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리꾼 장사익 씨 공연하다 ©최영숙
찔레꽃이 한창 피는 계절이다. 호조벌이 겨자빛으로 물들었다. 물을 그득 담은 논에서 모내기를 하는 철이기 때문이다. 어린 날 새참을 내가는 엄마를 언니와 함께 막걸리 주전자와 물 등을 들고 따라나섰다. 언덕위에 하얗게 핀 찔레꽃을 볼 수 있었다. 아줌마, 아저씨들이 참을 먹는 동안 어린 우리는 찔레꽃을 따먹기도 하고 뒤늦게 나오는 찔레대궁을 꺾어서 먹었다.
어린 날의 기억은 자라서 이연실의 찔레꽃을 좋아하게 했다. "엄마일 가는 길에 하얀 찔레꽃 찔레꽃 하얀 잎은 맛도 좋지 배고픈 날 가만히 따 먹었다오 엄마 엄마 부르며 따 먹었다오" 애잔하고 입안을 감도는 느낌이 좋았다.
20여 년 전 장사익 이라는 소리꾼의 노래를 들었다, 듣는 순간 가슴이 쿵하고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혼신의 힘으로 부른다는 게, 영혼을 울린다는 게 무슨 말인지 알 듯했다. 바로 그의 CD를 구입해서 들었다. 첫 번째로 실린 ‘찔레꽃’ 은 듣는 순간 울음이 솟구치던 당시의 느낌이 되살아난다. 어린 날의 ‘찔레꽃’에서 중년의 ‘찔레꽃’으로 넘어가는 듯했다. 한국인의 정서인 애절한 한의 정서가 깔려 있었다. ‘봄날은 간다’ ‘님은 먼 곳에’ 등도 장사익 그가 해석해서 부르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 2011년 고 전태일 어머니 이소선여사 장례식에서 "봄날은 간다", "귀천"을 조가로 부르다 © 최영숙
그 뒤 팬이 되었다. 시흥의 영각사에 초대되었을 때와 2011년 노동자 전태일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와 2012년 김근태 선생의 장례식 등에서 그를 만 날 수 있었다. 그가 부른 ‘귀천’과 ‘봄날은 간다’는 우리 삶이 또한 그러하다는 생각과 함께 가슴을 저릿하게 했다.
▲ 좌로부터 소리꾼 장사익, 임병택 시흥시장, 서희태 지휘자 ©최영숙
시승격30주년 기념 ‘시민 감동 클래식 콘서트’에 장사익 씨가 공연한다는 현수막을 보았다. 주민자치센터에서 표를 구했다. 밀리니엄심포니오케스트와 가수 소향 등 다른 공연들도 기대가 되었다. 지인들과 함께 시흥시청에서 출발하는 셔틀버스를 타고 시흥갯골생태공원으로 이동했다.
일찍 도착할 수 있었다. 시흥예총의 심봉진 사무국장은 “장사익 선생님 정말 대단하세요. 일찍 오셔서 리허설까지 모두 하셨다.”며 “노래가 너무 좋았다.”고 했다.
임병택 시흥시장이 장사익 씨에게 시흥갯골생태공원의 역사에 대해 설명했다. 장사익 씨는 일찍 와서 공원을 산책했는데 자연풍경이 참 아름다웠다고 했다.
▲ 시흥시립전통예술단 '여는 공연'을 하다 ©최영숙
축하공연은 7시 10분 ‘시흥시립전통예술단’의 여는 공연으로 시작되었다. 시간이 갈수록 푸른 밤으로 변했다. 흥겨운 농악과 사자탈춤 등은 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다.
본 공연으로 서희태 지휘로 ‘밀레니엄심포니오케스트라’의 아리랑 환상곡으로 시작되었다. 이어서 바리톤 장철준과 소프라노 강혜정의 노래에 이어 시흥시립합창단의 공연이 이어졌다.
‘밀레니엄심포니오케스트라’는 어린이들을 위하여 애니메이션 <알라딘>과 영화 <미녀와 야수> 하이라이트를 연주했다.
▲ 가수 소향 공연하다 © 최영숙
가창력이 뛰어난 가수 소향은 ‘당신은 나를 일으킵니다’, ‘바람의 노래’, ‘마지막 약속’ 등을 불렀다. 프랭카드를 든 그녀의 팬들이 응원했다.
마지막 순서로 오래 기다렸던 소리꾼 장사익 씨가 무대에 올랐다.
밀레니엄심포니오케스트라와 함께 그의 첫 노래는 장사익 작사. 작곡의 ‘찔레꽃’이었다.
