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의 어떤 시] [121] 바퀴(The Wheel)
바퀴(The Wheel)
예이츠
겨울이면 우리는 봄을 찾고
봄이 오면 여름을 애타게 부르며
생울타리가 이곳저곳 둘러쳐질 때면
겨울이 최고라고 선언한다;
그다음에는 좋은 것이 없다
왜냐하면 봄이 오지 않았기에-
우리의 피를 휘저어 놓는 건
무덤에 대한 갈망뿐임을 알지 못한다.
-예이츠 (W. B. Yeats 1865~1939)
인생의 바퀴, 자연의 순환을 암시하는 ‘바퀴’라는 제목이 절묘하다. 봄과 여름 그리고 겨울이라는 단어는 있지만 ‘가을’은 보이지 않는다.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고 항상 더 좋은 상태를 바라며 생을 보내다 갑자기 우리는 깨닫는다. 그때 우리가 가진 것이 최고였다는 사실을. 가을이 되어서야 부족해 보였던 봄과 여름이 나름 찬란했음을 아프게 깨달으리.
‘우리의 피를 휘젓는 건 무덤에 대한 갈망’이라니, 무슨 뜻일까? 늦게 결혼해 아이도 낳고 행복한 노년을 보낸 예이츠 아니던가. 노벨문학상을 받고 아일랜드의 상원 의원이었던 그의 주위엔 친구도 많고 그를 흠모하는 우아한 방문객도 많았다. 그에게도 우리가 모르는 그늘이 있었나.
뒤의 2행을 내가 오역했을 수도 있다. 나보다 현명한 독자들이 그의 시에서 더 많은 것을 발견하길 기대하며…. 더 설명하지 않고 모호한 채로 놔두련다. 바퀴는 계속 굴러가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