, 돌아서려다, 다시 점원에게) 참 아버님은?
점원 : 사장님도 물건 때문에 거래처 가셨어요.
은수 : 네. 그럼...저, 동진씨 오면요, 요 위에 카페에서 제가 기다린다구, 전해주실래요. 늦게까지 있겠다구, 올때까지 있겠다구.
점원 : 알겠습니다.
은수 : 안녕히 계세요. (목인사하고 기운 빠져 가게 빠져나온다)
씬7. 편의점 앞.
은수, 허탈한 얼굴로 가게를 나와 길을 걸어간다. 아무 생각도 없다.
씬8. 성우의 집, 거실+주방.
성우, 탁자위에 있는 전화 받고.
성우 : (사이, 걱정) 여적 기찰 안탔어? 4시? (얘기 듣는) 어, 어, 난리였구나. 버스 타면 힘들텐데. (사이) 알았어. 네. 네.
빨리와요, 심심해. (웃음) 놀자는게 아니구, 보고 싶다구. 네. 저녁에 뵈요, 끊어요.
성우, 문 열린 베란다로 가서는 그리고는 쪼그려 앉으면, 베란다문(창문으로 향한)앞에 준희가 준 선인장이 보인다.
그걸 보는 성우의 입가에 저절로 엷은 웃음이 번진다.
성우 차를 마시며 그 선인장을 한참 보고 있다가, 한쪽에 있는 분무기를 들어 선인장에 뿌리고는, 선인장을 보며.
성우 : (서글프게 웃으며, 혼잣말) 니가 정말 뿌릴 내리고 클까...
씬9. 개울.
영희, 돌돌돌 흐르는 냇가를 편안한 얼굴로 보고 있다.
그 옆에서 현철, 돌을 들어 던진다. 돌이 물살에 튀겨 몇번 가다가 아래로 푹 빠져버린다.
현철, 이게 아닌데 싶어, 고개를 갸웃하고는 다시 돌을 줍는다.
영희 : 그만해. 오빠 그 짓땜에 물살 흐르는 것도 제대로 못봐, 내가.
현철 : (멋적게 앉으며) 나, 물수제비 뜨는 거 안보고, 여적 물봤냐?
영희 : 나한테 보이고 싶었어?
현철 : (앉으며, 담배 피워물고) 연앨 할래도 장단을 맞춰줘야하지.
영희 : (현철 귀엽다는듯 웃으며) 다시 해봐, 봐줄께.
현철 : (답답한) 싫다... 나두 많이 늙었나보다. 예전엔 돌맹이 하나 집어 물수제빌 뜨면 저 건너편 까지 후두둑,
(하다, 필요없는 말한다 싶어, 웃는) ......
영희 : 예전에 언제? 20년 쯤.
현철 : 5년전만해두, 그랬어, 임마.
영희 : (코웃음 치며) 5년전? 그땐 나두, 애를 배고 남산을 올라도 숨이 남아 돌았지..몸이 하루가 다르게 천근같아지는데...
5년전? 닷새전 일도 꺼내지말어, 비참해 지니까.
현철 : (영희가 밉지 않다, 입가에 웃음 머금고 보며) 어제 잘잤냐?
영희 : (기막힌) 잘자? (사이) 내 남편만 같았어두, 어제 코에 빨래집게 집었어, 그것만 알어.
현철 : (웃고, 슬쩍 떠보듯) 니 남편은 코, 안골았냐?
영희 : (시큰둥) 몰라.
현철 : 몰라?
영희 : 20년전에 죽은 사람 잠버릇을 내가 어떻게 알어. 그땐 안 골았는데, 지금이야 골지말지 모르지, 뭐.
현철 : (작게 웃고, 양말을 벗는다)
영희 : 별안간 양말은 왜 벗어?
현철 : 가야지. 개울 건너 가자. 개울 건너가면 바로 시외버스정류장이야.
영희 : (황당) 싫어. 어떻게? (거의 애원) 올때처럼 걸어가자.
현철 : (바지 둘둘 걷고, 일어나며) 걸어가면, 2시간은 족히 걸려. 여긴 택시도 잘 없고 (하며, 개울에 발을 담근다) 아, 차다.
영희 : 증말, 건널려 그래?
현철 : 신발 벗고 따라와. (하며, 두어걸음 걸어가다, 뒤돌아 영희보며) 업어줄까?
영희 : ?
현철 : 싫으면 말아라. (다시 가려는데)
영희 : (조바심 난다) 같이 가. (하며, 양말(스타킹)을 벗으려 한다)
현철 : (돌아보면)
영희 : 나 발 미워, 보지마.
현철 : 다른덴 이쁘고, 발만 미워? (하고 웃으며 가고)
영희 : (현철 눈흘기고 스타킹 벗어, 웃옷에 찔러넣고, 한손에 신발 들고, 한손으론 옷 말아쥐고, 발을 개울에 담근다,
그러다 용기가 안나, 다시 심호흡하고, 발을 물에 담근다, 도저히 자신이 없다) 오...빠.
현철 : (가다가 돌아서보면)
영희 : 나 보기보다 무거운데.. 업어줄래?
시간경과.
현철, 영희를 업고 개울을 건너고 있다.
영희 : (등에 업혀, 말도 많다) 그쪽은 깊은거 같애.. 이쪽으로 가봐...그래, 그래...거긴, 유리 보이네. 저쪽으로 가..
현철 : (영희 말땜에 가기가 더욱 혼란 스럽다, 영희 하란대로 하다가 짜증이 난다) 입 좀 가만둬라.
영희 : (아랑곳않고) 거기, 깊다. 분명히 깊어. 오빠, 여기 돌보인다, 돌보여. 여기 밟어.
현철, 인상 찡그리며 조심해가다가 그만 발을 헛딛어 영희와 물에 빠지고 만다.
영희, 현철 물에 빠져 허우적대고.
씬10. 개울 건너편.
현철, 영희 모닥불을 피고, 양말이며, 스타킹을 두손으로 들고 불볕에 말리고 있다.
현철 : (너그러운 웃음 지으며, 재밋다는듯 웃고 있고)
영희 : (현철 흘겨보며) 하여튼 오빠 따라다니며 내가 별짓을 다한다. 여관방에서 외박을 하지 않나,
소나기에 나오는 주인공도 아니고, 개울을 건너다....기도 안 막혀.
