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미로운 목소리의 신예 여성 R&B 싱어 송라이터
음악성과 대중성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낚아챈 R&B 디바를 찾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로린 힐 이후로는 그 누구도 감히 그런 후한 대접받지 못 했던 것을 보면, 그녀 만한 작곡 솜씨와 가창력을 겸비한 인물은 당분간 만나지기 힘든 게 현실이란 말인가? 여기에 그 아성에 도전하는 재능과 감칠 맛 나는 보컬을 겸비한 [머더 인코퍼레이티드(Murder Inc.)] 레이블의 기대주 아샨티(Ashanti)가 있다. [빌보드]를 ''쥐고 흔드는'' 그녀를 만나 보자.
''쥐고 흔든다''는 표현이 가장 적절한 듯 싶다. 최근의 [빌보드] 팝 싱글 차트에는 자그마치 세 번씩이나 그녀의 이름이 등장하고 있다. 두 번은 피처링 아티스트로 그리고 한 번은 그녀의 셀프 타이틀 데뷔 앨범에 담긴 곡을 통해서 말이다. 물론 혹자가 평하듯, 지난 2월 말 2주 연속 1위 자리를 지켰던 히트 싱글 ''Always On Time''은 인기 절정의 래퍼 자룰(Ja Rule)의 힘을 업은 것이고 4월 20일자 현재 2위에 머무르고 있는 ''What''s Luv?'' 역시 팻 조(Fat Joe)의 후광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니, 그저 행운일 따름이라 말할 수도 있다.
심지어 4월 20일자 싱글 차트에서 덜컥 정상에 올라 기염을 토하고 있는 ''Foolish'' 역시 비록 그녀 혼자만의 작품이기는 하나, 이런 저런 분위기에 휩쓸려 어부지리로 1위에 오른 것이라 쳐 두기로 하는 것이다. R&B/힙 합 싱글 차트에서는 진작부터 1위였지만. 후속 싱글 발매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앨범 수록곡 ''Unfoolish'' 또한 ''Foolish''에 버금 가는 리퀘스트를 받고 있다. 그 외 그녀의 보컬이 삽입된 빅 펀(Big Pun)의 ''How We Roll'' 역시 랩 싱글 차트 16위까지 치고 올라와 있고 말이다.
그런 그녀를 두고 다분히 단타성 싱글 히트에 목맨 가수라 비웃어도 좋다. 하지만 회심의 대 역전극 혹은 반격은 이미 시작되었다. 역시 4월 20일자로 발표된 팝 앨범 차트를 주시해 둘 필요가 있다. 4월 20일자 차트가 발표되면서, 지난 oimusic 4월호 커버를 장식했던 셀린 디온(Celine Dion)의 치세는 단 한 주만으로 막을 내리고 말았다. 남편 겸 매니저 르네 안젤릴(Rene Angelil)을 둘러싸고 나돌던 풍문들마저 잠재울 정도로 기세 등등하게 항진을 거듭하고 또 화제성 뿐 아니라 음악적 변신과 완성도로 높은 평가를 받아 낸 셀린의 [A New Day Has Come]을 일단 ''7일의 앤''으로 만들어버린 작품집이 바로 아샨티의 것이다. 이 불황에 자그마치 1주일만에 502,524장의 앨범을 팔아치웠기 때문이다.
4월 20일자 집계에서 263,00장을 소화해 2위에 내려앉은 셀린 디온이지만, 그녀의 첫 주 판매고 527,000장은 2002년 최다 첫주 앨범 판매고이다. 그러니 이 한 두 가지 양상만을 가지고, 발끝에도 못 미칠 새카만 신인 아샨티를 대선배이자 감히 ''지존''의 자리에 올라 있는 대스타에 비할 바는 아니다. 다만, 현 시점에서세계 팝 시장의 중심이 아샨티가 우뚝 서 있음은 그 누구도 부인하기 힘든 사실임을 강조하고자 하는 말이다. 참고로 R&B 앨범 차트 역시 아샨티, 그녀의 차지가 되었다. 그리고 아샨티의 앨범 판매고는 지난 5년 사이 발표된 신인 뮤지션의 것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한 것이라 한다. 퍼프 대디(Puff Daddy)의 [No Way Out]이 기록한 561,000장에 조금 모자라는 수치이다. 하지만 여성 솔로 뮤지션의 것으로는 로린 힐의 [The Miseducation Of Lauryn Hill]dl 보유하고 있던 423,000장을 거뜬히 넘어서며 1위에 올랐다.
