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담에 < 족제비도 낯짝이 있다 > 라는 말이 있는데, 아무 염치도 체면도 없는 사람을 비유해서 말하는 것으로 국어사전에 나와 있다. 바꾸어 말하면 아무 염치도 체면도 없는 족속이 족제비라는 이야기가 된다.
영어권에서도 족제비(weasel)를 교활한 동물로 생각하고 있다. < weasel>이란 단어 자체의 뜻에도 명사로 쓰일 때는 족제비, 교활한 사람 등의 뜻이며, 동사로 쓰일 때는 의무 등을 회피하다, 말을 흐리다, 밀고하다 등의 뜻이다. < weasel words> 의 뜻은 족제비가 하는 말이 아니고, <애매모호한 말> 이란 뜻이다.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들이 교활하다고 평가하는 일본 사람들도 족제비(鼬 :いたち)의 교활함에 대해서는 혀를 내 두르며 여러 가지 속담을 쓰고 있는데 두어 가지 소개해 본다.
족제비란 놈은 밝은 대낮에는 돌틈 같은데 숨어 있다가 어두워지면 앞을 못보는 닭 같은 동물을 공격하는데, 이건 일본의 무사 <사무라이 정신>에서 보면 가장 비겁한 놈이다. 몸이 가늘고 날쌔기 때문에 좁은 돌 틈 사이로 도망치면 잡을 수도 없다. 그래서 그 족제비를 잡으려고 다니는 길목에 덫을 놓아도 잘 잡히지 않는다, 족제비는 한번 지나간 곳을 두 번 다시 지나가지 않는 교활한 습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이 잠적해버렸는데 좀처럼 찾지 못할 경우에 <족제비 길(鼬の 道)>로 가버렸다는 말을 쓴다.
좀 냄새나는 이야기이지만, “족제비 방귀(鼬の 屁)”도 유명하다. 그렇게 몸이 가늘고 날쌔며 교활할 정도로 영리(?)해서 좀처럼 잡기 힘들지만, 만약에 막다른 궁지에 몰리면, 최후의 비상수단으로 지독하게 고약한 냄새의 방귀를 날려서 상대가 어리둥절하는 사이에 잽싸게 도망친다나? 따라서 <족제비 방귀>는 <최후의 비상수단>을 나타내는 말이다.
요즘 일체의 신상이 드러나지 않는 <사이버 공간>을 이용하는 일이 많은데, 문학을 좋아한다는 <문학카페> 에 들어가 봐도 그런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그 것도 단순히 구경만 하며 남의 글을 읽고 감사의 인사나 하고 간다면 문제될 게 없지만, 족제비처럼 자신의 신분은 감추고 자신은 도덕군자처럼 행세하며 남의 글을 왈가왈부하는 일도 다반사로 볼 수 있다. 그러다가 궁지에 몰리면 서솨도 없이 잠적해 버린다.
족제비가 아니고 사람인 이상 남을 비판하려면 최소한 자신의 신분을 어느 정도는 공개해야 하는 것 아닌가? 사람은 누구나 실수하게 마련인데, 그럴 때는 실수를 인정하던가 사과하면 그만인 것인데...
온갖 사회 정치 문제를 다루는 무제한 가입이 허용되는 언론이나 정당의 카페가 아니고, 문인들만의 제한된 카페에서도 신분을 감추고 남의 글을 비판하고 싶다면, 그 사람은 처음부터 길을 잘못 들어온 것 아닌가?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
오늘 조간신문을 보니 마침,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한다. 만시지탄이 있지만 제대로 되어가는 모양이다.
족제비는 아무리 얄미워도 자연생태 보호 차원에서 적절히 보호되어야 하지만, 족제비 같은 인간은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이 바람직하다.(墨湖, 0507)
첫댓글 그러기에 실명제 도입..저도 찬성입니다.
오늘 아침 신문에 실명제 도입하기로 했다니 다행입니다. 瑞香님, 고맙습니다.
저두요 찬성^^^*
청난당 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