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6rNfQ3d_3as?si=nwW2WL-uBcVqx15t
일기 글 <경운기 할아버지>가 춘천시 애니툰 콘테스트 공모에 선정되어 할아버지께서 웹툰 영상으로 나오셨습니다. 할아버지께서 아직 생존해 계실까? 당시 연세로 보아 어쩌면 이미 하늘로 떠나셨지 싶은 예감에 괜스레 눈물이 흐른다.ㅠㅠ
*경운기 할아버지*
4월의 아침 햇살이 수면 위로 뽀얀 물안개를 불러내는 출근길. 호숫가 강변길을 따라 일터로 향하는 마음은 늘 풋풋한 설렘으로 가득하다. 오늘은 어떤 모습의 손님이 내 손길을 기다릴까 기대하며 잠시 컴퓨터 앞에 앉아 음악을 들으며 메일을 열어보는데, 똑 똑 똑 창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살포시 고개를 돌려 내다보니 팔순은 족히 돼 보이는 할아버지께서 문밖에서 무언가 하실 말씀이 있는 듯 머뭇거리고 있었다.
" 할아버지, 무슨 일이라도 있으세요? "
" 여기서 경운기도 손봐주는지...? "
창문을 열고 먼저 말을 건네자, 할아버지는 근심 어린 표정으로 말꼬리를 흐리며 어렵사리 말을 꺼내신다.
" 무엇 때문에 그러세요? 할아버지, 경운기 어디 있어요? "
" 저 큰길 가에 세워놔서, 내 가서 몰고 와야 해요. "
사연인즉, 할아버지는 농기계 수리소가 없는 이곳에서 조금 떨어진 '만천리'라는 마을에 살고 계셨다. 자식처럼 여기는 경운기가 시동이 잘 걸리지 않자, 할아버지는 경운기를 끌고 인근 시내로 나와 몇몇 카센터에 들러 이야기를 했지만 모두 모른다며 얼른 경운기를 다른 곳으로 옮기라고 했단다. 몇 번의 내침에 할아버지는 주눅들어 말을 꺼내는 것조차 두려워 경운기를 길가에 세워놓고 조심스레 걸어 들어오셔서 내게 어렵사리 물어보셨다.
" 내 가서 경운기를 몰고 오리다. 좀 봐주."
잠시 후 빨간 경운기가 주인의 손에 이끌려 특유의 퉁 퉁 퉁 친숙한 소리를 내며 일터 마당에 들어선다. 어린 시절 한 번쯤 타보고 싶었던 그 정겨운 경운기가 눈앞에 꿈결처럼 나타났다. 그 옛날 소가 쟁기를 끌고 논밭을 갈았던 시절, 경운기는 섬지기 농사가 아니면 감히 꿈도 꾸지 못할 부농을 상징했다. 행여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경운기라도 지나갈 때면 퐁퐁 희망처럼 솟는 푸른 매연을 마시며 흐뭇한 표정으로 경운기 꽁무니를 붙잡고 따라가던 내 유년 시절의 그리움이. 그런 어린 시절의 흠모와 동경이 듬뿍 담긴 경운기가 '제발 내치지 말고 우리 주인님의 마음을 헤아려 주세요' 하는 듯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
실은 전날 들어와 마무리가 덜 된 자동차와 새로 맡긴 자동차도 있어 그리 여유로운 마음은 아니었다. 우리 업소는 승용차만 전문으로 정비하는 특수성 때문에 화물차와 승합차도 잘 받지 않는데, 조금 난감했다. 그렇다고 응급 환자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무조건 큰 병원으로 돌려보내는 의사같이 자동차 정비사의 직업윤리를 외면하는 냉혈한은 더더욱 아니다. 단지 내가 원하는 자동차정비샵의 속성상 좀 더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일 뿐이다. 그런데 일터 마당에 빨간 경운기가 들어서니 문득 한적한 농촌 마을의 잡다한 기기를 손봐주는 카센터 이미지가 떠오른다. 시골 카센터! 그래 오늘 하루쯤이야 시골카센터면 어떠랴! 할아버지 모습이 안쓰러워 잠시만 마음을 비우기로 했다.
경운기의 문제점은 시동키를 돌려도 아무 반응이 없다. 농기계 정비사는 아니지만, 자동차정비 마이스터의 경험을 살려 검사하니 시동스위치로 들어오는 전원공급 회로에 문제가 있었다. 10여 분 만에 뚝딱 해결하곤 시동키를 돌려 경쾌하게 경운기 시동을 걸자, 할아버지는 놀란 표정을 지으면서도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하신다.
그동안 시동키로 시동이 안 돼 매번 손으로 힘겹게 엔진을 돌려 시동을 걸어야 했으니 할아버지께서 얼마나 힘에 부치셨을까. 할아버지가 왜 이곳저곳 카센터를 기웃거리며 문전박대를 받으면서도 여기까지 찾아오신 마음을 알게 되었다.
" 할아버지 잘 고쳐졌어요. 경운기 가져가서 잘 타세요."
할아버지께 인사를 하고 돌아와 어제 맡긴 자동차를 마저 손보기 시작하는데, 마당 저편에서 할아버지는 길을 떠날 줄 모르고 한참이나 서성이다가 주춤주춤 내게로 다가오신다. 궁금함에 다시 할아버지 곁으로 다가갔다.
" 할아버지, 뭐 다른 문제라도 있으세요? "
" 그게 아니고, 내 그냥 가기가 미안해서... "
하시며 저고리 안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한 만 원 지폐 한 장을 꺼내어 부르르 떨리는 손으로 내게 내미신다.