현철 : 난 재밋기만하다. 애들처럼 신두 나고.
영희 : (현철 밉지 않게 눈흘기고)
현철 : (아랑곳 않고, 불만 보며) 이 불에 콩대나 구워먹었음 좋겠다. 우리 어릴땐 서울에도 밭이 여러군데 있었는데.
남의 콩밭에 들어가, 겁없이 콩단을 베서는 공터에 불붙여놓고..... (하며, 군침을 삼킨다)
영희 : (현철을 보며) 이런이런, 군침까지, 잘하다간 그 양말까지 궈먹겠네.
현철 : 하하하!
영희 : (현철 눈흘기며 발을 주무른다, 삐었는지 아픈 얼굴이다)
현철 : (그런 영희 보고) 뼜니?
영희 : (발만지며) 그랬는지, 시큰하네.
현철 : (영희 옆으로 가서) 어디 보자.
영희 : (발을 숨기며) 뭘봐?
현철 : (아랑곳않고, 영희 발을 손으로 잡는다) 봐봐.
영희 : (싫지 않다) 오빠가, 보면 알어?
현철 : (발을 심각하게 만지며) 왕년에 유도한 거 모르냐? 운동한 사람들은 관절쪽엔 일가견이 있지.
(하며, 영희 발을 옆으로 뚝 꺾는다)
영희 : 악!
현철 : (발 내려놓고) 움직여봐라.
영희 : (발을 움직여본다, 괜찮다, 발을 이리저리 만지고 고개 갸웃) 정말이네.
현철 : (영희 보며, 작은 웃음 지으며) 영희야.
영희 : (무심히) 왜?
현철 : 너, 나랑 살래?
영희 : ?!
현철 : (편하게 데면메면) 우리 살자.
영희 : !
두사람, 그런 표정 멀리 한 화면에 잡히고.
씬11. 남대문 시장 가는 길.
장어, 세미를 끌고 가고 있고, 세미는 끌려가지 않으려 애를 쓰고 있다.
세미 : 어딜가는 데, 그래...이거 놓고 말하고 가.
장어 : (기분 좋다) 따라와. 따라오면 알어. 다 왔어.
세미 : 어딜 가는데?
장어 : (서서) 형 만나러.
세미 : (굳어지는) 뭐? 안가! (하고, 뒤도는데)
장어 : (윗쪽 보며) 어? (하고 세미 잡으며) 형!
세미 : (뒤돌지 않고) !
씬12. 시장풍경, 몽타쥬.
1. 장사치들, 목 쉬어라 옷파는 것, 보이고.
카메라, 돌아가면. 동진, 기분좋은 얼굴로 리어커에서 장어의 티셔츠를 골라주고 있다.
동진, 세미에게 '니것두 하나 골라라'하지만, 세미는 관심없단 얼굴이다.
동진 세미보고 웃으며, 장어에게 옷마저 골라주고.
2. 토스트 리어커앞.
동진, 장어, 기분좋게 맛있게 토스트를 먹는다.
세미는 동진의 모습 곁눈질하며 먹고 있다. 동진 보는게 좋아서 슬몃슬몃 웃음이 난다.
3. 동진, 세미, 장어, 하드를 하나씩 빨며 휘황찬란한 상가들을 구경하고 있다. 셋다 아주 재밋는 표정들이다.
장어, 동진에게, '형, 저 거 비싸지?'하고 물으면, 동진 '안 사봐서 몰라'하며 아이들처럼 신났다.
동진, '이제 밥 먹으러 가자'하며 장어과 세미의 어깨에 양손을 올린다.
장어, '형 소주도 사줘?'하며 가고, 동진 '물론이지'하며 가고. 세미, 멋적지만 그냥 따라가고.
씬13. 작은 감자국앞.
감자국집안에 세미 앉아있는 것 보이고.
장어, 동진 끌고 밖으로 나온다.
동진 : (끌려나오며) 왜 그래?
장어 : 형, 나...볼일있어서... 둘이 얘기해요, 네?
동진 : 니가 무슨 볼일이 있어? 술먹고 싶다며, 들어가자. (하고, 가게로 들어가려는데, 뭔가 이상해 뒤돌면)
장어, 멀찌감치 떨어져있다.
동진 : ?
장어 : (손흔들며) 형, 세미한테 잘해줘요! 갈께요! (하고, 뛰어가고)
동진 : 장어야!
씬14. 감자국집 안.
감자국 한 냄비에 소주 여러병 비워져 있다.
동진 : (술 따르주며) 세미가 본명 아니라고? 진짜 이름이 뭐냐?
세미 : 여자.
동진 : 여자?
세미 : 김여자. (서글픈 웃음 지으며) 엄마가 졌대요. (사이) 애를 낳더니, 글쎄 여자더래요.
아마 사내동생이 있었다면, 걔이름은 분명 남자였을 거예요.
동진 : (작게 웃고 술마시고)
세미 : (동진 눈 안떼고 보며) 울엄마 양공주였단 얘기 들었죠?
동진 : (대수롭잖게) 응.
세미 : (서글픈 웃음 피식 난다) 내 바램이 뭔줄 알아요?
동진 : (보면)
세미 : 돈 왕창 모아서 우리 아버지, 우리 아버지 이름은 윌리, 깜씨 윌리예요. 태국계 미국인이래요. 그 사람을 찾는 거예요.
동진 : 그래서?
세미 : (조소 섞인) 그사람 보는데서 약 먹고, 괴롭게 죽을 거예요.
동진 : ?
세미 : 사람들은 울엄마가 양공주라 그사람과 놀아났다고 하지만, 아뇨, 울엄만 윌릴 사랑했어요.
윌린 내가 태어나서 한국을 떴대요. 앤 내자식이 아니야. 날 안 닮았어. (안주머니에서 윌리사진을 꺼내 보인다)
윌리예요, 닮았죠? (다시 주머니에 넣고 조소) 윌린 텍사스에 산대요. 그 사람은 한국에서도 텍사스촌에 살더니....
거기서두 텍사스에 산대요. (사이, 대수롭지 않게) 엄만 날 버리고나서, 15년 동안 한번도 날 안찾았어요.
(술한모금 마시고) 내가 왜 이런 얘길 아저씨한테 하는 줄알아요?
동진 : 아니.
세미 : (대수롭지 않은) 술 사줘서 고맙기 땜에. 이 정도 사연이면, 기삿거리 아니예요.
