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운명(運命)-06*
"제임스. 어떡해요? 저는 어머니가 '경북 길곡의 장선희를 만나라' 는 말의 의미가 걱정되어요."
이미 모든 것들은 한국에 도착하기 위하여 준비되었다. 그런데 여기서 더 기다려야하나? 정황상 예상하기 싫은 긴급상황이 발생한 것이라 충분히 판단할 수 있었다. 내가 결정하여야 했다.
"김혜정. 너, 이 아저씨 말 다 듣고 평생 사랑하며 살거라 했지?"
"예. 그랬어요. 변함없어요. 왜요?"
"그 실행은 나중으로 미루고 지금은 내 말 들어야 해. 오케이?"
"싫어요. 그 실행은 지금이나 나중이나 같아요. 변함없는 것. 미루는 것 아니예요. 어그리(agree) 하세요. 그래야 제임스 말을 들을 거예요."
달려와 허리를 껴안으며 혜정이 울먹였다. 난감한 상황을 깨트리고 구세주가 나타났다.
"제임스. 출발해야 지요. 그리고 이것, 신이 항상 보호해 줄거요."
다니엘이 들어와서 내 오른 손목에 깃털로 장식한 팔찌를 채워주었다. 그는 방한모에 무스 털가죽 점퍼와 바지를 입고 물개 가죽으로 만든 장화를 신고 무장을 하였다.
"다니엘! 저는 요?"
혜정이 나에게서 떨어지며 다니엘에게 손을 내밀었다. 농담이었다. 허나 다니엘은 농담이 아니었다.
"이건 신이 스잔나를 지켜 줄 것입니다."
하며 주머니에서 역시 깃털로 장식이 되고 그 중간에 튜니(캐나다 2달러 동전)크기의 펜단트가 달린 목거리를 내밀자 혜정이 걸어 달라며 고개를 내밀며 숙였다. 펜단트는 라벤(인디언 까마귀)이 조각된 골드였다. 혜정이 고맙다며 허그를 했다.
"자. 혜정아. 우린 출발하는거다. 너는 이제 걱정 말고 내 말을 제대로 들어야해. 오케이?"
"옛썰. 대장님!"
어디서 배웠는지 제대로 경례를 했다.
우리는 다니엘의 찦을 타고 출발했다. 그리고 1시간 쯤 달려 출발시간 10분 남기고 페리싸운드까지 가는 기적소리를 울리는 기차를 탓다.
"제임스 그리고 스잔나. 살아서 돌아오시오!"
그와 나는 맨 손바닥으로 악수를 하였다. 혜정은 다니엘과 다시 포옹을 하였다.
우리는 3시간후 페리싸운드에서 혼다 crv를 렌트하여 다시 4시간 후 토론토 피어슨 에어포트에 도착하였다. 다행히 400 하이웨이는 펜다밐 사태로 차량이 많지 않아 순조롭게 왔다. 혜정은 참았던 화장실을 가고 그 사이 나는 crv를 돌려주고 출국신고를 준비하였다.
"와아~ 멋져요. 제임스. 여기가 특석이예요?"
"아니. 하라부지가 돈이없어 비즈니스 클래스 석으로 구입했다. 쏘리."
"제임스! 다시는 제 앞에서 하라부지라는 말 하지 마세요. 약속해요."
창가에 앉아 내 쪽으로 돌아 앉으며 손가락을 내 밀었다. 한국사람은 보이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내가 손가락을 걸자 기쁜 듯 손을 꽉 지고는 가슴에 안겼다.
참 기가 막혔다. 내 나이에 아무런 욕심없이 있는 그대로 사심없이 삶의 마감을 준비하며 흐르는 구름같이 살고 있었는데, 모두가 그렇게 평범한 삶으로 알고 있었는데 그 믿음을 배반하다니. 이게 뭔가? 61세의 반란? 무엇을 위한 반란인가? 정녕 무엇을 위하여 평범을 박차고 61세의 선을 깨트린 반란이란 말인가? 비행기 요금도 코비드-19 펜데밐 영향으로 좋은 가격이라 해서 2 사람을 위한 왕복 CD7,500불 + 알파를 지불하였다. 그리고 한국에서 필요한 비상금을 충분히 준비하였다. 이런 게 장난일 수가 있겠는가? 이런 게 반란이란 말인가? 어깨에 머리를 묻고 곤히 자고 있는 혜정이를 보니 그런 복잡한 금전적 문제와 이해 타산적 생각들이 깡그리 사라져버렸다.
