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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원 문명세계의 숨겨진 하늘 은천(隱天)
각성로를 걸으며 보이지 않는 지존의 목소리와 대화를 나눈 후 이상하게 내 발걸음은 무언가의 보이지 않는 힘에 이끌린 듯 복사꽃 물결이 숲을 이루고 있는 쥬스니라 산자락의 깊은 계곡을 향해서 발길을 옮기고 있었다.
여성 인조인간이 갖다 준 우스시어로 식사를 마치고 몸에 힘을 보충하여 걷고 있는데 발걸음은 뭔가 허공을 밟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몸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점점 쥬스니라 계곡의 밀림을 향해 깊숙히 전진하고 있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시야의 현상들이 희미하게 변해가기 시작했다.
마치 현실과 격리된 투명한 터널 속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생각과 정신은 멀쩡하기만 한데 몸은 구름 위를 걷는 느낌이 들고 주변에 보이는 사물들은 손에 만지면 사라지는 빛과 같은 현상으로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주변의 물질들이 투명하게 변한 건지 내 몸이 투명하게 변한 건지 분간할 수 없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었다.
아무튼 나는 의지와는 상관없이 현실과 점점 격리되어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곰곰이 생각하니 나는 파뵤시 에너지의 힘으로 보이지 않는 세상을 향해 투명한 다리를 건너고 있었다. 의지와는 상관없이 내 몸은 숲속의 공중으로 이어진 투명한 다리를 공중에 뜬 모습으로 건너고 있었다. 어떤 보이지 않는 힘이 자꾸만 내 몸을 등 뒤에서 미는 것 같기도 하고 앞에서 끌어당기는 현상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내가 지구에 있을 때 투명한 빛이 나타나서 위험한 지경에 처했을 때 물을 건널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주기도 하고 UFO 선실로 끌어올리기도 하던 현상과 다르지 않았다.
나는 파뵤시 에너지의 투명한 힘이 이끄는 대로 투명한 다리를 건너서 보이지 않는 세상을 향해 자꾸만 이끌려 갔다.
이 때 멀리서 누군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샤르앙.... 샤르앙.... 당신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요? 어디 있으면 대답해 줘요!"
점점 희미하게 들리는 그 목소리는 샤르비네의 목소리였다.
또 다른 목소리도 들려왔다.
“샤르앙 오빠! 샤르앙 오빠! 지금 어디지? 왜 오빠의 영혼이 보이지 않지? 대답해봐. 오빠!"
그 목소리는 저처의 목소리였다.
나는 그 목소리들을 향해 "샤르비네~ 나 여기 있소!" "저처~ 오빠여기 있어!" 하고 소리쳤다. 하지만 내가 지른 목소리는 메아리처럼 웅웅거리며 투명한 터널 속에서 맴돌고 있었다. 내가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내 목소리는 투명한 터널의 공간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샤르비네와 저처가 부르는 소리도 이젠 더 이상 들리지 않고 나는 무작정 투명한 터널의 공간을 향해 앞으로만 걸어 나갔다. 누가 시키지도 않는데 자꾸만 걸음이 앞으로만 내딛어지는 기분이 묘했다.
드디어 투명한 터널의 공간을 다 빠져나갔을 때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처음 보는 세상이 눈 앞에 전개되고 있었다. 기분은 매우 상쾌하고 마음이 저절로 명랑해졌다. 하늘에 태양이 비추고 있지도 않는데 온 세상이 환하고 밝았으며, 높고 푸른 하늘에는 형형색색의 빛 덩어리들이 풍선처럼 둥둥 떠다니며 별처럼 반짝거리고 있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신도 모른 사이에 콧노래가 흥얼흥얼 입에서 흘러나오고 숲에서 우는 새소리만 듣고도 어깨가 들썩거려지며 춤추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지천에는 이름도 모름 기화요초가 널려 있고 기화요초의 향기는 가는 곳마다 코끝에서 물씬거렸다. 옷깃을 스쳐 가는 바람결은 비단의 감촉처럼 부드럽고, 입 안에 마셔지는 공기는 상쾌하다 못해 달콤하기까지 했다.
숲에서 우는 새소리며 산골짜기에서 흐르는 물소리며 나뭇가지마다 주렁주렁 매달린 열매들까지 불청객의 마음을 황홀하게 사로잡지 않는 풍경은 없었다.
도대체 여기가 어딜까?
혼자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불쑥 눈 앞에 연화가 나타나 궁금증을 대답해 줬다.
"여긴 감춰진 세상, 은천(天)선경이랍니다."
은천(天)이란 말은 샤르별에서 신선대중들의 입으로 자주 듣던 이름이었다. 샤르비네의 입으로도 가끔씩 들려주는 말이었지만 은천세상을 직접 발로 밟아볼 줄은 상상도 못하고 있었다.
“여기가 진정 감춰진 은천낙원 그 세상이란 말이오
?"
나는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연화에게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
연화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연화가 살고 있는 이차원 세상과는 분위기가 전혀 다르게 느껴지오. 혹시 관련이 있는 세상이기라도 하오?"
연화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관련이 없는 세상이에요. 현실세계의 모습이나 이차원 세상의 모습이나 서로 파장이 다른 물질의 세계이지만 영원한 세상은 아니지요. 눈 앞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세상은 가상의 세상이며 허상의 세상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은천에 존재하는 세상은 그런 가상과 허상의 세상이라고 말할 수 없지요. 그러므로 백마선이 지금 밟고 있는 세상은 영원히 변함이 없는 진짜 세상이라고 말할 수 있을 거예요."
나는 연화의 말을 듣고 반문했다.
"우주에는 진짜세상과 가짜세상이 존재한다는 의미
군요?"
연화는 단호히 대답했다.
"진짜세상과 가짜세상이 우주에 존재합니다!"
연화와 나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샤르별과 같은 선경세상도 연화는 가짜세상이라고 생각하오?"“백마선, 물론입니다. 샤르별에 존재하는 현상들은 진실이지만 진실도 영원하진 못합니다. 영원하지 못한 것은 무엇이나 허상이며 가상일
뿐입니다.”
"샤르별처럼 아름다운 세상조차 언젠가는 우주에서 사라질 가상의 현실이라면 우주의 역사는 슬프고 덧없게 느껴지오."
"우주에서 아무리 장수하는 문명의 역사라도 백만 년을 넘기지 못합니다. 백만 년의 역사도 우주의 나이로 계산하면 찰나와 같은 순간에 불과합니다. 밤하늘을 바라보면 온갖 별빛이 반짝거립니다. 백만 년의 역사는 별빛이 반짝거리는 순간과 같습니다. 그 순간의 현상은 가상의 현상과 무엇이 다를까요?"
연화와 이런 이야기를 나누며 은천선경의 풍광들을 즐기면서 구름에 뜬 기분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을 때 불현듯 눈을 들어 앞을 바라보니 공중으로 수많은 무지개다리들이 놓여 있는 모습이 보였다.
무지개다리는 높은 곳을 향해 길게 놓인 것도 있고 계곡을 연결하거나 강을 연결하거나 산을 연결하는 무지개다리도 많이 눈에 띄었다.
샤르별에는 드러나지 않는 세상들이 다양한 현상으로 존재하고, 그중에 빛의 화신들이 살아가는 도원 계곡도 있었지만, 은천선경이란 세상은 그러한 세상과는 달리 아주 특별한 현상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그 특별한 세상에서 나는 어느 무지개다리를 건너볼까 망설이며 결정을 못하고 있을 때 연화가 말했다.
"먼저 선황(皇)을 만나러 가야지요."
"선황이라면 은천선경을 다스리는 왕이 아니오?"