동진 : (술 마시며, 담담하게) 그 정도 아픔은 누구에게나 있어. 미안하지만, 기삿거린 안돼.
세미 : (동진 보며) 기삿거리도 아니고, 여자로 보는 것도 아니면서, 술사주고, 밥 사주는 이유가 뭐예요.
난, 솔직히 아저씨 좋아서 만나요. 우리 같은 애들, 돈 많고 배운 사람이다 싶으면, 무조건 좋아하는 골빈데가 있거든요.
동진 : (세미 보다가, 담배 피워물고) 너 만한 동생이 있었어.
세미 : !
동진 : 영화를 보거나, 티브이를 보면, 아픈 사람보다 즐거운 사람들이 많지. 어려선 나두 세상이 그런줄만 알았어. 그런데,
커서 보니까, 아니드라. 집안에 죽은 사람 하나쯤은 어느 가정에나 있고, 잘나가는 형제가 있으면, 못나가는 형제도 있고...
아주 사랑하는 여자친구가 있어. 걘 고아야. 그 친구의 남편은 손을 다쳤지, 그래서 자기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을 못해.
나는? (생각하는) 아주 사랑하는 동생이 죽었다, 그래서 슬프다, 내가 너보다 더 아프다, 그건 아니야.
세미 : (진지하게 듣는) ......
동진 : 난 세상 모든 일이, 맘 먹기 달렸다고 믿는 사람이야. 난, 인주 내동생한테 많이 고마워하고 있다. 걔가 잠깐이라도,
내곁에, 우리 집안에 왔다간 걸 하느님께 감사해. 우리 아버진 여름에도 털장갑을 끼고 계셔. 동생이 어버이날 선물로
병상에서 짜준거지. 난 (지갑을 열어보여 주면, 별모양의 뜨개모양이 주민등록증 끼는게 꽂혀있다) 이걸 받았어.
세미 : (별보며, 동진에게 마음이 움직이는, 동진 보는) ......
동진 : (지갑 주머니에 넣고) 걔가 우리 곁에 처음부터 없었다면, 아버진 털장갑을, 난 이 별을 갖지 못했을 거야.
세미 : (보는)
씬15. 정류장.
동진,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세미, 차오나 안오나 차도로 고개 빼고 있고.
동진 : (세미 보고) 세미야. 넌 니가, 괜찮은 애란 걸 아니?
세미 : ?
동진 : 과거가...태생이 어떻든, 넌 이제 스물둘이고, 아직은 가능성이 많은 아이야.
널 처음 본 그 순간부터, 내내, 이말을 해주고 싶었다.
세미 : 그 말은 내가, 걱정된다는, 말이예요?
동진 : (고개 끄덕인다, 동생 보듯)
세미 : 다른 사람처럼 날 더럽고, 우습게 안 본다는 얘기예요?
동진 : (고개 저으며) 절대.
세미 : 그럼 나랑 사귈 수 있어요? 내가 사랑하면 받아줄 수 있냐구요?
동진 : (뭔 말인가 싶다)
씬16. 편의점 밖. 밤.
카메라, 안을 들여다 보면, 동진, 뭔가 점원과 말을 주고 받더니, 뛰쳐나온다. 점원 문 열고 소리친다.
점원 : 다섯시간두 넘게 기다렸어요?! 형, 카페 어딘 줄 알아요!
동진 : 알어!
동진, 뛰어가고.
씬17. 카페 입구 + 카페안.
동진, 단숨에 계단을 뛰쳐올라와 카페문을 벌컥 연다.
문소리에, 은수, 눈가 그렁해 돌아보고.
동진, 걱정스레 은수 보고 서 있고.
시간 경과.
동진, 맥주마시며 은수가 안타까워 얼굴도 볼 수가 없다.
은수, 눈가가 그렁해 음료 마신다.
은수 : (울면서도 짐짓 밝게) 너무 걱정마. 괜찮아질 거야. 놀랬지?
동진 : (안 보고) 얼마나 기다린거야?
은수 : 별루. 차마시고, 차 마시고, 또, 차마시다, 니가 오더라. (맘이 아퍼, 입술 파르르 떨리는) 동진아, 실은 나 하나도 안괜찮다.
동진 : (은수 차마 못보겠다) ......
은수 : (우는, 그러나 진정하려 애쓰는) 너무너무 불안하다. 니가 어떻게 나한테 그러냐구, 나쁜 새끼, 나쁜 새끼,
막 욕해주고 싶었은데..... 화내면 미워할까봐. 소리치면, 미워할까봐. 밉게 보이기 싫어서, 괜찮은 척, 괜찮은 척, 했다.
울고 싶은데도 걔 앞에선, 못울었어. 너두 알지만, 나 울면, 눈 붓고, 보기 싫잖아. (사이) 걔가 나한테 뭐래는줄 아니?
성우선배 땜에 잠을 못자겠대. (어이없는 웃음 지지만, 복 받히는) 그말 들을 때, 우리 부모님, 비행기 사고 당했다는 소식
들을 때처럼, 머리 위에서 쾅! ....쾅! (눈물 닦는다)
동진 : (은수 안타깝게 본다)
은수 : 하루종일, 여기 앉아있으면서 온통 머리속이, 캄캄,했어. 집엘 들어가야 하는건지 말아야 하는건지, 길을 걸어야 되는건지,
정말 아무것도 모르겠어서..... (맘만 아퍼, 가슴을 제 손으로 다독인다, 헉헉대면서도 더는 울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든다)
동진 : (은수 안타깝게 보며) 울고 싶음 참지말고 울어.
은수 : (고개 저으며) 싫어, 안울래. (눈물 닦고) 안 울거야.
동진 : (은수 옆에 자리 옮겨 앉아, 은수 손을 잡고, 은수 짐짓 편하게 보며) 은수야, 너 내 말 잘들어야 돼.
은수 : (보면)
동진 : 이번 일은 아무 일도 아닐 거야. 현명해져야 돼. 알지?
은수 : (눈가 그렁하지만, 애써 맘 다져먹고) 알어. 그래, 난 똑똑해져야돼. 아주, 아주 똑똑해,져야돼. (다짐하는) 나, 하늘에 두고
맹세하는데... (맘아퍼, 입술 떨리는, 동진 보며) 부모님한테 너무 죄송하지만. 우리 부모님 ...살아서 다시 돌아온다고해도,
나 정말 준희랑은 안 바꿀래, 동진아....
