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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의 세계를 동경하여 지하왕국을 탈출한 공주가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세 가지 과제를 풀어내야 한다는 동화적 세계와 스페인 내전이라는 정치적인 배경이 혼합된 판타지영화. 비현실과 현실의 직조가 절묘하며 매혹적인 영상이 일품이다.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와 잔인한 장면이 포함되어 15세 관람가 등급으로 국내 개봉되었다.
제작연도
2006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 Guillermo Del Tor 1964 멕시코 / 사랑의 모양(2017)
시놉시스
영화의 현실적인 배경은 1944년 스페인이다. 스페인 내전은 끝났지만 반란군의 저항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반란군은 산속으로 거점을 옮기고 정부에서는 소탕을 위한 부대를 파견한다. 동화를 좋아하는 소녀 오필리아는 임신한 엄마와 새아버지 집으로 이사를 하게 된다. 오필리아의 새아버지는 비달 대위로 반란군 진압을 위해 산 밑에 임시로 주둔하는 부대를 지휘하고 있다. 재단사였던 남편을 잃은 오필리아의 엄마는 비달 대위의 아이를 임신한 상태다.
〈판의 미로 : 오필리아와 세개의 열쇠 >는 오필리아와 엄마가 비달 대위가 보낸 군용차량을 타고 가는 장면부터 시작된다. 멀미를 하는 엄마 때문에 잠시 멈춘 차에서 내린 오필리아는 숲에서 신비한 곤충을 발견한다. 오필리아 모녀가 새로 거주하게 될 숲은 정치적 격전지이자 지하왕국으로 가는 비밀의 문이 숨겨진 환상의 공간이다.부대로 거처를 옮긴 얼마 뒤 오필리아에게 숲의 요정 판이 찾아온다. 판은 오필리아가 지하왕국의 모안나 공주이며 보름달이 뜨기 전에 세 가지 과제를 수행하면 지하왕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일러준다. 판은 오필리아에게 과제를 일러주는 선택의 책을 주고 간다. 그 책은 아무것도 인쇄되지 않은 백지 상태에서 저절로 글씨가 생겨나는 신비한 책이다.오필리아는 열쇠, 단검, 순결한 피를 찾는 세 가지 과제를 하나씩 수행한다. 그러는 동안 현실의 세계에서는 반란군과 정부군 사이의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다. 비달 대위는 반란군 아지트에서 생포한 인질을 혹독하게 고문하고 하녀로 일하는 메르세데스가 반란군의 스파이라는 사실까지 알게 된다.
드디어 세 번째 과제를 풀고 왕국으로 돌아가는 문이 열리는 시간, 반란군의 총공격이 시작되고 오필리아는 결정적인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역사와 환상이라는 양극단의 이야기가 오필리아라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교차되어 진행된다. 동화가 그려낼 수 있는 환상적인 요소가 총망라되어 있으면서 역사적, 정치적인 맥락도 허술하게 다루지 않은 작품이다.
1. 영화의 역사적 배경
〈판의 미로〉의 배경인 스페인 내전은 1936년에서 1939년 사이 인민전선 정권과 프랑코 장군이 이끄는 반군 사이에 벌어진 전쟁을 일컫는다. 좌익 연합인 인민전선 내각이 집권하자 군부를 동원한 프랑코 장군이 반군을 조직해 전쟁을 벌인 것이다.인민전선 내각을 지지하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무기를 들고 프랑코 반군과 맞서 싸웠지만 파시스트들이 프랑코 반군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프랑코 장군은 무솔리니와 히틀러의 막대한 물량 지원을 등에 업고 1939년 정권을 장악했다. 이후 프랑코 독재체제는 1970년대까지 지속되었으며 스페인은 내전의 깊은 상처를 아직도 안고 있다.복잡한 맥락으로 전개된 스페인 내전을 간단히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국제적인 상황을 짚어보면, 소련은 인민전선을 위해 군대를 파견하였지만 미국, 프랑스, 영국 등은 정부 차원의 지원을 하지 않았다. 내전에 참여한다는 부담감도 있었고 좌익 성향의 정권을 지지한다는 문제도 있었다. 하지만 수십만명의 시민이 희생된 스페인 내전은 세계의 지성인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이들은 개인적 차원에서 내전에 참여하였다.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다양한 신분의 의용군은 ‘국제여단’이라는 이름으로 활약하였다.작품을 통해 내전의 실상을 고발한 예도 많다. 앙드레 말로, 어니스트 헤밍웨이, 파블로 피카소 등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스페인 내전의 종군기자였던 헤밍웨이는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라는 소설로, 피카소는 게르니카에서 자행된 시민 학살을 묘사한 〈게르니카〉라는 명화를 남겼다.
