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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년 1학기가 끝날 무렵의 일이었다. 당시에는 1학년 남학생들이 1주일씩 군 부대에 들어가 병영집체훈련을 받으면 45일씩 병역 기간을 줄여 주는 제도가 있었다. 이들이 들어가서 훈련 받는 부대는 용인 어디쯤에 있는 '문무대'라는 곳이었다. 이 문무대에서도 알량하게 훈련기간중의 품행을 토대로 성적을 매겼는데, 학기말이라 그 성적이 과사무실로 넘어 와 있었다. 그런데 그 성적표에, 학적부에는 존재하지 않는 학번과 이름이 있었던 거다. 과 조교는 당연히 87학번 하나를 불러 아무개라는 학생을 아느냐고 물었다. 모를 리가 없었다. 늘 수업도 들어오고, 시험도 같이 보고, 술도 같이 마신 녀석 아닌가. 그런데 걔는 학적부에 이름이 없느냐고 물으니 87학번 왈, "자기는 원래 86인데, 재수하려고 1년 쉬었다가 실패해서 다시 다니게 됐다. 그렇다고 선배 대접 받을 생각은 없으니 그냥 동기로 대해 달라"고 했다는 거다. 그러나 조교가 확인해 본 결과 86학번에도 그런 이름은 없었다. 더구나 그 당사자는 몇몇 86학번들에게도 알려져 있는 인물이었는데, 86학번들에게는 전혀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문제가 생긴 그날 오후에도 몇몇 87학번들이 그를 봤다. "성적에 무슨 문제가 생긴 것 같으니 과사무실에 가 보라"는 말에도 그는 씩 웃으며 "뭔가 착오가 있었겠지"라고 말하더라는 거다. 아무튼 조교는 혹시나 해서 그의 집에 전화를 했다. 번호는 맞았다. 그런데 부모까지도 "학교 갔으니 학교에서 찾아 보라"고 하더라는 거다. 집에서도 그가 학교에 다니고 있는 걸로 알고 있었다. 그날 이후 그는 학교에서 사라졌다. 아마도 집에까지 전화가 왔더라는 걸로 봐서 올 것이 왔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그렇게 해서 참 별 놈 다 있다, 정도의 해프닝으로 끝날 거라고 다들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2학기가 개강한고 얼마쯤 지났을까, 놈의 앞으로 편지가 몇장 날아오고 있었다. 충청도 어디 시골이고, 여자 이름이었다. '심상찮다'고 생각한 몇몇이 달려들어 편지를 뜯어 봤다. '**씨, 그날의 달빛이...(어쩌구 저쩌구), 농촌 봉사를 다니는 대학생들의 모습은 이 나라의...(어쩌구 저쩌구), 저도 이제는 제 마음을...(어쩌구 저쩌구)... 아무튼 그 뒤로 소식이 없으셔서 궁금하기도 하고...().... 그래서 이번주 토요일 영등포 역 앞에 있는 ++다방에서 오후 두시부터 기다리겠으니..." 야아, 이런 나쁜 놈. 아주 제대로 사기를 치고 다니는구나, 사방에서 욕지거리가 나왔다. 그 다방에 나가서 정신차리라고 얘기해주겠다던 놈도 있었지만 정말 했는지는 모르겠다. 설마 누가 그렇게까지 할 정도로 한가했을까하는 생각이 앞서고, 대개 이런 경우 애정은 눈앞에 나타난 사람에게 '전이'되는게 보통이고 보면, 그 얘기를 해주러 나간 사람은 상당히 난감한 상황에 놓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잠깐 얘기가 샜다...;;) 그 뒤로 세월이 흘렀고, 한동안 잊고 지냈던 놈은 90년대초 다시 학교 근처에 출몰하기 시작했다. 아마도 군대를 갔다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실제로 놈은 87학번의 '옛 친구'에게 학교생활에 쉽게 적응할 수 없었고, 군대에서 공부를 해서 다시 이 학교 불문과에 입학했다고 주장했다는 거다. 말을 들은 87학번은 어이가 없어서 "학교 안에서 다시 만나면 개망신을 줄테니 그리 알라"고 엄포를 놨다고 한다. 그 말이 먹혔는지 학교 안에서는 자주 볼 수 없었다고 하지만, 학교 근처 술집에서는 종종 눈에 띄었다. 사실 고대 앞에 와서 술 먹는 것까지 어쩔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압권은 졸업 앨범 사진 촬영 날 벌어졌다. 87학번들이 졸업사진을 찍는 날, 놈이 떡하니 양복을 차려 입고 학교에 나타나 함께 사진을 찍자고 하더라는 거다. 정말 보자 보자 하니까 너무한다는 생각에, 남학생들이 "맞기 싫으면 꺼지라"고 욕설을 퍼붓자 슬금슬금 사라졌다고 한다. 그러나 정말 모든 사람이 경악한 것은 정작 앨범이 나왔을 때. 학교에서 찍은 단체 사진에는 놈의 얼굴이 없었지만, 개인 사진과 주소록에는 놈이 들어가 있었던 거다.;; 교활한 놈이 앨범 사진 지정 촬영 사진관에 찾아가서, 아무렇게나 지어낸 학번을 적어 놓고 사진을 찍고 돈을 낸 거였다. 사진관에서야 상싱적으로 이런 짓을 할 놈이 없으므로 구태여 확인 같은 건 하지도 않았을테고, 놈은 아주 싸게, 졸업증명서보다 더욱 확실한 '보장'을 갖게 된 거였다.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혹시 주변에 고대 신방과 87학번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고, 이름이 김병*면 한번쯤 행동거지를 의심해보기 바란다. 거짓말을 해서 한번 재미를 본 사람은 죽을때까지 거짓말을 되풀이하게 된다. 결국은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기 마련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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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학생이 사칭한것도 아닌데...? 고대가 사람들이 사칭하고 싶을만큼 좋은 학교란 뜻이지 ^^
사칭할데가 없어서 구려대를 ㅋㅋㅋ 그것도 법대도 아니고 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위에 놈들은 모두 다 고대에 열등감, 자격지심,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는 씹세대 새끼들이군.
저렇게라도 해야된다 ㄲㄲㄲ 요즘 우주최강열세님들 MBA 결과때매 교수진 혁신을 부르외치시면서 기분 안좋으시거든...
난 재밌어서 퍼온건데 별로 재미없나 ㅇㅅㅇ;
이야~~ 도서관 사서나 할 놈이 구려대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