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심과 모성애의 아름다운 싸움
솔향 남상선/수필가
미수(米壽 : 88세)가 다 된 노옹이 산책하다 쓰러지셨다. 뇌출혈로 의식 회복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3년이나 병원 신세를 지며 산소마스크에 의존하고 있었다. 회생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병원비는 수월찮게 들어가고 있었다. 그런데도 의좋은 형제는 지성으로 아버지를 간병하며 병원비를 공동 부담하고 있었다.
이에 걱정이 된 할머니가 경제적으로 넉넉지 못한 아들 형제가 할아버지 병원비로 돈이 많이 들어가는 것을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정신적, 물질적으로 자식들에게 못할 노릇만 시킨다고 할머니는 심장이 터질 지경이었다. 자식들의 정성어린 효도에도 할아버지 상황은 조금도 나아지는 기색이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늘어가는 것은 할머니의 안타까운 넋두리뿐이었다.
이 가정은 독실한 기독교 가족이었다. 환자의 아내 되는 할머니는 자식들이 간병하느라 어렵고서도 마음고생 시키는 게 안타까웠다. 그래서 매일 같이 자식들에게 하시는 말씀이,
“ 이 어미가 보니 너희 아버지 소생하긴 다 틀렸다. 돈만 잡아먹게 생겼으니 산소마스크 빨리 떼도록 하자.”
그리고 매일 같이 드리는 기도가,
“주님 , 어서 빨리 우리 영감탱이 편히 가시게 해 주십시오”
하며 빌었다. 이에 아버지를 끔찍하게 생각하는 형제들이 할머니께 하는 말이,
“ 어머니 어찌 그렇게 말씀하실 수 있어요? 어머니 그럴 수는 없습니다. ”
라는 말로 항변하며 어머니와 싸우다시피 하는 것이 다반사(茶飯事)였다. 할머니로서도 남편인 할아버지를 사랑하는 마음이 없어서가 아니라 자식들을 걱정해서였다. 남편을 사랑하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아들 형제가 고생을 많이 하고 병원비 부담까지 날로 늘어 가니 염려가 되어 모성애의 발로에서 나온 말이었다.
실로‘효심(孝心)과 모성애(母性愛)의 아름다운 싸움임’에 틀림없었다.
말하자면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모성애와 자식들의 아버지에 대한 효심의 싸움이었다.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이해관계에서 비롯된 싸움은 많이 보았지만 이런 아름다운 싸움은 처음 보았다.
예서제서 사람들이 옥신각신하는 이런저런 싸움을 많이 보았지만, 이런‘효심(孝心)과 모성애(母性愛)의 아름다운 싸움’은 처음이었다.
거기다 형과 아우가 간절히 바치는 청원 기도문으로,
“하느님, 저희 아버지 하루 속히 기적 같은 쾌유로 10년만 더 건강하게 사실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이렇게 아버지를 끔찍하게 여기는 기도를 형제가 지성으로 매일 바치고 있으니 백유읍장(伯兪泣杖) 고사가 따로 없었다. 형제를 일러 고사의 주인공 현대판 백유伯兪)라 불러도 이상할 게 없을 것 같았다.
‘효심과 모성애의 아름다운 싸움’
동일 환자를 두고 하는 기도가 이렇게 다를 수가 있을까?
할머니께서 남편에 대한 사랑이나 정감이 없어서 그랬을까? 아니다.
자식들이 여러 날 병 수발드는 게 안타깝고 경제적으로 걱정되는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로 고개가 숙여진다. 형제들의 아버지를 생각하는 효심(孝心)에서도 많은 걸 생각하게 한다, 타산지석(他山之石)의 교훈이 아닐 수 없다.
‘여자는 약하나 어머니는 강하다.’는 명언이
이렇게도 심금을 울리는 모성애(母性愛)를 돋보이게 하다니!
부모를 생각하는 반포보은(反哺報恩)의 효심(孝心)이 이리도 아름다울 수 있을까! .
‘효심과 모성애의 아름다운 싸움!’
우리 이런 다툼으로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
첫댓글 어머니는 자식 생각에, 자녀들은 부모님을 받드는 생각에 서로의 지극한 정성이 참으로 감동입니다.
앉으나 서나 매양 자식 걱정하는 부모님께 더 잘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