〈판의 미로〉의 시간적인 배경은 1944년으로 프랑코 반군이 이미 전군을 장악한 시기다. 그러므로 영화에서 반란군으로 지칭되는 세력은 인민전선을 지지하는 게릴라 부대이다. 프랑코 독재 정권에 반대하는 반란군은 내전이 끝난 1939년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저항했는데, 한국전쟁이 공식적으로 종전된 뒤 빨치산의 저항이 계속되었던 것을 떠올리면 어떤 상황인지 쉽게 이해될 수 있다.영화의 시간적 배경인 1944년은 제2차 세계대전까지 겹쳐 더욱 복잡한 정치적 상황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스페인 내전에 관한 정치적, 역사적 평가는 더욱 심도 깊게 이루어져야겠지만, 〈판의 미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파시스트 정권과 이에 저항하는 반정부군의 싸움이라는 정도를 이해하면 될 것 같다.
2. 세 가지 과제의 의미 - 통과의례
신화, 전설 등 옛이야기에는 주인공이 몇 가지 과제를 수행하고 간절히 원하는 것을 얻는 내용이 자주 등장한다. 주인공이 과제를 수행하는 동기나 목적은 누군가를 구출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고, 누군가의 병을 낫게 할 묘약을 찾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 〈판의 미로〉에서 주인공 오필리아는 지하왕국으로 돌아가는 비밀의 문을 열기 위해 세 가지 과제를 수행 한다.지역이나 시대에 따라 세부적인 내용은 달라지지만 궁극적으로 이런 서사들에서 과제는 모두 통과의례라는 의미를 띤다. 인간의 성장발달 자체가 무수한 통과의례를 치르고 이루어진다. 프로이트 같은 심리학자는 그런 발달과정에 구순기, 항문기, 거울 단계 등의 명칭을 붙이기도 하였다. 옛이야기에서 과제는 여러 형태로 변형되어 제시되나 그 의미로 따져보면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구별된다. 하나의 타자, 즉 대상과 겨루어 이기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아, 즉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다. 타자는 힘센 악당이나 괴물의 형상으로 나타나고 자신과의 싸움은 두려움이나 유혹을 견디는 모습으로 드러난다. 오필리아도 괴물에게 쫓기고 달콤한 유혹을 물리치는 과정을 겪으며 과제를 수행한다.
첫 번째 과제 오필리아의 첫 번째 과제는 황금열쇠를 찾는 것이다. 깊은 밤 흉측한 두꺼비의 점액질 토사물 속에서 열쇠를 찾을 때 오필리아는 더럽고 혐오스러운 물질에 손을 넣어야 했다.
두 번째 과제 비교적 손쉬웠던 첫 번째 과제를 무사히 수행하자 요정 판이 보다 힘든 두 번째 과제를 전달한다. 이번에는 마법의 분필과 곤충 형태의 작은 요정들을 주면서 과제를 수행하면서 사용하라고 일러준다. 마법 분필로 벽에 문 모양을 그리면 두 번째 과제를 수행하는 공간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된다.판은 아주 중요한 두 가지 주의사항을 당부하는데 하나는 시간을 지켜야 하는 것이고 하나는 아무것도 먹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판이 일러준 대로 벽에 문을 그리자 입구가 열리고 모래시계가 생긴다.모래시계의 마지막 모래가 떨어지기 전까지 오필리아는 돌아와야 하며 만약 그 시간을 지키지 못하면 문은 저절로 닫혀버린다는 것이다. 오필리아는 요정들이 안내하는 대로 통로를 따라 들어가자 진수성찬이 차려진 식탁 앞에 이르게 된다. 갖가지 과일과 맛있는 음식들이 가득 차려진 식탁의 끝에는 해골에 가죽을 입혀놓은 형상의 괴물이 앉아 있다. 판의 경고를 상기하며 오필리아는 음식에 손을 대지 않고 무서운 괴물 곁을 지나 열쇠 구멍을 찾는다.