울퉁불퉁 굵어진 손마디에 농사일에 찌든 옷차림새, 탄력을 잃고 땡볕에 까맣게 탄 얼굴에 덥수룩한 수염 하며 불현듯 지난해 여름 하늘로 떠나신 아버지 모습이 스쳐 지나간다. 아버지도 매년 농사철이 돌아오면 밤낮없이 일에 치여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자식 같은 농작물을 기르는 농사일은 살아있는 생명체를 돌보는 일이어서 농부들은 자기 몸을 돌보는 일은 늘 농작물보다 뒷전이다. 농업을 천직으로 삼아 평생을 살아오신 농촌의 어르신들, 그들에게 농사일은 성스러운 일이며 농작물을 돌보는 농기계는 내 몸 같은 존재다. 그러니 할아버지가 몇몇 카센터에서 내쫓기면서도 쉽게 포기할 수 없으셨지 싶다. 얼마나 마음졸이며 걱정하셨길래 잠시 손을 빌려드렸을 뿐인데도 할아버지는 발길조차 쉽게 돌리지 못하실까.
코끝이 찡한 감정을 추스르고 할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저 평화롭고 순수한 눈빛. 평생을 농작물과 진실만을 교감하며 순박하게 살아오신 때 묻지 않은 영혼. 세상에 농사짓는 일만큼 숭고한 일이 또 있을까. 인류의 생명을 유지하는 먹거리를 생산하고 땀 흘린 만큼 정직한 대가를 바라며 대자연의 심술 앞에서도 마음 비우고 순응할 줄 아는 사람들이 바로 농부가 아니던가! 이들이 바로 하늘이 내려주신 천사가 아닐까 싶다. 다시 눈웃음을 지으며 할아버지께 말했다.
" 할아버지, 경운기 고치는 데는 부품이 들지 않아 그냥 마음 편히 가셔도 괜찮아요. 어여 빨리 가세요."
" 아니야, 그래도 받아야지. 그래야 내가 마음이 편해. 자, 받아요."
그래도 한사코 받으라고 하시는 할아버지의 순수한 마음을 차마 외면할 수 없어 다시 말을 이어갔다.
" 그럼 오늘 할아버지 주신 돈으로 짜장면 사 먹게 3천원만 주세요."
" 그럼 5천원만 받우."
결국 할아버지는 카센터 옆 주유소에서 잔돈으로 바꿔 5천원을 건네주신다.
" 할아버지 또 경운기 문제가 있으면 이리로 오세요~ "
" 그렇게 하리다. 나 같은 늙은이를 생각해줘 정말 고맙수 "
퉁 퉁 퉁 경운기에 몸을 싣고 사라지는 할아버지의 뒷모습을 바라보자, 두 둔엔 나도 모르게 또다시 눈물이 맺히며 아버지가 살아오신 세월이 그려진다. 지난여름 하늘로 떠난 생전의 아버지와 무엇이 다르랴. 농촌 인구의 고령화로 다 키운 자식들 대처로 내보내고 아직도 힘겨운 농기계를 다루고 있는 할아버지. 평균 수명이 지나는 연세임에도 당신의 천직이요 업보로 여기시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한 톨의 쌀이 얼마나 소중한 결실인지, 그 쌀을 생산하는 일을 천직으로 여기는 농부의 삶이 얼마나 고귀한 생명사상生命思想인지 새삼 깨닫는다. _()_
0000년 4월 중순경 어느 따스한 봄날
oooooo 스타점
점장 마이스터
meister5959@hanmail.net
이 글은 당시 써놓았다가 아버지 생각에 눈물이 자꾸 흘러 다시 묻어 두었다가 정리해 올립니다.
글을 읽으신 모든 님들 고향에 부모님이 농사를 짓고 계신다면 안부전화라도 꼭 드려보심이...^^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4.11.21 10:37
https://cafe.daum.net/autooasisnara/FShE/466(본문 웹주소)
https://youtu.be/6rNfQ3d_3as?si=nwW2WL-uBcVqx15t
PLAY
https://youtu.be/6rNfQ3d_3as?si=W2Yg6iQ4E8p-c5-A (경운기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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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SdBWxVyJKVg?si=YKWICrWx2sTtuR_- (아버지/허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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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An7ZnTEz40s?si=5OPgrn_cVDJXVfXO (아버지/임영웅 뮤직비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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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Y3xjoKz2ptI?si=rk2osSTZfzktSlF0 (아버지의 사진/임재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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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WisUIC83r54?si=xEyTjKWJxQnYV6fO (아버지/인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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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걸음도 다가 설 수 없었던 / 내 마음을 알아 주기를
얼마나 바라고 바래 왔는지 / 눈물이 말해 준다
점점 멀어져 가버린 / 쓸쓸했던 뒷모습에 / 내 가슴이 다시 아파온다
서로 사랑을 하고 / 서로 미워도 하고 / 누구보다 아껴주던 / 그대가 보고 싶다
가까이에 있어도 / 다가서지 못했던 / 그래 내가 미워 했었다
점점 멀어져 가버린 / 쓸쓸했던 뒷모습에 / 내 가슴이 다시 아파온다
서로 사랑을 하고 / 서로 미워도 하고 / 누구보다 아껴주던 / 그대가 보고 싶다
가까이에 있어도 / 다가서지 못했던 / 그래 내가 미워 했었다
제발 내 얘길 들어주세요 / 시간이 필요해요
서로 사랑을 하고 / 서로 미워도 하고 / 누구보다 아껴주던 그대가 보고 싶다
가슴 속 깊은 곳에 / 담아두기만 했던 / 그래 내가 사랑 했었다
긴 시간이 지나도 / 말하지 못했었던 / 그래 내가 사랑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