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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게 낫지 싶다가도
갑자기 고통이 멈추면 적막해요
죽는 게 낫지 싶다가도
갑자기 고통이 멈추면 고통이 생각나지 않아요
죽는 게 낫지 싶다가도
갑자기 고통이 멈추면 죽고 싶어요
죽음도 이보다 깊이 내게 들어올 순 없으니까요
*
차례차례 닫히는 눈꺼풀들이 사는 진흙탕이 있었는데
눈꺼풀들이 진흙에 달라붙어 푸들거리고 있었는데
접힌 날개를 펴려는 나방들처럼 푸들거리고 있었는데
눈꺼풀 아래 여러 몸이 헐떡거리고 있었는데
멀리서 소나기구름이 다가오고 있었는데
진흙 속에서 혀짤배기소리들이 들려오고 있었는데
*
얘야, 흰 별들이 쏟아지는 대낮의 하늘을 쳐다보아라
별마다 긴급한 조난신호 들어보아라
가까이 다가오면 거대한 돌덩어리인 것들이
너무 커서 내 귀가 머는 비명을 지르며
나에게로 나에게로 떨어져 오는구나
얘야, 햇살은 천 갈래 만 갈래 아리고
숨어서 깜박이는 흰 별들의 세계
얘야, 들리지 않니? 내 고통의 조난신호
*
나는 둘로 쪼개지고도 살아 있다
나는 다섯이 되고도 살아 있다
나는 가루가 되고도 살아 있다
리듬에 맞춰 나이다가 아니다가
한 무더기 가루가 풀썩풀썩 숨을 쉰다
입가가 터져 허연 가루가 번진다
이제 고통의 어머니가 나를 반죽할 시간이 다가온다
*
리듬에 몸이 묶여 가는 여자가
컹컹 짖는 그림자를 끌고 가는 여자가
죽음이 날마다 외국에서 청혼하러 온 왕자들처럼
다른 나라 말로 얘기한다는 여자가
왕자들과는 사랑한다는 말도 통역이 필요하냐고
피식 웃는 여자가
*
공주의 머릿속에서 국민들이 웃었다
웃는 사람을 잡아들이라는 명령을 내려봤자 소용이 없었다
그 웃음소리는 이미 죽은 사람들의 것이었다
방청객의 웃음소리처럼
오래전에 녹음해둔 것이었다
공주를 웃게 하라는 명령이 내려졌지만
찾아오는 이 없었다
*
복숭아세숫대야
복숭아슬리퍼
사춘기소녀처럼솜털이자라는세면대
복숭아비누
복숭아치약
옆에서 앓는 사람의 숨냄새
복숭아냄새
구부린무릎냄새
마취에 떨어지기 전 에덴의복숭아과수원에서
복숭아주사기
-1 -2 -3 -4 지하로 내려갈수록 싸구려 복숭아냄새
어린 간호보조원이 복숭아의 털을 깎으러 면도칼을 들고 온다
*
왕자는 고뇌하고 공주는 고통한다
왕자는 애도하고 공주는 고통한다
왕자는 정신하고 공주는 신경한다
왕자는 연설하고 공주는 비명한다
왕자의 고뇌는 공주, 공주의 고통은 이름이 없다
왕자는 멜로디하고, 공주는 리듬한다
왕자는 내용하고, 공주는 박자한다
아버지! 내가 안 그랬어요 그가 나를 택했어요
아버지! 내가 먹으면 고통도 먹어요
낙랑의 공주가 주머니 속 제 얼굴을 꽉 움켜쥔다
*
때리는 쪽은 침묵 스크럼
맞는 쪽은 외침 스크럼
때리는 쪽은 물대포 곤봉 방패
맞는 쪽은 오직 외침
때리는 쪽은 함무라비적 정의
움직이면 무조건 타격하라
물론 움직이지 않아도 타격하라
이들이 왜 하필이면 내 안에서 붙을까?