“그래요. 백마선, 선황은 은천선경과 샤르별 선경세상을 다스리는 왕이지요."
“이곳 은천선경의 선황이 샤르별을 다스리는 왕이라고 했소?"
“그래요. 백마선, 샤르별엔 두 개의 선경세상이 존재하지요. 하나는 보이는 하늘의 현천(見天)선경과 다른 하나는 보이지 않는 하늘의 은천(天)선경이지요. 결국 음양의 선경세상이 샤르별에 존재하며 은천에서 살고 있는 선황은 음양 양쪽의 선경세상을 다스리는 왕이라고 설명할 수 있지요.”
“그동안 나는 샤르별을 다스리는 왕을 만나지 못해 궁금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곳 은천선경에서 샤르별의 왕을 만날 줄은 상상을 못했소."
"선황께서 백마선을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
“연화가 선황의 맘을 어떻게 알고 있소?"
"파장으로 느낀답니다."
“연화의 말은 사실이오?"
“사실이 아닌 말을 아직 백마선한테 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렇긴 하지요. 연화, 그렇다면 어서 선황을 만나 보러 갑시다! 그분의 말씀을 들으면 흥미진진한 이야깃거리가 무궁무진할 것 같소."
"호호호호, 백마선은 참 무모하기도 하셔라! 어떻게 처음 만나는 선황님께 재밌는 이야기부터 들을 생각을 하다니... 그건 선황님에 대한 예의도 맘 자세도 아닌 것 같아요."
"그럼 연화가 시키는 대로 따라서 할 테니 어서 선황님께 데려다 주기나 하시오."
연화는 "우리 백마선 도련님은 여전히 못 말린다니까.” 하면서도 싫지 않는 기색으로 앞장서서 어느 무지개다리 입구 쪽으로 향했다.
무지개다리 입구에서 연화가 “선황님 뵙고 싶어요!" 하고 소리쳤다. 이윽고 무지개다리에서 반짝거리는 빛이 현란하게 움직이더니 두 마리의 황금색 사슴이 끄는 마차가 딸랑딸랑 방울소리를 내며 무지개다리를 건너서 달려와 우리들 앞에 멈췄다.
보석으로 치장된 마차가 우리들 앞에 멈추자 어디선가 음성이 들려왔다.
"보석마차를 타고 무지개다리를 건너오너라!"
음성이 시키는 대로 연화와 나는 보석마차에 올라서 편안하게 자리를 잡고 앉았다. 자리를 잡고 앉자마자 황금사슴 두 마리가 힘차게 보석마차를 끌고 달리기 시작했다. 황금사슴은 마차를 끌고 달려간다기보다 날아간다는 표현이 옳았다.
무지개다리는 공중으로 뻗힌 채로 어디론가 연결되어 있지만 황금사슴이 마차를 끌고 아무리 빠르게 달려도 흔들리거나 요동하는 느낌이 없었다.
황금사슴 마차를 타고 무지개다리를 건너가면서 투명한 무지개터널 밖으로 은천선경의 아름다운 장관들이 주마등처럼 나타나며 새로운 세상에 대한 눈요기를 즐기게 했다.
은천선경의 세상들은 모두 구름에 뜬 집들이 모여서 이루어진 세상처럼 보였고, 온천지에 뒤덮인 기화요초의 꽃물결은 물결을 이루듯 출렁거리며 꿈속의 장면을 연출하고 있었다.
우리를 태우고 건너가는 무지개다리는 그 길이가 얼마인지 계산할 방법이 없었고, 보석마차를 끌고 빛의 속도로 달려가는 황금사슴의 발은 너무 빨라서 눈에 보이지 조차 않았다.
황금사슴 마차가 하늘로 연결된 무지개다리를 건너 얼마나 많이 달렸을까? 드디어 눈 앞에 전개되는 희미한 세상이 구름 속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뭉글뭉글 피고 있는 구름 속에 그림 같은 집들이 나타나고 크고 작은 무지개다리들이 공중에 떠서 이채로운 세상의 풍광을 연출하고 있었다.
이윽고 황금사슴 마차는 무지개다리를 다 건너서 구름 속 마을의 어느 커다란 집으로 향했다. 그 커다란 집이 다름 아닌 선황이 살고 있는 선궁(仙)이었다. 규모가 너무 어마어마해서 측량조차 힘든 커다란 궁궐이었고 궁궐주변으로는 빛나는 구름성이 성곽처럼 둘러쳐져 있었다.
궁궐의 구름성 안에는 그림처럼 지어진 많은 집들이 있었고 구름에 떠다니고 있었다. 궁궐의 정원에는 향기로운 풀과 꽃이 가득 자라고 있고 영원히 마르지 않는 생명강의 강줄기인 원천이 솟아서 은천의 온 땅을 적시며 굽이굽이 흘러가고 있었다.
생명강가와 아름다운 집들이 늘어서 있는 언덕에는 나뭇가지마다 탐스럽고 반짝이는 과일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고, 그 열매를 따 먹고 사는 은천선경의 신선백성들은 나이가 들어 늙거나 죽는 일이 없더라. 만 년을 살았다고 하는 신선백성도 아직 어린 소년의 모습이었고 1억년의 나이를 먹었다는 신선백성도 청년의 모습으로 밖에 달리보이지 않더라.
은천선경의 신선백성들은 다른 음식은 일체 입에 대는 일이 없고 마시는 물은 생명강의 물이요 먹는 식사로는 영생의 나무에서 열리는 생명과일 뿐이더라.
그 아름답고 신비로운 은천궁궐을 연화와 함께 구석구석 구경하고 다니다가 현자로 보이는 신선을 만났다.
"어디서 온 이방의 백성인고?"
현자가 묻자 내가 “현천에서 우연찮게 꽃 수풀을 걷다가 이곳 은천선경으로 이끌림을 받아 찾아온 불청객입니다."라고 자초지종 이야기를 털어 놓았다.
현자는 미소를 짓는 모습으로 조용히 고개만 끄덕였다.
그리고 다시 입을 열었다.
"현천에서 은천을 찾아온 불청객이라?"
나는 주눅이 든 표정으로 “그렇습니다. 현자님.” 하고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입을 열다가 문득 보니 연화의 모습이 어디론가 사라져버렸기 때문에 저절로 몸에서 힘이 빠지는 것 같아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현자는 다시 질문을 이어갔다.
“이름이 무엇이냐?"
"백마선이라 합니다."
“백마선이라.... 현천의 어떤 세상에서 이곳 은천선경을 찾았느냐?”
“저는 본래 지구현천에서 태어난 소생인데 샤르별 현천선경을 방문하던 중 우연찮게 지존의 목소리를 만나 대화를 나누고 나서 잠시 꽃수풀을 방황하며 걷다가 뜻하지 않는 상황을 맞게 되었습니다."
"혼자서 여기까지 이끌림을 받아 왔느냐?"
“조금 전까지 동행한 이차원 세상의 여선(仙)이 있었는데 현자님을 만난 후 갑자기 종적을 감추고 보이지 않습니다."
"진짜란 말이냐? 나는 첨부터 백마선과 동행한 어떤 여선(仙)의 흔적도 발견하지 못했다."
“분명히 동행한 여선이 있었습니다."
"그래?"
"네."
“아무튼 좋다. 백마선과 동행했다는 그 여선이 곁에 있으면 어떻고없으면 또 어떻다더냐. 그 여선이 백마선과 동행했다가 흔적 없이 사라졌다면 다 그럴만한 사유가 있겠지. 그건 그렇고 지구현천(見天)에서 태어나 현천(見天)의 우주 끝 샤르별 선경을 찾아와 이곳 은천(隱天)선경을 찾아왔다니 백마선도 대단한 우주인연으로 세상을 살아가겠구나. 더구나 이곳 은천선경은 지구현천과 깊은 인연으로 맺어진 세상이니 백마선의 발걸음이 저절로 이끌려 옴은 그럴만한 필연법칙이 존재할 것이다.”