동진 : (은수 어깨에 손올리고, 눈가 붉어져 보다, 안는다, 아픔만 참고, 눈 뜨고) 그래. 그래.
(외면하고) 누가, 누가, 감히 우리 은수를 버려......누가, 감히.
은수 : (동진 못보고) 그런데, 그런데 정말, 날...버리면 어떡하지.
동진 : (은수 보는) ...
은수 : (불안한) ...
씬18. 준희의 집앞.
준희, 은수를 기다리며 계단에 앉아있다.
그때, 은수 차와 멈춰서고.
준희, 가서 차문 열어주면.
은수, 준희 본척도 안고, 현관으로 들어간다.
준희, 그런 은수보며 미안하고.
씬19. 계단.
은수, 힘들게 계단을 올라가고 있다.
씬20. 영희의 방.
성우, 이불 덮고 앉아, 책을 읽고 있다.
잠시후, 영희, 목욕한 얼굴로 들어오며.
영희 : 가서 자지, 왜 그러고 앉았어?
성우 : (책 덮으며) 엄마랑 잘려구.
영희 : (앉아, 이불 덮으며) 젖먹을라구?
성우 : 주면 먹고.
영희 : (어이없다는듯 웃으며) 징그러. 시집 갔으면 학부모 소리 들을 애가....아이고...
성우 : 오늘 재밋었어?
영희 : 재밋긴, 피곤했지.
성우 : 근데 옷이 왜 다 젖었어?
영희 : (버버대는) 어? 오다, 세차장앞 지나다...물벼락 맞았어.
성우 : 조심하지.
영희 : (누우며) 그게 나만 조심한다고 될일이야.
성우 : (눕는다)
영희 : 가서 자.
성우 : 싫어. 여기서 잘래.
영희 : (싫다지만 좋고)
성우 : 엄마, 아빠 생각 나?
영희 : (보면)
성우 : 가끔 궁금해져. 그렇게 으르렁거리던 사이였는데, 제삿밥은 왜 놔줄까, 산소는 왜 그렇게 들여다 보나... 부부란게 뭔가...
영희 : (입가에 웃음지으며) 타령하나 들려줄까?
성우 : (옆으로 누워 영희 보면)
영희 : 부부가 뭔지, 아주 잘말해준 타령이 있어, 들어봐. (시 읽듯) 우리 댁 서방님은 날 싫다고, 벽치고, 담치고,
열무김치 소곰치고, 배추 김치 초치고, 칼로 물 도린듯이 그냥 싹 돌아서더니, 춘천 팔십리, 왜 못가서, 되돌아왔소.
아리랑아리랑 아라리가 났소. 아리랑 고개로 날 넘겨주소.
성우 : 말이 재밋다.
영희 : 부부란, 돌아서도 돌아서지지 않는 게 부부야. 삼천년을 연애해도, 하룻밤 보낸 부부만 못하더라고..
밉다고해도, 아주 밉진 않지. 널 줬는데, 아주 밉겠니.
성우 : (생각이 많다, 자기에게 하는 말처럼) 부부사인 둘 밖에 모르는 거지?
좋아보여두 나쁠 수도 있고, 나뻐 보여두, 좋을 수 있고.....
영희 : 그럼. 삼천겁을 만나야, 한 이불속에 잔다는데, 그 연대가 오죽 질길까. 자라. (하고, 옆으로 돌아눕는다)
성우 : (혼잣말처럼) 부부가 그런거야? 그렇게 질긴거야? (F. O)
씬21. 성우의 회사 전경.
하숙 : (E) 주실장!
씬22. 복도.
성우, 허겁지겁 나가고 있다.
하숙, 서류 들고 사무실 문 열고 소리친다.
하숙 : 성우야, 이거 가져 가!
성우 : (가다가 돌아본다) ?
하숙 : (서류 흔들며) 납품계약서 안가져가?
성우 : 어머. 내 정신 좀 봐. (하고 하숙에게 와서는 서류 받아, 가방에 넣으며) 별걸 다 잊네, 별걸 다 잊어.
하숙 : 천천히 가. 너 답지 않게 왜 그렇게 허둥대? 그러다 사고 나.
성우 : 양수리까지, 길이 머니까, 거래처도 많고, 자칫하면, 열두시나 되야 서울 올 것 같애 그래서 그래, 조심할께.
하숙 : (걱정스런) 차 니가 몰지 마라.
성우 : (웃음 띤) 그렇잖아도, 서준희씨 차 타고 갈려 그래. 들어가. 나간다. (하며, 서둘러 뒤어간다)
하숙 : (걱정스레 보며) 쟤 답지 않게 왜 저래? (하며,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고)
씬23. 사무실 안.
재석, 현주, 미선 팔 걷어붙이고 바삐 그림들을 포장하고 있다.
하숙, 들어와, 자리로 가서 서류 뒤적이다, 문득 생각난듯.
하숙 : 잠깐, 잠깐!
모두, 하숙 본다.
하숙 : 김대리, 윤호물산 페인팅 한 거, 그거 단가표 어딧어?
재석 : (땀 닦으며, 짜증) 그 앞에 있잖아요.
하숙 : 왜 성질이야?
재석 : 성질이 아니라, 사장님두 해두 너무 합니다.
하숙 : (기죽은) 내가 뭘?
재석 : 사람 일하는 거 안보여요? 출근 시작부터 지금까지, 도장어딧냐? 통장어딨냐?, 계약서 어딧냐? 전화번호부 어딧냐?,
우리 보고 일을 하라는 거예요, 말라는 거예요?
하숙 : (눈치 보며) 미안하다야 현장 뛰느라 사무실에 잘 안나오니까... 잘하면 너 나 치겠다.
현주 : 사장님이 이해하세요, 오늘 아침에 전철에서 쓰리 맞았대요.
재석 : (현주 보며) 가만 안 있어? (하숙 보며) 사장님, 내가 아침나절 쓰리 맞는 거, 이일하고 하등 상관없습니다.
사장님, 이상한 버릇 있는 거 아시죠? 집에서 임과장님한테 당한 화풀이 회사 나와 푸는 것도아니고,
사무실만 나오면, 손하나 까닥 않고, 졸개들한테 이래라, 저래라.. 몸 움직이기 싫어하면, 다음생에 개돼지소말되요, 알아요?
하숙 : 뭐가, 돼?