하늘이 벌벌 떨고
가로수들이 아파 아파 하는데
깃발이 내 얼굴에서 치미네
누가 제일 아플까?
광장이 매 맞고 푸르르푸르르 떠네
*
엄마가 아프면 내 어린 시절이 다 아프다
내가 아프면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날들이 다 아프다
나는 고통의 행성의 언어를 배운 적 없는데
그 행성의 나뭇잎들이 자꾸만 말을 걸어온다
그 행성의 신생아들이 자꾸만 말을 걸어온다
고통의 성모여! 악착같은 성모여! 성모님의 이빨이여!
*
밤바다에 고래 한 마리 떠돈다
혼자 울고 혼자 웃으며 멀리 간다
더 어두운 속으로 간다
내 검은 눈동자에 고래 한 마리 떠돈다
그 고래가 나를 끌고 간다
나한테서 더 먼 속으로 간다
*
이 약 저 약 처방받아요
이 약이 들으면 이 병이고 저 약이 들으면 저 병이에요
병의 이름을 지을 땐 의사 이름을 붙인대요
환자 이름을 붙인 적은 한 번도 없대요
한번 태어나 환자와 함께 죽어간 병은 이름이 없어요
경락은 말했어요 이건 병이 아니라 엉킨 줄이라고 줄을 펴야 한다고
엄마는 말했어요 이건 병이 아니고 이모라고 근데 엄마는 외동딸인데요?
*
엄마, 링거에서 물방울이 떨어져
물방울 한 개에는 수억의 얼굴이 우글우글 들어 있어
그 얼굴들이 내 얼굴 속으로 들어와
다 소리 내어 울어
똥 싼 기저귀를 차고 엄마엄마 울어
다 태어나고 싶다고
이름도 없으면서 다 얼굴이 아프다고
*
자갈이 깔린 보도다
나는 운전을 하고 있다
자동차 들어오지 마세요 팻말을 보면서도 비틀비틀 지난다
돌아가신 시인을 본다
시인을 만나자 거기가 외국이라는 것을 안다
매끄러운 고속도로다
나는 운전을 하고 있다
막다른 길입니다 팻말을 보면서도 신나게 달린다
돌아가신 시인을 본다
시인을 보자마자 나는 거기가 시인의 속이라는 것을 안다
*
줄넘기 줄이 땅에 닿을 때 타! 소리가 난다. 줄이 아프다. 아픔이 만개한다. 곧 줄이 공중으로 떠난다. 바로 지금이다, 살아나가자. 그러나 또 타! 줄이 땅을 치고 아픔은 치솟는다. 다시 고통이다. 죽음보다 더하다. 없음보다 더하다. 그러나 줄은 다시 올라간다. 그 순간 하늘이 커지고 적멸보궁이 솟아오른다. 그러나 다시 타! 매 맞는다. 내 두 손에 줄이 묶여 있는 줄도 모르고, 그 손을 놔! 내가 소리친다. 그러나 나는 다시 타! 고통이 밀려온다. 서커스단의 난쟁이가 채찍을 갖고 논다.
