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로부터 방임된 3살 배기 남자 아이를 데려다 기관 그룹홈에 보호했습니다. 2주 후 장기보호기관으로 떠나 보내려는데 그 사이 정이 들었는지 울면서 떨어지지 않으려던 모습이 차마 잊혀지지 않습니다.”
친구의 따돌림, 이웃 아저씨의 성폭행, 부모의 무관심과 방임, 그리고 지속적인 폭력. 어른들의 무책임한 짓밟힘 속에 신음하는 이런 아이들을 어루만지고 치유해주는 수호천사가 있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삼성전자, 국민일보가 주관하는 ‘제41회 새내기사회복지상’ 수상자인 전화영(25ㆍ사진) 한국복지재단 전남아동보호기관 상담원을 이르는 말이다.
평소 아이들을 무척이나 좋아하던 전씨는 순천대 소비자ㆍ가족아동학과 재학 시절 어린이집에서 만난 자폐아동의 따돌림과 놀림을 목격하면서 ‘아이들을 이해하고 동행하자’ 다짐했다.
그리고 2004년 2월, 자원봉사가 인연이 돼 전남아동보호전문기관에 입사한 전씨는 때마침 학대아동의 발견, 상담, 보호, 치료활동, 그리고 아동학대예방교육을 담당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학대아동에 대해 눈을 뜨기 시작했다.
‘아이지기 인형극단’ 결성을 통한 어린이 아동학대예방 교육, 매년 1000회 이상에 이르는 상담과 경제적 지원, 학대 예방을 위한 부모역할교육과 부부집단상담, 성학대 예방과 조기 개입을 위한 ‘아동 성학대 대응능력 강화사업’, 심리치료에서부터 미술치료에 이르기까지 피학대아동들을 위한 각종 심리치료 등 지난 3년 남짓 펼친 그의 활동은 손으로 꼽기 어려울 정도다.
물론 그녀의 활동이 처음부터 순탄했을리 없다. 아동학대 상담 초기에는 가해 아버지의 욕설과 위협의 공포가 주는 긴장감에 혼자서 눈물 흘릴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이런 전씨에게 힘과 위로가 되어준 이는 다른 아닌 학대아동들이었다.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아빠의 술심부름과 폭력에 시달리면서도 오히려 의젓한 모습으로 아빠를 챙기고, 아빠가 돌아가신 뒤에는 미소를 잃지 않고 꿋꿋이 살아가는 형제가 있었습니다. 또 아빠가 전세자금을 가지고 집을 나가자 척추장애 엄마를 7년간이나 병원에서 새우잠을 자며 보호한 아이도 있었구요. 그러나 어려움을 이기고 다시 희망의 끈을 부여잡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새로운 용기와 함께 말할 수 없는 보람과 기쁨을 느낀다”고 전씨는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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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받는 아동들을 돌보고 치유하는 일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어른들을 상대들로 하는 사전예방교육이라고 전화영 사회복지사는 강조한다. | 전화영 씨라는 버팀목이 있었기에 그 형제는 기관의 추천으로 결연과 지지체계를 마련 해외견학을 다녀왔고, 병원에서 엄마를 돌보던 아이는 외부 지원단체에서 전세자금을 받아 지금은 조그만 임대아파트에 입주해 가족과 함께 살게 됐다.
전씨가 무엇보다 특별한 것은 아이들은 특별하게 다루어져야 한다는 신념과 그 신념을 실천으로 옮기기 위한 노력과 집념이다.
전씨는 학대아동을 위한 교육이라면 가리지 않고 참석해 교육을 이수하는 등 3년간 수료하고 이수한 각종 교육 과정만도 13건이 넘는다.
매일 같이 달을 보며 퇴근한다는 사회복지사들의 일과를 떠올려본다면 자기와의 치열한 싸움이 아닐 수 없다.
“아동들은 상처에 쉽게 노출되고, 영유아기때부터의 경험이 평생을 좌우하며 민감하게 반응되어지는 만큼 아동들을 만나는 사람 또한 많은 준비와 끊임없는 연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그와 관련된 지식과 경험을 쌓아두는 작업은 꼭 필요하지요”
한편 수상소감과 함께 그녀는 현장 전문가로서 느끼는 아쉬움도 빼놓지 않았다.
“학대아동의 특수성을 고려하는 점이 부족한 것 같아요. 가령 성학대 피해의 경우 경찰조사가 검찰조사에서 2차 피해를 경험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는 하지만 각 해당 시군마다 의식수준에 차이가 많이 납니다. 무엇보다 의식개선 캠페인이 가장 필요한 것 같아요”
이번 수상이 상을 받았다기보다 사회복지사로서의 긍지와 자부심을 확인할 수 있어서 기쁘다 전씨.
새내기 껍질을 벗고 더욱 심화된 전문가로 도약하리라 다짐하는 전씨의 천사날개가 하늘 아래 힘들고 외로운 아이들을 더욱 따사롭게 감싸주는 더 커다란 날개로 자라길 기대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