첫 번째 과제에서 찾은 황금열쇠를 제자리에 찾아 넣자 두 번째 과제물인 단검이 나타난다. 여기서 오필리아는 방심하게 되고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만다. 이제 다시 입구로 돌아오기만 하면 되는 상황에서 오필리아는 너무나 탐스러운 포도송이에 눈길을 뺏기고 하나쯤은 먹어도 된다고 합리화한다. 곤충 요정들이 오필리아의 얼굴 앞을 가리며 유혹에 넘어가지 않도록 막아보지만 요정들을 뿌리치고 결국 포도를 한알 입에 넣는다.오필리아가 음식을 먹자 괴물이 잠에서 깨어나고 또 한알을 입에 넣자 괴물이 눈을 뜬다. 얼굴은 있으나 눈은 없었던 괴물 앞에는 눈알 두개가 담긴 접시가 놓여 있었다. 괴물은 접시에 담긴 눈알을 얼굴이 아니라 손바닥에 있는 구멍에 넣는다. 손바닥으로 사물을 구별하는 괴물은 손을 들어 오필리아가 있는 곳을 확인하고 그녀를 잡으러 발걸음을 옮긴다. 괴물이 움직일 때까지도 포도의 단맛에 취해 사태 파악을 못하고 있던 오필리아는 비로소 도망치기 시작하는데 오필리아를 도와주던 요정들은 괴물의 먹이가 되고 만다. 요정들의 희생까지 치렀지만 오필리아가 입구에 도착했을 땐 이미 문이 닫혔다. 괴물에게 잡히기 직전 오필리아는 부러진 분필로 천정에 다시 문을 그려 가까스로 탈출한다.
세 번째 과제와 결말 매우 환상적인 두 번째 과제에 이어지는 마지막 세 번째 과제는 현실과 초현실의 접점에서 수행된다. 오필리아의 엄마는 남동생을 출산하다가 사망하고 오필리아를 돌봐주던 하녀 메르세데스는 반란군 스파이라는 것이 발각되어 창고에 갇힌다. 판은 시간이 없다며 남동생을 정원의 미로 가운데로 데려오라고 세 번째 과제를 준다. 비달 대위의 눈을 피해 겨우 남동생을 안고 미로에 도착한 오필리아는 세 번째 과제가 무엇인지 비로소 알게 된다. 그것은 순결한 피 한 방울이며 그 피는 아무 죄도 짓지 않은 천진무구한 남동생의 피를 말한 것이었다. 선택의 책에 글씨가 없었던 이유는 오필리아의 선택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지기 때문이었다.보름달이 뜬 그 밤이 지하왕국으로 돌아가는 마지막 기회라고 판은 오필리아를 재촉한다. 갈등하던 오필리아는 남동생의 피를 포기하고 자신의 죽음을 선택한다. 그 시각 반란군은 부대를 습격하고 메르세데스를 구출한다. 비달 대위는 체포되고 아이는 메르세데스의 품에 안긴다. 이제 아이는 오필리아의 남동생이나 비달 대위의 아들이 아닌 반란군의 자식으로 자라게 될 것이다.
