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 마을 아이들
정세훈 지음|푸른사상 동시선 48|153×210×9 mm|108쪽|11,500원
ISBN 979-11-308-1413-1 73810 | 2019.3.10.
■ 도서 소개
단칸방에서 피어나는 공단 마을 아이들의 꿈
공단마을 아이들도 동시나라의 어엿한 일원이 되었다
정세훈 시인 동시집 『공단 마을 아이들』 출간
지극히 실존적이어서 만감에 젖게 하는 화제의 동시집
벌집 같은 셋방에 살면서 밤낮없이 일하는 엄마 아빠를 둔 아이들에게는 모처럼 다 같이 함께 누워 자는 순간이 꿈만 같습니다. 우리 사회의 다수가 경제적 풍요를 누리는 지금, 여전히 가난하게 살아가는 공단 마을 아이들의 이야기는 슬프지만 따스한 가족 사랑과 꿈이 있기에 감동을 줍니다.
■ 목차
■ 시인의 말
제1부
통닭 먹는 날 / 철거 대상 우리 집 / 이사 / 어린이 대공원 가기로 한 날 / 나들이 가는 날 / 꿈만 같다 / 쌀 팔아 온 날 밤 / 공단 마을 아이들 / 돈가스 / 내 공부방 / 새우깡 / 우리 집 저금통장 / 편지 / 철이네가 버린 소파
제2부
아빠의 낮잠 / 공장에서 일하시는 우리 아빠 / 저것 봐라! / 엄마의 꽃 / 아빠는 왜 / 엄마의 소원 / 아빠의 사진 / 엄마는 맛있는 반찬이어요 / 엄마 손 / 찬밥 / 공장이 없어졌대요 / 월급을 안 주면 일해 주지 말지 / 엄마 냄새 / 얻어 온 헌 옷
제3부
집 / 엄마 생각 / 허허 그놈 / 나는 부자다 / 우리 집이 없어요 / 해당화 / 어른인가 봐 / 방 하나 부엌 하나 / 할머니 / 빙판 진 언덕 / 해고당한 노동자 아저씨들 / 아빠 셈법 내 셈법 / 함박눈 / 요술나라 골목
제4부
하늘 공장 주인은 누구일까 / 잔별 / 공단 마을 조각구름 / 공장 굴뚝 / 까치야 / 다롱이 / 지렁이 / 샛별 / 개나리 / 별들은 참 좋겠다 / 감시하고 있다 / 길 고양이 / 기도 / 하나님도 가난이 싫으신가 봐
■ 저자 소개
정세훈
1955년 충남 홍성에서 태어나 20여 년간 공장에서 노동자 생활을 하던 중 1989년 『노동해방문학』과 1990년 『창작과 비평』에 작품을 발표하며 시인이 되었습니다.
시집 『손 하나로 아름다운 당신』 『맑은 하늘을 보면』 『저 별을 버리지 말아야지』 『끝내 술잔을 비우지 못하였습니다』 『그 옛날 별들이 생각났다』 『나는 죽어 저 하늘에 뿌려지지 말아라』 『부평 4공단 여공』 『몸의 중심』, 장편동화집 『세상 밖으로 나온 꼬마 송사리 큰눈이』, 포엠 에세이집 『소나기를 머금은 풀꽃 향기』, 시화집 『우리가 이 세상 꽃이 되어도』 등이 있습니다.
현재 위기 청소년의 좋은 친구 어게인 이사, 소년 희망 센터 운영위원, 인천 민예총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 출판사 리뷰
정세훈 시인의 『공단 마을 아이들』에는 극빈의 상황에서 살아가는 공단 마을 아이들의 일상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습니다. 가난한 부모에서 태어나 열악하게 생활하는 아이들의 슬픔과 아픔이 여실한 것입니다. 그렇지만 아이들은 부모를 무시하거나 원망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엄마 아빠의 휴무 날 가는 나들이나 아빠 월급날 먹기로 한 통닭을 행복하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렇듯 공단 마을 아이들의 꿈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소소한 것이고, 혼자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아이들의 이야기는 슬프지만 따스하게 전해집니다. 절망을 극복할 수 있는 희망의 노래로 들리는 것입니다.
