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암괴석의 악견山, 합천호 맑은 물에 잠기다.
(경남 합천군의 대병면 성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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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은 회색빛 겨울,
동면(冬眠)에서 깨어나 세상이 무지개 빛깔로 물들기 시작하는 달이다.
얼어붙은 땅을 무서운 생명력으로 뚫고 나오는 식물들을 보고
“T. S 엘리엇”은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다.”라고 말했다.
이렇듯 4월을 장식하는 온갖 꽃들은 사람들의 눈과 코를 즐겁게 해준다.
인간의 오감(五感)을 자극하는 꽃은,
사람들의 의지대로 키우고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을 자세히 살펴보면 오히려 꽃들이 자신의 번식을 위해 인간을 조종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달콤함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자극해 과육을 먹게 하고 씨앗을 퍼뜨리는 것이다.
인간이 꽃을 좋아하게 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꽃이 핀 자리에서 다양한 먹거리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꽃식물은 각종 먹거리를 인간에게 제공하기도 하지만,
독특한 향(香)으로 여성의 욕망을 충족시키며,
매운 맛의 “캡 사이신”, 각성효과가 있는 “카페인”도 꽃식물에서 채취한 것이다.
먹을 수도 없고, 약으로 쓸 수도 없는 꽃식물들은
사람들의 아름다움에 대한 미적(美的)욕망을 자극함으로써 생존에 성공했다.
오늘은 기암괴석으로 유명한 합천 악견山을 산행하는 날이다.
합천 악견山(岳堅)은
경남 합천군의 대병면 성리에 있는(높이: 634m) 산으로 황매산에서 동쪽으로
내려온 산줄기에서 갈라져 북쪽으로 뻗어 황강 가에서 밀착해 멈춘 산이다.
기암괴석(奇巖怪石)과 아름다운 꽃들로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고 있다.
남쪽 인근의 금성산(609m), 허굴山(682m)과 함께 대병3산(三山)으로 알려져
있으며 합천호 맑은 물에 잠겨 한 폭의 산수화(山水畵)를 연상하게 한다.
산 바로 밑에 합천댐이 있고,
그 전면으로 합천호가 펼쳐져 있어 조망이 매우 훌륭하다.
이 곳 정상은 임진왜란 때 왜적과 함께 장렬히 산화한 의병들의 민족혼(民族魂)이
살아 숨 쉬는 악견산성(경남도기념물: 제218호)이 있다.
산행준비를 하고 집을 나서는데 하늘은 회색빛 아침을 천천히 열고 있다.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는 없었으나 자꾸 하늘을 쳐다봐진다.
어제까지 예약좌석이 만석이었으니까 회원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광주역 대합실에서 일찍 나온 회원 “산으로”를 만나 인사하고 산행버스가
주차하는 광장으로 이동하는데 부회장부부가 도로변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잠시 후 산행버스가 도착했다.
양동매씨들이 앉아있는 산행버스 뒷좌석이 오늘은 허전하다.
일부 예약회원들이 뒤늦게,
또는 연락도 없이 불참해 오늘은 37명의 남녀회원이 산행에 참여했다.
“방랑자부부”, “무등산부부”, 멀리 함평에서 참여한 “가자가자”님이 건재하다.
“진달래” 전 총무, “보름달”이 오래 만에 참여해 반가웠다.
산행버스는 남원휴게소에서 한 번 쉬고 곧장 88도로를 따라 합천으로 향했다.
최기사가 합천 “벚꽃 100리 길”을 보여주려고 일부러 차를 우회해서 먼 길로
돌아갔으나 벚꽃은 이미 떨어져 새잎이 나오기 직전의 붉은 빛을 띠고 있었다.
그러나 간혹 때늦게 핀 꽃들이 남아있어 위로가 됐다.
봄 가뭄이 심한 탓인지 합천호 수위가 많이 낮아져 있다.
물속에 잠겨있던 부분의 산 경사면이 하얗게 여인의 히프처럼 노출되어 있다.
산행버스는 오전 11시가 다되어 대병면 성리 창의寺가 보이는 휴게소주차장에
도착했다.
산행은 동광가든 과 모텔을 지나 잠시 후 산길로 접어들었다.
오늘 산행코스는 휴게소에서 출발:-
산성 터 -악견山 -암벽지대 -갈림길 -전망대 -의룡山 -암벽지대 -용문정으로
하산하는 약4시간 소요코스다.
날씨는 햇볕도 없고 덥지도 않아 산행하기에는 최적의 날이다.
산은 처음부터 오르막길로 시작했지만 그렇게 힘든 코스는 아니었다.
오늘 처음으로 산행에 참여한 젊은 여성회원 “샤방”을 산행1진이 돕기로 했다.
