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의 속삭임
황 유 원
시베리아의 야쿠트인들은 입김이 뿜어져 나오자마자 공중에서 얼어붙는 소리를 별들의 속삭임이라고 부른다 별들의 속삭임을 들어본 건 아마 야쿠트인들이 처음이었을 거다 그들 말고는 그 누구도 그 어떤 소리에 별들의 속삭임이라는 이름을 붙여준 적 없었을 테니까 너무 춥지 않았더라면 너무 추워서 하늘을 날던 새들이 나는 도중 얼어 땅에 쿵, 얼음덩어리로 떨어질 정도가 아니었더라면 별들은 속삭이지도 않았을 거다 별들의 속삭임은 가혹해서 아름답고 아름다워서 가혹한 lo-fi 사운드 그것은 가청주파수 대역의 소리를 원음에 가깝게 재생하는 데는 별 관심이 없는 아름다움이고 별들의 속삭임을 듣는 자는 시베리아 아닌 그 어디서라도 하늘의 입김이 얼어붙는 소리를 듣는다 추운 날 밖에서 누군가와 나눠 낀 이어폰에서도 별들이 얼어 사탕처럼 깨지며 흩날리는 가루 소리를 듣고 머리가 당장 깨져버릴 것처럼 맑을 때 머리가 벌써 깨져버린 것처럼 맑을 때 그런 맑고 추운 밤이면 사방 어디서라도 별들이 속삭이는 소리 들려온다 무심한 아름다움이다
- 시집〈하얀 사슴 연못〉창비
하얀 사슴 연못 - 예스24
“백록담이라는 말에는 하얀사슴이 살고 있다”영혼을 어루만지는 고요한 사색의 쉼표풍요의 선율로 흐르는 순정한 시의 음표올해로 등단 10년을 맞아 한층 깊어진 서정으로 현대문학상과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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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유원 시집 〈하얀 사슴 연못〉 창비 /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