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목욕탕을 좋아합니다.
칫솔과 면도기, 머리기름 그리고 바디 로숀을 봉투에 넣어가지고 목욕하러 가는 걸 좋아합니다.
예전에는 목욕수건, 비누까지도 챙겨들고 가야만 했었는데 잘사는 세월이되다 보니 웬만한건
거저 다 쓰라고 해서 빈손으로 가는 이도 많이 있습니다.
그래도 나는 몇가지 개인 용품은 챙겨서 가는 편입니다.
낡은 세월이 다 가버렸듯이 낡은 목욕탕도 다 가버렸습니다.
지금은 탕 물도 온도에 따라 몇개씩 있고 싸우나실도 여러 개가 있어서 어느 시설을 이용해야 할지
헷갈릴때가 한두번이 아닙니다.
'때' 미는 수건은 왜 이태리 타올이라고 했는지 이해가 않됩니다.
이태리 사람들은 '때'라는 관념도 없는 사람들인데 이태리 타올이 '때'미는 수건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얼마나 기분 나쁘겠어요.
미국인들도 '때'라는건 모르고 살아 갑니다. 한국인들이 말하는 '때'를 설명해 주면 고개를
저으며 잘못된 생각이라고 하더군요.
우리가 '때'라고 하는 것은 각질을 의미하는데 구태어 각질을 벗겨 내느라고 애 쓸 필요가
없다는것 이지요. 그리고 각질을 벗겨 내는 것은 오히려 피부에 좋지 않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미국에 오래 살아온 한국인 일수록 한국식 목욕을 피하는 편 입니다.
한번은 미국에서 온 친구를 목욕탕에 데리고 갔었는데 잠시후에 보니 없어젔더라구요.
어디에 있나 찾아 봤더니 탈의장에서 TV를 보면서 나를 기다리고 있더군요.
6천원이나 지불하고 들어 왔는데 샤워만 하고 나가 버린 친구 때문에 돈이 아까웠습니다.
내 아내도 서울에 자주 나가도 목욕탕에는 안 갑니다.
탕에서 몸을 불린다음 '때'를 미는 목욕 문화는 한국과 일본 뿐인것 같습니다.
어쨋거나 나는 목욕탕을 사랑합니다.
여름 보다는 겨울에 그리운 곳이 목욕탕입니다.
추운 겨울날 뜨거운 탕속에 몸을 담그고 있는걸 상상만 해도 따듯하고 훈훈한 느낌에 피로가 확
풀리는 기분입니다.
목욕탕은 겨울에 제 가치를 발휘합니다.
그리고 설 전날이 목욕탕의 절정이라고나 할까요.
내 기억속에 남아있는 최초의 목욕탕 경험은 다섯살 정도였을 때 엄마따라 갔던 일입니다.
김이 잔뜩 차 있는 욕실로 들어 섰는데 사람들이 많이 있었고 앞이 보이지 않았던 기억입니다.
아마 그날이 설 전날이었던 것 같습니다.
일본사람들이 쓰던 목욕탕이어서 둥글고 커다란 탕을 송판으로 반을 막아 놓고 남탕, 여탕이
같이 쓰고 있었습니다. 서로 보이지는 않지만 말 소리는 잘 들렸습니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욕실로 들어설때 어느정도 예의를 갖추느라고 수건으로 앞을 가리고
조금은 부끄러운 표정을 짓는 것 처럼 보였는데
지금은 당연하게 뭐 어때하는 식으로 걸어 들어오는 모습이 당당하게 보이기도 하고 어떤면에서는
뻔뻔스럽게 보이기도 합니다. 세상이 예전보다 뻔뻔스러워 젔으니 벌거벗는게 뭐 대수이겠어요.
지금까지 살면서 목욕탕에 수없이 드나 들었었지만 기억속에 또렸이 남아 있는 건 최초의 경험과
열살 정도때 설 전날 목욕탕에 갔었던 일입니다.
궁핍하게 살던 시절이라 목욕탕에는 일년에 한번 설 전날에나 갈수 있었습니다.
그날은 너나 없이 목욕하러 가기에 하루 종일 만원입니다. 탈의실이나 욕실이나 사람들로
복작거렸습니다.
내의를 벗고 보니 무릅팍과 발뒤꿈치 그리고 팔뒤꿈치에는 까만 때가 끼어있었습니다.
창피하기도 하고 남들이 오래동안 목욕 못한걸 다 아는 것 같아서 감추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얼른 탕 물속으로 들어가 숨으려는 심산으로 한발 들여 넣는데 탕에 몸을 담그고 있던 아저씨가
밖에서 딱고 들어 오라고 호통을 치는 것이었습니다.
얼마나 당황스럽고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기어 들어 가고 싶었었습니다.
탕 밖으로 나와 어디 앉아서 바가지로 탕물을 퍼서 씻어야 할텐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비집고 앉을 자리도 없었습니다. 그때 목욕탕은 샤워 시설은 없었고 일일이 그릇으로 물을
탕에서 퍼다 써야만 했었습니다. 그 다음은 필름이 끊켰습니다.
여러번 설 전날 목욕을 했었지만 기억속에 남아있는 건 하나도 없습니다.
오로지 그날 그사건만 남아 있을 뿐입니다. 추억어린 기억을 남겨주신 그 아저씨에게 감사합니다.
첫댓글 시골 촌 아이의 어린시절 목욕탕 이라고는 제되로 가본 기억이 흙 놀이가 많은 때문이였을까 손등은 갈라지고 낙동강가 고운돌 주어와서 손등 때밀던때가 언제인지 그시절로 다시 한번
ㅎㅎㅎ 목욕탕 좋지! 옛날에는 쇠죽 솥에 물 데워서 목욕을 했지. 그 시절이 그립네. (뱀발) 때 미는 타올을 왜 이태리 타올이라고 하게 됐냐면... 오래 전에 어떤 사람이 이태리에서 양복지를 수입했는데, 물건을 받아보니 너무 꺼칠꺼칠해서 양복지로는 쓸 수가 없겠더랍니다. "나는 인제 조졌다, 쫄딱 망하게 생겼다." 하고 고민을 하다가 기막힌 생각이 떠올랐답니다. 꺼칠꺼칠하니 때미는 수건으로 쓰면 딱 좋겠다. 그래서 양복지를 짤라서 팔기 시작했는데 그게 대박을 터트렸답니다. 그 때부터 때미는 수건을 이태리 타올이라고 부렀다는 전설이 전해오고 있습니다. 믿거나 말거나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