현자는 이런 수수께끼 같은 말을 내게 전하고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다. 현자는 오색구름이 몽글거리는 궁궐 뜰의 기화요초가 활짝 핀 풀밭을 지나서 으리으리하게 번쩍거리는 궁궐의 큰 집을 향해 걸어 들어갔다.
궁궐의 본전 건물에는 온갖 보석들로 치장되어 눈부시게 빛이 났고, 본전의 안으로 들어가자 보석으로 장식된 큰 보좌가 높은 위치에 놓여있었다.
높은 보좌의 아래쪽에도 역시 보석으로 장식된 많은 보좌들이 양쪽으로 늘어서서 놓여 있었다.
높은 보좌에 앉은 이는 머리에 화려한 왕관을 쓰고 있었고, 아래쪽 보좌에 앉아 있는 이들도 모두 머리에 왕관이 씌어 있었다.
그 외 많은 선인(仙人)과 선녀들이 궁궐의 안과 밖에서 각자의 주어진 직분에 따라 일사불란한 모습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현자가 나를 데리고 궁궐 본전의 높은 보좌에 앉은 이를 향해 나아가자 궁궐의 선인들이 양쪽으로 길을 터 주었고, 현자와 내가 높은 보좌를 향해 걸어갈 때 두 선녀가 앞장서서 들러리를 서며 인도했다.
높은 보좌 앞에 이르렀을 때 현자가 내게 말했다.
"선황폐하께 배례 올려라.”
나는 현자를 따라서 서툰 솜씨로 배례를 했다.
배례를 올리고 나서 현자가 선황을 향해 말했다.
“분부대로 지구현천에서 찾아온 하눙천손(天孫)을 인도하여 왔나이다.”
높은 보좌에 앉은 선황은 만면에 만족한 웃음을 띄우며 "수고했소! 앞으로도 나의 천손이 이곳에 머무는 동안 불편함이 없도록 경께서 잘 보살펴 주시오." 라고 현자에게 지시했다.
선황의 이름은 하닌이라고 불렀다.
현자는 다시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선황폐하의 명을 잘 받들어 천손을 잘 보살피겠습니다."
하닌선황은 다시 부드럽고 자상한 목소리로 현자에게 분부했다. "천손이 은천선경을 골고루 구경 잘 마치고 돌아갈 수 있도록 배려를 잘하시오."
하닌선황을 만나고 본전을 물러 나와서 현자는 나를 데리고 생명강 건너 별궁으로 향했다. 생명강을 건널 때 무지개다리가 놓여 있었고 무지개다리 입구에 이르자 사슴마차가 나타나 별궁까지 실어다 주었다.
별궁도 본전 궁궐과 비슷한 모양으로 지어져 있었고 별궁에도 왕이 살고 있었다. 별궁 왕의 이름은 하눙이었다.
현자가 나를 데리고 하눙왕을 찾아가서 인사를 하자 이렇게 말했다. "천손! 어서 오너라. 우주 끝 핏줄의 연을 찾아 멀고 먼 여행길에 네 조상의 뿌리가 머무는 은천선경까지 도달했도다! 이곳에 네 몸 속 혈관을 따라 흐르는 혈통의 원천이 고여서 흐르고 있으니 마땅히 밟을 땅을 밟았도다. 핏줄은 우주 끝에서도 당기는 법이니 네 발걸음을 이곳으로 돌리게 한 힘도 곧 핏줄의 당김이었느니라."
이 말을 마치고 하눙왕은 나의 손을 잡아주고 내 몸을 품에 안아 주기도 하고 등을 쓰다듬어 주기도 했다.
나는 이제까지의 상황이 꿈같기도 하고 비몽사몽간에 벌어지는 일들 같기도 해서 생각 속에서 정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나를 하눙천손이라고 부르는 의미가 무얼까? 조상의 핏줄은 무엇이며 그 뿌리와 혈통의 원천이 은천선경에 흐르고 있다는 의미는 무얼까.
이런 궁금증이 머릿속에서 계속 일어났다.
잠시 후 그러한 궁금증이 모두 풀렸다.
인사가 끝난 후 하눙왕은 현자와 나를 직접 인솔하고 별궁을 빠져나와 무지개다리를 타고 구름 속 몽운정으로 향했다. 구름 속에 지어진 몽운정은 구름에 둥둥 떠다니는 모습으로 높은 산정에 지어져 있었는데 주변의 땅에는 기화요초들의 향기가 진동해서 코끝에서 물씬거렸다.
몽운정에 오르니 주변의 경관은 과히 꿈이련듯 아름답고 산과 들에 떠다니는 오색구름과 은천의 선인들이 건너다니는 무지개다리들이 멀리까지 어른거리며 시야에 들어오고 있었다.
그 아름다운 풍광들을 넋 나간 모습으로 바라보고 있을 때 하눙왕이나에게 말을 걸었다.
"천손에게 들려줄 말이 있으니 돌아서 앉아라."
내가 하눙왕을 향해 뒤돌아보니 벌써 음식상이 눈 앞에 차려져 있었다. 하눙왕은 음식상에 놓인 열매 하나를 직접 손으로 집어서 내 입에 넣어주었다.
자두 크기 정도의 열매였는데 입속에 넣자 사르르 녹으며 향기로운 기운이 몸 속으로 퍼져갔다. 열매의 기운 때문인지 몸이 솜털처럼 가벼워지면서 정신이 맑아지고 눈도 밝아졌다.
하눙왕은 또 향기로운 냄새가 나는 술도 직접 따라서 내 잔에 채워주었다. 현자의 빈 잔에도 술이 채워지고 하눙왕의 빈 잔에도 역시 술이 채워졌다. 하눙왕과 현자가 술잔을 들자 나도 따라서 들었고 셋은 일제히 함께 건배를 했다.
술맛 또한 일품이었고 이제까지 마셔보았던 어떤 신선주보다 특별한 기운을 느끼게 하는 술이었다. 그 술 이름이 불로주(不老酒)였다. 불로주(不老酒)를 마신 후 몇 가지 음식을 술안주로 집어먹었는데 모두 입에서 사르르 녹고 몸 속으로 퍼지는 기운이 색달랐다.
은천선경의 선인들이 1억 년의 나이를 먹어도 청년 같은 모습으로 살아가는 비결이 불로주 술과 이러한 음식의 기운 때문일 것이란 느낌이 들었다.
불로주 술기운이 천천히 오르며 기분이 좋아지고 있을 때 하눙왕이 인자한 미소를 입가에 띄우면서 "천손! 술맛과 음식 맛이 괜찮으냐?"하고 내게 물었다.
나는 빙그레 웃으며 “네, 대왕님. 불로주 술맛도 좋고 과일과 음식맛도 좋습니다. 현천에서는 맛볼 수 없는 은천의 별미라고 생각이 드나이다."라고 대답했다.
하눙왕은 나의 대답을 듣고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오! 우리 천손이 그렇게 생각하느냐?"라고 말했다.
잠시 침묵이 흐르더니 하눙왕이 다시 입을 열었다.
"우리 천손의 이름이 뭐랬더라?"
하눙왕의 묻는 말에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우주의 이름은 백마선이고 샤르별 선경에서는 샤르앙이라 부르나이다. 지구현천에서 부르는 이름은 따로 있사오나 전생에서 부르던 백마 신선의 이름을 즐겨 사용하고 있나이다."