현주 : (재석 옆에 와서) 어으 정말, 김대리님 땜에 내가 못살어. 가요, 가 됐죠?
재석 : (현주 보고, 기분 좋아 웃으며) 증말?
하숙 : 무슨 소리야?
재석 : (하숙에게 웃으며) 얘가 나랑, 거래처 같이 가잔 얘기예요. 신경쓰지마세요.
일하던 미선, 소리친다.
미선 : 김대리님, 빨리와요, 일두 안하고 계속 노닥거리기만 하고.
재석 : 오케이! (하며, 가고)
하숙 : (현주에게) 그러니까, 뭐냐, 니들 연애사에 지금 날 끼워서...둘이 같이 있고 싶어서.... 그런거니?
현주 : (웃음띤, 눈치 보며) 죄송해요.
하숙 : (어이없다) 야, 김대리 단수 쎄다. 고단수야. 난 나 칠까봐 시껍했다.
(그러다, 생각하는) 주실장이랑, 서준희도 혹시 너무 서두는게 (현주보며) 연애하는 거 아냐?
씬24. 주차장.
성우, 이리저리 준희를 찾고 있다.
성우 : 서준희씨! 서준희씨!
그때, 준희 뒤에서 클락숀 울린다.
성우 : (돌아보면)
준희, 차에서 내린다.
준희 : (웃음 띤) 날 왜 그렇게 목매게 찾아요?
성우 : (안도의 한숨 쉬며, 웃음) 너, 없어진 줄 알았어. 나 버리고 갔나했다.
준희 : 주유 좀 하고 왔어요. (차문 열고) 타세요.
성우 : (차 타려다가 준희 본다)
준희 : 왜 그래요?
성우 : (웃으며) 좋아서.
준희 : ?
성우 : (차 타고, 서 있는 준희에게) 어서, 타. 가자.
준희 : (웃으며, 차 타고)
씬25. 차안.
두사람, 모두 안전벨트 한다.
준희 : (성우보고, 웃음 띤) 어디로 모실까요?
성우 : (웃으며) 그대가 원하는대로?
준희 : (웃으며, 차 몰고 가고)
씬26. 양수리 까페.
성우, 남자주인과 얘기하고 있다.
준희, 금속공예 작품을 보고 있다.
성우 : 작품 어떠세요?
주인 : 아주 맘에 들어요, 손님들도 좋아하고, 인테리어하고도 잘 어울리고.
성우 : 고맙습니다.
주인 : 내가 고마워해야죠.
성우 : 아니예요, 천만에, 제가 고맙죠, (서류내보이며) 결재해 주실거죠?
주인 : (웃으며) 이거 이거, 내가 또 속네. 웃으면서 와서는 칼 디밀고. (하며, 주머니에서 펜꺼내 사인하며) 모레 은행으로
들어갈 겁니다. 참, 내 친구가 일본에서 옷가게 하나를 여는데, 여기 작품한 작가소개를 원하더라구요.
성우 : 어머? 그래요? (뒤돌아) 서준희씨!
준희 : ?
성우 : (주인에게) 저 사람, 우리 직원이거든요. 작가가 저 사람 와이프예요?
주인 : 아, 그래요?
준희 : (성우에게 와서는) 왜요?
성우 : (웃음띤) 자기, 나한테 한 턱 써야겠다. 부인 작품 팔아 떼돈 벌겠어.
준희 : ?
성우 : (주인에게) 작품료 비싼거 아시죠?
씬27. 갤러리.
은수, 전화기 들어 버튼 누른다. 신호음 가고, 떨어지고.
은수 : 저, 서준희씨 좀 부탁 드립니다.
미선 : (E) 외근나가셨는데요.
은수 : (머뭇대는) 주실장님도 같이, 가셨나요?
미선 : (E) 네, 그런데요.
은수 : 알겠습니다.
미선 : (E) 어디시라고 전해....
은수, 전화기 내리고 가만 앉아있다. 아무 표정도 없다.
잠시후, 인정 팜플렛 들고 와서는 오며.
인정 : 선생님.
은수 : (돌아보며, 조금 놀란) 으응?.....
인정 : (의자에 앉으며) 골똘히 무슨 생각 하세요?
은수 : (억지 웃음) 아냐.
인정 : (팜플렛 보이며) 새 팜플렛 나왔는데, 이거 보셨어요?
은수 : 낼 보자.
인정 : (창밖 보며, 시큰둥) 그래요, 낼봐요. 이미 나온거, 나쁘다고 바꿀 것도 아니고, 아후 기분 정말....별로다.
은수 : (창밖 보며, 생각하다) 그래, 기분 별로다. 참 많이 별로야.... (생각하더니, 일어나, 가방 챙긴다) 나 일찍 퇴근할께.
미안하지만, 혼자 마무리하고 들어가라. (하고는 휭 하니, 나가 버린다)
인정 : (가는 은수 뒤에 대고) 선생님!
씬28. 은수(넋이 나간듯한 표정), 전철 기다리는.
씬29. 가마터.
도예가와 성우, 준희 가마 주변에 앉아 얘기하고 있다.
성우 : (도예가에게, 친구처럼) 어제 새벽에 불 안땠지? 늦게나 불 지폈지?
도예 : 알면서 뭘 물어?
성우 : 못살어. 왜 그래, 증말, 쟁이들 이렇게 지맘대론 거 정말 싫어.
도예 : 너랑 살맘 없으니까, 니 맘에 안들어도 상관없다.
성우 : (기막히고)
준희 : (웃으며) 옹기 하신지, 얼마나 되셨어요?
도예 : (준희 보며) 너, 쟁이지?
준희 : (편하게 웃으며) 옹기 좋죠? 저두 공옐 했으면 옹길 했을 거예요.
도예 : 왜?
준희 : 흙으로 돌아가는 건, 이것 밖엔 없잖아요. 금속도, 도자기도...남기는 흔적이 너무 많아요.
도예 : (준희가 맘에 든다) 너, 물레 돌릴 줄 아냐, (성우 턱으로 가리키며) 이런 여자 따라다니면, 돈 맛 알고, 세상 물정 알고,
재미없어. 내 보조로 일해라.
성우 : (도예가에게 눈흘기며) 점점....
준희 : (일어난다)
도예 : 대답 않고 왜 인나?
준희 : 오늘 오후엔, 되죠? 가맛불 보니까, 대여섯시면 끝날 거 같은데.