*
아픈 인형을 들어서 노을 앞에 세워두었어
꺼내줄게 꺼내줄게
몸의 병이 죽으면
인형도 죽어
태양이 울면서 넘어갔어
아픈 인형을 들어 물 위에 세워두었어
재워다오 재워다오
하루 한 번 네 얼굴을 볼 수 있다면
그걸로 살 수 있어
그렇지만 지금은
재워다오 재워다오
저 호수에 비친
깊은 산속 절간의 등불보다 깊이 재워다오
아픔이 깨지 않게 깊이 재워다오
어쩌다 몸속에 들어와 나갈 곳을 찾지 못한 까마귀가
뛰어오른다 뛰어오른다 뛰어오른다
아래턱과 위턱이 닫혔다 열릴 때마다 매 맞는 소리가 난다
벌건 호수가 입술을 삐죽삐죽
시작한다 시작한다 울기 시작한다
만약 인형이 죽는다면 하얀 천을 덮어줄게
인형이 전기 충격기에 맞은 듯 울기 시작한다
*
개인 줄 모르는 개가 머리에 집을 지었다. 개가 짖으면 나는 아프고, 아프면 부끄럽다. 나는 숟가락에게 거짓말, 밥그릇에게 거짓말, 머리카락에게 거짓말한다. 개가 잔다고. 아가야 자장자장 울면서 달랜다. 엎드려서 빈다. 누워서 화낸다. 개야 아프구나, 아부한다. 마취 주사를 맞으면 개는 잔다. 그러다 슬며시 깨어난다. 깨어나는 이유는 다양하다, 바람이 분다, 고개를 갸웃한다, 나쁜 문자에 신경을 쓴다, 눈치를 본다. 나는 이제 개 한 마리 눈치만 본다. 자면서도 개를 깨울까 고개를 돌리지 못한다. 개는 습관적으로 때리는 남자다. 이유가 없다. 이유가 있다면 다 거짓말이다. 개를 오른쪽 머리에 품고 병원에 간다. 머리에 개가 짖어요. 병원 순례를 떠난다. 난쟁이의 집에 개 한 마리 들어오자 집이 가득 찬다.
*
머리는 하나인데 몸이 둘인 사람이 찾아왔다
하룻밤 묵어갈 수 있을까요?
꽃은 하나인데 줄기는 둘인 꽃나무가 찾아왔다
하룻밤 피었다 떠날 수 있을까요?
둘이 양방향에서 잡아당기자 내가 소리를 지른다
공중에 솟은 내 알뿌리가 쪼개지고 있다
*
알이 깨질 때마다 기형 까마귀가 나온다
차마 비참해서 그 형상을 말로 못 하겠다
부리가 항문에 붙은 놈까지 있다
토끼가 새끼들을 데리고 먹을 걸 찾으러 온다
어떤 것은 물어오고 어떤 것은 질질 끌고 온다
차마 비참해서 그 형상은 말로 못 하겠다
귀가 세 개인 놈까지 있다
창문에는 머리가 없는 여자 여섯이 매달려 있고
내가 내 몸을 벗으려 하고 있다
*
그 하루가 오면
담낭과 비장, 심장과 위장이 다시 한번 화해진다
육체 농장의 어두운 나무에 매달린 섬세한 비밀들이 박하 냄새 한번 요란하게 풍긴다
그 하루가 오면
담낭과 비장, 심장과 위장이 청동 동상 속에서 한 천 년 잠들었다가
느닷없이 햇살 가득 머금은 녹차밭에 던져져
초록색 현기증에 휘둘리는 듯
핑그르르 돈다
비행기를 타고 먼 곳으로 가서 종일 헤매다 다음 날 새벽 비행기를 타고 돌아와 보물처럼 품은 그 하루가
담배 한 갑을 사고 술 한 병을 색에 넣고 아침이 오도록 먼 골목을 헤맨 다음 다시 비행기를 타러 가면서 꽁꽁 싸놓은 그 하루가
비행기처럼 진동하는 보자기로 싸놓은
그 하루가
그렇게 그 하루가 2인실로 들어오면
그 하루가 환해지면
담낭과 비장, 심장과 위장이 다시 한번 외국 어딘가 골목길 정육점에 내걸린 듯
비행기 정면에 피어오르는 아지랑이에 싸매여
깨끗한 병상 두 개가 이륙하는 듯
그 하루가 오면
