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응고제, 재수술이 필요 없는 새로운 판막성형술… 건대병원 측, “수술환자 336명 가운데
조기사망률 ‘제로’”
⊙ 2007년 3월, 심평원에 건강보험 적용해 달라며 ‘신의료 기술’ 신청하면서 논란 시작
⊙ 복지부 산하 보건연, 카바수술 보고서 조작혐의… 국감 때 흉부외과학회에 지지요청 이메일
보내기도
⊙ 심평원, 새로 구성된 ‘카바관리위원회’에 보고서 조작 의혹 있는 의사도 위원으로 위촉
⊙ 카바관리위원회, 카바수술 대상질환을 20%로 축소해 사실상 송 교수의 연구를 위한 수술 막아
조기사망률 ‘제로’”
⊙ 2007년 3월, 심평원에 건강보험 적용해 달라며 ‘신의료 기술’ 신청하면서 논란 시작
⊙ 복지부 산하 보건연, 카바수술 보고서 조작혐의… 국감 때 흉부외과학회에 지지요청 이메일
보내기도
⊙ 심평원, 새로 구성된 ‘카바관리위원회’에 보고서 조작 의혹 있는 의사도 위원으로 위촉
⊙ 카바관리위원회, 카바수술 대상질환을 20%로 축소해 사실상 송 교수의 연구를 위한 수술 막아
송명근 건대의대 심혈관외과 클리닉 교수. |
1980년대부터 국가대표 부동의 센터로 명성을 떨쳤던 한기범(韓基範·48)씨가 ‘더 홀’의 플레잉 감독으로 뛰고 있었다. 2m7의 키를 가진 한씨는 여유 있게 리바운드 볼을 따내 잽싸게 골로 연결시켰다.
2010년 4월 9일 오전 서울 광진구 건국대병원에서 인도·사우디아라비아·타이완 등에서 온 외국인 의사들이 건국대병원 송명근 교수의 카바수술 집도 현장에서 모니터를 보면서 수술법을 익히고 있다. |
한기범씨는 “심장마비로 사망한 동생처럼 희귀병인 마판증후군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송명근 교수의 ‘카바수술’을 받고 정상인과 같은 활동을 하고 있다”면서 “사이클이나 농구 등 격렬한 운동을 거뜬히 소화할 정도로 몸 상태가 좋다”고 했다. 한씨는 현재 어린이 심장병 환자와 저소득층·다문화가정, 농구 꿈나무를 지원하는 ‘한기범 희망재단’의 대표를 맡고 있다. 그는 “심장재단의 도움으로 ‘카바수술’을 받았기 때문에 어린이 심장병 환자에게 도움을 주자는 생각으로 재단을 만들었다”고 했다. 한씨는 ‘더 홀’의 감독으로 일주일에 한 차례씩 3~4쿼터의 경기를 소화하고 있다고 한다.
경기를 마치고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던 그에게 “심장수술을 두 차례나 받은 몸으로 부담되지 않느냐”고 하자, “15분씩 3~4쿼터를 소화하고 있다”면서 “드리블하다가 숨이 턱에 차면 맥박을 재가면서 페이스를 조절한다”며 땀을 훔쳤다. 그는 “농구선수 출신이면서 마판증후군으로 고생한 여동생(韓基玉)도 송명근 교수의 카바수술을 받고 결혼해 출산까지 했다”면서 “내 몸은 카바수술의 안전성을 입증하는 상징물”이라고 했다.
스타 교수 찾아 渡美
카바수술을 받은 왕년의 농구스타 한기범씨. 개그맨 농구팀 ‘더 홀’플레잉 감독으로 뛰고 있다. |
지난 7월 초, 송명근 교수는 기자에게 “카바수술이 꽃도 못 피우고 죽으면 어떡하겠느냐”면서 “그동안의 수많은 비판은 카바수술에 대한 오해에서 온 것이라고 보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했었다. 송 교수는 자신이 개발한 카바수술법(CARVAR·종합적 대동맥 근부 및 판막 성형술)에 대한 안전성 논란으로 대한흉부외과학회, 보건복지부, 심평원이란 ‘골리앗’에 맞서 고독한 싸움을 벌이고 있노라고 했다.
1960년 세계 최초로 심장판막치환술을 발명한 심장판막의 대부, 앨버트 스타 교수. |
송명근 교수는 미국에서 수많은 판막치환술을 경험하면서 판막치환술의 심각하고 치명적인 단점들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는 안전한 대동맥 판막성형술을 개발하기 위해 대동맥 근부(根部·대동맥의 벽)의 움직임을 분석했고, 적절한 크기의 판막엽(葉)을 수학적으로 계산해 냈다고 한다. 1986년 7월 귀국한 송 교수는 6년여의 연구를 통해 대동맥 근부의 움직임을 1992년 12월 정리했고, 1997년 각 환자에게 꼭 맞는 크기의 대동맥 판막엽을 수학적으로 계산해 모형을 만들었다. 이것이 카바수술법이다.
송 교수는 효과적인 수술을 위해 카바수술 재료인 ‘카바링(일명 SS링)’을 개발했고, 국내 회사(사이언시티)에서 제조했다. 2006년 11월 카바링은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사용승인을 받았고, 2010년 유럽연합의 의료기기 인증기관(TUV-SUD)으로부터 CE인증을 받았다. 중국·일본·러시아·인도 등 세계 각국에서 특허도 획득했다.
건대병원 측에 따르면, 카바수술은 지난 4월 11일 미국 특허청으로부터 카바 재료와 수술에 대해 수술특허(대동맥 판막 복원용 기구 및 이를 이용한 치료법:Apparatus for Restoring Aortic Valve and Treatment Method Using Thereof)를 받았다. 미국은 수술법에 대해서도 특허를 인정하는 세계 유일의 국가라고 한다.