3. 영화의 주제
미로(labyrinth)는 그리스 신화에서 기원한다. 크레타 섬의 미노스 왕은 왕비가 낳은 사생아를 가두기 위해 미로를 만들게 된다. 왕비가 낳은 미노타우로스는 인간의 몸과 황소의 머리를 가진 괴물이었다. 미노스 왕은 빠져나올 수 없이 설계된 라비린토스라는 미궁 속에 미노타우로스를 가두어버린다. 그리고 미노스 왕은 아테네에서 제물로 바쳐진 처녀들을 매년 라비린토스에 넣어주었다. 아테네의 영웅 테세우스는 아테네 처녀들의 희생을 막기 위해 라비린토스에 들어가 미노타우로스를 죽이고 무사히 빠져나온다. 테세우스가 빠져나올 수 있었던 것은 미노스 왕의 딸인 아리아드네가 기지를 발휘해 도와준 덕분이다. 아리아드네는 라비린토스에 들어가는 테세우스에게 실타래를 주어 되돌아나올 때 길을 찾을 수 있게 한 것이다.
〈판의 미로〉에는 실제 미로 형태의 정원이 등장한다. 신화에 등장하는 것처럼 거대한 미로는 아니지만 미로 형태로 나무들이 심어진 구불구불한 모양의 정원이다. 그 정원의 한가운데 지하왕국으로 돌아갈 수 있는 문이 있다. 오필리아는 테세우스가 미로를 헤치고 괴물을 죽이는 임무를 수행하고 돌아 나오는 것처럼 판이 제시하는 세 가지 과제를 정해진 시간에 해결해야 한다. 보름달이 뜨기 전에 제대로 과제를 수행하면 지하왕국으로 들어가는 문이 열리고 모안나 공주의 신분을 회복하는 것이다. 자신이 싫어하는 새아버지 밑에서 살아야 하는 비루한 삶 대신 왕국에서 공주로 살 수 있는 것이다.오필리아가 첫 번째로 수행한 과제는 황금열쇠를 찾는 것이었다. 열쇠는 말 그대로 문제를 해결하는 물건이다.
〈판의 미로〉는 매우 상징적인 영화이면서 이처럼 가시적인 기호로 의미를 제시하기도 한다. 즉, 미로 형태로 설계된 눈에 보이는 정원이나 문제를 푸는 황금열쇠처럼 시각적이고 구체적인 형상으로 의미를 보여준다. 오필리아는 신화 속 영웅 테세우스와 달리 완벽하게 과제를 수행하지 못한다. 그런데 그 이유가 오필리아의 부족함 때문이 아니다. 자신의 남동생을 죽여야 지하왕국으로 돌아갈 수 있는 상황에서 오필리아는 자신의 희생을 선택한다.신화가 존재하는 그리스 시대와 내전으로 곪아터진 1944년 스페인은 다른 시간과 공간이다.
〈판의 미로〉는 그리스 신화의 모티브를 가져와서 새로운 시대의 신화를 쓴 셈이다. 오필리아가 황금열쇠를 찾는 것과 게릴라를 돕는 메르세데스가 비달 대위의 열쇠를 훔치는 것은 전혀 다른 모습이지만 같은 의미다. 오필리아도 메르세데스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열쇠를 찾는 것이다.스페인 내전이 진행되고 있는 현실과 지하왕국의 공주로서 과제를 수행하는 오필리아의 환상적인 이야기가 팽팽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둘은 내적인 의미의 조응으로 화합된다. 오필리아의 미래상은 메르세데스다. 오필리아는 오직 자신을 위해 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열쇠를 찾지만 메르세데스는 대의를 위해 열쇠를 훔친다. 하지만 마지막에 오필리아가 희생이라는 숭고한 가치를 깨달게 되고 메르세데스의 모습과 합쳐진다. 전혀 다른 두 가지 이야기가 흘러가지만 혼란스럽지 않으며 궁극적으로 합일되는 까닭은 두 이야기의 심층적 의미가 동일하기 때문이다.희생이라는 가치에 대한 추구가 〈판의 미로〉의 중요한 주제이나 다른 많은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동화에서 새아버지나 새어머니의 형상은 아이들의 근원적인 공포를 환기시킨다. 동화 속에서 아이들을 학대하는 새아버지나 새어머니는 진짜 자기 자식이 아니어서 그럴 것이라고 아이들은 동화를 이해한다. 그러나 새아버지와 새어머니의 모습은 아이들이 친부모에게서 느끼는 것이다. 〈신데렐라〉 〈장화홍련〉류의 이야기가 오랫동안 동화나 민담으로 전해지는 까닭은 아이들이 부모에게 사랑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 공포를 느끼기 때문이다.오필리아도 새아버지 비달 대위를 두려워하며 그의 폭력성을 두려워한다. 주머니에 든 회중시계를 항상 꺼내보는 비달 대위는 시간에 대한 강박에 시달리는 인물이다. 영원한 시간이 존재하는 지하왕국으로 돌아가려는 오필리아와 대조되는 인물이다. 그러나 결국 현재의 삶을 포기한 오필리아는 영생을 얻고 현재의 시간에 사로잡힌 비달 대위는 죽음을 맞이한다.
