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8월 7일,
국내 첫 ‘냉동난자수정’ 아기 탄생
국내 최초로 난자를 젤 상태에서 급속 냉동, 보관하는 ‘유리화 난자 동결법’을 이용한 아기가 처음으로
태어났다. 포천중문의대 차병원 여성의학연구소 윤태기, 정형민 교수팀이 자체 개발한 유리화 난자
동결법을 이용해 임신에 성공한 정모씨(30)가 1999년 8월 7일 오전 2.9㎏의 건강한 남자아기를 출산했다.
냉동난자를 이용한 아기 탄생은 국내뿐만 아니라 동양에서도 최초로 난자를 젤 상태에서 초급속 동결,
세포 손상을 최소로 줄여 보존하는 기술로 기존 수정란 동결법의 임신성공률을 높인 획기적인 방법이었다.
차병원 윤태기 교수
이 기술을 활용하면 기존 시험관아기 시술에서 사용되던 수정란 동결법이 윤리적-도덕적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조기 폐경이나 난소암, 백혈병 등 치료과정에서 난소기능을 상실할 위험이 있는
여성의 난자를 미리 채취, 보존이 가능해져 이 같은 여성에게도 임신이 가능하게 됐다.
최근에는 많은 여성들이 난자를 냉동보관하고 있다. 여성들이 자신의 난자를 꺼내 냉동을 의뢰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현재 미혼이지만 노산에 대비하거나, 기혼인데 당장 임신 및 출산 여력이 안 되는 경우,
질병 치료를 앞둔 경우 등이다.
2013~2015년 여성 환자가 차병원그룹에 냉동 난자를 보관한 이유를 살펴보면 미혼으로 향후 노산
대비(62%), 시험관 아기(15%), 병 치료로 추후 임신을 못할 경우 대비(14%), 난소 기능 저하 및 기타
이유(9%) 등이었다. 미혼이라고 답한 여성 중에는 만 35~40세가 36%, 40대 이상이 35%, 30~34세가
34%, 20대가 14%를 차지했다. 제일병원 미래맘 가임보존센터는 2010~2015년 냉동 난자를 보관한 사례
49건의 목적은 항암 치료 대비(61%), 난소양성종양 수술(10%), 만혼(晩婚)에 따른 노산 대비(29%)라고 밝혔다.
여성은 태어날 때부터 약 200만 개의 난소세포를 가지며 이 세포들이 난자가 된다. 난자는 여성이
나이가 듦에 따라 노화되고 생체기능도 저하된다. 난자를 냉동 보관하는 질소탱크는 내부 온도가
영하 195도를 유지한다. 서울 중구 제일병원에서 난자를 냉동 보관하는 질소탱크를 열자 환자 이름이
적힌 시험관들이 나왔다.
A human egg surrounded by sperm, magnified 400 times.
Women may make new eggs throughout their reproductive years—challenging
a longstanding tenet that females are born with finite supplies, a new study says.
냉동 난자는 실제 임신에 얼마나 유용할까? 동결과정 없이 난자와 정자를 결합한 신선 배아 대비 냉동
배아의 임신율 통계가 있다. ‘2014년 난임부부 지원사업 결과분석 및 평가’에 따르면, 신선 배아 이식
임신율은 2010~2014년 32.1~35.1%, 총 체외수정(시험관 아기) 임신율은 31.1~33.5%에 머물렀다. 같은
기간 냉동 배아 이식 임신율은 41.5~48.5%를 오갔다. 평균적으로 냉동 배아 이식의 임신 성공률이
높게 나타났다.
냉동난자는 얼마 동안 보관이 가능할까? 국내에는 냉동 난자를 8년 이상 보관했다 해동해 임신, 출산한
사례가 있다. 2001년 22세였던 한 미혼 여성은 당시 만성 골수성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여성은 의료진으로
부터 “병 치료를 하면 난소 기능이 저하돼 조기 폐경을 맞아 임신을 못 할 수도 있다”는 설명을 듣고 냉동
난자 보관을 결심했다. 여성은 과배란 유도 주사를 맞고 난자 7개를 채취해 냉동고에 보관했으며, 방사선
치료 후 폐경했다. 2006년 백혈병 완치 판정을 받은 뒤 2009년 결혼했으며 2010년에는 냉동 보관해온
난자 7개 가운데 5개를 좋은 상태로 해동했다. 2011년 임신에 성공해 2012년 초 아들을 낳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