▣ 카바수술이란? 심장판막을 링으로 조이고, 판막을 오려붙이는 새로운 ‘대동맥 판막성형술’ 심장판막 기능이 고장 나 수술이 필요한 경우 사용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인공판막으로 망가진 판막을 통째로 갈아 끼우는 기존의 ‘판막치환술’, 환자의 판막은 그대로 두고 보조장치를 이용해 기능을 되살리는 ‘판막성형술’이 그것이다. 판막은 심장 내 심방과 심실, 대동맥 연결 부위에 각각 위치하는 구조물로, 심장박동에 따라 유기적으로 열렸다 닫혔다 하며 혈액순환을 원활히 하는 역할을 한다. 송명근 교수가 개발한 ‘카바’수술법은 환자의 판막 근부에 자체 고안한 링(Ring)을 갖다대고, 판막을 본래의 모습으로 복원하는 일종의 판막성형술에 해당된다. 송 교수 측에 따르면, 손상된 판막의 움직임을 파악한 후, 판막이 헐거워진 핵심 부위를 원 형태의 링으로 잡아매어 조여주면 본래의 판막 기능을 되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심장판막 질환자는 판막 주변의 구조물도 느슨해져 전체적인 심장박동 기능이 떨어져 있는데, 이 방법을 쓰면 판막 주변 전체가 탄탄하게 조여져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주장이다. 3개로 된 판막 잎사귀를 심장박동에 따라 절묘하게 딱딱 맞아떨어질 수 있도록 템플레이트(Template·판막엽 교정틀)로 오려 갖다 붙이는 것이 카바수술의 핵심 노하우(know-how)다. |
수술환자 336명 가운데 조기사망률 ‘제로’
대한흉부외과학회 학술위원장을 지낸 최종범 전북대의대 교수. 카바수술을 처음으로 배운 의사다. |
송 교수는 “카바수술을 직접 보거나 강의를 듣지 않은 동료들이 의구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한 번 보고 수술을 해본 의사들은 카바가 모든 대동맥 판막질환에 적용이 가능하며, 평생 항응고제 복용이 필요 없고, 재수술률이 낮은 안전한 치료법이라고 확신하게 된다”고 했다.
인제대 서울백병원 흉부외과 김용인(金龍仁) 교수는 카바수술을 50여 차례 시술한 인물이다. 그는 “처음 돼지 심장을 이용해 카바수술을 하고 난 후, 심장병의 역사를 바꿀 수술이란 생각에 잠을 설쳤다”면서 “카바는 수술방법이 표준화돼 있어 우리나라가 내세울 만한 의료 신기술”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대동맥 근부의 수축 이완을 아무도 생각하지 않고 수술했기 때문에 그동안 판막수술에서 문제가 발생했던 것”이라며 “카바수술은 ‘동관 이행부(Sinotubular Junction)’를 찾아내, 그 부분을 링으로 고정시키고, 대동맥 근부의 수축률을 수학적으로 계산해 판막엽을 템플레이트로 정확하게 잘라 판막을 만들어주기 때문에 망가질 가능성이 적다”고 했다.
건대병원에 따르면, 2007년 10월 송명근 교수가 서울아산병원에서 건대병원으로 옮긴 후 2011년 3월 말까지 3년6개월 동안 총 586명의 환자에게 카바수술을 시행했다고 한다. 이 가운데 대동맥 판막질환으로 카바수술을 받은 환자는 336명이었고, 수술 중 사망 또는 수술 후 조기사망은 ‘제로’였다고 한다.
기존의 인공판막을 이용한 외국의 대동맥 판막치환술은 수술사망률이 2~5%에 이르고, 2중 판막치환술은 수술사망률이 10% 내외로 알려져 있다. 이에 비해, 카바수술은 판막질환 여러 개가 겹친 중환자들이 많고, 대부분 고령자였음에도, 수술 사망환자가 없었다는 대목이 눈길을 끈다. ‘협심증’으로 불리는 관상동맥질환과 카바수술을 동시에 시술한 29명의 환자에서 2명의 환자가 조기에 사망(사망률 6.8%)했는데, 이것도 외국의 수술사망률 8~12%보다 낮은 수치였다.
대동맥 근부질환은 172명을 치료했다. 여기에는 사망률이 매우 높은 대동맥 박리(찢어짐)증 환자 57명이 포함돼 있고, 상행대동맥류 환자가 78명, 대동맥근부확장증 환자가 37명이나 포함돼 있음에도 불구, 수술사망률은 2.3%로 외국병원에서 보고한 10~15%에 비해 매우 낮은 결과를 나타냈다. 중복판막질환, 고령자 등을 모두 포함한 대동맥 판막환자 336명을 3년6개월간 추적조사한 결과, 사망자는 4명(사망률 1.2%)이었다.
