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에서 합산을 거쳐

[주오돈]

용산에서 합산을 거쳐

사월 첫 주 화요일이다. 날이 새는 아침에 동녘 하늘로 붉은 놀이 살짝 비쳤다. 날씨 관련 속담에 ‘저녁놀은 맑아지고 아침놀은 소나기 온다.’를 들은 바 있다. 인터넷으로 검색한 정보에 늦은 밤부터 수요일은 우산이 그려져 있음과 일치했다. 지난겨울은 비가 잦았는데 봄이 되어서도 마찬가지다. 넉넉한 비로 산불은 염려하지 않으나 농사에는 오히려 지장이 있을 정도인가 싶다.

아침 식후 현관을 나서 아파트단지로 내려서니 만개한 벚꽃은 절정을 지나고 있었다. 오늘 저녁 비가 내리면 벚꽃은 꽃비가 되어 내리지 싶다. 이웃 동 뜰로 가 꽃대감 친구가 가꾸는 꽃밭을 둘러보고 원이대로 나가 본포로 가는 30번 버스를 탔다. 버스가 도심을 빠져나가는 사이 어제 아침 산책길에서 봤던 창원천 천변 봄 풍경을 시조로 엮어둔 것을 지기들에게 사진과 같이 보냈다.

버스가 도계동 만남의 광장에서 용강고개를 넘어 용잠삼리에서 동읍 행정복지센터 앞을 지났다. 주남삼거리에서 화양과 동전마을 앞을 지니니 차창 밖으로는 연녹색으로 물드는 주남저수지 갯버들이 드러났다. 석산과 금산을 지난 용산마을 입구에서 내렸다. 앳된 소녀티가 나는 이들 둘이 나와 같이 내려 그녀들에게 근처에 학교가 있느냐 물었더니 회사로 출근하는 이들이라 했다.

용산은 산남저수지와 수문으로 통하는 주남저수지로 이어지는 마을이다. 서울 강북에도 용산이 있고 각처에 용산이라는 크고 작은 마을은 모두 강가와 같이 물과 연관된 마을로 동읍 용산도 저수지 근처다. 예전 용산마을에 초등학교가 있었을 정도로 규모가 큰 마을인데 폐교되어 주남 생태학교로 바뀌었다. 아마 나와 같이 내렸던 처자들이 거기로 출근하는 이들인지 모를 일이다.

용산마을로 건너는 둑에서 주남저수지를 바라보니 수평선이 드러날 만큼 아주 드넓어 아득했다. 연초록 갯버들과 엷은 분홍색으로 꽃구름처럼 일어난 벚꽃이 어우러져 화폭이 넓은 수채화를 보는 듯했다. 용산마을에서 주남저수지와 방향이 반대인 산남저수지 둑길을 걸었다. 대개 사람들이 주남저수지는 많이 들러도 보좌하듯 양쪽 좌우에 붙은 산남지나 동판지는 잘 찾지 않았다.

산남저수지는 들판 북쪽 산남이라는 마을이 있어 그렇게 부른다. 마을 근처 선사시대 유적으로 지석묘가 몇 기 전해오는 마을이다. 산남저수지 둑길이 끝난 야트막한 언덕에 작은 교회가 있는 마을은 합산이다. 저수지와 연결된 야트막한 산언덕이 조개를 엎어둔 모양이라고 붙여진 지명이다. 한자어 조개 ‘합(蛤)’은 일상에서 흔하게 쓰지 않으나 바닷조개 홍합 담치를 ‘합자’라고 한다.

합산마을 동구 밖은 아스팔트로 포장된 넓은 길이 나와도 차량은 다니질 않는 들녘 한복판이었다. 들판이 끝난 곳은 밀양 수산으로 가는 25호 국도가 지나는 대산 가술에서 이어진 진영 신도시 아파트가 아스라이 보였다. 들녘 길섶에 야생초로 자란 가시상추가 보여 허리를 굽혀 몇 줌 뜯었다. 가시상추는 왕고들빼기와 방가지똥과 함께 자연에서 뜯어 상추처럼 먹을 수 있는 생채다.

황색 중앙선까지 그어진 포장도로는 죽동마을에 이르도록 차가 한 대도 지나질 않았다. 죽동에서 봉강과 가술로 이어진 도로는 차량이 질주했다. 차도를 비켜 농로를 따라 걸으니 비닐하우스단지 곁 수로에는 지난날 녹비작물로 키웠을 자운영과 다닥냉이가 피운 꽃을 봤다. 농로가 끝난 어디쯤 머위가 보여 배낭의 칼을 꺼내 캐 모았다. 머위가 군락을 이루어 못다 캐고 남겨 놓았다.

들녘이 끝나 가술에 이르러 국도변 편의점에 머위가 든 봉지를 맡겨두고 식당을 찾아 순두부를 시켜 점심을 해결했다. 식후 식당 근처 카페로 가니 들린 손님은 적어 한산했다. 커피 한 잔으로 느긋한 시간을 보내다 오후에 부여받은 임무를 수행하고 귀로에 머위와 가시상추가 든 봉지를 챙겨 시내로 들어왔다. 꽃대감 친구를 만나 머위 봉지를 건네면서 밀양댁 할머니와 나누라고 했다. 24.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