인천공항은 몰라보게 달라져 있었다. 이 정도면 지구상의 탑 크레스 공항이었다. 먼저 입국절차를 마치고 검색대를 빠져나온 혜정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피어슨공항에서 구입한 검정색 캐나다 구스 프린세스와 겨울용 다크블루 스키니 바지에 브랜든스톤 검정색 원피스 부츠를 신고 등에 다크블루 빽쌕을 맨 173 센티의 늘씬한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 UofT(University ofToronto) 재학시절 숫한 청순한 아름다움으로 젊음을 발산하고 있는 여학생 중에서 메이킨으로 활동했다는 김혜정은 덜 가공된 다이아몬드였다. 내가 혜정의 팔을 잡고 부부처럼 다정하게 걷자 혜정이 더 나에게로 붙어 사랑스럽게 걸었다. 우린 검정색 N95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혜정이를 알아 볼 사람은 없었다. 우리는 혜정이의 얼굴을 내 쪽으로 보게 하여 작은 소리로 인천 공항에 대한 느낌을 서로 말하며 걸었다. 나는 50대로 보이는 썬그라스와 그 아래 흰색 마스크를 한 아주머니가 '김혜정'이라고 쓰여진 검정색 판에 하얀 글씨를 쓴 팻말을 무시하고 지나쳤다. 나오는 사람들은 유학생들과 가족들이 이었다. 우리같이 해외 여행 갔다 귀국하는 부부들도 보였다. 마중 나온 사람들은 몇 명뿐이었다. 내가 더욱 꼭 껴안으며 걷자 이상한듯 나를 쳐다보며 혜정이 물었다.
"James. What's problem? 제임스~ 왜요? 무슨 문제 있어요?"
"No~ problem. Honey. Let's go out. 문제없어. 허니. 자. 가자!"
공항 출구 앞에는 썰렁하였다. 코비드-19펜데밐 파워는 엄청났다. 시계를 보니 오후 4시였다. 영종도의 서해 바람은 여전히 세차고 강했다. 해드무스의 그것처럼.
"제임스. 어디로 갈거죠"
혜정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그때였다.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반갑습니다. 선생님. 이 분은?"
"아. 이덕구. 반갑구나. 내가 사랑하는 사람. 아름답지않나?"
"와우~ 겨울을 녹이는 너무 아름다운 미인입니다.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반가워요. 저는 김혜정이라 하며 제임스의 와이프예요."
놀란 이덕구가 나를 보았다. 나는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득였다. 혜정의 말에 따지고 할 상황이 아니었다. 그러나 처음으로 공식적인 발표를 혜정 스스로 해 버렸음에 나는 난감하였다.
"아. 그렇군요. 사모님. 너무 아름답습니다. 잘 오셨습니다. 어서 차로 가시지요. 하이얏트 호텔 15층에 방을 마련했습니다."
그가 벤츠 SUV를 운전하고 우리는 뒷좌석에 앉았다. 2월 하순의 서울은 어두워지고 있었다.
"선생님. 여기 2대의 휴대폰과 현금을 좀 준비했습니다."
그가 노란 봉투를 뒤로 건내 주었다. 치밀하였다. 이덕구는 175센티 정도의 키에 부드러운 얼굴 모습이고 검정색 양복바지와 검은 색 코드를 입고 있었다.
"저의 번호가 입력되어 있습니다. 떠나실 때까지 항상 주변에 있습니다. 차는 주차장에 놓아 두겠습니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무엇이라도 말해 주십시요."
"검정색 벤츠 한경 2354를 추적하게. 그리고 상세한 정보를 멧세지해 주게."
나의 목소리에 혜정은 놀란 표정을 지으며 제임스의 손을 꼭 잡았다.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곁에 꼭 붙어 있었다.
하이얏트 호텔 입구에서 이덕구가 떠나자 우리는 급히 방으로 올라왔다. 다행히 한강이 보이는 깨끗한 2 베드룸 이었다. 혜정이 놀라서 팔짝뛰며 좋아하였다.
"어머. 어머. 제임스. 저 강 좀 봐요. 저 다리 좀 봐요. 왜 저렇게 화려하데요? 저 강이 한강 맞죠? 너무 아름다워요~"
넓은 창문 앞에 서서 어두워진 남쪽 강남을 보며 한국에 온 목적을 잊어 버린 것 같이 들뜬 아이처럼 좋아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다. 서울을 떠나13년 만에 다시 한국에 이유야 어쩧든 돌아왔으니 나 같이 감개가 무량할 것이었다. 그런 혜정이 앞에서 내 감정을 나타낼 수는 없었다.
"혜정아. 배고프지 않아? 저녁식사 하러 나갈까?"
"오. 옛스. 제임스. 여보 내사랑~ 어서가요. 나 혜정이 배고파요. 맛있는 것 먹고 싶어요."
너무나 기쁘고 즐거운 표정의 얼굴을 하고 혜정이 나에게 달려와 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