성우 : ?
준희 : (도예가에게) 아까 주신 제읜 고마운데, 저 손을 좀 떨어요. 아마 물레질하면, 난리가 날 걸요.
오후에 다시 들릴께요. 가요, 선배. (하고 간다)
도예 : (성우 보며) 제 병신이야?
성우 : (준희 걱정스레 보고, 도예가에게) 말 좀 가려서 해요. 다시올께요. (하고, 간다)
씬30. 가마터 앞길.
준희, 굳은 얼굴로 걸어가고.
성우, 뒤따라 나와 그런 준희 걱정스레 본다.
씬31. 음식점 전경.
씬32. 음식점 안. (한식집)
점원, 상차리고 나가고.
준희, 수저와 저분을 챙기려하면.
성우, 수저저분을 먼저 집는다.
준희, 보면.
성우 : (안보고, 준희 것 놔주며) 내가 챙겨 주고 싶어, 가만 있어.
준희 : (작게 웃고, 수저로 국을 떠먹는다)
성우 : (눈치 보며) 기분 상했어?
준희 : ?
성우 : (여전히 눈치 보며) 김작가 한 말, 많이 거슬렸어?
준희 : 아뇨. (밥 먹는다)
성우 : (맘 안놓인다, 준희 보고)
준희 : (느낌이 이상해 성우를 본다, 얇게 웃으면서) 난 작가 아니예요. 괴팍하지 않아요. 잊었어요. 신경쓰지 말아요.
국 식어요, 어서 들어요.
성우 : (준희가 의젖해 보인다, 국 먹고) 너 반찬 뭐좋아해?
준희 : 다 좋아해요.
성우 : 특히 좋아하는거?
준희 : 버섯이요.
성우 : 잠버릇 어때?
준희 : ?
성우 : 조용히 자? 몸부림심해?
준희 : (생각하며, 웃으며) 자느라 모르죠.
성우 : (약간 눈치 보며) 은수씨는 뭐래?
준희 : 얌전히 잔대요.
성우 : (은수가 부럽다) 그래...... (반찬을 먹고, 혼잣말처럼, 준희 안 보고, 서글픈 웃음 띤) 짧은 시간이지만,
너에 대해 많은 걸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준희 보며) 모르는게 너무 많다?
준희 : (편하게 웃으며, 무심하게) 그런 건 같이 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이잖아요,
나도 선배 뭐좋아하는지, 어떻게 자는지, 모르잖아요. (하며, 밥 먹는다)
성우 : ! (석고처럼 움직이지 않고, 준희를 무표정하게 보고 있다, E) ......같이 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
준희 : (밥 먹고)
성우 : (준희 보고)
씬33. 야외카페.
준희 (성우 안보고, 강만 보는), 성우 앉아있다.
성우, 차를 한모금 마시고 내려놓고.
성우 : (준희 보며, 무거운) 왜 그런 쓸데 없는 짓을 해서, 니 속을 볶아?
준희 : (강만 보고 있다, 눈가가 그렁하다, 애써 참고 있다) .....
성우 : (어떻게 말해야 할 지 모르겠다, 한숨 쉬고, 머뭇대다가) 나랑 살고 싶어? 그거 아니잖아.
그런 것도 아닌데, 굳이 말해서 어리석은 짓 한거야.
준희 : (애써 웃으려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성우 : (준희가 아주 많이 걱정스럽다)
준희 : (차 한모금 마시고, 맘 다스리려 애쓰며) 솔직히.. 어제 처음으로 내가 은수 남편이구나, 싶었어요.
(성우 안보고) 삼년을 살면서도 한번도, 우린 부부다. 그 아이가 내 아내다. 그런 생각 못가졌었어요. 결혼할 때도 그랬고,
살면서도, 우린 아주 좋은 친구였어요. (눈가 그렁해 성우 보며) 난 선배한테 도망치고 싶었어요.
성우 : ?
준희 : 노력하자 그랬죠? 은수한테 말하면, 난 은수가 날 잡아줄 줄 알았어요. (마음이 너무 아프다, 성우 못보고, 깊게 한숨 쉰다)
나도 이런 감정 버겨워요. 선배만이 아니라, 나도 피하고 싶어요. (한숨 작게) 은수가, 넌 다시 돌아올꺼야. 그러는데, 난
(차마 말을 못하겠다) 난 그 순간, 걔한테 다신 돌아갈 수 없을지 생각이 들었어요.
성우 : (준희가 안타깝다, 맘이 너무 아프다)
준희 : (눈가 붉어져 외면하며) 내가 은수를, 성우선밸 나 자신조차도, 다치게 할 수 있다. (맘 아프지만, 참고, 확정적인 말투로)
그래요, 다칠 거 같아요.
성우 : (준희 보는)
시간경과, 인써트-강가.
성우 : (준희 못보고, 심란한) 나 역시도 너처럼,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 건지 확실히 몰라.
준희 : ....
성우 : 며칠전까지만해도 난 너에 대해, 아무런 궁금증도 호기심도 없었어. 우리 감정이 이대로 가라 앉을 수도 있다, 자신 했어.
그런데, 지금 난 은수, 니부인한테 아무런 미안함도 없이, 널 보는게 마냥 설레고....너무 궁금해.
(사이) 니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꿈은 뭔지, 무슨 책을 읽는지, 누굴 가장 존경 하는지, 내가 어디가 좋았는지........
준희 : (눈물 그렁해, 성우 보는)
성우 : (준희 못보고) 내 나이 벌써 서른셋이야. 이대로 이렇게 널 피하면, 이 느낌, 이 설렘....다시는 내 인생에, 없을 거 같애.
(준희 보며) 하지만, 난 니가 다시 은수씨에게 돌아가리란 걸 의심하진 않아.
준희 : .....
성우 : (준희 못보고) 부인이랑 삼년 연애하고, 삼년 살았다고 했지. 니 식대로 말하면, 니들 우정은 6년만에 끝난 거야.
하물며 나랑 너랑....자신하는데, 우린 끝날 수 있어. 부인 사랑하지?
준희 : (성우 안보고) ...........
성우 : (은수 생각하며) 부인 내 눈에도.....참, 이쁘더라. (사이, 단호한) 넌, 돌아갈거야. 이교술 사랑하면서 배운게 있어.
