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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로봇 -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 새로운 플랫폼
▲ 장병탁 교수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부
자동차, 컴퓨터, 스마트폰에 이어 로봇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 신성장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환경과 사람을 보고 듣고 대화하며 행동하는 인공지능 로봇의 출현은 미래 사회에서 인간의 삶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인공지능 로봇에 대한 글로벌 연구 동향과 미래 발전 방향을 조망하고 우리나라가 선도하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이 필요한지를 짚어본다.
들어가면서
왓슨, 시리, 알파고, 자율주행자동차 등 최근 5년 사이에 일어나고 있는 인공지능 혁신과 지능 폭발 현상은 그 이전 50년 동안의 기술 발전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서 축적된 빅데이터와 향상된 컴퓨팅 파워를 기반으로 딥러닝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사물인터넷과 결합되어 앞으로는 빅데이터 인공지능 기술에 의해서 정보기술뿐만 아니라 의료, 금융, 제조, 유통 등 산업 전반을 혁신하고 나아가 사회와 인간 삶의 근본을 변화시킬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것이 바로 4차산업혁명이다. 4차 산업혁명은 가트너그룹이 “스마트 머신”이라고 지칭한 새로운 종의 제품과 서비스들을 등장시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스마트머신 중에서도 특히 환경을 인식하고 사람과 교감하는, 즉 “보고, 듣고, 행동하는” 인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공지능 로봇은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서 다른 어떤 제품보다 그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측된다.
인공지능 로봇이 미래 신산업으로 부상하는 이유를 사회적, 경제 산업적, 과학기술적 관점에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미래 사회에서는 점차 업무 시간이 단축되고 여가활동이 늘어나면서 업무 효율 향상을 필요로 한다. 특히 단순 작업 수준을 넘어서 인간의 인지 능력을 보조하고 대신하는 새로운 장치와 서비스가 필요하다.
최근 상용화에 들어간 가상 비서, 퍼스널 어시스턴트, 챗봇 등의 가상 로봇이 그러한 예이며 향후 점차 신체성을 갖고 물리적인 작업도 돕는 인공지능 로봇으로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
• 경제 산업적으로 볼 때 점차 가상 세계의 인터넷/소프트웨어 산업과 현실 세계의 제조업/하드웨어 산업의 융합을 통해 신경제와 신산업이 탄생하고 있다.
1970년대 개인용 컴퓨터가 등장하면서, 그리고 1990년대에는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기업들이 탄생한 것처럼, 지금이 바로 가상 세계와 물리 세계가 만나면서 신산업이 탄생하고 있는 시기이다.
인공지능 로봇은 이 폭풍의 핵이 될 새로운 종의 플랫폼이다.
• 과학기술적인 면에서 볼 때 로봇과 인공지능에 대한 연구는 지난 50년 동안 꾸준히 발전하였으며 각각 산업화의 기반이 확립되었다.
이제는 이 둘이 융합할 시기이며, 산업용 로봇과 이동로봇 등 로봇 하드웨어 기술의 바탕 위에 지각 인지 행동에 대한 로봇 소프트웨어 기술을 결합함으로써 가상 세계뿐만 아니라 물리적인 세계에서도 인공지능 서비스가 가능한 체화된 인공지능 시스템이 탄생할 준비가 되어 있다.
인공지능 로봇의 형태
인공지능 로봇은 물리적 환경에 놓여서 대상 및 사람과 보고 듣고 대화하며 상호작용하면서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인공지능 시스템이다.
인공지능 로봇의 형태는 다양하며 신체성(몸, Body)과 지능성(마음, Mind) 관점으로 구분할 수 있다.
신체성 측면에서 볼 때, 인공지능 로봇은 센서, 모터, 팔, 손, 다리 등의 다양한 형태의 몸을 갖추고 있으며 이를 통해서 공간을 지각하고 이동하고 물건을 조작하는 능력이 있다.
한편, 지능성 관점에서는 환경에 대한 지각 능력, 사람과의 상호작용 능력, 자율적인 계획과 판단에 의한 행동 능력이 중요하다.
여기서는 편의상 신체성 관점에서 최소의 신체성을 갖는 가상 로봇으로부터 시작하여 점차 눈, 발, 손을 가지지만 이동은 하지 않는 고정형, 그리고 여기에 공간 이동 능력을 추가한 이동형, 그리고 주변의 물건을 조작할 수 있는 능력을 보탠 조작형의 인공지능 로봇 순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스마트폰/웨어러블 장치 기반 대화로봇과 챗봇
지난 50년 동안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기술은 눈부신 발전을 하였다.