고통의 우리 밖으로 이륙했던 그 하루가 오면
당신의 먼 데와 나의 먼 데를 묶어놓은 그 하루가 오면
*
소리로 뭉쳐 만든 공이
이 벽에 부딪히고 저 벽에 부딪힌다
공이 깔깔거린다 비틀거린다 폴짝거린다
공을 검은 쥐가 그림자처럼 쫓고 있지만
운동장은 고요하다
신작로가 가던 길 멈추고
운동장을 들여다본다
내가 지금 벽이라고 말했던가
벽이 응 응 대답한다
온 세상에 벽이 붙어 있다
식당 뒤에 내놓은 쓰레기봉투 속에서 아직 숨이 붙은 것이 있다
*
이렇게 아픈데 곧 죽지는 않을 테니 걱정 말라고 한다
결과는 하나다
내가 고통을 죽일 수 없으니
내가 나를 죽여야 해
땅 위에 물속에 집을 지은 모든 생물이 죽고
내 머릿속에 사는 그것만 살아남았다는 소식이 온다
내 머릿속에 사는 그것이 보내온 소식이라 그런다
머리가 북처럼 울리자
머릿속에서 큰 개가 한 마리 별안간 눈을 번쩍 뜬다
*
검은 물속에서 수중 카메라가 터진다
그러나 카메라는 아무것도 찍지 못한다
풀래시는 1센티도 못 나간다
엘리베이터가 끝없이 낙하한다
며칠째 낙하한다 몇 달째 낙하한다
북극을 지나 남극을 지나도록 낙하한다
아침이 거울 속에 갇혀 있다
나는 아직 한밤중에 갇혀 있다
종일토록 끈질긴 대치
천 년 전의 성읍에서 개가 짖고
번개가 친다
*
고해하는 방으로 들어갔다
신부님의 이름을 불러줘야 마지막 고해를 들어준다고 한다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다
검은 신부님의 이름을 나는 모른다
베드로 안드레아 야고보 마태 도마 야고보 요한 필립 바돌로매오 다대오 시몬 가롯유다
나는 열두 제자의 이름을 부른다
그다음 교황님의 이름을 불러본다
요한 바오로 프란치스코 1세여 2세여 3세여 4세여
천세여 만세여 그러나 저 검은 신부의 이름이 아니다
암흑 터널이다
여자의 신화에서처럼 여자는 멀어져 간다
우선 여자는 지옥부터 간다
저 신부의 이름을 불러야 한다
그래야 나는 고해할 수 있다
내 죄를 찾을 수 있다.
*
비명 비가 쏟아진다
방이 세탁기처럼 돌아간다
어제로 갔다가 이 방으로 돌아오길 골백번 한다
귀에서 윙윙 소리가 난다 다시 감전이다
정신은 깨어 있는데 몸은 젖은 옷 같았어요
의사는 이런 표현을 제일 싦어한다 독자도 마찬가지
창문을 탁탁 치는 소리
벽이 꽂아둔 전등에서 진동이 몰려온다
나는 힐끔힐끔 돌아본다
누군가 내가 망하기를, 망해서 죽기를 기다린다
나는 그가 누군지 안다
내가 세탁기 속에서 여러 사람 목소리를 낸다
공중으로 떠오른 내 가슴과
몸부림치며 누워 있는 내 가슴 사이에
가느다란 은실이 끊어질 듯 끊어질 듯 펄럭인다
*
리듬이 공주를 공중에 태운 순간
멜로디가 죽는다
영원히 진행 중인 리듬 비트 벼락
번개가 번쩍번쩍 칠 때마다 대천사의 날개가 휙휙 현현한다
원자력 발전소가 죽지 않는 한
공주의 두 발이 공중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
영혼이 잡아당기는 느낌
아플 때 영혼은 어디 숨어 있을까
심장이 두들겨 맞는 느낌
쉬지 않는 바다가 한 움큼 뭉쳐져서 그럴까
이렇게 아픈데도 심장은 뛴다
붉은 거미처럼 붉은 실을 내뿜으며 뛴다
