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국원
임병식 rbs1144@daum.net
현충원과 호국원은 국가 유공자가 묻혀있는 공간이다. 최근 일부 국회의원이 의원입법으로 장기 근속한 경찰관과 소방관에 대하여 이 ‘호국원’에 안장하는 법안을 발의했다고 한다. 조건은 근속기간이 33년 이상. 그렇다면 나도 해당이 되는 조건인데 실제로 그게 실현될지는 의문이지만 우선은 관심을 갖게 된다.
나는 1970년 12월 직장에 입직 했다. 그리고 퇴임은 2003년 말에 했으니 온전히 33년을 채운 셈이다. 그러한 경찰생활을 하면서 1/3은 거의 작업복에 군화(경찰화)를 신고 지내다시피 했다. 일반 경찰로 들어왔지만 전경대에 파견되어 소주정을 1년남짓 타고, 이어 분대장을 1년여 했다. 그러고 나서 다시 기동대에 차출되어 분대장, 다음에 승진이 되어 같은 부대에서 계속 부관으로 1년간을 눌러 앉았다.
그 기간은 거의 절반이 군인이나 다름없었다. 훈련교관이 되어 연병장에서 지세고, 대모가 터지면 출동를 했던 것이다. 원복 후에는 다시 해안초소 전경대 부관으로 6개월, 다시 기동대에 들어가 소대장으로 1년을 근무했다. 나중 일선경찰에 돌아와 경비부서에서 근무를 할 때도 노상 경찰화를 신고 살았고, 대공 부서에 근무 시는 수색작전을 하느라 그 신발을 벗지 못했다.
내가 근무하던 때는 유독 간첩출현도 많고, 학생대모도 많이 일어나 상황실 근무에, 5분대기조 근무를 밥 먹듯 했다. 거기다 직장생활을 할 때는 근무여건도 매우 열악했다. 요즘처럼 공요일이나 휴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비상소집이 되면 나가 봐야 하고, 일요일에도 직장에 무슨 일이 있나 싶어 둘러보는 것이 일상이었다.
일 년에 한 번씩 주어지는 4박5일의 휴가도 절반만 쓰거나 아예 포기한 때도 많았다. 그런 악조건의 연속이었다. 내가 퇴임할 당시는 근속으로 33년을 채우기가 쉽지 않았다. 경정이상의 고위직 경찰은 3년을 더 근무할 수 있어 가능하지만, 하위직은 그런 여건이 되지 않았다. 군에 다녀와서 바로 입직을 하지 않으면 33년 되기 전에 계급정년, 연령정년에 걸리기 때문이었다.
그런 관계로 나와 같은 입직동기도 해당 조건에 든 사람은 많지 않다. 나이가 많거나 임용이 늦어진 관계로 년수가 채워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것을 감안하여 다소 그렇게 까다로운 기준을 일부러설정한 것이 아닌가 한다.
호국원에 들어가는 조건은 다양하다. 공상으로 사망하거나 전투 중 사망, 6.25참전 경찰이나 월남 파병된 신분이 아니면 어렵다.
그런데 숨통을 트여줄 전망이다. 이왕에 군인은 20년만 장기복무를 해도 해당이 되는데, 경찰과 소방관은 그동안 배려가 없었던 것이다.
이문제와 관련해서 마뜩치 않는 것이 있다. 현충원과 다른 호국원은 보훈처에서 관리하는 국가시설인데, 거기에는 문제가 있는 인물들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취지가 강화가 되어 대통령을 지낸 이도 문제 인물은 배척을 당하고 있지만, 기왕에 안장된 사람들은 그대로 있는 것이다.
얼른 몇 사람만 꼽아보아도, 안중근의사와 이토히로부미를 암살할 계획을 세운 우덕순은 애국지사를 밀고한 죄상이 드러나고 있음에도 그대로 애국지사 묘지에 묻혀있고, 김좌진장군의 비서였던 이정 역시도 일제의 비밀문서에서 밀정의 정황이 역력한데도 현충원에 위패가 모셔져 있다.
이밖에도 김원봉 의열단장의 측근 김호, 김규홍 등도 마찬가지다. 밀정 짓을 했음에도 여전히 훈장이 취소되지 않고 독립유공자로 남아있다. 밀정이 일제에 보고한 홍범도 장군의 동태보고를 보면 혀를 차게 만든다.
“홍범도는 러시아 말을 타고 완장에 붉은색 두 줄을 두르고 견장은 청색, ‘통령감’이라고 적혀 있는데 사는 곳은 하생진 대인일리 밖 30리다.”
기가 찰 일이다. 예로부터 밀정 한명이 일본군 100명보다 무섭다고 했는데, 이들이 일본의 첩보비를 받고 동지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밀고 했으니 얼마나 한심한 일인가. 이런 문제부터 정리를 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개인적으로 현충원과 호국원은 선성한 장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럴려면 시설도 정비하고 안장지도 대폭 늘려야 하지 않을까. 현충원과 호국원에 안장할 범위를 확장하자는 소식을 접하면서 그러한 생각을 해보게 된다. (2022)
첫댓글 선생님의 경력을 일별하는 시간이군요
그 속에 부끄럽지 않은 공직의 연륜이 갓들어 있네요 비록 분야는 달랐지만 선생님의 연륜을 통해 저마저 긍지를 느낍니다 호국원에 관한 규정이 잘 보완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나중에 그곳으로 갈지 여부는 정하지 않았지만
정부의 배려가 고맙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재직시는 그런 조건을 채우기가 만만치 않았는데
당연히 해당되는 사람도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