오필리아의 영생은 에필로그식으로 덧붙여진 장면으로 묘사된다. 물론 현실의 오필리아는 죽지만 그녀가 죽는 순간 “지혜로운 공주님”이라는 판의 목소리가 들리고 지하왕국에서 들어간 오필리아의 모습이 보인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스페인 내전의 희생자들을 위로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들은 현실에서는 오필리아처럼 희생되나 지하왕국에서 영광된 삶을 누리는 보상을 받고 있다는 상상을 하는 것이다. 직접적이고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면 유치해질 수 있지만 〈판의 미로〉처럼 판타지로 보여주면 거부감 없이 보상에 대해 받아들일 수 있다.희생과 보상, 이 두 가지 가치가 강한 설득력을 가지면서도 너무 앙상한 모습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이 이 영화의 매력이다. 이를 위해 〈판의 미로〉는 현실과 환상이 조합되어야만 했다. 〈판의 미로〉는 현실이 환상을 비추고 환상이 현실을 지시하는 훌륭한 예가 될 것이다.
주요 등장인물
오필리아 Ofelia(이바나 바쿠에로 Ivana Baquero 1994 스페인 160cm) : 동화를 좋아하는 소녀로 자신이 지하왕국의 모안나 공주라고 믿는다. 엄마를 따라 새아버지인 비달 대위의 부대에서 살게 된다. 요정 판의 제안에 따라 세 가지 과제를 수행하고 지하왕국으로 돌아가려 한다.
메르세데스 Mercedes(마리벨 베르두 Maribel Verdu 1970 스페인 166cm) : 비달 대위의 부대에서 일하는 여성. 산속 게릴라와 연통하면서 의료품이나 부대 정보를 빼주는 일을 한다. 비달 대위에게 신분이 발각되어 생명이 위태로워진다.
비달 대위 Captain Vidal(세르지 로페즈 Sergi Lopez 1965 스페인 173cm) : 오필리아의 새아버지. 프랑코 정권의 명령에 따라 게릴라를 토벌하기 위해 산 아래 부대에 부임한다.
페레이로 박사(알렉스 앵겔로) : 비달 대위를 위해 일하는 의사인 한편 산속 게릴라를 돕는 인물. 양심적이나 회의적인 지식인의 전형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카르멘 Carmen(아리아드나 길 Ariadna Gil 1969 스페인 172cm) : 재단사인 남편을 내전에서 잃고 비달 대위의 아이를 임신한다. 아름답지만 무기력하고 현실순응적인 성품이다.
페드로(로저 카사마조) : 게릴라 부대를 이끄는 핵심적인 인물. 메르세데스의 연인이다.
판 Pan(더그 존스 Doug Jones 1960 미국 192cm / <사랑의 모양(2017)>에서 괴생명체 역) : 오필리아에게 지하왕국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요정. 나무의 신을 의미하며 그에 따라 나무 형상의 기괴한 외모를 지니고 있다.
명장면 명대사
세상은 잔인하단다. 세상에 마법이라는 것은 없어.