사실 셀린 디온과의 비교에 앞서 그녀는 줄곧 [엘렉트라(Elektra)] 레코드 소속의 로체스터(Rochester) 출신 신예 여성 R&B 싱어 트위트(Tweet)와 막강한 라이벌로 꼽히며 비교가 되어 왔다. 그녀보다 3살이 더 위인 트위트 역시 히트 싱글 ''Oops (Oh My)''를 통해 아샨티에 앞 서 [빌보드] R&B 싱글 차트 정상을 밟은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두 신인 여가수의 대결은 [머더 인코퍼레이티드] 레이블을 책임지고 있는 어브 고티(Irv Gotti)는 물론 [데프 잼(Def Jam)]의 총수 리오 코헨(Lyor Cohen))과 [엘렉트라]의 실비아 론(Sylvia Lhone) 간의 자존심 싸움에 가깝기도 했다.
하지만 트위트의 데뷔 앨범 [Southern Hummingbird]는 194,928장 정도를 팔아치워, 셀린 디온의 뒤를 이은 3위에 안착했다. 물론 아직 국내에 라이선스 반으로 소개되지도 않은 트위트의 음악에 대해 걸고넘어질 생각은 없다. 그녀가 고배를 맛 본 것은 아무래도 아샨티가 더 많은 히트곡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정도로 이해해 두면 좋겠다. 갓 21살이 된 롱 아일랜드(Long Island), 글렌 코브(Glenn Cove) 토박이 소녀 아샨티 더글러스(Ashanti Douglas)에게 이번 전쟁에서 이긴 소감을 물었다. 조금 의외의 대답을 남기는 그녀지만 도저히 미워할 수 없겠다. 오히려 더욱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사람들은 그 이면에서 치열하게 벌어지는 투쟁을 전혀 이해하지 못해요. 그저 라디오를 통해 음악을 듣고, 비디오 클립을 보며 ''쟤는 어떻고, 얘는 어디가 좀 그래''하고 쉽게 판단하고 말죠. 하긴 팬의 입장에 서면 참 쉽고 간단한 일이죠. 하지만 저는 이번 앨범을 완성하기 위해 8년 반 이상이나 인고의 세월을 견뎌내야 했는걸요.”
이미 오래 전 이야기지만. 12살의 어린 나이에 노래를 시작한 그녀는 10대 후반 무렵 가수 데뷔를 꿈꾸며 [자이브(Jive)]의 문을 두드린 적이 있다. 마침 음반사 측에서도 매우 호의적인 반응을 보여 계약 이야기가 오갔지만, 아무래도 보다 자신의 음악 성향과 궁합이 맞는 집단에 몸담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 후로는 줄곧 혼자만의 작업을 진행해 왔다. 그런 그녀의 공들이기가 빛을 보기 시작한 게 바로 작년부터다. 우선 한국을 위시한 아시아 시장 및 영국 음악 신에서 큰 성공을 거둔 여력을 밀어 붙여, 올 8월 미국 시장에도 앨범을 발매할 예정인 [업타운(Uptown)] 소속의 신예 크리스티나 밀리언(Christina Milian)의 셀프 타이틀 데뷔 앨범 가운데 담긴 ''Spending Time''을 공동 작곡해 수뇌부의 시험을 무사히 통과했다.
그리고 급기야 제니퍼 로페즈(Jennifer Lopez)의 빅 히트 싱글 ''I''m Real''의 작곡에 참여하고, 이 프로젝트 덕분에 인연을 맺게 된 자 룰과 후일 ''Always On Time''을 녹음하게 되는 빌미를 마련하게 되었다. 그리고 메리 제이 블라이지, 빅 펀, DMX, 캐니버스(Canibus) 등과 작업한 경력을 가진 프로듀서이자 자 룰과 함께 신흥 힙 합 레이블 [머더 인코퍼레이티드]의 공동 경영하고 있기도 한 어브 고티를 만나게 되는 행운도 낚을 수 있었다, 아직 변변한 R&B 뮤지션 하나 소유하고 있지 못한 상태였던 레이블 입장에서도 반가운 소식임에 분명하고, 그녀로서도 그녀의 야심 혹은 창작의 나래를 마음껏 펼칠 둥지를 얻은 셈이다.
그리고 심지어 음반사 관계자들조차 미쳐 예상치 못했을 정도로 너무나 갑작스레 그리고 열병과도 같이 몰아 닥친 ''Foolish'' 돌풍은 소속사로 하여금 그의 음반 완성을 보다 서두르고 앨범 출시 일을 앞당기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어브 고티가 일부러 트위트와 한 판 벌이려고 날짜를 그리 조정한 것 아닌가 하는 의혹에 찬 시선에 대한 충분한 답이 되리라 본다. 다만 매체들과 인터뷰에 임하면서 기왕 맞붙게 된 거 꼭 이기고 말겠다.는 식의 멘트를 지나치게 남발한 감은 있지만.
