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사를 떠나 서산사를 향했습니다. 주민들은 매우 근면하여 일하는 시간에는 시가지가 조용하다고 합니다. “길을 갈 때 오른쪽을 먼저 보세요. 차가 오른쪽 차도에서 옵니다” 인도가 따로 없는 좁은 도로를 가면서 안내원으로부터 주의를 받았습니다. 경차(輕車)의 번호판이 노란색이고 다른 차들은 흰색인 것이 구분되었는데, 대부분의 차량들은 노란색 번호판을 달고 있었습니다. 대마도의 382번 국도는 2차선입니다.
왕복 2차선 도로에 대형차 한 대가 다니면 알맞을 정도의 넓이입니다. 한쪽 차선의 폭이 우리나라 것의 5분의 4 정도로 아주 좁아 보였습니다. 오고가는 차량 두 대가 통행하려면 기다시피 매우 조심해야만 겨우 지나갈 수 있습니다. 버스들이 교차할 때는 한쪽의 버스가 비켜 서 주지 않으면 안 됩니다. 버스의 평균 시속은 40-50 킬로미터를 유지합니다. 얼마나 철저하게 교통질서를 잘 지키는지 지난 1년 간 사망사고는 물론 접촉사고도 거의 없었다고 합니다.
도로가 좁기 때문에 주민들 대부분이 작은 차를 타고 다니며, 사고가 나거나 고장이 나서 멈추어 서게 된다면 소통에 큰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그래서 행정 당국은 1년에 두 차례씩 차량검사를 실시합니다. 차량 안전에 필요한 모든 점검과 보수를 하는 데에 드는 총 바용이 15만 엔(우리 돈으로는 150만 원)인데, 무료로 해준다고 했습니다. 대마도의 도로에는 어디든 감시 카메라가 있지만 운전자들은 카메라를 거의 의식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보행자들이 건널목에서 신호등을 조작하여 보행자 우선 통행이 가능하도록 해놓은 것도 훌륭한 교통 문화라 생각되었습니다. 소규모의 술집들이 많이 모여 있는 이즈하라 항구의 번화가를 지날 때, 안내원의 설명이 있었습니다. 이곳에서는 영업 마감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고 손님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주인이 먼저 나가라 하지 않고 끝까지 기다려 준다고 하였습니다.
길거리에 ‘一品百円’이라 적어 놓은 무인 판매대가 한국 관광객들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자기 집 밭에서 기른 채소 등을 놓아두고 무인 판매를 한다는데, 돈통에 들어가는 돈과 물건 값의 계산이 한 푼도 틀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주차장에도 장사가 잘 되기를 비는 뜻에서 작은 신사를 세워 놓은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곳곳에 ‘民宿’이라 적은 간판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향토요리, 가족적 분위기’라는 선전문이 병기된 것으로 보아 식사를 제공하는 민박집일 것이라 생각되었습니다. 길거리를 오가면서 보고 느낀 것이지만 대마도의 주민들은 매우 부지런하고 공중의식이 높은 것 같았습니다. 아주 사소한 일에서부터 진지한 태도로 임하여 노력하고, 개인보다는 공공의 이익을 우선 생각하는 마음의 자세를 지닌 그들은 진정 선진 국민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