모든 사랑은 시작이 있듯, 그 끝이 있다. (부탁하듯, 염려 가득한) 우리 관계 말하지마. 끝날 일을 굳이 말해서 상처주고,
이교수 부인도 날 몰라. 두사람 지금은 잘 살어. 니 마음 편할려고...그건 이기심이야.
준희 : (뭐가 뭔지 모르겠다,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 성우 못보고)
성우 : (짐짓 가볍게, 그러나 맘 아픈) 얼굴 좀 두꺼워져라. 바람 필려면, 얼굴에도 심장에도 철판 두서너장 쯤은 깔아야돼.
나 만나는 거, 좋은 추억 만든다, 그렇게 생각해. (강 보며, 눈가 그렁해지는, 어렵게) 그리고 부탁인데, 나중에라도
날 사랑한다곤 말하지마라. (준희 보며, 맘아픈, 천천히) 너한테 매달리게 되는 거 싫어.
씬34. 오솔길.
준희(바지 주머니에 손 꼽고), 성우 걸어가고 있다. 아주 편한 분위기다.
성우, 나무 보다, 슬며시 준희의 팔에 팔짱을 낀다.
준희, 멈춰서서 성우 보면.
성우 : (편하게) 내가 뻔뻔스러워지라 그랬지?
준희 : (어색하게 웃음질듯 말듯 하고, 앞 보고 간다)
성우 : (걸어가며, 땅을 보고 간다)
준희 : (걸어가다가, 무심하게) 고등학교 어디 나왔어요?...
성우 : (무심하게) 정원 여고...
준희 : (무심하게) 대학은요?
성우 : (장난처럼) 좋은데 나왔지. 에스대, 경제학과, 82학번.
준희 : (무심히) 공부 잘했구나....
성우 : (준희 안보고, 무심하게) 이번엔 내가 물을 차례야. 초등학교 때, 꿈이 뭐였어?
준희 : (걸어가며, 무심히) 화가요.
성우 : 중학교땐?
준희 : 화가요.
성우 : 고등학교 땐?
준희 : 화가요.
성우 : 한번도 변한 적이 없네.
준희 : 네.
성우 : (작게 웃음 짓고, 장난처럼, 준희 보지 않고, 걸어가며) 꼴통. 꿈은 변하는 거야. 난 여러번 변했어.
국무총리, 대통령, 의사, 디자이너....
준희 : (고개 옆으로 성우 보며, 걸어가며) 지금은 꿈이 뭐예요?
성우 : (서글픈) 평범하게 사는거.
준희 : 평범하게 사는 게, 어떻게 사는 건데요?
성우 : (생가하며) 내 나이에 걸맞는, 다른 여자들 처럼...밥 짓고... 남편 기다리고..빨래하...... (서글프다) 말하기 싫어......
준희 : (성우 맘 알겠다).....
성우 : (준희 안보고) 이런거 물어도 되나 모르겠는데, (보고) 내가 어디가 좋았니?
준희 : (입가에 웃음 머금고, 생각하다가) 성우선밸 보면, 늘 화난 사람처럼 보였어요. 세상 누구에게나.
그 화를 풀어주고 싶었어요. 자신은 없지만, 사는 거, 화낼 일만 있는 건 아니거든요.
그러고 보내기엔 이세상이 아까우리만치 아름다워요. (성우 보며) 모르죠?
성우 : (생각하며, 걷는)
준희 : (성우 편하게 보며, 앞 보고 걸어가다) 난 어디가 좋았어요.
성우 : (편하게, 준희 안보고) 안 좋았어.
준희 : (웃고)
성우 : 니가 좋은 이유? (착찹하다) 거짓말을 하지 않을 것 같아서. 그래, 적어도 거짓말은 안할 것 같아서....
준희 : (성우의 이해되는, 고개 돌려 앞 보고, 편하게) 나무 냄새 너무 좋죠?
(하며, 팔짱끼지 않은 다른 한손으로 팔짱낀 성우의 손 잡아, 자기손 안에 잡는다)
성우 : (보면)
준희 : (무심하게 성우의 손을 꽉 잡고, 편하게 간다, 앞만 보며) 손 아프면 말해요, 풀어줄테니까.
성우 : (준희 외면하며, 편하게) 그래, 말할께.
준희, 성우 손잡고 걸어가는 모습 오래 보여준다.
씬35. 은수의 집, 복도.
은수, 강아지 안고 집으로 간다.
씬36. 준희의 침실.
은수, 강아지를 안고 문을 연다.
텅빈 방안에 가슴이 빈듯하다, 문을 닫고.
씬37. 화장실.
은수, 강아지 안고 변기에 앉아있다. 아무 생각 없다.
씬38. 작업방.
은수(강아지 안은)의 공예 밑그림이며, 준희의 판화들이 가득 있다.
한쪽에 있는 책상으로 가 은수 앉는다.
밑그림판이 있고, 옆에 물감 푼 물이 있다. 모두 오래된 듯, 먼지를 쓰고 있다.
은수, 무표정하게 붓에 물을 칠해서는 밑그림판에 칠한다.
그리고는 종이를 밑그림판에 붙이고, 옆에 있는 손수건으로 정성스레 눌러 찍는다,
잠시후, 종이를 벗겨내서는 본다. 은수 얼굴이다.
은수, 서글픈 웃음이 배어난다.
은수, 그림 옆에 놓고, 강아지 머리를 쓸어넘기며, 천천히 강아지한테 말하듯, 그러다 실상은 자기자신에게 말하는.
은수 : 아빠가 손다치기전에 엄마라고 해준거다. 잘했지? 아빤, 오늘도 늦나보다. 전엔 아빠가 엄마 기다렸는데,
우리둘이만 있으니까, 심심하다. 하루 스물네시간이 이렇게 길었나. 개야....아빠가 어서 왔음 좋겠지?
(하며, 강아지보며) 걱정마, 올꺼니까, 씩씩하게 기다리자. (하고, 강아지 입맞추고, 안고, 작게 한숨쉬는, 얼굴빛이 어둡다)
씬39. 차안.
성우, 타 안전밸트 하는데, 준희 앞유리창 닦고, 옆으로 탄다.
성우 : 몇시야?
준희 : 여섯시요.
성우 : 여섯시? 해가 많이 길어졌다. 난 많이 되도 다섯시 밖에 안됐는 줄 알았는데.
준희 : (벨트 매며, 웃음 띤) 우리 오늘 몇시간째 같이 있었는 줄 아세요?