이를 기간으로 나눈 연간 추적사망률은 0.7%/년으로, 기계판막의 연간추적사망률(2.5~4%/년)에 비해 월등하게 좋은 결과를 보였다. 또한 대동맥 판막질환으로 재수술을 한 경우 연간 1.1%로, 기존 조직판막의 연간 재수술 2.4%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 카바수술 논란 일지 · 1997년 6월 카바 첫 수술. 인조혈관 재료인 ‘헤마실드(Hemashield)’와 인조섬유인 ‘테프론 펠트’를 이용. 1호 환자 김모씨, 수술 이후 지금까지 14년간 정상인으로 활동. · 2004년 11월 식품의약품안전청, 사이언시티(주)가 개발한 카바링 임상시험 허가. 宋明根 교수 임상용으로 사용. · 2006년 11월 식약청, 카바링 상용시판 허가. · 2007년 3월 22일 宋 교수, 카바수술의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위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카바를 신의료 기술로 신청. · 2007년 9월 1일 宋 교수 건국대학교병원으로 이직. · 2008년 11월 宋 교수 대한흉부외과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카바수술 성적 발표. 의료전문포털 ‘코메디닷컴’에서 宋 교수의 카바수술에 대한 비판 기사 게재. · 2009년 6월 심평원, 카바수술을 조건부 비급여로 결정. 조건은 2012년 6월까지 전향적 연구결과를 판단해 건보 적용여부를 판단한다는 것. 심평원, 운영지침을 제정해 ‘카바실무위원회’를 설치하고, 카바수술 임상연구를 보건연에 맡김. · 2009년 9월 보건연과 건대병원 측 카바수술 임상연구를 위한 연구계획서 작성을 놓고 논쟁. · 2009년 11월 카바실무위, “宋 교수, 연구의지 없다”고 판단. 연구계획서 제출 시까지 수술을 중단하라고 결정. · 2009년 12월 말~2010년 12월 말 보건연, 연구 위해 宋 교수 환자의 의무기록 열람. · 2010년 1월 건국대 교원징계위, 심장혈관내과 유규형·한성우 교수를 카바수술 부작용에 관한 허위사실을 식약청, 청와대 신문고 등에 제기하고, 허위논문을 유럽학회에 발표했다며 해임 결의. · 2010년 2월 보건연, 중간조사 결과를 카바실무위에 보고. 이에 따라 카바실무위에서 수술중단 결의. · 2010년 9월 건대병원, 보건연의 연구결과 정면 반박. · 2010년 10월 국회 보건복지위 국정감사, 한나라당 孫淑美·李愛珠·崔敬禧 의원은 카바수술 중단을 주장한 반면, 민주당 崔英姬 의원은 보건연의 조사가 조작됐다고 지적. · 2010년 10월 6일 보건연 許大錫 원장, 대한흉부외과학회 安赫 이사장에게 이메일을 보내 ‘보건연 연구결과를 신뢰한다’는 지지 성명을 요청했다 탄로. · 2010년 12월 심평원의 의료행위전문평가위원회, 보건연의 보고서 ‘무효화’. 宋 교수 중심으로 2012년 4월까지 남은 기간 동안 연구를 진행하도록 결정. · 2011년 5월 6일 카바관리위, 전향적 연구대상 적응증을 ‘만성의 중증 대동맥판막폐쇄부전’으로 제한한다는 안(案)을 건대병원에 송부. · 2011년 5월 11일 건대병원, “카바관리위에 보건연 허위 보고서 작성에 직간접으로 간여한 의사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면서 공식적으로 ‘기피’ 신청. · 2011년 5월 30일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라 심평원에서 카바관리위 구성. · 2011년 7월 14일 보건복지부, 宋 교수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카바수술 전향적 연구의 수술 대상질환과 적응증을 아무런 근거 없이 20% 이내로 축소하는 고시를 발표. · 2011년 7월 19일 宋 교수, 보건복지부 고시에 대해 “신기술 지정 신청을 철회하고 ‘대동맥 판막성형술’로 하겠다”고 하자, 심평원은 “과징금을 부과하겠다”고 통보. |
카바수술 논란의 불씨 지핀 ‘新의료 기술 신청’
2010년 2월 23일, 송명근 교수는 건국대병원 대강당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의료 기술이 나올 때 의학자들이 쉽게 받아들인 적이 없다”며 “세월이 흐르면 나의 방법이 인정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2007년 3월 22일, 송명근 교수는 심평원에 카바수술을 ‘신의료 기술’로 신청하며 건강보험을 적용해 달라고 했다. 이때 카바라는 이름을 처음으로 사용했다. 건대병원은 “카바수술을 하려는 환자들이 보험혜택을 받지 못해 경제적인 부담이 늘자, 송 교수는 그들에게 카바수술을 부담없이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건강보험 급여혜택을 서둘렀다”고 했다.
송 교수가 카바에 대해 신의료 기술 신청을 하자, 자체 판별 능력이 없던 보건복지부 산하 심평원은 흉부외과학회에 자문을 의뢰하게 된다. 건대병원 측은 “심평원이 송 교수의 신청을 받고 흉부외과학회에 의뢰할 때만 해도, 박주철(朴胄澈)·강면식(姜冕植) 이사장 등 폐와 관상동맥을 담당하는 의사들은 전폭적으로 카바를 지지했다”고 했다. 2007년, 흉부외과학회에서 이상기류가 감지됐다고 한다. 조건현(曺建鉉)·안혁(安赫) 이사장 등을 중심으로 판막수술을 주로 하는 4대 병원의 의사들이 흉부외과학회의 주도권을 장악하면서 학회의 분위기는 카바를 반대하는 쪽으로 쏠렸다.
송 교수는 “신기술 지정 신청을 한 후, 기존 판막치환술을 옹호하는 흉부외과 의사들이 주축이 된 이해당사자들로부터 집중적인 공격을 받았다”며 “카바수술이 기존 판막치환술과 비교할 수 없는 우월한 효능과 안전성 때문에 ‘순간적인 독점가능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기존의 판막치환술을 해오던 의사들에게는 카바수술이 위험한 경쟁자로 보일 수밖에 없고, 그것을 인정하거나 그대로 두었다가는 입지가 좁아지게 되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를 막으려고 했다는 것이다.
2008년 5월 22일, 대한흉부외과학회는 심평원에 “카바는 ‘대동맥 판막성형술’에 포함되며, 신기술이 아니라 기존 수술의 조합(組合)으로 본다”는 의견을 보냈다. 건대병원 측은 “카바가 대동맥 판막성형술 행위정의에 속한다는 것은 틀린 말이 아니지만, 신기술이 아니라는 주장은 미국 수술특허를 받은 사실만 보아도 허위임이 명백하다”고 했다.
외국에서 속속 카바 관련 특허가 나오자, 대한흉부외과학회는 2009년 1월 22일 “3~5년간의 장기성적 발표를 통해 권위 있는 학술지에 출원해야 한다”고 말을 바꿨다. 이에 대해 송명근 교수는 “이미 유럽흉부외과학회지(誌)와 대한순환기학회지에 최장 7.5년의 자료를 제출했다”고 반박했다.
