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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 학교 18-1, 꼭 학교에 갔으면 합니다
가족과 거창 외할아버지 댁에 다녀온 후 은이 아버지에게 메시지가 왔다.
어머니가 은이를 안고 있는 사진과 함께였다.
‘은이 하루 잘 보내고 갑니다. 1월달에 또 봬요, 선생님.’
‘네, 오랜만에 은이 만나 좋은 시간이었겠습니다.
은이 보고 싶을 때 언제든지 연락 주시고 자주 와서 만나시면 좋겠습니다.
부모님 댁에서 하루 자고 와도 되고요.
가족 만나는 데 필요한 게 있으면 뭐든 돕겠습니다.’
메시지 끝에 학교 이야기를 덧붙였다.
‘아! 그리고 은이 학교와 관련해서 부모님께서 마음 정하신 게 있다면
전달 부탁드립니다.
지금은 은이가 일주일에 한두 번 마트나 도서관 다녀오는 게 외출의 전부라
집에만 있으니 할 일이 많지 않아 보입니다.’
‘내년 새학기에는 꼭 학교에 갔으면 합니다.
말씀해 주시면 저도 여기서 소장, 국장, 팀장님과 의논하고
다시 전달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남은 주말 좋은 시간 보내시기 바랍니다.’
은이가 이사 오면서부터 고민하던 일이었다.
학교에 가는 것에는 이견이 없었지만
어느 학교를 갈지에 대해 부모님 생각이 달랐다.
어머니는 일반학교로 전학했으면 했고,
아버지는 거창에 생긴다는 특수학교에 관심이 있었다.
부모님이 뜻을 모아 결정해 주시기 바랐다.
다가오는 새학기,
학교에 다니면 은이 하루와 일상에 많은 변화가 생길 것이다.
2018년 12월 23일 일지, 정진호
월평: 일반학교 특수학급과 특수학교, 장단점이 각각 있지요. 부모님 뜻도 서로 다르니 잘 의논해 봅시다.
하은, 학교 19-2, 교육지원청에 전학 문의
부모님이 결정을 내렸다.
하은 군 전학에 대한 의견을 하나로 모아주셨다.
다음 학기부터 거창에 있는 일반학교에 다녔으면 하는 뜻을 전해주셨고,
오늘 오후 바로 거창교육지원청에 전학 문의를 위해 전화를 걸었다.
전학하고자 하는 하은 군 상황과 입장을 알리니 곧 담당자에게 연결해주었다.
거창교육지원청 특수교육지원센터 이채봉 특수교사 선생님이었다.
선생님에게 다시 하은 군에 대한 소개와 전학하고자 하는 뜻을 밝혔다.
이야기를 들은 선생님이 바로 새로 생기는 특수학교인 나래학교 이야기를 꺼냈다.
전학을 의논하기로 하면서 가장 우려했던 일에 바로 마주한 것이다.
“나래학교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어서 잘 알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서
하은이에게 더 유익하다고 생각하는 쪽으로 결정한 겁니다.
부모님께서도 하은이가 일반학교로 전학했으면 하시고요.”
선생님은 상황을 살펴 이해하면서도 특수학교 이야기를 계속 언급하셨다.
선택한 뜻과는 다르지만 감사한 의견으로 이해하기로 했다.
이어서 교육지원청과 학교의 사정을 설명하셨다.
초등학교로 입학하고 학년이 올라가는 학생들의 의사를 반영해서
이미 올해 일반학교 도움반 학생과 교사 편성이 마무리되었다고 했다.
도움반 학생 수에 따라 특수교사와 활동보조인이 배치되었다는 것이었다.
작년 11월에 처리된 것이라고 하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
교육지원청에서 조회되는 서류상으로
도움반에 학생 인원이 다 차지 않은 학교 중에서 선택해야 하고,
그마저도 도움반의 특성상 그 세세한 형편을 알 수 없으니
개별 학교에 문의를 해보아야 할 것 같다고 했다.
학급 인원이야 어쩔 수 없다 해도,
정원이 남은 학교 중에서 어느 곳에 전학을 희망한다고 했을 때,
학교나 교육청에서 이를 법적으로 막을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각 학교의 상황은 우리도 살필 수 있는 것이니 그러겠다고 했다.
