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박사, 쑥에 담긴 이중성과 순자의 『화성기위(化性起僞)』
〇 안녕하세요, 유박사입니다.
현재 분당과 양평 한옥을 오가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한옥에 살며 가장 큰 고역 중 하나는 바로 잡초와의 전쟁입니다. 그중에서도 생명력이 유독 강한 쑥과 칡은 제게 큰 스트레스를 주는 존재입니다. 쑥을 볼 때면 ‘식재료’라는 생각보다는 ‘나를 힘들게 하는 존재’라는 인식이 강해 결코 식탁에 올리지 않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분당 집에 가면 아내가 이른 봄부터 지금까지 쑥국을 자주 끓여주는데, 그때는 아주 맛있게 먹고 있습니다. 똑같은 쑥을 두고도 공간과 상황에 따라 제 태도가 180도 달라지는 것을 보며 문득 깨달았습니다. ‘주인공이 하면 결단이고, 악역이 하면 비겁하다’고 평가하는 우리 인간의 이중적인 본성을 말입니다. 이 지점에서 저는 인간의 본성을 냉철하게 분석한 순자(荀子)의 사상을 다시금 되짚어 보게 되었습니다.
1. 성악설: 인간의 본성은 이익을 탐한다
맹자는 인간의 본성이 선하다고 보았지만, 순자는 현실 속 인간을 훨씬 냉정하게 바라보았습니다.
“인간의 본성은 악하다. 그 선한 것은 인위적인 것이다.”
(人之性惡, 其善者僞也)
순자가 말하는 성악설은 인간에 대한 혐오가 아닙니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이익을 좋아하고, 질투하며, 감각적 쾌락을 좇는 존재라는 현실적 인정입니다. 만약 우리가 이 본능대로만 산다면 세상은 시기와 다툼으로 가득 찰 것입니다. 제가 쑥을 ‘나의 이익(편안함)’에 따라 좋게도, 싫게도 바라보는 것 역시 이러한 본성의 한 단면일지도 모릅니다.
2. 화성기위(化性起僞): 본성을 변화시켜 선을 세우다
순자 사상의 핵심을 가장 잘 드러내는 말이 바로 ‘화성기위’입니다.
화성(化性): 타고난 본성을 변화시키고
기위(起僞): 인위적인 선(善)을 일으킨다
순자가 말하는 ‘위(僞)’는 오늘날의 ‘거짓’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인간이 의식적으로 만들어내는 문화·도덕·예절·교육 등을 뜻합니다. 즉 인간은 스스로의 노력과 사회적 훈련을 통해 비로소 인간다운 존재가 된다는 것입니다.
3. 예(禮)와 교육: 욕망을 다스리는 제방
순자는 인간 수양의 필요성을 설명하기 위해 유명한 비유를 사용했습니다. “굽은 나무가 곧게 되는 것은 먹줄에 맞추어 깎기 때문이며, 무딘 쇠가 날카로워지는 것은 숫돌에 갈리기 때문이다.” 굽은 나무는 자연 상태 그대로 두면 결코 곧아지지 않습니다. 반드시 틀에 넣고 깎고 다듬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인간도 훈련과 수양 없이는 결코 성숙한 존재가 될 수 없습니다. 순자에게 성인은 타고나는 존재가 아니라, 끊임없는 자기 단련을 통해 만들어지는 존재입니다.
4. 배움은 ‘근본’을 변화시키고 있는가?
요즈음의 배움은 지나치게 기술 중심이기 때문에, 많이 배운 것과 인간성이 성숙해지는 것이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절실히 느끼게 됩니다. 한옥 마당에 멋진 소나무를 심기 위해 조사해 보니, 고가의 소나무는 자연적으로 자란 것이 아니라 인간이 일부러 비틀고 꺾어 독특한 형상을 만든 것들이었습니다.
나 역시 마당에 심은 포도나무 역시 줄기가 한쪽으로 향하도록 억지로 꺾어야 할지, 차라리 가지를 잘라내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순자는 “학불가이이(學不可以已)”, 곧 배움을 멈추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단순한 지식 습득을 넘어 끊임없이 자신을 갈고닦아 사람다운 길을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 순자가 오늘 우리에게 주는 중요한 가르침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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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나 자신을 돌아보면, 달라진 듯하다가도 어느 순간 악한 본성이 드러나는 모습을 직면할 때가 있습니다. 배우고 노력해도 인간의 근본은 쉽게 변하지 않기에, 철저한 자기 통제와 성찰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익에 따라 쑥을 보기 싫어할 수도 있고, 또 맛있게 먹을 수도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 나이가 되어 비로소 인정하게 되는 진리가 있습니다. 인간은 노력만으로 완전히 변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결국 진정한 변화는 기술이나 지식의 축적 이전에, 존재의 본질이 변화되는 데서 시작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그래서 인간은 평생 배워야 하면서도, 동시에 평생 자신을 경계하며 살아가야 하는 존재인지도 모릅니다. 배움은 사람을 단번에 완성시키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자기 욕망을 들여다보게 만들고,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순자의 사상은 인간에 대한 냉혹한 판단처럼 보이지만, 역설적으로 본질이 변화된 이후에도 인간이 끝까지 자신을 단련해야 할 이유를 말해 준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2026년 5월, 양평 한옥 마당에서
유박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