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무(77) 한국역사문화연구원장은 국사편찬위원장을 지낸 한국 역사학계의 대표적인 원로학자다. 칠순을 훌쩍 넘긴 지금도 조선 역사에 대한 연구에 몰두해 활발한 저술, 강연 활동을 해오고 있다. 그가 펴낸 책만 50여 권에 달하며 '단숨에 읽는 당쟁사 이야기' '조선왕조사' '선비평전' 등은 역사서로는 드물게 베스트셀러 대열에 오르기도 했다. 이 원장은 수많은 제자를 길러냈는데, 지난 1989년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 대학원 출신들로 조직된 '조선사회연구회'의 구성원 대부분이 이 원장의 제자들이다.
― 한국사 교과서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구성원의 문제가 제일 크다. 역사학계의 95%가 좌편향이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이것도 우리의 역사다. 좋게 말하자면 권위주의 정권에 투쟁하는 민주화 과정에서 잉태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편향으로 인해 소통이 안 되는 것은 문제다. 좌편향 역사학자들은 처음 학문으로서 근현대사를 연구한 것이 아니라 학생운동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시작했다. 당시 역사학자들은 최소 100년 전 역사가 아니면 연구를 하지 않았다. 당사자가 살아있는데다 정치적 상황이 민감하기도 했다. 그래서 당시 역사학자들은 현대사 연구를 거의 하지 않았고 일부 사회과학자들이 현대사를 연구하는 게 전부였다. 그런데 운동권 출신들이 현대사 연구에 집중해 전공으로 삼아 학위를 받고 교수가 됐다. 그리고 그들 밑에서 배운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교수들의 연구 방향을 따라갔다. 그러다 보니 근현대사 연구는 완전히 좌파가 장악하게 됐다. 지금 이 상황에서도 원로 학자들이 가만히 있는 이유는 현대사에 대해 잘 모르는데다 민감하니까 건드릴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좌편향된 교수들이 교과서를 쓰고 감수를 하는 상황이 생기는 것이다."
― 역사는 학문에 머무르지 않고 국가와 국민의 정체성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칩니다. 그런 차원에서 최근 한국사 교과서 검인정 체제를 국정체제로 바꾸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국정화하려는 이유는 충분히 안다. 교학사 교과서를 그냥 시장에서 경쟁하도록 했으면 됐는데, 좌파가 불채택 운동을 했다. 특히 오는 2017년 수능부터 한국사가 필수가 됐다. 전 국민을 삐딱한 이론으로 무장시키게 됐다. 그래서 바로잡으려고 국정 얘기가 나온 것이다. 그런데 나는 검인정이냐, 국정이냐는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핵심은 일본처럼 장기적으로 우수한 집필진을 양성해야 한다는 점이다. 교육부가 편수국이나 편수실을 만들어서 이를 추진해야 한다. 교육부가 욕 안 먹으려고 평가원 등에 역할을 떠넘겼기 때문에 추진력이 없는 것이다. 대통령과 장관이 소신껏 추진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