하눙왕은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우주의 이름이 백마선이라? 그리고 그 우주의 이름이 전생에 부르던 이름이라?"라고 물었다.
“네, 대왕님, 우주 가는 곳마다 제 이름을 백마선이라 부르며, 백마신선이라 부를 때도 있나이다. 전생에 백마를 타고 천상계를 주유하던 신선이라 그렇게 부르나이다.”
나는 머뭇거리지 않고 거침없이 대답했다.
현자는 내가 하눙왕에게 거침없이 대답하는 당돌한 표정을 보고 말없이 웃고만 있었다.
하눙왕도 내 말을 흥미롭게 경청하면서 혼잣말
처럼 말했다.
"나의 천손이 전생에 백마를 타고 천상계를 주유하던 신선이라…."아무튼 하눙왕과 나의 대화는 끝나는 줄 모르고 계속 무르익어 가고 있었다. 하눙왕과의 대화가 무르익어 가고 있을 때 현자의 모습은 금세 어디로 사라지고 없었다.
하눙왕은 다시 나에게 불로주 한 잔을 권했다.
나도 하눙왕의 빈 잔에 새롭게 술을 채웠다.
술잔을 받으며 하눙왕이 이렇게 말했다.
"좋구나! 1만 년의 세월이 흐른 후 몽운정에 앉아 천손과 마주보고 술 한 잔 나누다니... 현천과 은천의 허무공간도 핏줄의 당김 앞에는 부질없구나."
하눙왕은 또 말을 이었다.
“천손아!"
"네, 대왕님, 말씀 하소서."
"나는 네 조상의 할아버지니라."
"대왕님께서 제 조상의 할아버지라 하셨나이까?"
"전혀 몰랐던 소식은 아니겠지?"
“선궁에서 마중 나왔던 현자로부터 대충 설명은 들었지만 아직 실감나는 말씀은 아니옵니다.”
"환웅을 아느냐?"
“저희 천손의 시조시며 단군 할아버지의 선부(父)이십니다."
“그 환웅이 바로 이 하눙이로다 선궁의 하닌선황이 이 하눙의 천부(天父)되시는 환인이며, 나의 직계 천자(天子)가 단군이니라. 단군은 지금 이 은천의 태극궁에서 태극왕의 보좌를 지키고 있으며, 현천을 오가며 지구의 수호신을 맡고 있으니 태극궁을 찾아가면 나의 천자를 만나리라."
“대왕님께서 지금 하시는 말씀들을 대충 눈치는 채고 있었는데 긴가민가하던 중 대왕님의 입에서 직접 말씀을 들려주시니 이제야 실감이나는 듯하옵니다.”
"백마선은 이 하눙의 자랑스런 천손이니라."
"저도 대왕님이 자랑스럽나이다. 1만 년 전 역사의 실체를 제 눈으로 확인하는 이 순간이 또한 꿈같기만 하옵니다.”
“1만 년 전의 역사라고 하였느냐?”
“1만 년 전 하늘에서 지구동방에 내려오신 환웅천자께서 직접 신시를 펼치시고 천손국가 신선제국의 전통을 이어주신 역사를 늘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나이다."
“정확하게는 1만 2천 년 전의 역사이다."
“1만 년이 아닌 1만 2천 년의 역사가 진실
이옵니까?"
“그렇다. 정확히 말하면 1만 2천 년 전, 하닌선황(환인)의 허락을 얻어 3천의 선인(仙人)을 거느리고 지구동방에 내려가 신시(神市)를 펼치고 우매한 인간세상에서 7천 년을 광명이세(光明理世)하였으며, 그 후 내 아들 단에게 홍익인간 재세이화(在世理化)의 대업을 물려준 후 화천(天)한 환웅신선이 바로 이 하눙이니, 지금 천손에게 밝히는 1만2천 년의 역사는 진실이니라"
“진짜로 1만 2천 년 역사의 실체가 지금 제 눈으로 바라보는 하눙대왕님이시라니... 이 영광스런 순간이 꿈이 아니기를 소망하나이다.”
"사랑하는 천손아, 꿈은 아니로다. 이 하눙이 바로 1만 2천 년 전 은천선경의 하닌선황(仙皇)으로부터 인간세상을 다스릴 허락의 징표로서 삼부인(印)을 받아 3천의 선인들과 지구동방에 임하여 천손의 신선제국을 펼치고 광명이세 이도여치(以道與治)하며 우매한 인간세상을 다스렸던 천손의 조상이니라. 그래서 백마선은 나의 천손이요 핏줄이며 혈통의 한 줄기이다. 네 혈통의 뿌리를 보아라. 네 몸 속을 순환하는 혈통이 바로 내 몸 속에서 흐르는 혈통에서 비롯되었느니라.”
"하닌선황은 환웅의 천부이신 환인 그 분이 맞다고 하셨나이까?"
"하닌선황폐하는 바로 나의 아버지시오, 천손의 원조(元祖)이며, 환웅의 천부가 맞도다."
“단 신선은 하눙대왕님의 천자가 맞다고 하셨나이까?"
“단은 땅에서 땅의 여인을 통해 얻은 나의 아들이며 환웅천군의 직계 천자이다. 그 후 단은 천손의 핏줄을 동방에 퍼뜨렸고 배달겨레의 시조가 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이로써 너에게 우리 천손의 족보를 다 밝힌 셈이니라. 천손의 족보가 밝혀지니 기분이 어떻느냐?"
“제 혈통의 족보가 하늘과 땅, 현천과 은천을 넘나들고 우주의 끝과 끝을 이어오고 있다니 제 존재감이 미궁 속에 빠져 있는 느낌이 드나이다. 특히 샤르별의 숨겨진 하늘이 은천이라고 생각했는데, 샤르별의 은천은 지구의 은천이란 생각도 드옵니다. 과연 지구와 샤르별은 우주에서 어떤 관계의 세상이옵니까?"
"지구와 샤르별은 혈연의 관계로다. 두 세상은 우주의 끝과 끝에 존재하지만 은천(隱天)이란 공통공간에 머무니라. 현실의 하늘은 다르지만 숨겨진 하늘은 같은 공간 속에 샤르별과 지구가 공존한다는 의미로다. 이렇듯 우주의 역사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현상의 조화 속에서 이뤄지도다. 보이는 현천세상과 보이지 않는 은천세상은 서로 상반된 이치로 존재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하나의 끈으로 연결된 불가분적 역학관계로 존속하니라. 외적으로는 상극적관계지만 내적으로는 상생적관계로 이뤄진 세상이 현천과 은천의 관계란 뜻이다. 그러므로 앞으로는 네 존재감을 보이는 현상만으로 규정하지 말고 보이지 않는 현상의 연계 속에서 더 큰 의미를 찾도록 하여라. 어차피 삶이란 현실과 비현실로 이어지는 미로의 여행이니라. 그 긴 미로의 여행에서 현실 한토막의 삶으로 존재적 가치를 규명하려 한다면 허무감만 가슴 속으로 밀려들 것이라. 현실은 우주공간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신기루에 지나지 않으니....
인간세상에 나타난 문명의 역사가 백만 년이라 하여도 영원한 우주의 역사 속에서는 찰나와 같은 순간이요, 잠깐 눈앞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신기루와 다를 것이 없으리라."
"현실의 세상들이 신기루와 같은 허상에 지나지 않는다면 그 반대되는 개념의 진짜는 어디에 존재하옵니까?"