■ '시인의 말' 중에서
1960년대 후반부터 곳곳에 대규모 공단이 조성됐고 이에 따라 그 주변에 공단 마을이 급조성되었습니다. 땅 주인들은 그 흐름을 이용해 방 한 칸에 부엌 하나의 공간을 10여 세대씩 2층으로 벌집처럼 지어 올려 세를 놓았습니다. 한숨처럼 늘어선 초기 공단 마을 그 벌집에서 자란 어린이들이 이제 50대를 바라보는 중년 어른이 되었습니다. 4차 산업으로 이행되어 가는 이 시점까지 그들을 포함, 아직도 공단 마을에서 극빈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소수의 공단 마을 어린이들 정서를 담은 동시집이 한 권도 출간되지 않아 안타까웠습니다. 이러한 상황이어서 동시 전문 시인은 아니지만 공단 마을 아이들에 대한 동시집을 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우리 문학사는 물론 역사적 관점에서 반드시 내놓아야 한다는 의무감에서입니다.
우리 사회 소수의 공단 마을 극빈 어린이들을 다룬 것이기에 다수의 어린이들로부터 공감을 얻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하지만 문학은 반드시 다수의 공감만을 덕목으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공감은 체험에서 얻는 것이고 체험에는 직접 체험과 간접 체험이 있습니다. 공단 마을의 열악한 삶을 직접 체험하지 못한 다수의 어린이들이 이 동시집을 통해 충분히 간접 체험할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그리하여 아직도 열악하기 그지없는 환경에서 자라는 소수의 동무들 삶에 공감하고 더 나아가 더불어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 추천의 말
“쉬지 못하고/일하는 공장 굴뚝” 닮은 아빠와 함께 살았다. 예쁜 옷 대신 “공장에서 입는/작업복을/입고 다니는” 엄마와 함께 살았다. 단칸 셋방에서 엄마가 얻어온, 가난이라는 상표가 붙은 헌옷을 입고 살았다. 직업병에 걸린 아빠의 모습과, 살던 집이 철거반원들에게 “단숨에 박살”나는 걸 지켜보기도 했다. 공단 마을이라 불리는 그곳에서 아이들은 “넓은 하늘에서 사”는 별들을 부러워하며 자랐다.
그렇게 자란 아이들은 괄호 속에 갇힌 부호처럼 꽁꽁 숨겨져 있었다. 그 봉인을 정세훈 시인이 조심스레 풀어헤친 다음 동시라는 옷을 입혀 주었다. 덕분에 동시나라의 영토가 조금 더 넓어졌다. 공단 마을 아이들도 이제 동시나라의 어엿한 일원이 되었으니, 무엇보다 기쁘고 고마운 일이다.
― 박일환(시인)
■ 동시집 속으로
공단 마을 아이들
공장으로 일 나가는 엄마 아빠
서너 살배기 우리를
단칸 셋방에 홀로 두고 가면
골목길을 하루 종일 헤매다가
고만고만하게 생긴
벌집 같은 셋방
끝내 찾아오지 못할까 봐
밖에서
방문을 잠가 놓고 가면
배고프면 먹고 마시고
심심하면 갖고 놀고
오줌똥 마려우면 누라고
단팥빵 한 개 물병 하나
장난감 몇 개 요강 하나
놓아 주고 가면
어느 날은
방바닥에다
오줌똥을 싸 놓고
어느 날은
울다가 울다가
잠들었어요
돈가스
공장에서
밤에 일하시는 아빠와
낮에 일하시는 엄마와
돈가스 먹으러 왔어요
모처럼
엄마 아빠 손잡고
껑충껑충
돈가스 먹으러 왔어요
돈가스 값이
왜 이리 비싸냐며
이 집 저 집 둘러보다
간신히 자리 잡은 돈가스 집
엄마 아빠는
먹기 싫다며
내 것과 동생 것만
주문했어요
“꼭꼭 씹어 먹어야 한다
씹지 않은 음식은
소화가 안 된단다”
입맛 다시며
식사를 거들어 주시는
엄마 아빠 앞에서
우리들만 먹자니
미안해서 먹을 수가 없어요
아빠의 사진
무엇이 좋은지 모두 웃고 있다
땀이 뻘뻘 나는 여름인데
시커먼 기름때 묻은 겨울 작업복
무릎까지 걷어붙이고
팔꿈치까지 걷어붙이고
껄껄껄 모두 즐겁게 웃고 있다
공장 마당 구석 쓰레기장 옆
검게 그을린 라면 냄비 끼고 둘러앉아
소주잔 마주 들고 함빡 웃고 있다
직업병을 얻어
오랜 기간 병과 싸우고 있는 아빠가
가장 아끼는 아빠의 사진
잔별
공단 마을 불빛
밤하늘 잔별 되었나
캄캄하고 까마득한
밤하늘 공장에서
밤새워 밤일하며
반짝! 반짝!
졸리다고 자고 싶다고
깜빡! 깜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