‘거창초등학교, 창남초등학교, 샛별초등학교.’
거창읍에 있는 학교 중 아직 정원이 비는 세 곳을 안내받았다.
자세한 내용은 직접 뵙고 의논하기로 했다.
내일 교육지원청을 방문할 약속을 끝으로 통화를 마무리했다.
전담 직원으로서 하은 군에게 중요한 결정을 중개한다는 생각에
조금은 어깨가 무거웠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괜히 두렵게 여겼던 일들을 막상 하니
그렇게 어렵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하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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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올 때 작성한 하은 군 기록이며 여러 가지를 꺼내어 읽으며
교육지원청 방문할 준비를 했다.
2019년 1월 8일 일지, 정진호
월평: 세 곳에 여지가 있다니 다행입니다. 부모님께서 뜻 모아 주시니, 그 뜻이 월평과도 어울리니 감사합니다.
하은, 학교 19-3, 교육지원청 방문
거창교육지원청 특수교육지원센터를 찾았다.
어제 통화한 이채봉 선생님이 명함을 건네며 반갑게 맞아주었다.
자리에 앉아 하은 군 전학 이야기를 이어갔다.
다시 하은 군 상황과 일반학교에 전학하고자 하는 뜻을 밝혔다.
학생이 학교 다니는 데는 학생, 가정, 학교, 사회가 얼마쯤 수고·비용·불안·위험을 감당합니다.
누구라도 감당하며 학교에 다녔고, 감당하며 학교에 보냅니다.
장애 비장애 구분할 게 아니었습니다.
시설에 살든 어디 살든 구분할 게 아니었습니다.
그러니 장애가 있어도 시설에 살아도, 그것을 감당하며 학교에 다녀야 합니다.
‘더 많은’ 수고와 비용과 불안과 위험이 있다면, ‘더 많은’ 수고를 감당하고
‘더 많은’ 비용을 들이고 ‘더 많은’ 관심을 갖고 ‘더 많은’ 대안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게 해서 장애가 있어도 시설에 살아도 학교 다니게 해야 하지 않을까요?
「월평빌라 이야기 2」발췌·편집
교육지원청을 찾기 전, 다시금 새기며 읽은 구절을 떠올리며
그 의미를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설명드렸다.
하은 군이 일반학교로 전학하려 한다는 결정이
결코 얕게 고민하고 쉽게 결정한 것이 아님을,
분명한 뜻과 가치로 그러고자 한다는 것을
조금이라도 알아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다.
선생님은 나래학교 이야기를 한 번 더 꺼냈지만,
하은 군의 결정을 존중해주셨다.
어제 통화로 안내한 대로 개별 학교에 문의를 해서
다음 절차를 진행하면 된다고 알려주셨다.
공식적인 의견은 아니지만 내년도 신학기 상황을 고려했을 때,
샛별초등학교에 조금 더 많이 도와야 할 학생들이 있으니
이를 참고하면 좋겠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하은 군이 일반학교로 전학하고자 하는 부모님 결정에
조금이라도 더 학교 선생님들이 하은 군을 살폈으면 하는 뜻이 담겨있기에
충분히 참고할 만한 의견이라고 생각했다.
어제 통화로 안내받은 세 곳 중 어느 학교에 갈지
부모님과 다시 의논해서 결정하고 개별 학교에 문의하겠다고 말씀드렸다.
교육지원청에는 학교와 의논한 후에 어떻게 결정되었는지만 알리면 된다고 했다.
세세히 알려 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교육지원청을 나섰다.
2019년 1월 9일 일지, 정진호
월평: 마음 다해 뜻을 전한 정진호 선생님, 고맙습니다. 잘 들어 주시고 뜻 헤아려 주신 이채봉 선생님, 고맙습니다. 이렇게 마음 다해 세상을 가꾸는 겁니다. 삶을 가꾸는 겁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하은, 학교 19-4, 창남초등학교 전학 문의
‘거창초등학교, 창남초등학교, 샛별초등학교’.
세 군데 학교 중 하은 군이 전학할 학교를 정해야 했다.
입주자 분들의 학교 지원을 도운 경험이 있는
사회사업팀 선생님들에게 물어 의견을 구했고,
하은 군 부모님과 통화로 의논했다.
