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태 미술관
서양의 건축이 동양으로 소개되는 과정에서 일부 동양건축가들은 동양정신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하게 되었는데 그중 한명이 일본의 안도 다다오다. 1941년생인 그는 전문적인 건축 학습과정을 거치지 않았으나 공업고등학교 기계과를 졸업하고 프로복서를 거쳐 목수로 사회생활을 시작하였다. 25세 때 근대 건축의 3대 거장으로 추앙받는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물에 감동을 받고서 그의 제자가 되고자 파리로 떠났으나 그는 이미 사고로 사망한 것을 알고, 유럽을 돌며 수많은 고대와 현대 건축물을 보며 독학으로 실물을 익혔다.
1979년 스미요시 연립주택으로 일본 건축가협회상 수상을 시작 으로 건축계의 노벨상이라는 프 리츠커상 수상 등, 수많은 건축 상을 받으며 세계적인 건축가로 발돋움한 그는 자연의 요소를 건 축 공간에 적절히 도입하여 물의 교회, 빛의 교회, 바람의 교회를 연작으로 발표하여 인간과 자연 의 교감을 중시하며 건축의 나아갈 길을 제시하였다.
예일과 하버드 교수를 거쳐 도쿄대학을 정년퇴임 후에도 아직도 현역으로 일하는 그가 제주도에 건축한 본데 미술관과 제일동포인 이타미 준이 설계한 이웃의 방주교회를 만나는 것은 새로운 발견이며 기쁨이다. 노출 콘크리트와 투명 유리를 소재로 한 간결하고 단순한 본데미술관의 외관을 보면서 3관으로 가니 쿠사마 야요이 작품을 상설전시 하고 있다. 입구의 호박 작품은 그녀의 대표작으로 눈에 익다. 대형 호박에는 입체로 크기가 다른 검은 점들이 입체감을 더하고, 빨강 가발을 쓴 할머니 작가가 소녀 같은 맑은 미소로 늙음을 거부하며 담소를 나누는 사진이 눈길을 잡아 놓아주지 않는다 .
차례를 기다려 물과 거울의 방으로 들어가서 폭 2m에 길이가 5m의 복도에 서니 어두운 사방의 불빛은 변하고 천정에 매달린 등도 환상적인 색깔로 변해 몽환적인 분위기가 연출된다. 실지로는 폭 4m의 공간이라는데 거울로 반사되는 어둠속의 불빛은 마치 큰 우주 속에 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만든다.
2관으로 가서 불교문화재 컬렉션을 본다. 현대 그룹에서 대를 이어 수집했다는 불상과 목재동자상, 탱화와 소품 도자기가 이처럼 많이 수집된 것이 처음이라 느긋한 마음으로 꼼꼼히 감상하면서 감탄도 하고 갖가지 표정의 동자상 앞에서 웃음과 경건함이 헷갈린다. 전시관의 천정이 높은 전시관이라 적잖은 전시품들을 둘러보아도 답답하지 않았고, 중앙에 배치된 철재 탑의 정교함과 균형 감각에는 찬사를 보낸다. 1관 쪽으로 가서 전통공예품과 소반, 백자를 보고 밖으로 나오니 데이비드 걸스타인의 작품, Euphoria가 포토 포인트다.
안도 다다오의 건축 감각이 돋보이는 미술관 건축의 단순함과 적절한 물 흐름을 배치한 통로를 지나니 마음이 평화롭다. 깔끔한 카페도 있으나 방주교회에 차를 마시기로 하여 지나치고 연못가를 지나 기념품점에서 소품을 몇 개 골랐다.
방주교회
방주교회는 한 기업인이 대지와 건축비를 부담하여 재일도포 건축가인 이타미 준이 설계로 2009년에 완공된 교회다. 노아의 방주를 모티브로 하여 만든 작품으로 멀리서 보아도 아름답기 그지없는 건축물로 교회 옆으로는 검정 조약돌이 숨어있는 얕은 연못이 교회를 감싸고 있어 마치 교회가 물 위에 떠있는 느낌을 준다. 지붕은 부다페스트의 마차슈 성당과 비엔나의 슈테판 성당와 비슷한 분위기나 더 간결하고 단순한 패턴이다. 년 간 20만 명이 이 교회에서 예배를 본다는데 90%가 방문객이라 한다.
마침 문이 잠겨있어 내부는 보지 못하고, 커피 한잔 하러간 카페도 잠겨있어 날을 잘못 잡아 쉬는 요일인가 하였는데, 알고 보니 교회의 운영방침을 두고 갈등을 빚은 설립자와 목사간의 다툼이 발생하여 작년 말경부터 교회를 임시로 폐쇄했다는 기사가 인터넷에 나온다. 각자 맡은 일에만 충실하지,
왜 무엇을 지배해야겠다는 욕심을 버리지 못하나? 이러다가 신이 방주를 타고 대해(大海)로 가버리면 어찌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