"신기루 현상이란 진짜의 투영이로다. 진짜가 없으면 허상의 신기루도 나타나지 않나니, 보이는 세상의 현실이 허상의 신기루라면 보이지 않는 숨겨진 세상이 신기루를 투영시킨 진짜 세상이 아니겠느냐? 허상의 세상은 잠깐이지만 진짜의 세상은 영원하리라.”
"진짜 세상을 찾으려면 보이는 현상 속에서 찾지 말고 보이지 않는 숨겨진 세상에서 찾으라는 말씀이옵니까?"
“그러하니라. 보이는 세상에서 진짜를 찾기란 사막에서 물고기를 찾는 어리석음과 다르지 않도다. 진짜를 찾으려면 보이지 않는 세상 속에서 찾아라. 진짜를 찾는 법을 알려주기 위해 나의 천손을 숨겨진 세상 속 은천으로 발걸음을 돌리게 하였다. 나의 천손은 네 할아버지의 땅 은천에서 진짜를 찾는 법을 배우고 허상이 아닌 진짜를 습득하여 돌아가 현실공간에 구축하도록 하여라.”
"허상의 신기루로 채워진 현실공간에 신기루 대신 진짜를 채우라는 말씀이옵니까?"
“이제 신기루만 채워져 있던 인간세상의 현실공간에도 진짜가 채워질 시기가 되었도다. 그러한 발판을 구축할 목적으로 나는 1만 2천 년 전 지구를 찾아갔고 광명이세(光明世) 이도여치(以道與)의 씨앗을 뿌려두고 돌아와 그 싹이 트기를 오늘날까지 기다렸도다. 이제까지 인간세상에서는 망하는 법을 배우고 실천했다. 앞으로는 흥하는 법을 배우고 실천해야 할 것이로다. 인류의 문명이 영원하고 흥하기 위해서는 광명이세(光明理世) 이도여치(以道與治)의 씨앗이 싹을 틔워야 하리라. 이제 지구의 인간세상에서 그 흥법(法)의 싹이 틀 시기가 되었도다."
“지구에서 장차 큰 빛이 나타나 빛 담금질이 시작되고 1만 2천의 영통군자를 세워서 후천의 선경세상이 펼쳐지게 될 것이란 소식을 들어서 알고 있사옵니다. 후천 선경세상은 망하는 세상이옵니까? 홍하는 세상이옵니까?"
"후천선경세상은 세상을 흥하게 하는 흥법(興法)이 세워져 망하지 않을 것이다. 네 말처럼 지구의 미래세상에 큰 빛이 나타나 인간을 빛담금질로 영통군자를 세워 후천선경세상을 건설할 것이요. 빛 담금질의 이치가 곧 광명이세하며 이도여치인 것이다. 비로소 1만 2천 년 전뿌려 놓은 흥법(興法)이 싹을 틔워 허상으로 가득 채워진 세상에서 신기루는 사라지고 진짜가 다시 채워지게 될 것이니라.”
"하눙대왕님도 지구에서 큰 빛이 나타나 인간세상을 이도여치하여 빛 담금질이 시작되기를 기다리셨나이까?"
"나는 1만 2천 년 전 망하지 않는 인간세상을 건설하기 위해 흥법의 씨를 뿌리려고 지상을 찾아왔다. 1만 2천 년 전 뿌려 놓은 광명이세 흥법의 씨앗이 장차 큰 빛의 빛 담금질로 싹을 틔워 선천의 망세(世)를 후천의 홍세(世)로 바꿔 놓을 것이니라. 지구에 장차 임하는 큰 빛은 하늘과 땅이 기다려 온 흥법의 표상이니라."
“현천(天)과 은천(隱天)의 하늘과 땅에서 세상을 흥하게 하는 큰빛이 나타나기를 모두 학수고대한다는 말씀이옵니까?"
"그러하니라, 망법으로 가득한 지구에 하루 속히 큰 빛이 나타나 흥법을 세우기를 하늘과 땅, 현천과 은천을 가리지 않고 학수고대하며 기다리느니라. 그 기다림의 시간이 하루가 천 년 같으니 마지막 지구에 나타나는 큰 빛은 장차 후천의 하늘을 비추는 태양이 되리라.”
"하눙대왕님, 지구의 마지막 큰 빛이 그렇게 대단한 의미의 존재일줄 몰랐나이다.”
“앞으로는 땅이 살아야 하늘이 산다. 땅이 죽으면 하늘은 어디에 발담그고 살겠느냐? 지구의 마지막 큰 빛은 망하는 땅을 살리고 흥하는 후천을 여는 자니 하늘과 땅이 큰 빛을 기다리지 않고 누굴 기다리겠느냐?"
"땅이 살아야 하늘이 산다는 말씀이 새롭게 들리옵니다. 이미 들었던 말이기는 하나 하눙대왕님의 입으로 말씀하시니 느낌이 새롭나이다.”
"지구의 마지막 때는 지구의 수호신명들도 온 힘을 다해 지구를 지키고 진멸지경에 처한 인류를 보호하기 위해 힘쓰느니라. 지구 수호신명의 대장이 나의 천자 단이니, 지구 수호신명들도 큰 빛의 마지막 성업에 동참하니라.”
“제 눈으로도 단 신선께서 빛의 화신들을 거느리고 지구 수호신이 되어 동분서주하는 모습을 보았나이다. 제가 단 신선께서 주도하는 지구 수호신들의 모임에 참여했던 기회도 있었나이다. 곧 지구의 운명은 보이지 않는 힘의 역할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알고 마음의 충격을 받은 일이 있사온데, 하눙대왕님도 이러한 사실을 알고 계셨나이까?"
"알고 있는 사실이며 관여하고 있는 사실이기도 하니라.”
“단 신선도 은천선경에 자주 왕래하고 계시옵니까?"
"은천의 태극궁은 단 신선이 머무는 궁궐이니라. 아마 지금쯤 태극궁을 찾아가면 단을 만날 수 있으리라."
“그러면 지금 태극궁에 찾아가 단신선을 만나 뵐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그 일은 현자에게 부탁하리라.”
하눙대왕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현자가 불쑥 몽운정에 나타났다.
하눙왕은 현자와 나에게 다시 불로주 한 잔씩을 권했다.
그리고 현자에게 분부를 내렸다.
"천손을 태극궁으로 인도하여라.”
하의 지시를 받은 현자는 “분부를 거행하겠나이다." 하고 나를 데리고 하늘 멀리까지 뻗혀 있는 무지개다리 입구로 향했다.
현자를 따라 무지개다리 입구에 도달하자 현자가 외쳤다.
"하눙대왕님의 분부로 지구의 천손이 태극왕 뵈옵기를 청합니다!"
태극왕은 은천세상에서 단 신선의 별칭이었다.
현자가 소리치자 바람 같은 기운이 무지개다리 건너편으로부터 불어왔다. 태극궁 방문을 허락하는 신호의 현상이었다.
이윽고 황금사슴이 이끄는 보석마차가 나타났다. 보석마차에 오르자 황금사슴은 비호처럼 날쌔게 무지개다리를 달리기 시작했다.
무지개다리를 건너가면서 아래 세상을 내려다보니 오색채운의 구름바다 속에 그림처럼 아름다운 집들이 구름에 떠다니는 모습으로 꿈속의 장면처럼 지어져 있었다.
생명강은 은천선경의 땅을 비옥하게 적시며 굽이굽이 흘러가고 생명강 가에는 별처럼 반짝거리는 열매들이 주렁주렁 상록수에 달려서 탐스럽게 익고 있었다.
향기가 진동하는 기화요초는 지천에 피어서 널려 있고, 순하고 귀여운 동물들은 초원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으며 태평성대의 훈풍을 즐기고 있었다.