선생님들은 여러 이유로 창남초등학교와 샛별초등학교가 좋지 않겠냐고 했고,
부모님은 거창에 계신 선생님들이 거창의 상황을 더 잘 알 테니
좋은 곳으로 권하면 그 의견에 따르겠다고 했다.
집에서 가까운 곳이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창남초등학교와 샛별초등학교 중에서 집에서 더 가까운 곳은 창남초등학교다.
교육지원청에서 알려준 정보를 따져 생각했을 때도
창남초등학교로 전학하는 것이 하은 군에게 유익이 클 것 같았다.
부모님과 다시 통화해 창남초등학교에 전학 문의를 해보겠다는 상황을 알리고
학교에 전화를 걸었다.
학교에서는 예비소집일이라 담당 선생님이 오후가 되어야 통화할 수 있다고 했고,
시간을 물어 오후에 다시 전화드리겠다고 전했다.
오후에 다시 전화를 걸어 교무부장 선생님과 통화할 수 있었다.
창남초등학교에 전화를 걸게 된 지금까지의 상황과 의견을 전했고
선생님께서는 학교에 와서 직접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어떻겠냐고 했다.
조금 더 고민하고 대답했어야 했는데,
언제 시간이 괜찮냐는 질문에 언제든 가능하다고 대답해버렸다.
반가운 마음이 앞섰다.
다음 주 월요일 오전 11시에 학교 교무실에서 상담하기로 했다.
이지영 팀장님이 동행해주시기로 했다.
“은아, 월요일에 학교 가서 상담하기로 했어.
전학 갈 수도 있는 학교고 선생님들 처음 만나는 자리니까
우리 깔끔한 모습으로 잘 준비해서 가자.”
하은 군이 알겠다는 듯 싱긋 웃었다.
하은 군 전학, 하나하나씩 일이 진행되어간다.
기쁘고 설렌다.
2019년 1월 11일 일지, 정진호
월평: 순조로우니 감사합니다.
하은, 학교 19-5, 창남초등학교 첫 방문
아침부터 분주히 움직였다.
하은 군 샤워를 돕고 깔끔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전학해서 앞으로 다니게 될 확률이 높은 학교에 가기로 한 날이니
좋은 인상을 남겼으면 했다.
좋은 첫인상이 해 될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하은 군 부모님에게 동행해주시기를 부탁드렸지만
아버지와 어머니, 두 분 모두 직장에 출근하셔서 함께하시기 어려웠다.
아쉬웠지만 누구보다 아쉬울 분은 부모님이실 테니
잘 다녀와서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대신 이지영 팀장님이 동행했다.
함께 가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었다.
든든한 마음, 떨리는 마음으로 학교로 향했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혹시 오늘 전학 상담하기로 한 학생인가요?”
학교 현관에 들어서 신을 갈아신다
우연히 통화로 전학 상담한 교무부장 선생님을 만났다.
직접 와서 환경도 살피고 이야기도 나누면 좋겠다고
도움반으로 안내했다.
한 쪽에는 하은 군과 함께 간 전담 직원과 이지영 팀장님,
다른 한 쪽에는 교무부장 선생님과 도움반 선생님 두 분이
나란히 마주 보고 자리에 앉았다.
건네주신 따뜻한 차를 들고 어떤 이야기부터 꺼내야 할지 생각했다.
마시지 못하고 손에 쥐고만 있었다.
“우리 학교에 전학 오려고 한다는 말씀이시죠?”
교무부장 선생님이 먼저 말을 꺼냈다.
말씀과 배려하는 행동에서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한편,
무게 있는 권위가 느껴졌다.
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한 지난 시간이 만든 것일 테다.
좋은 분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다시 한 번 하은 군의 상황과 창남초등학교로 전학하고자 하는 뜻을 밝혔다.
이제 다 왔다.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천천히 설명드렸다.
교무부장 선생님과 도움반 선생님 두 분이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찻잔을 손에 쥔 채로.
“학생과 부모님 생각은 잘 알겠습니다.
그런데 우려되는 것이 과연 하은이가 일반학교에 와서
얻을 수 있는 게 있을까 하는 겁니다.
