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주 국가정상화추진위원장을 지난 9월 4일 꼭 2년 만에 다시 만났다. 지난 6년간 외롭게 종북세력과 싸워온 고영주 위원장은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을 접하며 누구보다 많은 소회를 느꼈을 터였다.
고영주 위원장을 처음 만난 것은 2011년 8월 말. 왕재산 간첩사건과 공개법정에서 “김정일 장군 만세”라는 외침이 나온 직후였다.
서울남부지검장을 지낸 고 위원장은 검사 생활 28년 중 20년을 공안 분야에서 일한 베테랑 공안 검사. 1981년 부림(釜林)사건을 수사해 그 실체를 누구보다 소상히 알고 있는 몇 안되는 검사였다.
이 때문에 노무현 정부 시절 그는 ‘비토 대상’ 검사가 되어 힘겨운 세월을 보냈다. 검사장에서 물러난 뒤인 2008년 대한민국이 좌경화된 것을 바로잡겠다며 민간단체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를 만들었다.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는 이후 종북세력의 실체를 고발하고 이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운동을 벌여왔다. 2010년 3월 친북·반국가행위자 100명을 발표해 정치권에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통합진보당 의원 ‘이석기 사건’은 눈덩이처럼 커져 가고 있다. 어떻게 귀결될지 속단할 수 없다. 조선일보 9월 2일자 사설은 ‘국회의원 이석기’를 만든 책임을 묻고 있다. 조선일보 사설을 일부 옮겨 보자.
‘노무현 정부는 이런 사람을 정부 출범 첫해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풀어줬다. 노 정부는 다시 2년 뒤에 이석기를 특별복권시켜 선거에 나설 수 있게 했다. 사면·복권 때의 법무부 장관은 각각 강금실·천정배씨였고 청와대 민정수석은 문재인 의원이었다.’
고 위원장에게 이 질문을 먼저 던졌다.
- 당시 노무현 정부에서 마치 이석기 한 사람을 위해서 사면복권한 것 같다.
“그 사면복권을 할 때는 공안사범은 이석기 한 명이었다고 들었다. 그러니까 의심이 간다.”
김대중·노무현 정권 시절 사면복권한 공안사범이 3538명이다.
- 의심이 간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노무현 정부 때 대한민국 헌법은 바뀌지 않았지만 청와대 안에서 비행기 조종간을 좌파들이 잡은 거 아닌가. 민중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사람들이 잡은 것이다. 헌법만 그대로지 사실상 민중민주주의 체제로 운용되었다. 저 사람들 기준으로 보면 (이석기가) 애국자고 민주화투사 아닌가. 이석기를 풀어준 게 이상한 게 아니다. 아주 일관된 흐름인 것이다. 저간의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이 볼 때만 이상한 것이다.”
- 민중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사람들이란 부림사건의 핵심을 말하는 것 같은데, 누가 있나.
“우선 부림사건 피의자로는 이호철 비서관이 있었다. 내가 2년 전 인터뷰에서도 말했지만 부림사건은 명백한 민중민주주의 운동, 즉 공산주의 운동이었다. 노무현·문재인 두 사람은 부림사건을 변호하면서 핵심인사들과 인맥을 형성했다.”
1981년 부림사건은 부산지역의 의식화학습 사건을 말한다. 학생·교사·회사원 등 22명이 ‘반국가단체의 이적표현물 학습과 반국가단체 찬양 및 고무죄’로 구속되었다. 관련자 대부분은 5~7년을 선고받았으나 1983년 12월 전원 형집행 정지로 풀려났다. 이후 부림사건 관련자 대부분은 민주화운동으로 인정받았다. 관련자 일부는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고, 일부는 현재 재심 중에 있다.
- 강금실·천정배·문재인씨가 침묵하고 있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어느 기사에서 ‘자기들은 (이석기가) 그런 사람인 줄 모르고 했다’고 한 걸로 읽었다. 저렇게 변명하면 그 다음 할 말이 없는 거 아닌가.”
- ‘국회의원 이석기’를 만든 1차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몰랐다”고 하면 끝나는 건가.