성우 : (생각하더니) 아홉시간이나 있었네....
준희 : 많이 있었죠?
성우 : 지루해?
준희 : (시동걸며) 아홉시간아니라, 아흔을 시간을 봐도, 안 지루할 거 같애요.
성우 : (좋다)....
씬40. 한가로운 국도변 길.
달리는 준희의 차.
씬41. 준희의 차안.
준희 : 가도가도 길이 끝이 없을 것 같네요.
성우 : (편하게 기대, 준희 보며) 나두.
준희 : (앞만보고, 차몰며) 앞으로란 노래 알죠?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걸어나가면, 온세상 어린이들 다 만나고 오겠지, 그런 노래?
성우 : 응.
준희 : 어려서 그 노랠 무척 좋아했어요. 가사 내용 전불 믿었죠. 하루는 그래서 집을 나갔어요. 온세상 애들을 다 만날려고.
성우 : (웃음 띤) 어떻게됐어.
준희 : 걷구 걷구 또 걸엇죠. 그러다, 애들을 만나기는 커녕 집만 잊어버렸어요.
성우 : (크게 웃고)
준희 : 아버지한테 엄청 혼났어요. 어른들은 참 거짓말도 잘해요. 어떻게 그런 노랠 짓지.
그 담부턴, 내가 그 노랠 뭐라고 불렀는 줄 알아요?
성우 : (웃음 띤) 몰라.
준희 : 공갈 노래요.
성우 : 말 된다. (하며, 앞을 보다가, 갑자기) 잠깐 차 좀 멈춰봐.
준희 : 왜요?
성우 : 어서!
준희, 차 세우고, 성우, 안전밸트 풀고 밖으로 나간다. 준희 이상하고.
씬42. 길가.
성우, 팔짱끼고 뭔가를 흐뭇하게 보고 있다.
준희, 차에서 나와 옆에 서며,
준희 : 왜 그래요?
성우 : (턱으로 가리키며) 저기봐.
준희, 성우가 가리키는 곳 보면, 작고 아담한 성당이 눈에 들어온다.
성우 : 그림 같다. (준희 보며) 우리 들어갔다 갈래?
씬43. 예배당 앞.
성우, 조심스레 문에 귀를 대고 노크를 똑똑한다.
준희, 그런 성우를 이쁘게 보며, 문을 연다.
성우 : (놀라, 준희 보며) 남의 집, 허락도 안 받고 문을 왜 열어?
준희 : (신부처럼) 고단하고 지친자, 누구든 주저말고 내게 오라.
성우 : ?
준희 : 들어가요. (하며, 성우의 등을 민다)
씬44. 예배당 안.
깨끗하고, 조용한.
성우, 준희 문을 열고 들어서서 중앙으로 가서는 주위 돌아보며.
성우 : (밝은) 와....너무 좋다.
준희 : (둘레 둘러보며) 고향에 있는 성당 같애요.
성우 : (준희 보며) 서울이 고향 아니야?
준희 : 청주예요. 부모님이 지금도 거기 계세요. 여긴, 내가 다니던 성당하고 똑같아요.
성우 : (준희 보다가, 의자보며) 어머, 의자가 너무 작다.
준희 : (성우 보며) 선배가 큰 거예요. 이 의잔 아직도 어린애한테나 어른한테나 모두다한테 적당해요.
성우 : 애들하고, 어른하고 (고개 작게 끄덕이며) 같이 맞춰서 그렇구나. (하며 둘레둘러보다, 문득 무언가를 발견한다)
준희 : (성우가 본 것, 따라 본다)
인써트-고해소(고백실)
성우 : 저 문은 뭐야?
준희 : (편하게 보며) 고백실이요.
성우 : (준희 보며) 고백실?
씬45. 고백실 안.
성우, 신자가 앉는 자리에, 준희 신부가 앉는 자리에 각각 앉아있다.
가운덴 좁은 망으로 된 창이 나있다.
두사람 다, 조금은 장난치는 아이들 같다.
성우 : 거기가 신부님 자리야?
준희 : 네. 선배 지금 앉아있는 자리는, 신자님 자리예요.
성우 : 그럼, 여기선 니가 내 위야?
준희 : (고개 흔들며) 몰라요. 신 앞에선, 누구나 평등한 거 아니예요?
성우 : (둘레 보며) 조금 비좁다.
준희 : 움직이지 말고 가만 있어요. 좁은 자리 아니예요. 겸손한 자리지.
성우 : 그래, 가만 있어볼께. (하며, 준희 말대로 몸을 움직이지 않고, 가만 있는다, 준희 안보고, 앞만 보며 작게 웃음진)
정말 안좁네....
준희 : (고개 돌려 성우 보며, 웃는다)
성우 : (준희 보며) 여기선 ...... 거짓말하면, 안되지?
준희 : 안돼요.
성우 : 정말 신부님은 거짓말 안할까?
준희 : 네.
성우 : 어떻게 믿어?
준희 : (성우 안보고, 편하게) 종교는 믿음이예요. (성우 보면)
성우 : (준희 안 보고, 골똘하게 제 생각에 빠져있다)
준희 : (그런 성우 사랑하는 눈길로 보고)
성우 : (그대로 앉아, 천천히, 가라앉은 그러나 어둡지는 않은) 여기 이 자리 묘하다. 마음이 숙연해지네.
준희 : (성우 보는) ........
성우 : (서글픈 웃음진 채) 정말 다시는 이렇게 사람 못좋아할거 같다. (천천히 고개돌려, 준희 보는데, 눈물이 그렁하게 차오른다)
준희 : (그런 성우 보며, 애써 웃으려하지만, 입술이 파르르 떨리고, 눈가가 그렁하게 차오른다)
성우 : (애써 웃으려하며) 이곳에 와서, 한 고백은...나가면, 그 죄를 묻지 않는다며?
준희 : (눈가 그렁해 고개를 끄덕인다)
성우 : (준희 보며, 어렵게 고백한다) 널, 사랑한다.
준희 : (눈물 가득해, 성우 본다)
성우 : (망이 있는 문에 천천히 손바닥 같다대며, 눈물 참으려 애써 웃으면서,작게) 아멘.....
준희 : (성우의 손에 손 갖다대며, 눈물 참으려 애써 웃으며, 작게) 아멘.
그렇게 마주 보는 두사람에서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