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국제형사재판소의 체포영장 발부에 대해 유럽연합(EU)이 공동으로 성명을 내려 했으나, 헝가리가 가로막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극우 성향 총리가 이끄는 헝가리는 스웨덴·핀란드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에도 부정적 모습을 보여 왔다.
지난 2019년 10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오른쪽)의 모습. 부다페스트/AP 연합뉴스© 제공: 한겨레 20일(현지시각) 통신은 헝가리가 유럽연합의 공동 성명 발표에 거부권을 행사했다고 보도했다. 17일 국제형사재판소는 우크라이나 전쟁 과정에서 아동을 납치한 혐의 등으로 푸틴 대통령과 마리야 리보바-벨로바 러시아 대통령실 아동권리위원회 위원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아동 수천명을 강제로 데려와 보호시설에 보내는 등 전쟁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적시했다. 유럽연합은 이에 대해 공동 성명을 내려 했으나, 헝가리가 반대해 무산됐다는 것이다. 이번 체포영장 발부와 관련해 유럽연합에서는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 고위대표 명의의 입장문이 19일 오후에 나왔다. 보렐 대표는 입장문에서 “유럽연합은 국제형사재판소의 결정이 러시아 지도자에게 범죄와 극악무도한 행위의 책임을 묻는 과정의 시작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유럽연합 법무장관들도 20일 국제형사재판소의 결정을 지지한다는 성명을 냈으나 헝가리는 여기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2010년부터 장기집권 중인 헝가리의 오르반 빅토르 총리는 대표적인 유럽 내 극우 지도자로 꼽힌다. 푸틴 대통령은 올해 유럽연합 정상 가운데 오르반 총리에게만 새해 축전을 보내는 등 양국의 관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도 공고하게 이어지고 있다. 헝가리는 러시아가 극구 반대해 온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 문제에 대해서도 튀르키예와 함께 승인을 미뤄왔다. 유럽연합은 이번 주 정상회의에서 ‘푸틴 체포영장’ 관련 또 다른 입장문을 논의하고 있다. 입장문 초안에는 “최근 국제형사재판소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점령 지역에서 우크라이나 아동들을 불법으로 이동시킨 전쟁 범죄에 대해 러시아의 대통령과 아동권리 담당 고위관료에게 발부한 체포영장에 주목한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전했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