태극궁을 찾아가는 무지개다리는 멀고 먼 하늘을 가로질러 길게 이어지고 있었고, 비호처럼 달려가는 황금사슴의 목에서는 경쾌한 방울소리가 멈추지 않았다.
달려가고 달려가도 무지개다리 아래 세상에 펼쳐지는 모습은 비슷했고, 때로는 푸른 초원을 지나거나 강과 바다를 건너거나 높은 산을 뛰어넘기도 했다.
그렇게 길고 긴 무지개다리를 건넌 후에 드디어 목적지의 태극궁에 도착했다.
구름 속에서 빛나고 있는 태극궁의 모습도 아름다웠다. 마치 지구에 지어져 있는 옛날 왕궁을 그대로 본떠서 만들어진 궁궐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현자의 인도를 받아 태극궁의 본전으로 들어가니 단 신선은 왕의 보좌에 앉아 있었다. 단 신선은 마침 신하들과 함께 어전회의를 진행하고 있었고, 현자와 나는 별채에서 어전회의가 끝날 때까지 대기했다.
별채의 대기실 벽에는 태극문양이 선명하게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우주창조의 원리를 풀어 놓은 글귀도 대기실 벽에 새겨져 있었다. 지구에서 사용하는 문자로 새겨 놓은 글귀를 읽고 있노라니 묘한 생각이 들었다.
마치 지구에 지어져 있는 옛 궁궐을 찾아가 성현들이 친필로 적어 놓은 글귀를 감상하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이런저런 의문점과 생각에 골몰하고 있을 때 드디어 어전회의가 끝났다는 전갈을 받았다.
현자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본전으로 들자.” 하고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나도 현자를 따라 태극궁 본전으로 향했다.
태극궁 본전으로 들어가자 단 신선은 왕의 보좌에 앉아 있었고 왕의 도포를 입고 머리에는 보석이 반짝거리는 왕관을 쓰고 있었다. 그냥 신선의 모습으로 보았던 단 신선의 모습과 왕의 보좌에 앉아 있는 단신선의 모습은 그 권위와 위품이 전혀 다르게 느껴졌다.
현자와 내가 단 신선의 보좌 앞에 나아가 배례를 하자 단 신선은 매우 경건한 목소리로 “어서 오라! 나의 천손이여."라고 말했다.
나는 왕의 보좌에 앉아 있는 단 신선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할아버지를 은천선경에서 만나 뵐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왕의 보좌에 앉아 계시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뵈오니 제 기분도 너무 으쓱하고 좋습니다. 제가 할아버지의 천손이란 사실이 너무나도 자랑스럽습니다."
내 말을 듣고 나서 단 신선은 껄껄껄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나의 천손이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자랑스럽게 생각
하다니 기분이 천손이니라.”
좋구나. 우리 백마선도 역시 이 할애비의 자랑스러운
나는 단 신선의 말을 듣고 좀 으쓱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입에서 이런 소리가 나왔다.
"할아버지, 제 혈통의 근원이 이렇게 대단한 배경을 가지고 있을 줄은 상상을 못했습니다. 이렇게 대단한 시조 할아버지들이 지구의 수호신이 되어 위태로운 지구의 운명을 붙들고 계셨다니 이제 좀 뭔가 마음을 놓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잠시 뜸을 들인 후 나는 다시 입을 열어 단 신선과 대화를 이어나갔다.
"할아버지, 이곳 태극궁을 방문하고서 더욱 신기한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아요."
"그렇느냐? 우리 천손이 신기하게 생각하는 일이 무언지 어서 말해보아라."
“태극궁의 모든 건물들이 마치 지구의 옛 궁전을 본 따서 만들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궁궐의 건물에 그려져 있는 태극문양이라든가 단청이라든가 지붕이나 기둥의 생김새 등등 전혀 낯설지 않는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어서 지구의 고궁을 방문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런 현상을 제가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할아버지, 제가 착각을 하고 있습니까?"
“천손의 착각이 아니다. 태극궁에 지어진 궁궐들의 모습과 지구에 지어져 있는 옛 고궁이나 사찰의 건축양식이 비슷하거나 일부 닮은 점들이 많을 것이다. 특히 태극문양이나 청룡, 황룡, 봉황, 학 등을 비롯해서 비, 구름, 바람, 빛 등 우주창조의 기본요소를 표현한 단청문양의 내용 등이 많이 낯익게 느껴질 것이다."
“태극궁에 지어진 궁궐의 건축양식과 지구에 지어져 있는 고궁이나 사찰의 건축양식이 비슷하다는 의미를 알고 싶습니다."
"하늘에서 궁궐을 지었던 방법대로 땅에서 지었기 때문에 건축양식이 비슷하다."
“이곳 태극궁의 궁궐을 짓는 건축양식을 그대로 본따서 땅의 궁궐과 사찰들을 지었다는 말씀이군요?"
“1만 2천 년 전 하눙대왕 선부(父)께서 3천의 선인(仙人)을 이끌고 땅으로 내려가 신시를 펼치고 광명이세로 우매한 인간세상을 다스릴 때 하늘의 집을 그대로 본따 땅의 집과 신전을 만들었느니라. 땅에 지어진 하늘의 집은 인간세상을 이도여치(以道與治)할 수 있는 위엄과 권위의 상징이었느니라. 그 후로 인간세상의 왕들도 스스로 위엄을 과시하기 위해 하늘 집을 본따 궁궐과 신전을 짓고 스스로 천자라 칭하며 천하를 호령하였느니라. 어떻느냐? 이 할애비 설명을 들으니 궁금했던 마음이 풀리느냐?"
"네, 할아버지. 이제 궁금했던 마음은 다 풀렸습니다. 그리고 지구의 옛 고궁이나 사찰의 아름다운 건축양식이 이곳 은천선경의 태극궁 건축양식에서 비롯되었다니 감회가 새롭기만 합니다. 앞으로 지구로 돌아가 살더라도 할아버지가 왕으로 살고 있는 태극궁을 생각하면서 자부심을 가질 것 같습니다."
이런 말을 마치고 나는 현자의 안내를 받아서 태극궁 궁내의 건물들을 살펴보았다. 태극궁 건물들에 그려진 문양이나 단청들은 그 섬세하고 화려함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었다. 지구에 지어진 궁궐이나 사찰의 단청들은 주로 붉은색과 푸른색의 조화로 이루어져 있는 반면 태극궁 건물들의 단청은 황금색, 자주색과 푸른색의 조화가 두드러지다는 점이 달랐다. 그 화려함과 섬세한 단청문양이 지구의 고궁이나 사찰에 그려진 것과는 감히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
지구의 궁궐은 기둥이나 뼈대가 목조로 이루어진 반면 태극궁의 궁궐은 보석으로 기둥이 세워지고 지붕의 뼈대가 갖추어져 있었다. 지붕에 얹혀 있는 기와도 비취색의 돌을 깎아서 얹었고 궁궐의 바닥도 모두 보석을 깎고 다듬어서 깔아놓아 반짝거렸다.
궁궐의 형태는 지구의 모양과 비슷하지만 그 화려하고 섬세한 구조는 지구의 궁궐이 태극궁의 궁궐을 따라갈 수 없었다.
멀리서 바라봐도 보석의 기와지붕과 보석의 기둥으로 세워진 태극궁의 화려한 자태는 과히 천신이 머물 만한 위용을 자랑하고 남았다. 그리고 황금색으로 수놓아진 단청의 아름다움은 한없는 신비감이 궁궐내에 감돌게 하여 저절로 신비로운 하늘기운에 동화되는 느낌을 받게했다.
