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만의 계획을 세우고 이른 아침 집을 나섰다. 6개월 전 예약한 심장 내과를 가는 날이다. 복음성가를 들으며 달리는 기분은 그냥 좋다. 찬양을 부르다 "주님" 크게 불러도 보고 마치 옆에 함께 있는 친구에게 말하듯 나는 혼잣말을 잘 한다. 병원이 가까워지면 "주님, 차 세울 수 있게 빈 자리 하나주세요" 중얼거리며 은근히 기대한다. 왜냐하면 주택을 개조한 병원이라 주차장이 넓지않다. 오늘은 빈 곳이 없고 기다리는 치도 두 대 있어 길에 세워야했다. 나는 길에 주차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잘 세우지 못해서다. 병원 가까이 빈 곳이 있어 세우려는 데 소화전이 있다. 결국 멀어도 동네에 세워야 했다.
병원에 들어서니 기다리는 사람이 많았다. 이름을 말하니 간호사가 "어머니는 8월에 예약이신데요" 세상에! 순간 머릿속에서는 예약이 뒤바뀐 것임을 알아챘다. 나는 새해가 되어 달력을 걸기 전 중요한 날은 표시를 해놓는다. 일주일 간격으로 심장내과와 피부과 예약이 잡혔다. 몇일 전 피부과에서 전화가 왔다. 오늘 예약이라기에 정색을 하고 아니라고 했다. 다음 주 라고 당당하게 말하니 알았다며 다시 잡아주었는 데 내가 잘못 기억한 것이었다. 아니 달력에 잘못 적어둔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황당했다. 일단 병원을 나와 피부과에 전화를 했다. 혹 오늘 시간이 되면 가도 되겠냐고 물으니 빈 시간이 없단다. 그럼 다음 주 가겠다고 말하며 예약을 하고 가는 게 나을 것 같아서 돌아서 병원으로 들어갔다. 한참을 기다려 예약을 하고 나오니 잠시 멍했다. 계획했던 하루가 뒤틀렸기에 어쩌지? 하며 막막한 기분이 들었다.
내일도 가든그로브에 있는 발병원을 가야한다. 마켙은 내일 들릴 생각이었으나 오늘 갈 곳도 마땅치않아 차를 돌려 마켙으로 갔다. 음식은 넉넉한 데 과일이 떨어져 가야했다. 이것 저것 집다보니 오늘도 카트 가득 담았다. 계산을 하며 종업원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영수증을 받으며 지갑에 있는 사탕을 내밀며 "오늘의 에너지" 하고 주니, 작은 것이지만 그녀도 환한 웃음을 짓는다. 남편의 점심을 준비해놓고 나왔지만 나온김에 육계장과 설농탕을 주문했다. 행여 남편이 점심을 먹을까 싶어 전화를 하여 기다리라고 했다.
커피를 마시며 생각해도 어떻게 이런 실수를 할 수 있을까? 기분이 묘했다. 치매도 아니고 건망증도 아닌 데...이런 일은 처음이다. 오래 살다보니 여기저기 삐걱거려 병원을 자주 찾지만 오늘같이 황당한 적은 없었다. "살다보면 그럴 수도 있어, 별 일 아니란다" 자신을 위로하며 찝찝한 기분을 떨치려해도 여전히 남아있는 이 감정은 무얼까?
첫댓글 ㅎㅎㅎ 그 정도는 아주 정상이십니다 봉희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