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는 새해에도 여전히 최고 관심사다. 그 대상은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다. 우리는 부동산, 주식, 펀드, 채권, 금 등이 주요 투자대상일텐데, 러시아는 다를까?
해가 바뀔 즈음이면, 현지 언론도 재테크 결산및 분석, 새해 전망에 관한 기사를 싣는다.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면서 투자 수익을 가장 많이 낸 분야와 새해 유망한 투자 대상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것이다.
모스크바 거래소/사진출처:거래소 페북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한해 개인 투자자들에게 가장 높은 수익을 안겨준 것은 비트코인, 부동산(신축 아파트), 미국 증시 투자였다. 국제회계컨설팅업체인 FinExpertiza의 러시아 분석가들이 2021년 초에 10만 루블을 투자했다면, 12개월 후(정확하게는 12월 24일)에 얻은 (명목) 수익을 계산, 투자 대상별로 비교한 결과, (2년 연속) 비트코인에 투자한 고위험군이 가장 큰 수익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트코인은 지난 한해 동안 75.4%나 올랐다. 코인마켓캡(Coinmarketcap)에 따르면 2021년 첫날(1월 1일) 비트코인의 가치는 2만8,924달러였다. 그리고 12월 24일에는 5만,839달러를 찍었다. 만약 비트코인에 10만루블(약 160만원)을 투자해(매입) 12월 24일 팔았다면 6만5,600루블(104만9천원)을 챙길 수 있었다. 13%의 소득세를 내더라도 상당한 수익이다.
비트코인과 신축 거주용(아파트), 2021년 최고 수익을 낸 투자대상이었다/얀덱스 캡처
모스크바 등지의 신축 주거용 건물(아파트)에 투자하는 것도 성공적인 재테크의 하나였다. Finexpertiza가 인용한 Dom.RF(러시아 연방의 집이라는 뜻)측 통계에 따르면 러시아에서 건설 중인 건물(아파트)의 평방미터(㎡)당 가격은 1년만에 약 33% 올랐다. 2021년 초에 새 아파트를 구입(10만 루블이라면)했다면, 세금 공제후 수익이 2만8,700루블이었다. 수익률 28.7%다.
3위와 4위는 미국 증시와 러시아 증시 투자다. 연초에 미 증시의 S&P500 종목의 주식을 샀다면(10만 루블 어치), 그 가치는 12만9,500루블로 늘어났다. 세후 소득은 약 2만5,700루블(25.7%)이다. 러시아거래소의 주식 투자를 유사한 방식(지수 변화)으로 계산하면, 수익률 18.9%에 1만6,500루블의 수익이 나온다.
은행 예금은 가장 안전한 만큼 수익은 가장 낮았다. 지난해 3월 19일까지 러시아 기준금리가 연 4.25%였던 점을 감안하면, 주요 은행의 예금 최고금리는 연 4.5% 정도였다. 따라서 은행에 1년짜리 적금(예금)을 들었다면, 이자 소득은 4,500 루블에 그친다.
만약 달러에 투자했다면, 지난 12월의 달러당 루블화 가치는 1월 초와 거의 비슷했다. 수익률은 제로(0)다. 반대로 금에 투자했다면, 5만800루블, 유로화는 7,800 루블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된다.
러시아 증시, 세계증시 흐름에 따라 개장 첫날 1.72% 상승/얀덱스 캡처
그렇다면 2022년 가장 유망한 투자 분야는 뭘까?
현지 투자 전문가들은 큰 변수 3개를 먼저 거론했다. 신종 코로나(COVID 19)과 그로 인해 풀린 돈(인플레이션 현상)을 거둬들이는 금리인상(미국 금리 포함), 우크라이나 위기에 따른 서방의 러시아 제재 가능성이다.
예측불허인 코로나 상황은 제외하더라도, 러시아 중앙은행은 새해에도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갈 게 틀림없다. 중앙은행은 지난 연말에 잠정 집계된 소비자 물가 상승률 8.4%을 2022년 말까지 4%로 낮추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석유와 가스, 석탄, 식량, 금속류의 국제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는 상황에서 이 목표를 달성하기는 쉽지 않다. 금융당국과 시장 간에 보이지 않는 눈치싸움, 기싸움이 치열해질 것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서방이 러시아 제재에 나서기라도 하면, 러시아 경제는 요동칠 수 밖에 없다. 전문가들이 새해에는 "투자의 포트폴리오를 잘 짜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는 이유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주식과 외환, 파생상품 등 모든 상품 거래가 가능한 모스크바거래소에서는 새해 벽두(1월 4일)부터 두개의 지수, 즉 '모스비르쥐'(МосБирж)와 RTS가 서로 상반된 방향으로 움직였다. 모스비르쥐는 올랐지만, RTS가 떨어졌다.