특수학교에 가면 하은이한테 맞는 시설이나 환경이 잘 갖춰져 있을 거고,
교육 과정도 더 잘 맞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하은 군 학교 전학을 계획으로 가지고 있을 때부터 우려했고,
지금까지 전학을 추진하며 몇 번이고 들었던 질문이었다.
오늘 이 자리에서 피하고 싶은 질문이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분명히 그 뜻을 밝혀 전해야 하는 질문이기도 했다.
「월평빌라 이야기」속 학교에 관한 글과 입주자들의 이야기,
지금까지 공부하며 깨달은 것,
가장 최근에 염순홍 선생님이 거들어 풍성한 학교 생활을 누린
월평빌라에 사는 권우성 군 이야기들을 떠올리며 대답했다.
떨리는 마음에 횡설수설했을 것이다.
진심만은 그대로 전해지기 바랐다.
옆에서 이지영 팀장님이 돌아오는 질문에 답이 막힐 때마다
거들어 대답해주셨다.
“학생이 우리 학교로 온다고 하면 우리가 막을 수는 없지만,
우리 학교 상황을 생각하면... 선생님은 어때요?”
교무부장 선생님이 도움반 선생님 한 분에게 물었다.
모두의 시선이 쏠렸다.
중요한 결정권이 그 선생님에게 돌아간 것이다.
잠깐의 침묵 후에 선생님이 말했다.
“어차피 전학 올 거잖아요. 우리 학교 오겠다고 여기 왔으니까...
그렇게 하죠. 전학 합시다.”
선생님의 호탕한 대답에 안도와 감사한 마음이 번갈아 들었다.
그제서야 쥐고 있던 찻잔을 들어 차 한 모금 입에 머금었다.
“전학이 결정되기 전에는 저희도 우려되는 상황을 설명드렸지만,
일단 우리 학교 학생이 된 뒤로는 어떻게든 방법을 찾지 않겠습니까?”
하은 군과 인사 나누는 선생님의 얼굴에도 미소가 피었다.
마음의 문을 여신 걸까.
교무부장 선생님과 마찬가지로 선생님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졌다.
선생님과 함께할 하은 군의 학교 생활이 즐겁고 감사한 일로 가득할 것만 같았다.
‘창남초등학교 이정 선생님’.
휴대전화 메모장에 선생님이 알려주신 번호를 받아 적었다.
3월 4일, 첫 등교 하기로 했다.
새학기를 맞아 설레는 발걸음에 하은 군도 함께 하기로 했다.
학교 전학이 결정되기까지
크고 작은 마음 더하고 도움 주신 감사한 얼굴들이 스쳐 지나갔다.
‘창남초등학교 5학년’.
하은 군을 설명하는 수식어가 하나 더 생겼다.
하은 군이 엮이고 포함된 새로운 사회가 하나 더 늘었다.
기쁘고 감사할 일이다.
2019년 1월 14일 일지, 정진호
임우석(국장): ① 월평의 생각과 뜻을 함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어렵더라도 비장애인들과 어울리며 학교생활 하면 좋겠습니다. 하은이가 살아갈 세상은 장애인만 있는 세상이 아니니 말입니다. 정상화 이론에 대해 공부한 정진호 선생님은 그 의미를 저보다 더 깊이 있게 알 거라 생각합니다. ② 직원이 결정할 필요가 없죠. 이 결정은 본디 부모님의 몫입니다. 부모님이 세 학교 중 하나를 선택하게 도우면 됩니다. 부모님이 직접 와서 보고 결정하면 좋을 텐데 말입니다. 학교에 가는 것도, 교장 선생님 만나는 것도 부모님이 할 일이죠. 그래도 최선을 다해 부탁드렸고 부모님 사정이 있어 참석하기 어려웠다고 하니 이해합니다. 부모님의 짐을 대신 지고 힘든 과정을 묵묵히 감당해주어 고맙습니다. ③ 우리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하은이에게 유익할지, 자신할 수 없지만, 그간 우리가 공부했던 내용을 떠올리며 제일 나은 선택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은이가 새 학교에 잘 적응하고 지내기를 기도합니다. ④ 하은이 이해하고 받아 준 창남초등학교 선생님들 고맙습니다.
월평: 창남초등학교 5학년, 전학을 축하합니다. 하은이에게 창남초등학교가 복이기 기도합니다. 하은이로 인하여 창남초등학교가 복되기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