- 카르멘
오필리아의 엄마인 카르멘은 세상이 잔인하고 냉정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동화를 좋아하고 동화 속 세상을 믿는 오필리아에게 이런 충고를 한다. 대사로만 보면 카르멘이 현실을 직시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나 이는 역설적이다. 세상이 잔인하다고 쉽게 인정해버린 카르멘은 살기 위해 비달 대위를 따라 산으로 온다. 착하지만 무기력한 카르멘은 비달 대위의 눈치를 보며 그의 말에 순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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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의문 없이 복종하는 것은 당신 같은 족속이나 할 수 있어.
- 페레이로 박사
비달 대위를 위해 일하는 의사지만 메르세데스와 함께 반란군을 돕는 인물이다. 고문을 당한 반란군 포로를 죽이고 비달 대위가 '왜 내말에 복종하지 않았나' 라는 말을 듣고 비달 대위에게 한 말이다.
수상
• 2006년 스페인 고야상 각본상(기예르모 델 토로), 촬영상(기예르모 나바로), 편집상(베르낫 빌라플라나), 분장상(호세 쿠에트글라스 등 2인), 신인여우상(이바나 바쿠에로), 음향상(미겔 앙헬 폴로 등 2인), 특수효과상(레예스 아바데스 등 4인)
• 2007년 제79회 미국 아카데미상 촬영상(기예르모 나바로), 미술상(유제니오 카발레로 등 2인), 분장상(다비드 마르티 등 2인)
• 2007년 제60회 영국아카데미상 외국어영화상, 의상상(랄라 후에테), 분장상(호세 쿠에트글라스 등 2인)
• 2007년 판타스포르투영화제 작품상, 남우주연상(세르지 로페즈)
• 2007년 제41회 전미영화비평가협회상 작품상
음악
이 영화의 음악은 스페인의 음악가 하비에르 나바레테JavierNavarrete가 담당했다. 가장 인상적인 음악은 자장가이다. 영화 중반 오필리아는 메르세데스에게 자장가를 불러달라고 하는데 메르세데스는 가사를 모른다고 한다. 그때 흘러나오는 음악이 〈메르세데스의 자장가〉(MercedesLullaby)이다. 자장가라고 하기에 너무 슬픈 느낌이 강한 이 멜로디는 영화의 시작부터 곳곳에 다양하게 변주되어 흘러나오는데, 후반부 오필리아가 총에 맞아 죽어갈 때 메르세데스는 다시 이 노래를 불러준다.
집필 이현경
영화평론가. 서울 출생. 고려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하였다. 동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석사 졸업 후 영상문화학 협동과정에서 『한국 근대 영화잡지 형성 연구』로 박사 학위
감수 김지석
부산국제영화제 수석 프로그래머. 계간지 ‘영화언어’ 편집장 역임. 아시아영화진흥기구(NETPAC) 이사. 부산국제영화제 창립멤버
제공처씨네21 http://www.cine21.com/
아주 먼 옛날, 인간들은 모르던 지하왕국, 행복과 평화로 가득 찬 환상의 세계에 공주가 있었다. 햇빛과 푸른 하늘이 그리웠던 공주는 인간 세계로의 문을 열고 만다. 하지만 너무나 눈부신 햇살에 공주는 기억을 잃은 채로 죽어갔다.
꿈 많은 소녀, 오필리아는 만삭인 엄마와 함께 군인인 새아버지의 부대 저택으로 이사를 간다. 하지만 자신을 못 마땅해하는 냉혹한 새아버지에게 두려움을 느끼는데다, 신비한 숲으로 둘러싸인 저택의 이상한 분위기에 잠을 못 이루던 오필리아에게 요정이 나타난다. 신비로운 모습에 이끌린 오필리아는 요정을 따라 미로로 들어가게 되고 거기서 판이라는 기괴한 요정을 만난다. 판은 오필리아에게 그녀가 지하왕국의 공주였으나 인간세계로 나왔다 돌아가지 못하고 인간으로 살아가고 있음을 알려주고 다시 공주로 돌아가기 위한 방법으로 세 가지 미션을 제안한다.