특히 대한흉부외과학회는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하 보건연)에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4개 병원의 대동맥 판막치환술 성적을 사실과 다른 ‘사망률 1.4%’로 만들어 보냈다. 사실과 다른 자료를 만드는 데 간여한 대한흉부학회 K모 교수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 팀에 내용을 제보했고, 의료전문 포털인 ‘코메디닷컴’에 ‘송명근 교수, 가족에게 카바수술 시키시렵니까?’라는 칼럼을 게재하기도 했다.
송 교수는 “가족이 수술을 받는다면 카바를 할 것이고, OOO교수는 환자에게 하는 치료와 가족에게 하는 치료를 구분하느냐”고 반박했다.
심장학회까지 논란 ‘확전’
2007년 3월 카바 신의료 기술 신청을 한 후, 송명근 교수는 1989년 2월부터 18년간 근무했던 서울아산병원을 떠나 심장수술의 불모지(不毛地)나 다름없던 건대병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얼마 안 가 ‘송명근 심장병클리닉’으로 환자 쏠림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송 교수가 건대병원에 자리를 잡는 과정에서 같은 병원 심장내과 유규형·한성우 교수 등과 갈등이 싹트기 시작했다. 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심장병 치료 시스템은 심장병 환자가 병원에 가면, 심장내과 의사가 진료해 각종 검사를 통해 수술여부를 판단, 흉부외과로 넘기는 구조다. 따라서 심장내과 의사들은 흉부외과 의사들에 대해 일종의 ‘갑(甲)’의 위치에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한다.
유규형·한성우 교수는 2009년 카바수술을 받은 환자 가운데 5명에서 관상동맥 입구가 좁아지는 부작용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환자들은 재수술을 받거나 스텐트(금속 그물망)를 넣어 좁아진 부위를 넓히는 시술을 받았다고 했다. 유규형, 한성우 교수는 2008년 10월 카바수술을 받은 환자 5명에서 나타난 부작용 9건을 유럽흉부외과학회 학술지에 사례보고 논문으로 제출했고, 식품의약품안전청과 청와대 신문고에도 올렸다.
이에 대해 송 교수는 “관상동맥 입구가 좁아지는 부작용은 심장박동을 멈추게 하는 약을 주입할 때 사용하는 특정 도관(카테터·독일 폴리스탄사 제조) 때문에 발생했다”며 “이는 카바수술과 관련이 없으며, 우리가 먼저 학계에 보고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건국대는 2010년 1월, 징계위원회를 열어 두 교수에 부정논문과 허위내용 유포에 대한 책임을 물어 해임했다. 송 교수는 “징계위 결정과정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심장학회는 해직교수들을 돕는다는 명분으로 내게 온갖 허위내용을 주장했고, 책자까지 만들어 언론에 배포했다”고 했다. 이때부터 심장학회까지 나서 송명근 교수의 카바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심장학회는 카바가 국내 최초로 미국의 ‘수술법 특허’를 받은 것에 대해, ‘특허가 안전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국내에서 인체에 삽입하는 의료기로서는 최초로 유럽연합 인증인 CE인증을 받은 것을 두고도 “장난감도 받는 것”이라고 폄하했다고 한다.
심장학회는 “송 교수가 수술이 필요하지 않은 경미한 환자들에게 본인이 설립한 회사 제품을 이용해 불필요한 수술을 하진 않는지 의학적·윤리적 차원의 조사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송 교수는 “망가진 판막을 통째로 갈아끼우는 기존의 판막수술과 달리 카바는 환자의 판막을 보존하는 새로운 치료법이어서 수술대상이 다름에도 이를 마치 경증환자에게 무리한 수술을 한 것처럼 심장학회가 호도했다”고 말했다.
의료인터넷 포털인 ‘코메디닷컴’은 2008년 심평원의 카바 신기술 신청과 관련한 결정이 임박한 상황에서 카바와 관련한 부정적인 보도를 한 달에 무려 42건이나 쏟아냈다. ‘코메디닷컴’은 하루 3~4차례씩 3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안티 카바’ 보도를 올렸고, 2009년 6월 송 교수는 ‘코메디닷컴’에 정정보도를 요청했다. 2010년 12월,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도 송 교수를 집중 공격했다. SBS는 송 교수의 항변에 따라 그 후 반론보도를 했다.
보건연의 보고서 허위조작 ‘의혹’
2009년 6월, 심평원은 카바수술을 ‘조건부 비급여’로 하는 결정을 내렸다. ‘카바수술’을 기존의 ‘대동맥 판막성형술’과 달리 의료보험의 또 다른 항목으로 추가하되, 수술비 전부를 환자 부담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심평원은 2012년 6월까지 ‘전향적(前向的)’ 연구결과를 판단해 건강보험 적용여부를 결정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전향적 연구’란 조사연구의 대상이 개시시점 이후인 경우, ‘후향적(後向的) 연구’는 개시시점 이전인 경우를 말한다.
카바수술을 받는 환자는 수술 수가뿐만 아니라 치료·재료비까지 100% 부담하게 돼 있다. 환자 부담이 크게 늘 수밖에 없다. 반면 해외에서 수입한 인공 심장판막을 수술받는 환자의 경우, 5%만 환자가 부담하면 된다.