“법적으로는 해명이 되더라도 정치적 책임이 면제되는 건 아니다.”
새누리당은 문재인 의원이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이 의원이 사면복권되었다는 점을 들어, ‘문재인 원죄론’을 거론하고 있다. 이에 대해 문 의원은 측근을 통해 “사면복권은 노 대통령이 큰 그림을 그려주면 법무장관이 명단을 짰고 나는 명단을 볼 수도 없었다”는 취지의 견해를 밝혔다.
- 국정원이 압수수색에 들어갈 때 이석기 의원은 낌새를 알아차리고 하루 동안 도주했는데.
“압수수색 영장 발부 사실이 법원 영장 심사 과정에서 거의 새어나갔다고 보면 된다. 법원 직원 중에 그쪽에 끈이 닿아 있는 사람이 몰래 알려주었을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기자들이 알 수도 있다. 압수수색 영장이 그렇게 관리되는 것은 진짜 문제가 많다.”
- 이석기 사건을 통해 국민은 또 한 번 종북세력의 실체에 대해 느끼고 있다.
“터질 게 터진 거다. 좌익들은 자충수로 망한다는 것을 실감한다. 현재 정부·여당은 솔직히 종북세력에 대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드러나지 않았다면 국민이 전혀 모른다. 내가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를 만든 게 대공(對共) 경각심을 갖자는 취지였는데, 이제 (국민이) 종북세력의 실체를 심각하게 인식하게 됐다. 솔직히 나도 이제 짐을 벗게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웃음)”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는 ‘친북·반국가행위자 100인’ 명단을 발표한 것을 비롯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이적단체로 고소했고, 통합진보당에 대한 위헌정당해산심판 청구를 해달라고 법무부에 청원했다. ‘민주화운동 관련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에 대해서 국가보안법 위반 및 형법상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을 하기도 했다.
- 녹취록에서 이석기 의원이 테러를 위한 지시를 내린 것을 보고 놀라지 않았나.
“전혀 그렇지 않다. 과거에 주사파 활동을 하다가 전향한 사람 한 분도 10년 전에 비슷한 지령을 받았다고 한 적이 있다. 그 사람은 그 지시를 받고 사흘 동안 잠을 못 자고 벌벌 떨었다고 했다. 이와 비슷한 지령을 받은 사람이 이석기만이 아닌 거다. 지하 모의는 놀라운 사실이 아니다. 왕재산 사건 때도 인천 모처를 점거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들은 곧 전쟁이 벌어질 것 같으니까 북한을 돕기 위해 통신을 비롯한 물류를 두절한다는 것 아닌가.”
- 경기동부연합은 전체 종북세력 규모에 비하면 어느 정도라고 보나.
“1975년 김일성이 동유럽 어느 나라에 가서 남한에 지하당 조직원이 3000명이 있다고 말했다. 황장엽씨가 내려왔을 때 북한의 직접 지시를 받는 사람이 5만명이 있다고 말했다. 이석기 세력은 빙산의 일각이다. 이석기는 공개된 사람이다. 공개된 사람은 그렇게 중요한 인물이 아니다. 이석기를 조종하는 지하조직이 따로 있다는 말이다. 심정적으로 종북 성향인 사람이 국민의 20% 아닌가? 천안함 폭침처럼 대한민국 정부가 아무리 진실을 얘기해도 믿지 않는 사람이 20%나 된다.”
- 이석기 의원 재판은 어떻게 진행될 것으로 보나.
“재판하려면 험난한 일이 남아 있다.”
- 명백한 녹취록이 있는데도 그런가.
“그들은 녹취록이 불법으로 입수한 증거라고 주장한다.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에서 ‘민주 투사’라고 판정받은 사람들 중 상당수가 간첩죄였다가 무죄판결난 것이다. 과거에 남파 간첩은 수사할 때 영장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안가에 50~60일 보호하면서 전향을 권유하곤 했다. 그런데 지금은 영장 없이 불법감금한 상태에서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서 피의자신문조서, 진술 등을 전부 부정한다. 북한에서 내려온 간첩이 자백한 거 빼놓으면 뭐가 있겠느냐? 법원이 (이석기 사건도) 무죄를 내고 싶으면 얼마든지 낼 방법이 있는 것이다. 호락호락하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 공중부양한 강기갑 의원에 대해서도 무죄판결을 내린 판사가 있지 않은가. 국민이 다 보았는데도 그런 황당한 판결을 내린 게 법원 아닌가.”