오필리아에게 판이 알려준 세 가지 미션은 용기와 인내와 희생에 관한 불가능한 모험들. 오필리아는 백지에 미션의 힌트가 그려지는 마법 동화책과 어디든 그리는 대로 문이 생기는 마법 분필, 그리고 충실한 안내자인 요정들의 도움을 받아 미션을 해결해 나간다. 과연 오필리아는 행복과 평화만이 존재하는 지하왕국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세 개의 열쇠를 찾으면
기이한 판타지의 전설이 깨어난다!!
첫번째 열쇠 : 가장 두려운 존재를 상대할 용기가 있는가?
말라 비틀어져 병들어가는 나무를 보며 가슴 아픈 오필리아. 그 나무를 죽게 하는 괴물 두꺼비의 몸에서 열쇠를 꺼내 오는 것이 첫번째 임무이다. 더러운 미로를 지나야 하고, 그 미로 속에는 보기만 해도 끔찍한 벌레들이 우글거린다. 게다가 두꺼비는 코끼리보다도 훨씬 큰 공포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다. 오필리아의 손에 있는 것은 단지 세 개의 마법 돌 뿐이다. 어떻게 두꺼비의 뱃속에서 열쇠를 꺼낼 수가 있을까?
두번째 열쇠 : 가장 탐스러운 음식을 참아낼 인내가 있는가?
두번째 열쇠를 얻기 위해 주어진 것은 마법 분필. 마법 분필은 어디든 그리면 다른 공간으로 통할 수 있는 문이 생긴다. 그렇게 방에 통로를 만들어 두번째 열쇠로 향하는 오필리아. 화려한 식탁이 있는 방에 도착하니 인간의 모습과 비슷한 괴물이 깊은 잠을 자고 있다. 먹음직스러운 온갖 음식들이 유혹하는 가운데, '절대 음식을 먹으면 안 된다'는 '판'의 경고를 지킬 수 있을까?
세번째 열쇠 : 가장 아끼는 것을 포기할 희생정신이 있는가?
세번째 열쇠는 인간들 중, 가장 순수한 피를 제물로 바치면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전쟁과 음모가 도사리는 부대에서는 그런 피를 찾는 것조차 쉽지 않다. 하지만 약속 시간인 보름달은 점점 떠오르고, 오필리아는 갓 태어난 사랑하는 동생을 보게 되는데... 과연 오필리아는 마지막 열쇠를 얻을 수 있을까?
당신을 신비로운 세계로 초대할 웰메이드 판타지 대작!
<반지의 제왕> 시리즈, <해리포터> 시리즈, <나니아 연대기>...
매년 우리는 스크린에 펼쳐지는 신비한 판타지의 세계를 경험해 왔다. 판타지 대작들이 자취를 감춘 자리를 대신해 줄 웰메이드 판타지 대작 한 편이 관객들을 만난다. 그 주인공은 바로 기괴한 상상력으로 무장한 웰메이드 판타지 대작 <판의 미로-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다.
기존의 판타지가 거대한 제작 시스템에 의한 스케일 중심의 판타지라면, <판의 미로-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는 재기 넘치는 아이디어와 그를 실현시켜 줄 수 있는 독특한 표현력으로 전혀 새로운 스타일의 판타지 수작을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 이런 시도는 관객들의 열광적인 호응과 함께 언론의 찬사마저도 이끌어 내는 놀라운 결과를 보였다.
그 중에서도 영화의 가장 큰 매력으로 손꼽히는 것은 어린 시절, 동화 책 속에서나 한번 만나보았을 법한 세계로 관객들을 초대하는 영화 속 세트와 독특한 캐릭터다. 이 모든 것들은 제작진의 장인 정신으로 무장된 엄청난 노력의 결과로 완성되었으며 그 섬세한 아름다움이 스케일 중심의 다른 판타지 대작과는 또 다른 느낌을 준다. 컴퓨터 그래픽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수공으로 완성한 영화 속 모든 이미지는 한 사람만을 위해 공들여 만들어진 그림책처럼 장면들마다 작품을 향한 제작진의 정성과 소망이 가득 배어 있다.