은천선경의 이 신비롭고 아름다운 건축양식이 1만 년 전 지구에도 전래되어 모방되고 있었다니 하늘과 땅을 잇는 오묘한 조화를 새삼 경이롭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태극궁을 다 둘러 본 후 나는 단 신선에게 작별인사를 고했다. 작별하는 자리에서 단 신선은 이렇게 말했다.
"나의 사랑하는 천손아, 잘 돌아가거라. 이 할애비도 곧 샤르별 현천으로 돌아가리라. 나중에 태양산 앙광루에서 다시 만나도록 하자.”
“네, 할아버지. 저는 할아버지가 머무는 멋진 궁궐을 구경하고 나니 너무 기분이 좋고 또 이렇게 멋진 궁궐의 하늘 집에서 왕으로 지내시는 할아버지의 천손이라는 제 자신의 정체성이 너무 자랑스럽기만 합니다. 저는 이만 기쁜 맘으로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샤르별 현천으로 돌아오시면 태양산에서 다시 불러주십시오."
"오냐. 나의 천손아, 샤르별 태양산에서 다시 보자. 지구 수호신들의 회의가 열리면 그때도 우리 천손을 꼭 초대하겠다.”
단 신선과 작별인사를 나누고 나는 다시 현자의 안내를 받아 은천선경의 선황이 머물고 있는 선궁으로 향했다.
태극궁에서 선궁을 찾아갈 때도 역시 높은 하늘을 가로질러 멀리까지 뻗어 있는 무지개다리를 건너야 했다. 황금사슴이 끌고 가는 보석마차를 타고 무지개다리를 건너갈 때 저 아래 내려다보이는 은천선경의 아름다운 모습이 꿈속의 장면처럼 눈에 들어오고 주마등처럼 스쳐가기를 반복했다.
황금사슴이 마차를 끌고 달려갈 때 사슴의 목에 달린 방울소리가 딸랑딸랑 울릴 때마다 경쾌한 파열음으로 기분을 즐겁게 했다.
은천선궁으로 향하는 무지개다리는 푸른 하늘을 가로질러 멀리멀리 뻗어가고 있는데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고 내리쬐는 태양빛도 존재하지 않으나 그 세상은 따뜻하고 밝았다. 무지개다리 아래로는 아름다운 생명강의 물줄기가 기화요초가 지천에 깔려 있는 대지를 적시며 동맥처럼 흘러가고 생명강변에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 생명나무의 열매들은 탐스럽게 열려서 별처럼 반짝거리고 있었다.
은천선경의 백성들은 생명강가로 나와 생명나무의 열매를 따 먹기도 하고 생명강의 생명수로 갈증을 채우기도 하며 영원한 낙원의 태평성대를 즐기고 있었다. 오색채운은 하늘에 떠 있지 않고 땅에서 흘러 다니며, 그림처럼 지어져 있는 은천선경의 집들은 구름에 실려서 떠다니는 듯 꿈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푸른 하늘을 가로질러 가는 무지개다리는 곧게 뻗어 있지만 않고 가다가 구불구불 굽어지기도 하고 회전을 하기도 하고 파도를 타듯 오르내리기도 했다. 그리고 아름다운 세상을 구경하고 싶을 때는 중간에서 곁길로 빠져나왔다가 구경을 마치고 다시 무지개다리에 올라 목적지로 향할 수도 있었다.
무지개다리의 정체는 파뵤시 에너지였다. 파뵤시 에너지가 투명한 터널로 이뤄진 현상이 무지개다리였다.
무지개다리를 지나 은천선궁을 찾아가면서 길을 안내하는 현자에게 부탁해서 중간중간 쉬어가며 은천선경의 아름다운 세상을 마음껏 구경할 수 있었다. 현자는 내가 어떤 부탁을 해도 다 들어주고 곁길로 빠져 구경을 할 때도 시간을 독촉하는 일이 없었다.
현자는 철없는 어린 손자를 돌보듯 나의 부탁을 들어주면서 쉬엄쉬엄 목적지로 향했다. 빨리 가자고 재촉하지도 않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나 구경이 길어져도 오래 머문다고 핀잔을 주는 일도 없었다.
그렇게 은천선경의 온갖 구경을 즐기면서 무지개다리를 건너다보니 태극궁에서 은천선궁에 도착하는 시간은 몇 날 며칠이 소요되고 말았다.
드디어 은천선궁에 도착하였을 때 기다리고 있던 하닌선황이 내게 이렇게 말했다.
"태극궁을 출발했다는 전갈을 들은 지가 벌써 며칠이나 지난 것을 보니 우리 천손이 오는 길에 구경거리가 많았던 모양이구나. 그래 천손아. 구경은 흡족하게 잘했느냐?"
나는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네, 선왕님. 좋은 구경 많이 했나이다. 은천선경에는 꿈같은 구경거리가 너무 많아서 아무리 구경을 해도 끝이 없고,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이 현실 저 너머에 감추어져 있다니 아쉽기만 하옵니다.” 라고 대답했다.
내 말을 듣고 하닌선황은 이렇게 말했다.
"천손아, 아쉬울 게 없다. 은천선경은 숨겨진 세상이 맞지만 현천과의 통로는 항상 열려 있노라. 은천에서 현천을 찾아가 하늘의 뜻을 도모하기도 하고 현천에서 은천을 찾아와 하늘과 땅의 일을 함께 도모하기도 하니라. 우리 천손의 몸 속에서 흐르는 혈통의 근원지가 이곳은 천선경이란 사실도 이번에 깨닫게 되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은천과 현천은 서로 막힌 세상이 아니라 열려 있는 세상이로다. 장차 지구의 현천에서도 광명이세 후천선경이 열리게 될 것이니, 지구에서 후천선경이 열리면 은천의 하늘과 연결되어 그 백성들은 서로 같은 하늘기운으로 호흡하며 살아가게 되리라. 우리 천손이 지구현천으로 돌아가 인간선화 사업을 펼칠 때 은천의 수호신명들이 땅으로 내려가 도우리니 뜻을 펼치다 힘들고 지칠 때 이 천조(天祖) 할애비를 생각해라. 천조 할애비가 천손을 돌보며 하늘에서 부리는 수호신명들을 보내서 어려운 난관을 풀어가도록 도우리라.”
"선황 천조(祖)께서는 제가 앞으로 지구에서 어떤 일을 펼치게 될지 이미 알고 계셨나이까?"
“다 알고 있느니라. 그래서 현천에서 살고 있는 우리 천손의 발걸음을 이 할애비의 세상, 은천선경으로 돌리게 했느니라. 할애비의 세상을 직접 발로 밟고 눈으로 목격한 소감이 어떻느냐?"
"보이지 않는 세상이 보이는 세상을 지배하는 원리를 터득하게 되었나이다. 보이는 세상의 존재들은 보이는 현상만 전부라 믿고 겸손하지 못한 맘으로 세상을 살고 있지만, 보이지 않는 세상을 믿을 수 있다면 겸손한 맘으로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세상을 살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나이다. 특히 제 혈통의 천조께서 은천선경의 선황으로 계시며 현천과 은천을 아울러 다스리시니 그 후손의 일원으로 자긍심이 커지게 되었나이다."
"우리 천손이 은천선경을 방문하고 좋은 각성을 얻었다니 할애비의 맘이 기쁘구나. 천손이 말하였듯 하늘과 땅을 우러러 항상 겸손한 맘으로 네 뜻을 펼쳐라 겸손한 맘속에 하늘의 큰 기운이 임하느니라 자신의 힘만 믿고 겸손하지 않는 자는 스스로의 능력에 한계가 있어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한다. 세상의 존재들은 아무리 큰 뜻을 펼치다가도 항상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해서 실패로 마감한다. 겸손한 자는 항상 보이지 않은 하늘의 힘을 의지하게 때문에 모든 난관을 극복하고 끝내는 하늘의 도움을 얻어 마지막 난관을 통과하여 정상의 자리에 오를 수 있느니라. 우리 천손은 이 점을 명심하여 항상 겸손한 맘으로 큰 뜻을 펼칠 때 수호신명들의 도움으로 어려움을 겪지 않으리라.”
