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산시조 24/75 – 어부사시사 12/40
하사(夏詞) 02/10
윤선도(尹善道, 1587~1671) 지음
연잎에 밥 싸 두고 반찬일랑 장만 마라
청약립(靑篛笠)은 써 있노라 녹사의(綠蓑衣) 가져 오냐
어떻다 무심(無心)한 백구(白鷗)는 내 좇는가 제 좇는가
청약립(靑篛笠) - 청대로 엮은 삿갓. 약립(篛笠)은 대 껍질로 엮어 만든 삿갓.
녹사의(綠蓑衣) - 푸른 빛 도롱이. 사의(蓑衣)는 도롱이. 농부들의 비옷.
어떻다 – 어쩌자고. 어찌하여.
무심(無心)한 – 마음을 비운 듯한. 남의 일에 걱정하거나 관심을 두지 않은.
백구(白鷗) - 갈매기.
좇다 – 따르다.
배를 타고 나가는군요. 집을 나서면서 도시락을 챙기는 것은 기본, 종일 낚시를 할 예정이로군요. 연잎에 싼 밥이라니, 여름날에도 연잎에 싼 밥은 잘 쉬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반찬일랑 신경 쓰지 말라네요. 낚시로 해결할 모양입니다. 삿갓은 썼고, 혹시 비가 올지 모르니 비옷을 챙기랍니다. 도움을 받는 사내 아이 하나 쯤은 동행하기에 ‘실었느냐’ 점검을 합니다.
낚시할 곳으로 나가는데 흰 갈매기가 앞서거니 뒷서거니 한다는군요. 그 무심함이 곧 자신의 비운 마음일진대, 물아일체(物我一體)의 비유가 압권입니다. 저도 한 마디 끼어듭니다. “고산 선생님, 즐거운 하루 보내시구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