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안동 지근의 영양 출신인 작가 이문열 (李文烈 : 영양군 석보면 원리 출신)은
1990년 발표한 장편소설 <詩人>에서 김삿갓에 자기를 빗대어 허구의 민중문학을 "통박" 한 바 있다
홍경래의 반역에 가담한 할아버지 때문에 대역죄인의 자손으로 낙인찍혀 체제로부터 거부당하는 김병연과 월북한 부친으로 인해 좌익콤플렉스를 가진 사회로부터 배척당해 일상에 안주하지못했던 생애가 너무 닮은것, 신분상승을 통한 체제에의 편입을 희망, 과거를 보는 김병연이나 사법시험에 응시했던 이문열의 체험도 비슷하다.
그의 소설 <詩人>에 따르면 김병연의 시가 4단계로 변모하는 과정을 소개하고 있는데
제1기는, 기득권층으로부터 환영받는 공령시(功令詩 : 현재의 관변문학)이고
제2기는, 할아버지의 원죄의식에서 벗어나 해학과 풍자로 민중의 갈채를 받던 시기
제3기는, 자연에 대한 관조를 주조로하는 시기
제4기는, 자연과 조화를 이루어 자기의 목적성을 지닌 시기로 세상 아무것에도 얽메이지 않고, 오로지 "詩뿐인 詩"를 쓰던시기로 나뉘는데, 다음에 소개될 파격시는 김병연의 2기에 해당하는 풍자와 해학을 주조로 한 시이다.
1. 유리걸식하던 김삿갓이 아름다운 처녀와 하룻밤 情을 나누고 한마디 했는데,
모심내관 (毛 深 內 關) 하니,
필과타인 (必 過 他 人) 이라,
(털이 무성하고 속이 넓으니, 필시 타인이 지나갔을 것이다 .)
이에 질세라 처녀는 그말을받아서
후원황률불봉절 (後 園 黃 栗 不 蜂 折) 하고,
계변양유불우장 (溪 邊 楊 柳 不 雨 長) 하니라.
(뒤뜰의 누런 밤은 벌이 쏘지 않아도 벌어지고, 시냇가의 버드나무는 비가 안 와도 잘 자랍니다)
라고 하였다
2. 우리말을 음으로 읽어 지은 시
天長去無執 (천장거무집 ▶ 천장엔 거미집)
花老蝶不來 (화로첩불래 ▶ 화로에 곁불내)
菊樹寒沙發 (국수한사발 ▶ 국수 한 사발)
枝影半從池 (지영밤종지 ▶ 지렁이 반 종지)
江亭貧士過 (강정빈사과 ▶ 강전 빈 사과)
大醉伏松下 (대취복숭아 ▶ 대추 복숭아)
月移山影改 (월리산녕개 ▶ 워리 사냥개)
通市求利來 (통시구리래 ▶ 통시엔 구린내)
하늘은 멀어서 가도 잡을 수 없고
꽃은 시들어 나비는 오지 않네.
국화는 찬 모래밭에 피어나고
나뭇가지 그림자가 반이나 연못에 드리웠네.
강가 정자에 가난한 선비가 지나가다가
크게 취해 소나무 아래 엎드렸네.
달이 기우니 산그림자 바뀌고
시장을 통해 이익을 챙겨 오네.
3. 한글과 한자를 석어쓴 시
腰下佩기역 : 허리에 기역(낫)을 차고,
牛鼻穿이응 : 쇠코에 이응(코뚜레)을 뚫었네.
歸家修리을 : 집에 돌아가 리을(몸己)을 닦아라,
不然點디귿 : 그렇지 않으면 점찍은 디귿(亡) 하리라.
4. 김삿갓이 개성에 갔을때, 어느 집 대문에서 하룻 밤 재워주기를 청하자
그 집주인은 문을 닫아걸고 땔감이 없어 못 재워준다고 했다. 이때 그의 입에서 튀어나온 시가 이러했다.
邑名開城何閉城(읍명개성하폐성) - 고을 이름은 개성(열려있는성)인데 어찌 문을 닫아걸고
山名松岳豈無薪(산명송악기무신) - 산 이름은 송악(소나무산)인데 어찌 땔감이 없다 하느냐
5. 격식과 운율마저 무시한 채 당시 언문이라 불리우던 서민들의 문자까지 자신의 시속에 끌어들인 시
靑松듬성듬성立
人間여기저기有
所謂엇뚝삣둑客
平生다나쓰나酒
6. 김삿갓이 어느 서당에서 박대를 당한 후에 지은시. 한자음으로만 읽으면 상스러운 욕설로 가득 차 있다.