“하얀 꽃 찔레꽃 순박한 꽃 찔레 꽃
별처럼 슬픈 찔레꽃 달처럼 서러운 찔레꽃
찔레꽃 향기는 너무 슬퍼요 그래서 울었지 목 놓아 울었지
찔레꽃 향기는 너무 슬퍼요 그래서 울었지 밤새워 울었지“
장사익 씨는 40 대까지 15개의 직업을 가졌다고 했다. 그의 굴곡진 삶은 그의 노랫말과 노래 속에 스며들어 그 깊은 맛이 나온다는 생각이 들었다.
▲ 별이 쏟아지다 ©최영숙
앵콜곡으로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를 선택했다. 그는 모두 모바일의 불을 켜서 별이 되어 달라고 했다. 모인 관객들이 불을 밝혀 별이 되었다. 무대에서는 그의 노래가 별처럼 쏟아져 내렸다.
"나 그대에게 드릴 말 있네 오늘밤 문득 드릴 말 있네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터질 것 같은 이내 사랑을 그댈
위해서라면 나는 못할게 없네 별을 따다가 그대 두 손에
가득드리리"
휘몰아치던 그의 공연은 모두 끝났다.
▲ © 최영숙
밀레니엄심포니오케스트라의 서희태 지휘자가 마지막 곡으로 "써니"를 연주되니 모두 나와서 마음껏 춤을 추라고 했다. 객석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중앙으로 나왔다. 흥겨운 음악에 사람들은 춤을 추었다.
숲속마을에서 온 최예빈 학생은 “장사익 할아버지가 가장 좋았다.” 이현주 씨는 ‘시흥사랑밴드’에 올라와서 왔다. 기대를 많이 했던 거라 감동이었다.” “인천에서 온지 8년 차이다. 시흥에 관련된 테마가 봄여름가을겨울 올라가는데 내가 사는 시흥이 이토록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 푸른 밤, 공연하다 ©최영숙
배곧에서 온 박연숙 시민은 “단지에서 현수막과 공고를 보고 장사익 씨의 공연을 보려고 왔다. “봄날은 간다.” 를 좋아하고 가장 좋아하는 것은 ”꽃구경“이다. 그 노래를 들으면 그냥 눈물이 난다.”고 했다. 아들은 어머니를 고려장을 지내러가면서 꽃구경 가자하고 되돌아갈 아들이 길을 잃을까 하여 솔잎을 따서 뿌리는 어머니의 마음을 담은 노래는 부모나 자식 입장을 지나온 사람은 한순간에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일 듯했다.
대야동에서 온 최분임 시민은 “갯골 야외에서 하는 공연이라 날씨가 걱정이었는데, 날씨도 적당하고 무엇보다 공연 프로그램이 좋았습니다. 그 중에서도 마지막 장사익 씨의 공연이 오래 남았습니다. 병원에 입원 중인데도 불구하고 약속한 공연이라 무대에 섰다는 말에 울컥했습니다. 흔히 심금을 울린다, 고 하는데 심금이 외부의 자극에 미묘하게 움직이거나 감동하는 마음을 거문고에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잖아요. 그 거문고 현이 영혼을 건드리는 느낌, 장사익 씨의 공연 때마다 그랬지만 오늘은 유독 더 그런 느낌에 전율했습니다. 오래 기억에 남을 노래들이었습니다.
어린이에서 어른까지 장사익 씨의 팬 층이 넓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왕동에서 온 황옥순 시민은 “무료 공연이지만 펜스를 쳐놓아 질서정연하게 시민들을 입장시켜 처음 인상부터 좋았고 주 무대 양 옆으로 대형 화면을 설치해 뒷쪽 사람들까지 모두 시선 방해 없이 볼 수 있었던 점도 좋았다. 최고인 가수들만 초대해 군더더기 없는 공연이 되었으며 특히 고액을 들여 초대하는 MC 없어도 서희태 오케스트라지휘자가 매끄럽게 소개를 해 주어 오히려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어 좋았다. 초대 비용도 절감한듯해 좋았다." 며 "여기저기서 시 예산을 타내 소규모 공연이 열리는데 해마다 가보면 질적 향상된 공연이 아니어서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고 시 예산을 타내 의무적으로 하는 공연이 아니라 시민 눈높이에 맞는 질 높은 공연을 해주었으면 바란다.”고 했다.
오래도록 시흥에서 공연되는 다양한 장르를 지켜 본 시민은 또 다른 시각을 가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 소리꾼 장사익 공연하다 ©최영숙
아직도 "봄날은 간다." 노래가 흥얼거려진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2019년의 봄은 장사익의 노래와 함께 지나간다. 모든 공연이 선물 같은 밤이었다. 병원에서 왔다는 말에 걱정이 되었다. 가수는 팬이 있어 힘을 얻고 팬은 그 가수가 건강하고 건재하기를 늘 기원한다. 그의 노래에 위안 받고 한 시대를, 한 시절을 음악이라는 선을 잡고 서로 다른 자리에서, 또 함께 가기 때문이다. 다음 공연이 벌써부터 기대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