모스크바 거래소의 RTS 지수(위)와 모스비르쥐 지수 변동 추이. 왼쪽 그래프는 한달치, 오른쪽 수치는 지난 10일간의 오름과 내림. (맨위) 1월 4일에는 내리고(RTS), 올랐다/얀덱스 캡처
러시아거래소(증시) 동향을 분석할 때 쓰이는 지수는 2가지다. 국내 언론이 많이 인용하는 RTS는 달러를 기반으로, 세계최대 에너지 기업인 가스프롬과 석유회사 루코일, 러시아의 국민은행격인 스베르방크, 대형 유통체인 X5, 노릴스크 니켈, 아에로플로트 항공, IT업체 얀덱스, 모스크바 거래소 등 38개 주요 기업의 주가(블루칩)로 결정된다.
반면 현지 언론이 주로 인용하는 지표는 '모스비르쥐'인데, 달러가 아닌 루블로 증시를 평가한다.
모스코프스키 콤소몰레츠(MK)에 따르면 'BCS 세계투자'(БКС Мир инвестиций)의 투자 전문가 알렉산드르 토크민도 새해에는 투자 포트폴리오를 가장 안정적인 방향으로 짜도록 권했다. 러시아 연방정부의 대출 채권(OFZ)을 사고, 은행에 (루블) 예금도 하라는 식이다. 토크민은 "올 한 해(2022년)의 루블화 가치는 약 5%가량 떨어질 것으로 본다"며 "주식을 사더라도, OFZ 채권을 먼저 산(70%)뒤, 나머지 30%를 주식으로 돌릴 것"을 조언했다.
그는 또 달러화 강세에 대비해 자산을 외화로도 일부 보유해야 한다고 했다. 러시아 루블화는 지난 한해 달러당 74~75루블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달러당 69루블로 떨어지고(가치 상승), 78루블로 올랐지만(가치 하락), 그 기간은 오래 가지 않았다.
불안정한 장세:새해에 루블화에게는 어떤 일이/현지 매체 프라임 웹페이지 캡처
신종 코로나와 금리인상, 서방의 러시아 제재 위협 등의 변수에 따라 루블화는 새해에도 대체로 달러당 67~78루블에서 박스권을 형성할 것으로 전문가(경제전문 매체 프라임)들은 내다봤다.
우니베르 캐피탈(Универ капитал)의 투자분석 실장인 안드레이 베르니코프도 주식의 투자 비중을 줄일 것을 권고했다. 또 주식의 장기 보유보다는 단기 투자 전략이 새해에는 유익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추천 종목으로는 에너지 가격 상승에 영향을 받는 가스프롬과 가스프롬 네프트(석유회사)를 첫 손에 꼽았다.
그러나 주식보다는 러시아의 높은 기준금리(현재 연 8.5%)를 기반으로 한 연방 대출 채권을 산다면, 최소한 연 8~8.6% 수익은 보장되고, 기업 채권은 10% 안팎의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베르니코프 실장은 내다봤다.
그는 연령대별로 투자 전략을 달리 가져가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5년 이상의 장기 투자를 계획한다면, 30대에는 채권 30%, 주식 70%의 포트폴리오를, 50세라면 50:50의 포트폴리오를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투자방향은 국내 재테크에도 적용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금 투자에 눈을 돌릴 때가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대세는 여전히 암호화폐(가상화폐) 투자다. 금은 현재 재테크 수단에서 암호화폐에 의해 멀찌감치 밀려난 상태다.
2022년 가장 유망한 투자대상은/현지 매체 mk 웹페이지 캡처
비트코인 가격 등락 추세 그래프. 오른쪽은 지난 10일간 등락 표시/얀덱스 캡처
하지만 암호화폐 '잔치'는 새해 끝날 수도 있는 전망이 투자자를 불안하게 만든다. 세계 주요국가 정부(중앙은행)가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 조치를 하나씩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러시아에서는 여전히 암호화폐가 유망한 투자 대상으로 꼽혔다.
부동산도 지난해에 이어 흥미로운 투자 대상으로 거론됐다. 새해에는 부동산 임대사업이 유망할 것이라고 한다. 부동산은 기본적으로 장기 투자인 만큼, 5~10년 동안 올릴 수 있는 수익을 따져볼 때 입지 조건이 매우 중요하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모스크바 외곽의 신축 아파트 역시, 유망한 투자 대상이다. 부동산 투자 컨설팅업체 '메트리움'(Метриум)의 나탈리야 사조노바 이사는 새해 가장 유망한 투자 지역으로 모스크바 외곽의 재개발 지역을 꼽았다. 재개발에 따른 거주 여건 개선이나 도시 기반 시설의 확충은 '새로운 모스크바'를 열어줄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러시아의 부동산 투자도 그 기본 원칙은 우리나라나 다를 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