이와 함께 심평원은 운영지침을 제정해 ‘카바실무위원회’를 설치하고, 카바수술 임상연구를 보건연에 맡기기로 했다. 건대병원 측은 “카바수술을 선택하기 어렵게 하는 조치”이며 “카바의 신기술 의료 신청을 ‘승인’도 ‘반려’도 아닌 채로 전향적 연구를 맡긴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런데 카바 연구를 맡는 ‘카바실무위’와 ‘보건연’은 카바를 적극 반대하는 위원들로 구성됐다. 2009년 카바 연구를 맡게 된 보건연은 수억 원의 예산을 배정받았으나, 전향적 연구는 하지 않고, 9개월이 지나서야 비용과 노력이 적게 드는 후향적 연구로 바꿨다. 건대병원 측은 “보건연에서 좀처럼 연구를 시작하지 않아 두 차례에 걸쳐 연구계획서 초안(草案)까지 보냈다”면서 “놀랍게도 이때 보건연은 연구의 주체가 자신들이라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했다.
2010년 2월, 보건연은 “안전성 문제로 카바수술은 잠정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건복지부에 전달했다. 본격적인 카바수술 논쟁에 불을 붙인 셈이다. 송명근 교수가 3년 동안 건대병원에 재직하면서 카바수술을 시행한 환자 중 수술 후 심장 주변 감염병으로 사망한 사례와 그 이전 서울아산병원에 재직하면서 시행한 수술 중 심각한 후유증이 발생한 사례를 분석한 결과,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었다.
건대병원 측은 “보건연은 자의적 기준에 따라 카바수술을 한 환자들 의무기록의 일부만을 발췌, 카바 사망률을 터무니없이 부풀렸다”고 주장했다.
보건연은 최종보고서에서 카바수술 조기사망률은 1.19%, 1년 사망률 3.83%이며, 국내 4개 대학병원의 1년 사망률은 1.4%라는 결과를 제시했다. 반면, 건대병원 검토의견 보고서는 “카바수술 1년 사망률 3.83%는 실제 사망률이 아니라 통계적 방법으로 추정해 낸 사망률이며, 수술사망률 20%에 육박하는 대동맥 근부질환을 포함시켜 고의적으로 사망률을 부풀린 대표적인 케이스”라고 주장했다.
보건연은 “카바수술 환자 397명에 대한 (수술 대상) 적합성을 검토한 결과, 52건(13.1%)이 부적합하며, 이 중 1명의 사망자와 3명의 심내막염 환자가 발생했다”면서 이를 근거로 “카바수술을 중단시켜야 한다”는 보고서를 보건복지부에 제출했던 것이다. 송명근 교수는 “보건연의 카바 연구위원들이 통계자료를 허위로 조작한 점, 상당한 연구비를 받아놓고 전향적 연구가 아닌 손쉽고 비용이 들지 않는 후향적 연구로 바꾼 점, 연구기간 중 보건연이 1차와 2차 연구보고서를 언론에 흘린 것은 비밀유지의 법규를 위반한 것으로 반드시 시비가 가려져야 할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보건연, 흉부외과학회에 이메일 보내 지지 부탁
허대석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초대 원장. |
보건연은 국정감사에서 카바수술 안전성 조사과정과 결과에 심각한 오류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당황해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건대병원은 배종면(裵鍾冕) 보건연 임상성과분석실장을 명예훼손혐의로 검찰에 형사고발했다.
그러자 보건연은 상황이 급해졌다. 2010년 10월 6일, 보건연은 허대석(許大錫) 원장 명의로 대한흉부외과학회 등 관련학회에 SOS 신호를 보냈다. 보건연은 이메일에서 “어느 방향으로 마무리될지 모르나 국정감사가 중요한 분기점입니다”라고 구체적인 일정을 명시한 후 “10월 19일까지 (국정감사) 답변서를 보내야 하는 만큼, 그 전에 ‘흉부외과학회는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연구결과를 신뢰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보도자료 형태로 언론기관에 배포해 달라”고 요청했다.
송명근 교수가 공개한 허대석 원장의 메일. 보건연의 연구보고서에 지지를 표명하는 성명을 발표해 달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
민주당 최영희 의원은 “한 개인이 정부 지원도 없이 열정과 노력으로 개발한 원천기술을 정부기관이 잘못된 데이터를 근거로 싹을 잘라버리려고 한다”면서 “보건의료 신기술을 대하는 정부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최영희 의원은 “모든 일에 대해 복지부는 보건연에 아무런 책임도 묻지 않았으며, 오히려 보건연을 지지한다는 성명을 냈다”면서 업무 진행 과정에 의문을 제기했다.
카바수술 논란을 처음부터 추적해 온 양영태(梁榮太) 전 서울대 초빙교수(치의학박사)는 “보건복지부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허위조작 보고서를 만든 보건연은 처음부터 카바수술을 사장시키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한 행동을 해왔다”면서 “결론도 나지 않은 자료를 유출하고, 균형감을 상실한 통계로 논란을 키운 보건연은 진실을 밝히라”고 했다.
고양이에게 생선가게 맡긴 심평원
보건복지부 방침에 따라 카바 연구는 2010년 11월 심평원의 의료행위전문평가위원회(이하 의전평) 심의대에 올랐다. 보건연 보고서 <종합적 대동맥근부 및 판막성형술의 후향적 수술성적 평가연구>와 건대병원의 <보건연의 연구보고서 검토의견>을 면밀하게 검토한 의전평은 2011년 2월, 보건연으로부터 전향적 연구 책임자로서의 자격을 빼앗고 책임을 송명근 교수에게 맡겼다.
송명근 교수는 건국대의대, 인제대백병원, 전북대병원, 영남대병원, 부산대병원 등 5개 병원에서 동시에 판막치환술과 카바의 성적비교를 위한 전향적 연구를 진행하기로 했다. 5개 병원은 환자에게 ‘카바’와 ‘판막치환술’의 장단점을 설명하고 환자에게 카바 또는 판막치환수술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도록 해 그 수술결과로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는 연구를 하기로 한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2011년 5월 30일 고시(告示)를 통해 의전평 안에 ‘카바수술 관리위원회’를 설치했다. 새 위원회는 수술할 수 있는 환자의 대상질환(적응증)을 현재의 20% 미만으로 줄여 환자의 선택권을 극도로 제한했다. 연구책임자인 송 교수가 이미 제출한 연구계획서를 무효로 하고, 대신 축소된 적응증을 토대로 새 계획서를 만들어 5개 병원의 IRB(임상연구윤리위)와 카바수술관리위의 승인을 거쳐 연구를 시작하도록 한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 별다른 문제가 없는 듯이 보였다.
