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병원과 벗하며 지낼 나이
극히 개인적인 일로 어쩌면 필자 자신의 부끄러운 사건(?)을 공개하는 건, 이번 일의 빌미를 준 대학동창 C翁의 문자 메세지대로 '이제 병원과 친구가 될 나이' 들이 되신 벗님들에게 다소라도 의미있는 정보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입니다. 필자는 5, 6년 전부터 자극성이 있거나 가루로 된 음식을 먹게 되면 갑작스럽게 기침이 나오는 현상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찬공기나 연기에도 비슷한 증상을 보이지요.
엊그제 지인과 만나 저녁을 먹다 일어난 돌발사건입니다. 숫불 연기가 원인인지 아니면 간만에 먹는 숫불갈비가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기침이 났습니다. 급히 고개를 돌리고 기침을 하는데, 또 다시 터질듯 하여 고개를 숙이는 순간 큰 기침과 함께 바닥으로 굴러 머리를 부딧쳤지요. 일어나 머리를 만져보니 벌써 주먹만한 혹이 달려있었습니다. 놀란 식당 종업원이 가져온 찬 물수건으로 냉찜질을 하면서 상황 전환을 모색했으나 이미 판은 깨져버렸지요. 십여분 동안 안정을 찾은 후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와 놀란 딸레미(마침 마눌은 없었음)를 시켜 냉동시킨 수건을 번갈아 부치면 냉찜질을 하였습니다.
혹시 뇌혈관에 이상이라도
다음날 일어나 보니 혹은 많이 가라앉았지만 대신 그 자리에 멍이 들기 시작하였습니다. 더욱 문제는 오른손에 힘이 빠지고 높이 처드는데 문제가 생겼다는 거지요. 얄팍한 의학상식과 그동안 주변에서 일어났던 일들이 뇌리를 스쳤습니다. 마당발인 대학 동창 C翁에게 전화를 하니 뇌경색이 의심되니 당장 병원엘 가라는 겁니다. 그러면서 평소 친분이 있는 S대병원 신경과 L교수를 만나도록 주선해 주었습니다. 알려준 대로 아침 8시 반에 가서 등록을 하고 9시 반에 진찰실로 들어갔지요. 담당 교수는 몇가지 물어 본 다음, 역시 뇌경색이 의심된다며 즉시 각종 검사가 가능한 응급실로 가도록 배려해 주었습니다. 이렇게 하여 '응급실에서의 하루' (약 10시간)가 시작되었지요.
응급실에서 하루를
응급실은 말 그대로 온통 응급을 요하는 심한 환자들로 가득했습니다. 필자를 담당한 외상처치실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습디다. 차례가 되어 들어가 담당의와 몇마디 나누는 중, 손가락이 절단된 외국인 노동자가 실려 와 급히 자리를 내 주었지요. 돌을 자르는 절단기에 잘렸다는데 상태도 심각했지만, 그 처지가 딱해 보였습니다. 고통을 억지로 참는지 그 외국인의 말소리는 한마디도 못들었고, 동반한 한국인 노동자만이 묻는 말에 몇마디 답할 뿐입니다. 응급처치를 마치고 다른 병원으로 이송해야 하는데 동료 한국인은 따라 갈 처지가 아니라는 겁니다. 에고, 더 못 봐주겠네~~
(이 응급실에서 상태가 가장 좋은 게 필자였는데, 다행(?)히 부딧친 이마 아래로 시커먼 멍이 눈 주위까지 내려와 험악한 화상을 만들어 다른 응급환자들과 얼추 균형을 맞추게..^^)
각종 검사로 진종일
남의 이야기로 새버렸네요. 이날 각종 검사의 시작은 X-선 촬영, 그동안에는 그저 가슴 부위나 촬영했었는데 머리부터 이곳저곳 십여장의 사진를 찍었습니다. 다음은 검사의 주역 CT 촬영으로, 2시간 가까이 기다린 다음에야 찍을 수 있었습니다(아시는 벗님들이 많겠지만 CT(Computer Tomography)는 우리말로 '컴퓨터 단층촬영'이라 하며, X-선 기법과 컴퓨터의 결합으로 병소 부위의 3차원 영상을 볼수 있는 장치지요). 이렇게 CT까지 찍어 판독하더니 출혈이나 뇌경색 등 별반 이상 소견이 발견되지 않는 겁니다. 이때가 오후 2시, 아침도 안먹어 보통 때 같으면 엄청 배가 고플 시간인데 잘 모르겠더라구요.