세숫대야 하나 가득 붉은 실이 물에 잠긴다
라면밖에 먹을 게 없었다는 소녀 마라토너처럼 뛴다
환자복을 입고 창턱에 매달린 대머리 소녀의 영혼이 만나러 온 걸까
꽃병의 장미가 내 눈동자에다 피를 흘리면
라디오에서 노래가 나와 내 눈을 붕대로 감아준다
이 세상 모든 사람의 영혼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을까 잠시 생각해 본다
*
그믐달이 뜨고 포클레인 한 대가 머릿속 광야에 들어온다
나는 눈먼 포클레인 기사에게 비명을 한 숟가락씩 먹여 드린다
굴 껍데기 속에 웅크린 검은 나를 긁어내려고
숟가락이 혓바닥 밑을 헤집는다
내장이 뱀처럼 검은 목구멍으로 올라온다
*
고통으론 만들 수 없다
흩뿌려지는 저 꽃을
고통으론 날릴 수 없다
흩뿌려지는 저 꽃을
고통으론 날릴 수 없다
흩뿌려지는 저 새를
고통으론 만들 수 있다
흩뿌려지고 흩뿌려지는 저 모래들
모래 위의 모래 위의 모래들
*
내가 리듬에 기생하는 걸까
리듬이 나에게 기생하는 걸까
리듬은 존재의 방식이 아니라 결핍의 방식으로 간다
나는 내 정신을 발가벗기는 이 박자가 싫다
나는 내 영혼을 벗겨 가는 이 음악이 싫다
나는 거울로 만들어진 이 파도가 싫다
거울을 보면 개가 보일까 봐 나는 눈 감고 간다
*
달에 살던 개를 안아 들고 기차를 탄다
승객들이 마치 웹툰 속에 앉아 있는 듯 귀신같이 조용하고
기차는 발사된 우주선처럼 너무 밝다
나는 개의 하얀 털을 쓰다듬는다
어떻게 달에서 떠나올 수 있었니
조금 있다 보니 내 몸의 털들이 꼿꼿이 서고
내가 네발로 서서 한 여자를 핥고 있다
*
숨 쉬는 북이네
북이 외투를 입고 떠네
북이 신발을 신고 떠네
- 가능한 한 빨리
- 극히 흥분한 듯이
- 저물어 쓰러지듯
심지어 1초에 한 번씩 하루가 마감되네
- 다시 빠르게
- 피아니시모 수비토
- 점점 숨이 가빠지는 가운데
누군가 나를 보면 사랑의 갈급에라도 빠진 줄 알겠네
1초에 한 번씩 나를 실은 비행기가 당신을 향해 이륙하는 듯
작은 고통에서 한 개의 호흡이 발아하고
파동이 생기고 집채만 한 호흡이 출렁거리고
전 세계가 두꺼운 외투를 입고 신발을 신고 떠네
아버지 이제 그만 나를 보내주세요
이 우주만큼 큰 영혼이 내 몸에서 떠나려 해요
*
시동을 걸고 이륙하면서 버려줘요
프로펠러가 하늘을 작게 다져댈 때 버려줘요
내 해골 깊은 곳까지 프로펠러의 손길이 들어가면 나를 버려줘요
악에 받힌 강물이 입술에서 출렁거릴 때 버려줘요
눈꺼풀 밖으로 송곳니가 자라듯 산봉우리들이 솟아오르면 버려줘요
저 활주로 인근 겨울에도 살아 있는 저 더러운 풀의 고통이
저 독수리의 냄새나는 날개가 펴질 때마다 뼈가 하나씩 부러지는 고통이
어둠 속에서만 눈 떠지는 올빼미의 고통이
에베레스트처럼 꼿꼿하고 치명적인 고통이
하루에 한 번 몸을 한 바퀴 돌려보는 지구의 고통이
조종석으로 몰려오거든 버려줘요
고통의 주머니들을 주렁주렁 매단 산맥들이
밤 비행기 아래 엎드려 있거든 버려줘요
먼 데에 먼 데에 나를 버려줘요
고통의 발치에서 난쟁이가 운다
결코 운다
- 날개 환상통, 문학과지성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