선황과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선궁을 방문한 손님들이 있었다. 샤르별 현천에서 은천을 찾아 온 빛의 화신들이었다. 빛의 화신들 중에는 낯익은 신선도 있었다. 낯익은 신선은 샤르별의 도원계곡에서 살고 있는 빛의 화신이었다.
낯익은 신선에게 대례를 올리자 "백마선이 아니냐?" 하면서 반겼다. 이어서 "백마선은 하늘과 땅, 은천과 현천을 막론하고 발길 닿지 않는 곳이 없구나!" 하면서 너털웃음을 웃었다.
선황은 이들 빛의 화신들을 맞느라 나와는 작별을 고했다.
작별을 고하는 자리에서 선황이 나를 인도하는 현자에게 "우리 천손의 궁금증도 더 들어주고 좋은 세상을 많이 구경시켜서 돌아가게 하여라.”라고 분부했다.
나와 작별한 선황은 샤르별에서 방문한 빛의 화신들을 대동하고 어전으로 들어가 뭔가의 회의를 주재했다. 샤르별의 신선들이 선궁을 찾아와 선황 앞에서 어전회의에 참석하는 내용이 궁금했다.
선궁 본전을 빠져나와서 현자와 함께 선궁의 뜰을 거닐며 이것저것 궁금한 내용들을 질문했다.
"현자님, 샤르별의 현천에서 살고 있는 빛의 화신들이 이곳 은천의 선궁을 찾아와 선황과 무슨 의논을 벌이는지 궁금합니다."
“빛의 화신들은 샤르별의 현천에선 큰 별이요. 이곳 은천선궁에서는 신하의 신분이다. 은천선궁의 선황께서는 정해진 날짜에 신하들인 빛의 화신들을 선궁으로 불러 모아 어전회의를 소집하고 중요한 분부를 내리기도 한다. 선궁 어전회의에서 결정한 내용은 샤르별을 이끌어가는 법이며 질서이기도 하다."
"결국 은천선경의 선황은 샤르별의 왕이기도 하다는 말씀이군요?"
“그렇다, 백마선! 은천선경은 샤르별의 숨겨진 하늘이요. 은천선경의 선황은 샤르별의 숨겨진 왕이다. 그래서 샤르별은 숨겨진 왕의 다스림을 받아 4차원 문명세계의 위용을 현천 우주에서 자랑하고 있다. 선황은 수시로 샤르별의 큰 별들인 빛의 화신들을 불러 모아 샤르별 선경세상을 바르게 다스려갈 수 있도록 중요한 지시를 내리고 사랑의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한다."
"현자님, 그러면 빛의 화신들은 은천선경을 자유롭게 왕래가 가능한 가요?"
"샤르별에서 살아가는 빛의 화신들은 은천선황의 신하이면서 샤르별을 지키는 수호신이기도 하다. 그래서 빛의 화신들은 자유롭게 은천선경을 왕래하고 선궁을 찾아와 선황을 알현할 수 있으며 선궁의 연회에 참석하여 은천 신선놀음을 즐기기도 한다. 이로서 샤르별의 현천과 은천선경이 하늘은 다르지만 왕은 하나요, 보이는 세상과 숨겨진 세상이 하나의 질서로 다스려진다."
“샤르별의 선경세상이 은천선경을 본따서 만들어진 세상이라고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나요?"
“보이는 세상은 보이지 않는 세상의 그림자다. 샤르별의 선경세상은 보이지 않는 은천선경을 재현시킨 결과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대화를 나누면서 현자는 나를 데리고 은천선경의 아름다운 모습들을 구경시켜 주었다.
은천선경의 백성들은 정지된 시간을 즐기며 급하거나 서두르는 표정을 찾아볼 수 없었다. 생명강가로 나가면 맑고 향기로운 생명수는 마르지 않고 흐르며, 생명강의 강변에는 생명나무 숲이 끝없이 이어지고 생명나무마다 탐스런 열매들이 별처럼 반짝이며 열려 있었다.
그 생명강의 생명수를 마시고 생명나무의 열매를 따 먹고 살아가는 은천선경의 백성들은 아무리 오래 살아도 늙거나 병드는 일이 없으며 수명이 다하지 않더라.
은천선경의 하늘에는 태양이 비추지 않고 항상 온화한 기운 속에 온천지에 밝음이 가득했으며 어두운 밤도 찾아오지 않았다.
온갖 기화요초가 피어 있는 땅으로는 오색찬연한 구름이 뭉게뭉게 흘러 다니고, 그림처럼 지어진 아름다운 집들은 구름 위에 떠 있는 운상누각(樓閣)인지 땅에 세워져 있는 건물인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집집마다 아름다운 음악이 흘러나오고 청아한 목소리의 노랫가락도 가야금 소리와 함께 섞여서 거리를 흘러 다녔다.
거리에서 만난 은천선경의 백성들은 어디서도 노인의 모습을 발견할 수 없었고 1억 년의 나이를 먹고도 청년처럼 젊은 모습으로 살고 있었다.
길을 걸을 때는 구름 위에 둥둥 떠다니는 기분이고, 산을 넘거나 물을 건너거나 먼 거리를 이동할 때는 무지개다리를 이용했다.
은천선경의 백성들은 먹거나 입거나 삶을 지탱하는 일들로 인해 수고로움을 모르고 살았고, 항상 친한 사이끼리 어울리며 춤추고 노래하고 태평성대를 즐기며 급한 일이라곤 모른 채 살고 있었다.
현자는 은천선경의 아름다운 세상을 나에게 다 구경시켜 준 후 이렇게 말했다.
"현천세상의 천 년이라도 은천선경의 하루에 미치지 못한다. 천 년을 살더라도 은천선경의 하루만도 못한 삶을 위해 온갖 수고로움을 감내하는 현천의 삶이 부질없다 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현천세상의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결국은 바람이요 구름에 불과한 현상들이니 천년 만 년을 붙들고 살아도 허사고 허사리라. 천손은 이제 현천으로 돌아가더라도 잠시 후면 눈 앞에서 사라질 허상들을 위해 삶을 탕진하지 말고 보이지 않는 영원한 세상을 향해 마음과 뜻을 다하여라.”
나는 현자에게 은천선경에서의 마지막 작별을 고하고 현천의 문을 향해 서서히 발길을 되돌렸다. 현천의 문을 빠져 나올 때 샤르비네의 목소리가 아련하게 들려왔고, 어느 순간 내 모습은 애타게 기다리는 샤르비네가 기다리는 곳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4차원 문명세계의 메시지 9 - 우주에 펼쳐진 다차원의 세계들
첫댓글 하늘 자동차 좀 태워주세요.
감사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
고맙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
멀고먼 은천세상이지만
그곳은 우리의 조상님이
다스리고 계시네요
천손민족이 깨어나야 할 때
그 때가 지금이라니
역사적인 순간에
우리는 있습니다
황홀합니다
네 맞습니다
환인 환웅 께서 오신곳 샤르별 은천세상과 지구는 맥이 이어집니다
죽기전에 샤르별을 구경할수 있겠지요^^?
아네 지구도 4차원 문명으로 변화하면 가능할것도 같습니다
지구도 사르별처럼 좋아질거라 생각됩니다 ^^