書堂乃早至(서당내조지) : 서당에 일찍 이르러 보니
房中皆尊物(방중개존물) : 방안에는 모두 존귀한 물건이라
生徒諸未十(생도제미십) : 학생은 모두 10명도 안되는데
先生來不謁(선생내불알) : 선생은 와서 보지를 않는구나
7. 김삿갓이 금강산 절에갔을 때, 마침 절에는 스님 한분과 유건을 쓰고 도포를 입은 젊은 선비 한 사람이 있었는데
김삿갓을 보고 업신여기고 박대해서 이에 김삿갓이 열받아 읊은시
四面기둥 붉었타
夕陽行客 시장타
네절人心 고약타
지옥가기 십상타
僧首團團 汗馬崇 (승수단단 한마랑)
儒頭尖尖 坐狗腎 (유두첨첨 좌구신)
聲令銅鈴 零銅鼎 (성령동령 영동정)
目若黑椒 落白粥 (목약흑초 낙백죽)
둥굴둥굴한 중대가리는 땀찬 말좃대가리요
뾰족뾰족한 선비 머리통 상투는 앉은 개 자지 로다
목소리는 구리방울을 구리 솥에 굴리듯 요란스럽고
눈알은 검은 산초 열매가 흰죽에 떨어진 듯하구나
정말 지독한 욕설이다 처음엔 무슨뜻인지 몰라 서로얼굴만 쳐다보던 중과선비는 뒤늦게 자기를 욕하는 글인줄 알고서 두 주먹을 불끈 쥐었을 때 김삿갓은 너털웃음을 날리고 사라진 뒤였다. 이렇듯 김삿갓의 시에는 파격적인 욕도 거리낌없이 등장한다.
여기서 욕에대한 전통적인 타부(taboo)를 무시한 파격적인 글 하나를 소개한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도올 김용옥(金容沃) 교수의 글이다.
<자지>
<보지>
<씹>
우리는 남자의 성기(性器:성의 그릇),
여자의 성기, 성교(性交:성의 교합)를 표현하는데 있어서
매우 단순하고 아름다운 세종대왕께서 만드신 우리말인
자지, 보지, 씹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덕적 타부라는
고상한 이유로 그 언어들이 회피되고 있다. 나는
자지의 경우를 양물(陽物) 양경(陽莖) 옥경(玉莖:jade stalk)
남근(男根) 페니스(penis)
보지의 경우를 음문(陰門) 음호(陰戶) 옥문(玉門:jade gate)
벌바(vul va)
씹의 경우를 성교 (性交) 섹스(sex) 에 양보하고 싶지 않다
-도올 김용옥 <女子란 무엇인가>초판본中에서-
8. 길주명찰
吉州明川 (길주명천)
吉州吉州不吉州
(길주길주불길주)
길주 길주 하지만 길하지 않은 곳
許可許可不許可
(허가허가불허가)
허가 허가 하지만 허가 하는 곳 없네
明川明川人不明
(명천명천인불명)
명천 명천 하지만 사람은 밝지 못하고
漁佃漁佃食無漁
(어전어전식무어)
어전 어전 하지만 밥상에는 고기도 없네
9. 조시
弔詩 (조시)
歸何處 歸何處 三生瑟
(귀하처 귀하처 삼생슬)
어디로 갔소 어디로 갔소 삼생에 맺은 연분
五采衣 都棄了 歸何處
(오채의 도기료 귀하처)
철모르는 어린 것을 이세상에 버리고 어디로 갔소
有誰知 有誰知 黑漆漆
(유수지 유수지 흑칠칠)
뉘 알리오 뉘 알리오 옷칠같이 캄캄한
長夜中 獨?? 有誰知
(장야중 독추추 유수지)
긴 밤중에 내홀로 우는 것을 뉘 알리오
何時來 何時來 千疊山
(하시래 하시래 천첩산)
언제 오려나 언제 오려나 첩첩산길
萬重水 此一去 何時來
(만중수 차일거 하시래)
만리 물결에 이제 한번 가면 언제 오려나
첫댓글 잘나가다 뭣이리아 ...
잘나가다 삼천포~ 그리 추한거 아닙니다요.
자고로 인류의 발달은 언어로부터 생겨나서 문자의 생성으로 그 발달은 획기적으로 변했습니다.인류가 출현하교 언어를 가지면서 부터 <욕>은 함께 했으며 ,그 美(미).醜(추)의 판단은 그 사람의 인격이 좌우합니다.***< 詩를 흩뿌리고 다니다> 김삿갓에게 절묘한 표현이네요.
웨메김삿갓하면 그래도 양반인 안동김씨의 문중인데조선왕조때 60년이나 정권을 잡은 왕가의 핏줄인데어찌하여정말로 민망스러운 표현들이 많네요옛날조선시대엔 아마도 모두가 안동김씨앞엔 고개도 못들고 다녔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