기괴한 상상력의 총아, 칸 영화제를 놀라게 하다!
<블레이드2>, <헬보이>를 통해 '기괴한 상상력의 총아'라는 평가를 받아 온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자신의 장기를 적극 살려 연출한 <판의 미로-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로 칸 영화제를 놀라게 만들었다. 상영 직후, 영화를 관람한 전세계 기자들이 일제히 수상 예상작으로 손꼽을 정도로 <판의 미로-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는 2006년 칸 영화제 최고의 화제작임에 틀림없다.
"아름답고 흥분되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 - 시카고 선 타임즈
"한계를 뛰어넘는 상상력" - 뉴욕 뉴스 데이
"내가 칸에서 만난 최고의 영화" - 평론가 앤드루 오헤어
특히 첫 상영 후 쏟아진 22분 동안의 기립박수를 받은 주연 배우들은 너무나 감사하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고, 이후 쏟아진 폭풍 같은 찬사는 칸 영화제의 후반부를 뜨겁게 달구어 주었다. 더구나 늘 상업적인 면에서는 성공했지만 영화제에서는 외면을 당해 왔던 판타지 영화로서는 드물게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출품되어 수작으로 평가 받았기 때문에 언론의 관심은 대단했다.
이후, <판의 미로-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는 <해리포터>시리즈와 비교하는 기사가 대부분일 정도로 특수효과와 기발한 판타지에 대한 부분이 많은 호평을 받으며 웰메이드 판타지에 대한 인상적인 모습을 남겼다.
이런 기이한 요정들을 본적이 있는가?
<판의 미로-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의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독특한 캐릭터들이다. 그동안 판타지 영화를 수놓았던 여러가지 캐릭터들은 수많은 팬들의 감탄을 자아내게 하면서도 선악이 구분되는 약간의 비슷함이 있었다면, <판의 미로-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는 그런 기존의 발상을 완전히 뒤집는다. 요정은 화려함과 아름다운 자태는 없지만 힘있는 날개 짓과 선한 마음을 갖고 있고, 많은 관객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괴물은 눈을 손에 붙여서 사물을 보는 재미있는 캐릭터다. 그중 압권은 숫양의 뿔과 신비로운 눈에 아름다운 금발을 갖고 있는 '판'이다. 그런 기괴한 모습 탓에 '판'의 친절한 모습은 관객들로 하여금 의심의 끈을 끝까지 놓지 못하게 만든다.
<킹콩> <언더월드>, 할리우드 최고의 특수효과 팀!
<판의 미로-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는 할리우드 최고의 특수효과 팀의 작품이다. 제프 반스, 마이크 보즐릭, 에버렛 버렐 등 <킹콩>, <언더월드>, <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 <블레이드3> 등을 담당했던 스탭들이 그대로 참여했다. 독특한 캐릭터와 화려한 비주얼을 위해 모인 세계 최고의 스탭들은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상상력을 기대이상으로 스크린에 옮겨 놓았다.
상상 속의 동화, 현실로 펼쳐지다!!
영화 <판의 미로-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를 보면, 동화에서나 보던 상상 속의 일들이 현실로 펼쳐진다. 이런 꿈 같은 환상은 관객뿐 아니라 주인공인 '오필리아'에게도 일어난다. '오필리아'가 늘 즐겨보던 동화책은 그녀를 지하 왕국으로 이끄는 힌트를 끊임없이 제공해주며, 그 마법 동화책과 요정의 도움으로 세 개의 열쇠를 얻어야만 한다.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이런 동화적인 느낌을 살리기 위해, 영화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영화보다는 많은 동화책을 참고했다. 특히 그림 형제의 동화나 아더 래크함, 에드문드 둘락, 케이닐슨의 동화처럼 특색 있는 비주얼로 화제를 모으던 작가들의 삽화를 주로 참고했고, 이런 영향으로 <판의 미로-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는 상상으로만 가능했던 모든 것을 스크린에 고스란히 옮겨놓았다.
-네이버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