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감정, 한정 판매 중
ㅡ최초 발행자는 계절이다
박윤우
봄마다 나는 발행된다
감정의 NFT, 되돌릴 수 없는 정서의 스마트 계약으로
최초 발행자는 계절이며
1차 상장은 석촌호수 벚꽃길
그날 오후 3시 반쯤,
유모차와 셀카봉이 동시에 등장할 무렵이다
이 계약은
'하이퍼정서 유동성 모델'로 설계되었으며
거래소는 인스타그램
검증자는 미네르바 감정경제연구소 소장
존 J, 블룸필드 교수와
'감정총량지수(GCI)'를 만든
기무라 루미 박사다
나는 '감동받은 척'이라는 지갑에 이체되고
벚꽃 풍경 사진 한 장은
정서 파생상품 시장에서
4월 한정 테마주로 변동성을 키운다
“꽃은 항상
피기 전엔 저평가되고
지기 직전에 고점에 도달한다”
―세계 3대 감정 옵션 학회, 공식 정서리포트 중
나는 피기 전에 팔렸고
지기 전엔 잊혔다
석촌호 호숫가 벤치 위에서
누군가 나를 소유했다고 착각하며
‘마음이 뭉클했었다’고 기록했다
하지만 계약서엔
이 문장만 남는다
“감정의 원본은 보장하지 않는다.”
ㅡ계간 《시와 반시》(2025, 여름호)
첫댓글 이런 시의 발상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배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