-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에게 명예훼손 혐의로 1500만원을 배상하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온 배경은 뭔가.
“이정희(통합진보당 대표)를 종북주사파라고 지칭했다고 해서 변희재씨가 소송을 당했다. 이정희 대표가 ‘내가 왜 주사파냐’며 명예훼손을 했다고 소송을 제기한 거다. 1심 법원이 지난 5월 ‘변씨는 이씨에게 15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우리가 볼 때는 정말 황당하다.”
- 왜 일부 판사가 종북세력에는 느슨한 판결을 하고 우파 인사에는 가혹한 판결을 한다고 보나.
“여론주도층을 종북좌파가 잡고 있다 보니 이걸 건드리면 시끄러워지니까 가급적 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 한다. 종북세력을 법대로 판결하면 법원 앞에서 요란하게 시위를 하고 미디어에서 크게 보도하니까 겁을 낸다. 과거에 애국우파에 대해서는 그렇게 해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애국세력에 대해서는 가혹하게 하고, 종북진영에 대해서는 솜방망이 판결을 했다. 이게 습관이 됐다. 하지만 이제는 애국진영도 달라졌다. 잘못된 판결에 대해 대법원장에게 항의 시위를 한다. 엉터리 판결에 대해 대법원장이 책임져야 한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가면 공직자들의 자세도 바뀔 것이다. 애국우파를 마음대로 농락해도 무사하다는 의식이 바뀔 것이다.”
- 왜 법관들이 이런 판결을 내린다고 보나.
“좌파 정권 기간에는 공안사범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든지 공안사범 영장기각을 한 전력이 없으면 대법관이 되지 못했다. 이제 정상적인 재판을 한 사람이 대법관이 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판사들이 ‘아 저렇게 하면 대법관이 되기 어렵구나’ 하는 것을 보여 줘야 한다. 이제 애국시민들이 가만히 있지 않는다.”
- ‘이석기 사건’이 마무리되면 한국 사회는 어떤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보나.
“종북세력에 대해서 공안수사기관이 수사를 해야 한다. 이 사건이 터지니까 주변에 있던 세력이 ‘이석기는 우리와 상관이 없다’며 발을 빼고 있다. 종북세력이 이석기만 있는 게 아니다. 공안수사기관의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사실상 공안수사기관은 국정원만 조금 남아 있다. 나머지는 무력화되었다.”
- 우파인 이명박 정부 5년을 거쳤는데도 그런가.
“대공 경찰은 더 줄어들었다. 경찰의 대공수사 기능은 완전히 없어졌다고 봐도 된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줄어들었는데 이명박 정부 들어서 대공수사기관을 강화하라고 요구도 했지만 일절 반영되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 때 오히려 200명이 더 줄었다. 그래서 우리가 MB(이명박) 정부를 못마땅하게 생각한 거다. 기무사가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나? 국정원의 경우 DJ(김대중)정부 들어 대공수사요원을 600명이나 잘랐다. 대공수사 기능이 많이 축소된 국정원이 이 정도나마 밝혀낸 것은 기적에 가깝다.”
고영주 위원장은 종북세력은 안토니오 그람시의 진지론을 따르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탈리아 공산당의 창시자인 그람시는 진지론을 통해 혁명을 하려면 지하당 조직보다 대중정당이 유리하다고 주장한다. 문화·예술·언론 등 각 분야의 헤게모니를 장악해 국가로부터 지배적인 이데올로기를 빼앗아 와야 한다는 것이다.
고 위원장은 “좌파정권 10년간 진지론이 한국 사회에 뿌리내리는 데 성공했다”면서 “이를 제어하기 위해서는 외견상 그럴 듯한 민중민주주의 이데올로기를 전파하는 사람들이 실상은 종북세력이라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