수줍어 숨어있던 진달래꽃이 뒤늦게 여기저기 피어있고,
산 아래로는 직사각형의 논밭이 맨살을 드러내놓고 봄날을 즐기고 있다.
멀리 합천호가 보이고, 합천댐수문이 눈앞에 있다.
대병3산인 금성山, 허굴山이 가깝게 이웃하고, 멀리 황매산도 보인다.
악견산성에 도착하니 12시다.
“파란하늘”, “솜사탕”일행, “꽃 사랑”일행, 부회장일행 10명이 여기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산행1진과 일부회원들은 정상에서 먹겠다고 지나갔다.
악견산성은
합천읍에서 남서쪽으로 15㎞ 지점에 솟은 악견山(491m) 꼭대기의 바위를
연결하여 자연석으로 쌓은 성이다.
기단(基壇)부는 산에 의지하여 돌을 채우는 산탁(山托)공법을 쓰고,
윗부분은 양쪽 벽을 모두 돌로 쌓는 협축(夾築)공법을 써서 쌓았는데
윗부분은 일부 무너졌다.
보존이 잘된 곳의 석축은 높이 2.7m 정도 남아 있다.
조선시대의 산성 축조기법이 잘 나타나 있으며 산꼭대기의 평지에는 건물터가
남아 있다.
악견山 西사면(斜面)에는 금성山과 줄로 연결하여 연락을 취하고,
왜적을 속이는 데 사용하기 위하여 뚫어놓은 산성굴이 존재한다.
임진왜란 때 성주목사로 있던 곽재우가 도체찰사(都體察使) 유성룡의 명령을 받아
보수하고 이용하였는데,
전하는 이야기로는,
왜군이 장기전을 펴자 곽재우가 인근 금성산 바위에 구멍을 뚫고 악견山까지
줄을 맨 뒤 붉은 옷을 입힌 허수아비를 달밤에 띄우게 하여,
마치 산신이 하늘에서 내려온 것처럼 보이게 함으로써 왜군을 물리쳤다고 한다.
현재는 합천군에서 소유 및 관리하고 있다.
점심을 마치고 정상을 향해 출발했다.
정상은 암봉(岩峰)과 거대암석들이 뒤엉켜있어 미로(迷路) 찾기처럼 어려웠다.
밧줄잡고 오르고, 철 계단 을 올라서도 바위지대는 끝이 나지 않는다.
그래도 바라다보는 풍광은 아름답다.
미로 찾기 게임을 한참 즐기다보니 산행路가 보였다.
얼마를 내려가니 삼거리 길이 나왔고 악견山-의룡산 이정표가 있었다.
산행1진은 의룡산을 향해 갔고 우리는 용문寺로가는 하산 길을 택했다.
하산 길은 가파른 내리막길로 상당히 위험하고 조심스러웠다.
밧줄을 잡고 바위에 의존해서 겨우겨우 내려갈 수 있는 길이다.
아스팔트도로가 멀리 내려다보이는데 거의 직벽(直壁)으로 보였다.
산행버스는 용문橋부근 도로변에 주차해있고 도착하고 보니 오후 2시30분이다.
합천군 합동단속반이 봄맞이 행락 철을 맞아 차량안전점검을 하고 있다.
총무에게 전화를 해보니 산행1진은 의룡산에서 하산 길로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얼마를 있으니 “문 찬주”, “군왕 봉”회원이 내려왔는데 얼굴에 땀이 많이 나있고
산이 아주 위험해서 여성회원들의 안전이 걱정된다고 한다.
나는 마음이 놓이지 않아 총무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안전에 유의하라는
당부를 했다.
오후 3시 30분이 되어서야 산행이 종료되었다.
지난주 휴게소에서 안전사고가 있어 허벅지 뼈 수술을 한 회원이 있어 긴장했는데,
산행1진은 힘은 들었어도 암벽과 바위풍경이 너무 좋았다고 웃는데
나도 마음이 놓였다.
오늘 하산 주는 찰밥에 돼지머리고기다.
회원들은 소주와 막걸리로 산행의 피로를 풀었다.
다음 주 산행은 보령 성주산이다.
(2014년 4월 11일)
첫댓글 회장님~~~.수고 많으셨네요.언제나 즐겁고 행복하시구요.산행후기 감동 또 감동입니다.
오래만에 산행에 참여해줘 고맙습니다.
악견산은 인근의 금성산, 호굴산과 함께 대병3산으로
기암괴석과 꽃과 나무들이 어울려 아름다운 풍광을 만들어 내고,
합천호를 바라보는 조망 또한 일품이죠.
언제나그자리에서꿋꿋이화이팅! ! !회장님수고하셨지요.? ?저두가정사정으로한달여만에참석.반갑고행복한시간었지요~~쬐끔힘들더군요^^청산도갈때봅지요^^
항상 보름달처럼 밝고 맑은 마음이 되세요. 하시는 일 대박나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