문제의 MRI검사
CT판독 만으로는 확실한 결과를 모르니 MRI를 찍어봐야 된다는 겁니다. 물론 한번도 해본적이 없고 그저 남들의 이야기만 듣던 그 검사인데 가부를 이야기할 입장이 아니더라구요. 이렇게 하여 MRI 촬영을 기다리는 기나긴 여정이 시작되었습니다. 이 검사에 들어가기 전에 혈액검사와 요검사를 하고, 또 다른 부위 X-선 촬영을 했습니다. 암튼 이날 몸에 좋지 않다는 방사선에 엄청 많이 노출된 셈이지요. 이렇게 각종 검사로 이곳저곳을 찾아다니는 동안, 한번 갔던 곳도 다시 묻고 길을 잘못 든 경우가 허다하기에 뇌에 뭔 변고가 있기는 한 모양이라고 생각도 했습니다(심리학자의 말에 의하면 불안은 시야를 좁게 만들고 판단도 그르치게 한다네요.).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다 6시가 되었습니다. 웬 간호사가 오더니 대기중인 사람들에게 이름을 묻고는 상황설명을 해 주더라구요(많이 좋아졌네^^). 내게는 MRI 대기자가 십수명이라 자칫 앞으로 6시간을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 하데요. 어찌 그때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고 기다릴 수 있겠느냐 했더니, 혈액검사상 혈당치가 충분하여 별 문제가 없다나 원... 그런데 7시가 지나자 MRI 찍을 준비를 하라는 문자가 왔습니다. 환자복으로 갈아입고 안내 직원을 따라 멀리 떨어진 MRI실로 갔습니다. MRI는 CT와 다른 점이 많은데, 우선 X-선을 쓰지 않아 인체에 거의 해가 없다네요. 그러나 해보신 벗님들은 잘 아시겠지만 검사중 내내 시끄럽고 시간도 길어 40분이나 걸렸습니다(MRI는 보통 '자기공명영상'이라 하며 강한 자기장 속에서 높은 소리를 내어 그 반사로 병소를 입체적으로 촬영하는 장치). 걸리는 시간 못지 않게 가격도 엄청나서 이번 경우 130만원 정도가 나왔는데 보험도 적용되지 않는다네요.
앞으로 자주 만날지도 모르는 친구(?)의
진면목 아니 가장 흩틀어진 데를 본 건 의미있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좀 비싼 교제비를 지출했지만 언제가는 이 친구도 갚음을 하지 않을까요. 필자와의 첫 대면을 보면서 아직 병원친구와 소원(?)하신 벗님들은 참고로 하시길..
참 필자의 검사 결과를 야그하지 않았네요. 담당교수의 최종 멘트는 남아있지만 아직은 별반 이상은 없다네요.
첫댓글 정말 다행입니다. 가끔 낙시터에서 종종 경험하는 현상인데 찌를 바라보며 쭈구리고 한참을 앉아 있다 갑자기 일어나면 박형이 말한대로 순간적으로 눈 앞이 깜깜해져 건드리기만 해도 쓰러질 것 같은 경험을 종종합니다. 이럴 때는 그 자리에 바로 주저 앉는 것이 최선입니다. 기침을 심하게 하거나 코를 심하게 풀어도 같은 현상이 나타납니다. 우리 모두 스스로 자가 진단을 해가며 건강에 유의해야 할 시기가 어르신 카드와 함께 도래한 것 같아 씁쓸합니다.
아하, 그래서 오는 색안경을 쓰고 나오셨구나. 그런 줄도 모르고 일부러 멋을 부린 줄 알았습니다. 참 걱정 많이 하셨겠습니다. 작은 것에 너무 무심한 것도 문제지만, 지나치게 걱정하는 것도 또한 이에 못지 않습니다. 좋은 결과가 기다릴 것입니다. 이제 여기 저기 아프고, 쑤시고 , 불편한 곳이 여러군데 나오는 나이에 접어들어, 이런 경험담이 많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우리 모두 더욱 유의하여 건강한 삶을 누리도록 합시다.
Good News 네요. 뇌쪽은 잘못하면 말 그대로 골로가는 수가 있는데 아주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이 경미한 차 사고 후에 첫날은 멀쩡하고 그 다음 날 쓰러지고 난 후 3-4 살 정도 지능수준으로 바뀌어 한 20 여년을 살고 있는 것을 보고있습니다. 종합검사 잘 하셨네요.
우리 용두열 중 병원을 열고 있는 田博의 조언에 의하면,
기침할 때도 바른 정자세로 하도록 노력해야 된다네요.
자세가 틀어지면 필자처럼 균형을 잃을 수도 있고,
담이 드는 등 몸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합니다.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바랍니다.
천만다행입니다.난 테니스공에 맞았는줄 알았는데...아무튼 우리모두 건강에 이상이 생기면 빠른 조치가 필요합니다.
큰일이 아니기 다행입니다.
이제는 우리 모두 정신을 바짝차려야 할것 같습니다
본인 이야기를 해야 되는데...
마누라의 끊임없는 공세에도 묵묵부답 목석이 된 본인도!
담배부터 귾어야 하는데...
허옹! 담배 하루 6개비 정도는 건간에 별 지장 엄서요, 단, 인체가 물로 푹 젖어 잇어야 석회화되지 않아요
양파물이나 둥굴레 티본 노상 끓여 세포 혈관 축축하게 유지하소
별탈엄시 지날수 잇어요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큰 사고로 벌어질 수 있다는
노인들의 조심 조심 생활 습관 경고!
골골 팔십이 나는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