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자, 오늘도
2017. 5. 19
아침 식사 자리에서다. 이 시간대에 방영하는 KBS '인간극장‘을 보는데
“저것 보다 다른 거 보자. 돌려라.”
다른 거라는 건 뻔하다. CTS방송이다. 못 들은 척 앉아 있으니 아내가 자기 손으로 직접 삑삑 누르더니 늙은 목사가 설교하는 모습을 불러낸다. 한국중앙교회의 임석순 목사다. 머리가 허옇게 샌 것이 나보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데 목소리는 카랑카랑하고 힘이 있다. 아내는 말씀따라 아멘, 아멘을 연발하며 감탄한다.
“나이 많아도 우찌 저리 소리도 크고 잘할꼬?”
그 말에 비비꼬인 내가 슬 농담 한마디를 던졌다.
“뭘 고아먹었을꼬?”
“고마먹어 그런기 아니라 성령이 충만해서 그렇지.”
단박 정색을 하며 반박 성명을 낸다. 나는 묵묵히 있다가 아내의 건망증을 시험해 보려고 다시
“뭘 고아먹고 저리 잘할꼬?”
“성령이 충만해서 그렇다니까.”
그건 안 잊은 모양이다. 그러나 여전히 농담거는 줄을 모른다.
말씀 중 그 목사는 성도들에 묻는 말을 한다.
“똑바로 걷는 사람을 본받을라할까요, 구부정하고 비틀거리는 걸음을 본받을라고 할까요?”
속으로 유치한 질문 방법이다. 유치원생에게나 적당하다. 웃음만 나온다. 또
“남을 의심하면 될까요, 안 될까요?”
나는 정답이라고 자신 있게 답했다.
“안 돼.”
그랬더니 아내가 야단이다. 목사에게 그런 말로 답하다니 어쩌고 하기에
“안 돼요.”
힘없이 고쳐 말했다. 아내는 만족한 모습이다. 잠시 후 전화 벨 소리에 방으로 들어가 받더니 곧 웃음보가 터진다. 쫑알거리며 한참 대화를 나누더니 또 날 부르는 소리! 얼른 오지 않는다고 잔소리! 가니까 부산 처제란다.
“왜 남 밥 먹는데 전화 바꾸라고 야단인감.”
“아, 식사 중이세요. 그럼 끊을 게요.”
“아니, 일단 전화 걸었으니 무슨 중요한 말할 것이 있는지 해 봐!”
“아니, 중요한 거는 없구 그냥 형부 목소리 듣고 싶어서요.”
“아이고, 그런가, 반갑네.”
“그런데 이번 범석이 결혼식에 올 거죠? 그때 만나 이야기 나눕시다.”
“어, 그건 유진네가 사람 모이는 걸 싫어한담서? 그래서 네 언니는 자기 혼자만 간담서 날 오지 말라고 하던데.”
아내가 옆에 있을 때는 말끝마다 간섭을 해사서 귀찮다. 또 대화 끊나면 주라고 하기에
“네 언니 바꿔 주란다.”
하며 먼저 수화기를 주고 밥을 마저 먹는데 아내가 곧 뒤따라와서는
“유진네 결혼식에 당신을 꼭 데꼬 오랍니다.”
“버르장머리없기로는?”
아내가 갑자기 내 말에 예외라는 듯 놀란다.
“왜요?”
“아니, 데꼬 오라다니! 모시고 오라고 해야지.”
그러고 식사를 마쳤는데 이번에는 늙다구리 목사는,사라지고 젊은애숭이 목사가 나왔다. 자막에 수원순복음교회라고 떴다. 아내는 그 목사를 보자 깔깔거리며 더 좋아한다.
“아이고 저 목사는 우찌 저렇게 닮았실꼬? 예순이 아들…….”
건망증에 이름이 빨리 떠오르지 않는 모양이다. 나는 짐지코 엉뚱한 이름을 댄다.
“해준이!”
“아니고.”
“연준이!”
“연준이던가? 아니 그건 두례 아들이지. 뭐더라.”
“배용준!”
내 대답에 폭소가 터졌다. 깔깔 웃느라고 다음 이름은 범석이 차례인데 더 대지 못할만큼 웃음보가 터졌다. 웃느라고 배가 아프다더니 진짜 아랫배가 댕기며 아프다. 차례차례 명규, 민구, 학주, 그리고 충남이까지 나올뻔했다. 도저히 웃음 때문에 다음 답을 잇지 못했다. 웃으면 집안이 평안하다.
첫댓글 아부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