앨범 이야기를 조금 덧붙여 보자. 그녀의 화려한 경력과 인맥에 비추어 보면 뜻밖에 게스트 진이 화려하지 않은 점이 우선 눈에 들어온다. 어차피 한 통속인 어브 고티와 자 룰 정도를 제외하면, 별반 알려진 이름을찾기가 힘들다. 이는 아샨티 그녀 자신이 거의 모든 곡을 뚝딱 만들어 내고 있어서, 외부 프로듀싱 진이나 게스트뮤지션의 도움이 필요 없었던 탓이기는 하다. 그녀가 입을 빌어 이렇게 모험수를 둔 것에 대한 해명을 들어보자.
“저는 제 앨범이 다른 사람들의 이름으로 넘쳐 나는 걸 바라지 않아요. 다름 유명 인사의 이름 값으로 흥행하는 대신, 제 스스로 우뚝 서고 싶었거든요.”
아샨티의 경우, 많은 여성 팬들을 확보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것은 그녀의 외적 요인 에 기인한 것이라기보다, 그녀가 쓰는 가사에 공감을 느낀 이들의 자발적인 성원과 격려라는 점에서 더욱 가치가 크다. 특히 떠나버린 남자를 그리는 애절한 사랑 노래 ''Foolish''의 경우, 자신들이 표현하지 못하고 담아두기만 했던 감정들을 대신해 드러내 준 점에 대해 고마움을 표하는 등의 긍정적인 피드백이 쏟아지고 있단다.
가깝게는 캐딜락 타(Caddillac Tah)의 [Pov City Hustla]와 어브 고티의 프로젝트 앨범으로부터 올 여름 데뷔 앨범 [La Dolce Vita]를 출시 예정인 비타(Vita) 그리고 올가을 [The Diary]를 선보일 찰리 볼티모어(Charli Baltimore)는 물론, 2003년에 새 앨범 [The last Temptation]을 발표할 예정인 자 룰까지 막강한 힙 합 사운드를 풍성하게 펼쳐보이려던 [머더 인코퍼레이티드]가 긴급 궤도 수정을 걸쳐 야심차게 선 보인 [Ashanti] 앨범에는 감미롭고 달콤하며 상큼, 청량한 R&B 사운드와 가볍고 매끈하게 다듬어 진 어브 고티식 힙 합 비트가 공존하고 있다.
리드 싱글 ''Foolish''의 경우, 노토리어스 비 아이 지(The Notorious B.I.G.)의 히트 넘버 ''One More Chance''에 쓰여 더욱 친숙한 패밀리 그룹 드바지(DeBarge)의 1983년 히트 넘버 ''Stay With Me''의 멜로디 부를 샘플링해 친숙함을 더했다. 지난 4월 둘째 주 동안 미 전역에서 모두 1억 1천 3백만 명의 라디오 청취자가 이 곡을 들은 것으로 집계되었을 정도이다. 이 곡의 연장선상에 서 있는 ''Unfoolish'' 역시 동일한 샘플링을 차용했고, 거기에 덧붙여 퍼프 대디가 만들고 노토리어스 비 아이 지를 통해 발표되었던 ''Fuckin'' You Tonight''의 주요 리듬 트랙이 쓰이고 있다.
앨범에는 모두 17트랙이 담겨 있는데, 그녀의 주요 히트곡과 수록곡을 메들리 형식으로 짧게 이어 들려주는 ''Intro'' 그리고 ''Skit'' 3개를 제외한 나머지 12트랙 가운데, ''Always On Time Part II''란 부제가 붙어 있는 빅 히트 예감 트랙 ''Leaving''이 자 룰과의 공동 작업에 의해 완성된 것을 제외하면, 그녀 혼자 알아서 곡 작업을 다 마친 것이라 보아도 좋겠다. 비교적 업 템포 느낌이 강한 ''Happy''를 제외한 대개의 트랙이 미드 템포 내지는 그 이하의 BPM을 자랑하고 있고, 특히 ''Baby'', ''Rescue''와 같은 트랙들이 매우 여유롭게 그리고 애절하면서도 감미롭고 뇌쇄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앨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아 카펠라 넘버 ''Thank You'' 또한 잔잔하지만 긴 여운으로 귓가에 남는다.
“이 모두가 메리 제이 블라이지(Mary J. Blige)가 진작부터 닦아 놓은 길이니, 그녀에게 감사할 따름 이예요. 발라드만 흥얼거리는 일도, 랩 가사만 툭툭 뱉어 내는 것도 맘에 들지 않거든요. 메리, 그녀가 있었기에 이 두 이질적인 것이 하나로 묶일 수 있었던 거죠.”
어브 고티는 인터뷰를 통해 밝히길, 아샨티가 이에서 좀 더 나가 장차 메리가 가진 ''힙 합 소울의 여왕''이라는 칭호를 빼앗을 것이라 굳게 믿고 있다고 한다. 하긴 지금 현재로도 ''힙 합 소울의 공주''쯤 되는 위치에는 이미 오른 셈이다.
꼬맹이네『POPSTAR MAGAZ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