최근 10년 사이에는 특히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의 대중화에 힘입어 빅데이터가 쌓이고 머신러닝/딥러닝 알고리즘이 발전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하드웨어적 컴퓨팅 파워의 증가로 인공지능 시스템의 성능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음성인식 문제가 딥러닝 기술로 해결됨에 따라서 최근 음성 대화형 비서 로봇이 상용화 수준에 이르고 있다.
2011년에 스마트폰 앱으로 나온 애플 시리(Siri)를 필두로 지난 몇 년 사이에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타나(Cortana), 페이스북의 엠(M), 구글의 나우(Now) 및 어시스턴트(Assistant) 등 대화로봇/챗봇들이 등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금융 서비스를 도와주는 챗봇 형태의 로보 어드바이저, 신문 기사를 써 주는 로봇 저널리스트 등 가상 로봇들의 수가 늘고 있다.
스마트폰 대신 웨어러블 디바이스 형태로 된 인공지능 로봇 서비스도 가능하다.
손목에 차는 스마트 워치나 안경 형태의 스마트 글라스를 로봇으로 볼 경우 여기에 속한다.
웨어러블 장치 특성상 이동 중에도 센싱이 되고 항상 외부 환경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스마트폰보다는 다양한 종류의 실세계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
이러한 인공지능 로봇의 예는 미래부 소프트웨어 스타랩 프로젝트로 서울대 인지로봇인공지능센터(CRAIC)에서 진행하고 있는 ALTA 웨어러블 인지로봇이 있다.
고정형 인공지능 대화 로봇
최근 스마트 스피커 형태의 음성 기반 인공지능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아마존은 2014년에 처음으로 에코(Echo)라는 스마트 스피커를 출시하여 음성 언어로 명령을 주면 이를 시행하는 대화 로봇을 선보였다.
2016년에는 구글이 홈(Home)이라는 스마트 스피커 디바이스를 선보였고 국내에서도 SKT가 누구(Nugu)라는 음성 기반 인공지능 스피커를 출시하였다.
MIT에서 창업한 지보라는 회사에서는 시각 기능까지 가진 대화형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지보(Jibo)는 스피커형의 로봇보다 한발 더 진화한 소셜로봇으로 카메라를 장착하고 고개를 돌릴 수 있어 주변 상황을 인식할 수 있다.
특별한 형태의 인지로봇은 사람과 같이 아주 미세한 얼굴 표정을 지을 수도 있다.
핸슨 로보틱스에서 만든 인간형 얼굴 로봇인 소피아(Sophia)는 눈동자, 눈썹, 입, 입술, 안면 근육 움직임을 통해서 거의 인간의 표정과 유사한 얼굴 표정을 연출할 수 있다.
이동형 인공지능 로봇
바퀴나 다리를 가지고 공간을 이동할 수 있는 로봇은 그 서비스의 범위가 고정형 로봇보다 뛰어나다.
독일의 프라운호퍼 연구소에서 만든 Care-o-bot과 윌로우 가라지에서 제작한 PR2 로봇이 그러한 예이다.
일본의 소프트뱅크 로보틱스는 프랑스의 알데바란을 인수하여 이동형 소셜로봇 페퍼(Pepper)를 상용화하였다. CMU의 Cobot과 Microsoft의 안내 로봇은 입구에서 손님을 맞이하여 사무실까지 안내를 할 수 있다.
세비오키의 대쉬(Dash), 유진로봇의 터틀(Turtle), 블루 프로그의 버디(Buddy), 더블 로보틱스의 더블(Double), 써로마인드 로보틱스의 오페어(Aupair) 등 모바일 플랫폼 기반의 다양한 지능형 로봇들이 최근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로봇은 가정, 상점, 호텔 등 넒은 공간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시각능력을 갖고 언어를 통해 사람들과 소셜한 대화를 수행할 수 있어 안내원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다른 한편, 사람처럼 걷는 보행 로봇도 연구되고 있다.
일찍이 혼다에서 개발한 아시모(Asimo)는 평지와 계단에서의 이족 보행 능력을 데모하였다.
보스턴 다이나믹스에서는 이족 보행 로봇 아틀라스(Atlas)를 개발하여 눈이 쌓인 숲과 언덕을 넘어지지 않고 걸을 수 있음을 데모하였다.
조작형 인공지능 로봇
궁극적으로 인공지능 로봇은 팔과 손과 손가락을 가지고 물건을 잡고 조작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질 것이다.
뮌헨공대와 브레멘 대학에서는 부엌에서 요리를 하는 키친 로봇을 연구하고 있다.
PR2와 쿠카 팔 로봇을 이용하여 소시지를 데워서 썰어서 아침을 서빙하거나 팝콘이나 피자를 만들어 주는 로봇을 데모하였다.