그러나 그 후 진행 과정을 보면 복지부 고시의 ‘숨은 뜻’을 알아챌 수 있다.
복지부의 요청에 따라 심평원은 카바 관리위원의 선발을 심장학회와 대한흉부외과학회에 위임했다. 심장학회는 카바수술 비난 성명까지 발표한 곳이고, 흉부외과학회 역시 송명근 교수 비판 성명서를 준비했던 곳이다. 이런 학회가 카바수술을 관리할 위원을 공정하게 선발할까.
건대병원에 따르면, 위원 중 서울의대 K교수는 보건연의 카바 허위자료 조작에 관여했다고 한다. 보건연의 카바수술 후향적 연구보고서 작성책임자였던 배종면 교수도 관리위원이 됐다. 건대병원에 따르면, 9명의 위원 중 6명이 직간접으로 카바수술을 공격하는 쪽이다.
이에 건대병원은 이들 6명에 대해 기피·제척을 신청했다. 기피·제척(忌避·除斥)은 판단의 공정성을 위해 위원들이 특정 사안에 대해 특수한 관계가 있을 때에 그 사건에 관한 직무 집행을 행할 수 없는 것을 말한다.
건대병원 측은 “심평원 담당자는 ‘위원의 편향성은 학회에 의뢰해 이뤄진 일이므로 책임이 없고, 기피·제척은 업무상 받아들이기 어렵고, 대신 개발자(송명근)에게도 2명의 위원 추천권을 줄 테니 타협하자’는 취지로 부적절한 거래를 제안해 왔으나 거절했다”고 했다. 건대병원 측은 “심평원은 기피·제척에 대해 현재까지 공식적인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최종범 前 학술위원장, “카바관리위원회가 왜 생겼나?”
카바수술을 50여 차례 시행한 인제대 서울백병원 흉부외과 김용인 교수. |
건대병원 측은 “이는 카바의 적응증(수술이 가능한 대상 질환)을 근거 없이 20%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고 그나마도 관리위가 허락해야 수술할 수 있다는 것은 수술 중지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건대병원 홍보실 관계자는 “송명근 교수는 하는 수 없이 환자들에게 돌아가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 신기술 신청을 포기하고, 원하는 환자들에게 카바를 ‘대동맥 판막성형술’로 시행하기로 결심했다”면서 “심평원은 판막성형술로 카바수술을 시행하면, 과징금을 부과하고 영업정지를 내리겠다는 등 송명근 교수에게 으름장을 놓고 있다”고 했다.
이 문제에 대해 흉부외과학회 상임이사와 학술위원장을 역임했던 최종범 전북대의대 흉부외과 교수를 만났다. 그는 보건연의 카바에 대한 연구보고서 결과를 심의하기 위해 지난해 12월부터 올 1월까지 운영된 전문가 자문단회의에도 참석했다. 그의 말이다.
“왜 심평원의 카바수술관리위원회가 발족했는지 의문입니다. (흉부외과학회 집행부는) 카바가 신기술의 보험급여를 받고자 하는 경우, 3~5년의 수술결과와 그 결과가 담긴 해외논문집 또는 국내 전문 논문집이 나오면 신기술 인정을 고려한다고 했는데…. 이 결론은 결코 사문화(死文化)해선 안 될 것입니다. 현재 카바수술은 신기술이냐 아니냐는 흉부외과 전문가들의 결정을 떠나, 전향적 연구와 한정된 수술 적응증이라는 굴레에 빠져 ‘신기술 존폐’의 위기로 비화됐습니다. 현재 카바의 신기술 공방은 계속 혼란 속으로 빠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행정과정을 역추적해 선과 후를 분명하게 가려야 할 것입니다.”
인제대 서울백병원 김용인 교수는 “카바수술은 이미 안전성이 입증된 수술”이라면서 “카바수술은 안전성의 문제를 넘어 특정질환에서 얼마나 유효한가를 보는 ‘유효성’의 문제인데도 반대론자들은 ‘안전성’으로 호도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판막치환술에서도 일어나는 합병증을 놓고 안전성의 문제라고 한다면 똑같이 판막치환술도 안전하지 못한 것이란 뜻과 무엇이 다르냐”며 “카바가 불안정하다고 강변하는 사람들은 시간이 흘러 카바에 대한 객관적 판정이 이뤄지면 부끄러움과 함께 그 책임도 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대 의국’의 밥그릇 싸움?
기자가 최근 만난 서울대의대 출신의 한 흉부외과 교수는 “카바는 환자들에게는 ‘복음(福音)’이었지만, 기존 판막치환술을 하는 의사들에게는 달갑지 않은 소식이었다”면서 “그들에겐 자신들의 수술법을 버리고 카바를 배우든지, 송명근 교수의 카바수술을 정면으로 비판하든지 선택지가 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는 “‘그들’은 카바수술을 받아들이면서도 카바를 공격해 무너뜨리는 쪽을 택한 셈”이라며 “이것이 4년4개월째 의학계를 달구고 있는 카바 안전성 논란의 눈에 보이지 않는 핵심”이라고 했다.
카바수술을 둘러싼 이해당사자 그룹에는 건대병원에서 해직당한 심장내과 교수, ‘가재는 게 편’이란 말이 있듯이 해직교수들을 지지하는 심장학회, 판막치환술을 주업으로 하는 대한흉부외과학회, 보건연, 건대병원과 심장 분야를 놓고 경쟁하는 대형 병원, 그들과 연결된 것으로 보이는 다국적 판막 제조회사, 이에 편승해 과학을 희화화(戱畵化)해 제2의 황우석(黃禹錫) 교수로 몰고가려는 일부 편향 언론, 그들과 연계가 있으리라 짐작할 수 있는 국회의원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소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고 한다.