손과 손가락의 기구학적 발전과 센서 기술이 상대적으로 발전이 늦어서 아직까지 마음대로 물건을 들어 조립하거나 조작하는 것을 할 수 있는 로봇이 많지 않다.
현재는 많은 로봇들이 물건을 잡을 때 두 개의 손가락을 밀어서 물건을 사이에 넣고 있으나, 손가락 마디가 있어서 여러 개의 손가락을 이용하여 물건을 잡는 로봇 손이 개발되고 있다.
또한 조작은 미세한 힘과 압력을 느끼는 센서 기술을 필요로 한다. 최근 부드러운 물건을 잡을 수 있는 소프트 로봇 기술도 발전하고 있다.
인공지능 로봇 산업 발전 전략
인공지능 로봇은 환경과 사람을 인식하고 이해하며 궁극적으로 사람처럼 생각하고 사람처럼 행동하며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계이다.
인공지능 로봇이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기술을 필요로 한다.
i) 사람을 이해하고 대응하는 기술, ii) 물체를 이해하고 조작하는 기술, iii) 환경을 이해하고 이동하는 기술, iv) 언어, 시각, 행동을 학습하는 기술, v)세상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는 기술 등이 필요하다.
특히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음성, 자연언어, 얼굴, 감성 등을 인식하고 자연스러운 대응을 할 수 있는 능력을 필요로 한다.
또한 환경 내에서 이동하고 물체를 조작하는 능력이 추가된다면 사람들의 많은 작업을 대신해 줄 수 있다.
앞으로는 촉각 센서와 제스처 등을 통해서 환경과 사람을 보다 잘 인식하는 기술이 발전될 것으로 보인다.
상용화 관점에서는 이동성이 추가될 경우 고장 문제, 안전성 이슈들이 다루어져야 할 것이며, 조작성을 추가할 경우 하드웨어적인 발전을 더욱 필요로 할 것이다.
인공지능 로봇은 페퍼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제한된 조작과 이동성을 통해서 상점, 호텔, 식당, 공공 기관 등에서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며 안내하는 개인 서비스 로봇으로 활용될 수 있다.
인공지능 로봇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여러 가지 과제들이 있다.
인공지능 로봇은 소프트웨어 기술과 하드웨어 기술이 결합되어야 하는 융합 산업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여전히 이 두 분야간의 협력 연구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와 로봇 하드웨어를 같이 연구하는 연구개발자들의 양성이 필요하다.
컴퓨터공학 전공자는 소프트웨어 기술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고 로봇 하드웨어 연구자는 기계, 전자, 구동 장치에 집중한 나머지 인간과 로봇의 상호작용이나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
인공지능 로봇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전체를 아우르는 시스템을 설계하고 다루는 엔지니어와 회사를 육성해야 한다.
인공지능 로봇은 자동차, 컴퓨터, 인터넷과 마찬가지로 미래 산업의 새로운 플랫폼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인공지능 로봇에 기반한 새로운 서비스를 통해서 실세계에 대한 새로운 빅데이터가 수집될 수 있고 이는 새로운 종의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하는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새로운 플랫폼에 기반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산업 생태계 구축 및 먹거리 창출에 대한 전략적인 기획이 필요하다.
인공지능 로봇의 미래
상자 속에 갇혀서 서비스를 제공하던 컴퓨터와는 달리 로봇은 바깥세상으로 나와서 환경을 지각하고 환경에 행동할 수 있는 기계여서 그 응용의 범위가 훨씬 넓다.
특히 이동과 조작 능력을 가진 모바일 지능로봇은 공장에서 고정된 작업을 하던 산업용 로봇과는 달리 미래의 연결 사회에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인공지능 로봇은 자동차, 컴퓨터, 인터넷, 스마트폰에 이은 미래 신성장 동력 산업의 핵심 플랫폼이다.
왓슨이나 알파고처럼 가상 세계에서의 닫힌 공간 인공지능 서비스와는 달리, 신체를 갖추고 물리 세계에서의 데이터 중심의 열린 서비스가 가능하게 함으로써, 인공지능 로봇은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비즈니스 생태계를 열어갈 수 있다.
다른 한편 인공지능의 발전 경로에서 볼 때, 센서와 모터가 부착된 몸을 가지고 환경과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며 학습하는 체화된 인지 시스템으로서의 인공지능 로봇은 인간 수준의 자율지능을 실현하고 더 나아가서 감성과 자유의지 등 의식을 가진 완전한 지능기계의 발명을 가져올 것이며, 궁극적으로 인간과 기계가 공존하며 상호보완적으로 공진화하는 사회로의 변화를 앞당기는 데 기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