서울의대 출신의 이 교수는 “현재 전국 대학병원 주요보직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서울의대 출신들이 동문인 두 해직교수가 건대병원에서 해직당한 것을 자존심 문제로 보고 있다”면서 “실제로 건국대 징계위원회에서 두 해직교수는 ‘우리의 존재가 건대에 도움이 됐을 것’이라는 식으로 말해 징계위원들을 격노하게 했다”고 말했다.
그는 “주요병원은 서울대의대 출신 교수 비율이 각 과마다 70% 이상을 차지하는데다 주요보직을 꿰차고 있고, 학회도 서울대의대 출신이 독식(獨食)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의사들 사이에선 ‘서울대 의국(醫局) 간의 밥그릇 싸움’으로 보는 경향도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그는 “해외 학회에서 소개되는 수술법이 있으면 즉시 자신의 수술에 시도하려는 의사들이 카바라는 획기적인 수술기법은 왜 선택하지 않는지 그 이유는 자명하다”면서 “서울대학병원은 의사로서의 자존심, 세브란스·서울아산병원·삼성서울병원은 환자 수가 급감할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黃禹錫 교수와 똑같은 소리 하고 있다”
대한흉부외과학회 이사장 안혁 서울대의대 흉부외과 교수. |
―3년째 의료계에서 카바수술 논란이 가라앉고 있지 않습니다. 이 논란의 핵심은 무엇이라고 봅니까.
“안전 여부 검증을 못 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환자한테 시술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송명근 교수가 새로운 기술을 발명했음에도 흉부외과학회가 반대를 해서 노벨의학상 발목을 잡고 있다며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습니다. 황우석(黃禹錫) 교수와 똑같은 소리를 하고 있어요.”
―보건연 허대석 원장은 대한흉부외과학회에 “2010년 10월 국정감사가 중요한 분기점이니, 대한흉부외과학회가 보건연을 지지한다는 성명서를 각 언론사에 보내달라”는 내용의 청탁 메일을 보냈습니다. 보건연이 왜 그랬다고 봅니까?
“그게(카바수술) 무슨 정치문제라고 국정감사까지 끌고 가는 게 말이 돼요? 최영희 의원이 국감에서 보고하는 보건연 원장에게 소리를 질렀답니다. 이 양반이 급하니까 나한테 ‘이런 일이 벌어졌는데, 이 문제에 대해서 입장을 표명해 달라’는 부탁을 했어요. 흉부외과와 관계된 일이니까 당연히 나한테 얘기할 수 있겠죠. 원장이 내게 직접 전화도 했고, 이메일도 보냈기 때문에 내가 상황이 이렇다는 것을 상임이사들한테 알려준 거예요. 비서가 내용도 모른 채 OOO에게 보냈다가, 송명근 교수에게 흘러들어간 겁니다.”
―보건연의 데이터가 조작됐다는 사실은 어찌된 건가요?
“거기에 참여한 열 몇 명의 교수가 다 바보인가요? 보건연에서 카바수술 결과를 보니 좋지 않아서 안전하지 않다고 잠정적인 결론을 냈죠. 그것을 송명근 교수가 인정을 안 하는 거예요. 송명근 교수 측에서 데이터가 조작됐다고 하면서 그 사람들 중의 일부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작년 복지부 국정감사까지 끌고 가 민주당 최영희 의원을 동원하고 난리를 쳤어요. 복지부를 야단치니까 심평원에서 전문가들을 불러서 또 회의를 열어 앞으로 1년 반 정도 시간이 있으니까, 전향적 연구를 해보자고 결론을 내렸던 겁니다.”
기자가 “그럼, 카바수술은 퇴출해야 할 위험한 수술인가”라고 묻자, 그는 멈칫하다 이렇게 말했다.
“아니,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 안전한가 안 한가를 확인하자는 거예요.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뭐냐? 송명근 교수가 그동안 1000회 정도 수술을 했으니 데이터를 전부 내놓고 확인하자는 겁니다. 송명근 교수가 하는 카바수술은 10년 내에 판결이 날 겁니다. 거의 70~80% 재수술을 하게 될 거예요.”
―판막치환술은 1960년대부터 시작했습니다만, 지금도 기술적 진보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카바와 같은 기술이 등장했으니 흉부외과학회 차원에서 함께 연구해 보고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신기술 아니라니까요. 송명근 교수가 외국학회에 가면 꼭 그런 식으로 말하곤 합니다.”
―지난 4월, 미국 특허청이 송명근 교수의 카바에 대해 수술재료와 함께 수술방법에 대해서도 특허를 내주었다고 하는데, 안전하지도 않은 수술에 특허를 내준단 말입니까.
“수술에는 특허라는 게 없습니다. 모든 사람이 쓸 수 있도록 다 알립니다. 수술에 특허가 있다는 말은 육십 평생을 살면서 생전 보도 듣도 못 했어요.”
기자가 “일부 의사들은 카바수술의 사망률이 높고 부작용도 많은 위험한 수술이라고 합니다만, 포털사이트 ‘다음’에 카바수술을 받은 환자들이 운영하는 카페를 보니, 거꾸로 대부분의 환자가 아주 만족해 한다”고 하자, “거기 회원이 몇 명이나 되는데요”라고 반문했다. “2000명이 넘는다”고 하자, 그는 “조회 수가 회원 수는 아니지요”라며 믿지 않았다.
―환자들은 판막치환술이든 카바든 신기술로 인정해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어느 수술을 받을지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환자의 권리라고 주장합니다.
“보험을 인정받으려면, 그 수술이 안전한지 안전하지 않은지 전제조건이 있어야 해요. 그런 얘기는 할 필요가 없고요. 송 교수 주장은 카바가 안전하냐 유용하냐를 결정한 다음, 그다음에 판단할 문제입니다. 나로서는 선배가 노벨상을 받을 만한 업적을 낸다는데, 반대할 이유가 없습니다.”
송명근 교수의 카바수술을 받은 환자들의 모임인 ‘송카사모’ 회원들. 가운데가 지형식 회장, 뒷줄에 한기범씨가 보인다. 송카사모는 2011년 7월 현재 2145명의 회원이 가입돼 있다. 카바수술을 받은 사람이 1000명 정도라고 하면, 1000명 정도의 심장병 환자들이 카바수술을 고려하고 있다는 얘기다. |
분노한 ‘송카사모’ 회원들
카바수술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그치질 않자, 실제 카바수술을 받았던 환자들이 기자회견을 여는 등 카바수술의 안전성을 알리고 나섰다. ‘송카사모(송명근 교수의 카바수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는 지난해 4월 기자회견을 열고 “카바수술을 직접 체험한 우리 환자들이 가장 정확하고 숨길 수 없는 살아있는 자료”라며 “안전하고 우수한 카바가 현 시점에서 억울하게 사라지는 일이 생겨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다음’에 개설돼 있는 ‘송카사모’에는 2145명의 회원이 가입돼 있다. 카페는 주로 카바수술을 받은 것에 대한 ‘만족’과 ‘감사’의 글들로 채워져 있다. 2008년 11월 대동맥 판막폐쇄부전(판막이 잘 닫히지 않아 피가 새는 질환)으로 카바수술을 받은 송카사모의 지형식(池亨植) 회장은 “‘안전하지 못하고 사망자도 많으며 유해사례가 많은 카바수술을 중지시켜야 한다’는 보건연의 발표를 보면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면서 “카바수술 받고 건강하게 살고 있는 우리 환자들은 뭐란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회원 노규서씨는 “조직 판막치환술은 10년마다 재수술을 해야 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꺼리는 편이며, 기계 판막치환술은 심장 안에 기계식 인공판막을 넣기 때문에 이로 인해 생기는 혈전이란 핏덩이가 뇌로 올라가 막혀 중풍을 유발, 이를 방지하기 위해 와파린(쿠마딘)이라는 약을 평생 복용해야 한다”면서 “장기 복용하면 지혈이 안 돼 몸에 조그만 상처가 생겨도 응급실로 가야 한다”고 했다.
박재근 회원은 복지부 고시로 카바수술을 사실상 중단하게 하는 조치가 내려진 데 대해 “복지부, 심평원, 보건연 관계자들에게 2가지만 이야기하고 싶다”면서 “첫째, 자기 자신이 대동맥 판막협착증이나 폐쇄부전증으로 수술해야 한다면 기계 판막치환술로 할 것인지, 둘째 이미 카바를 한 환자들은 카바 중지를 내리면 어디 가서 다시 심장관리를 받아야 하나를 묻고 싶다며 평생 와파린을 먹는다는 것이 남의 일이기 때문에 그런 결정을 내리는 것”이라고 했다.
김현선 회원은 “모든 수술에는 위험이 따르고 기계판막, 조직판막, 카바수술 모두 존재해야 한다. 그러나 3가지 판막수술 가운데 수술의 선택권은 환자에게 있어야 한다”면서 “내가 선택한 카바의 장점은 와파린을 평생 먹지 않아도 되고, 재수술에서 해방되고, 안전하게 출산할 수도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고 했다.
비웃음과 조롱의 단계
인도 흉부외과학회장을 지낸 비벡 자왈리 박사. 그는 심장수술 1만8000여 건을 기록한 인도 최고의 흉부외과 의사다. |
카바수술관리위원회 구성과 수술 적응증 축소와 관련해 심평원과 시술자인 송명근 교수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건대병원과 함께 전향적 연구에 참여하기로 했던 병원들(전북대병원, 서울백병원, 영남대병원, 부산대병원)도 연구진행 불가(不可)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연구 참여 취소 가능성까지 언급해 최악의 경우 카바수술 전향적 연구와 관련된 판을 새로 짜야 할 상황이다. 송명근 교수와 심평원이 카바수술의 전향적 연구를 둘러싼 갈등을 벌이는 사이 신의료 기술의 ‘싹’은 짓밟히고 있는 것이다.
송명근 교수는 “우암(尤庵) 송시열(宋時烈·1607~1689)의 10대손으로 치과의사였던 선친(宋永煥)께서 ‘실력 없는 의사는 죄인’이라는 말을 늘 들려주시곤 했다”면서 “‘오늘날에는 발전하려고 노력하지 않는 의사도 죄인이다’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고 했다. 그는 “반대를 위한 반대와 왜곡들이 시기를 늦출지언정, 의학발전의 도도한 흐름을 가로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양영태 박사는 “우리나라가 의료분야에서 세계를 제패할 가능성이 매우 큰 카바에 국가가 지원은 못 해 줄망정, 일부 이익단체에 이끌려 카바수술을 좌초시킨다면 큰 죄를 짓는 것”이라고 했다.
인도 흉부외과학회 회장을 역임한 비벡 자왈리(Vivek Jawali)는 지금껏 심장수술을 1만8000여 건이나 한 인도 최고 수준의 흉부외과 의사다. 그는 작년 4월 9일, 건대병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의미 있는 말을 던졌다. “송명근 교수에 대한 한국 흉부외과 의사들의 비판은 불행한 일이지만, 이미 예상한 일입니다. 급진적이지만 성공적인 모든 아이디어는 4단계를 거쳐 완성됩니다. 1단계는 불신의 단계, 2단계는 비웃음과 조롱의 단계, 3단계는 묵시적으로 받아들이는 단계, 4단계는 박수를 치는 단계죠. 한국은 현재 2단계에 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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